코로나와 제로 컨택 이코노미
  • 김준연산업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날짜2020.10.28
조회수12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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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무접촉(zero-contact) 기술에 대한 수요 증가와 산업과 사회 곳곳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기업들은 오히려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반면 디지털 준비도가 떨어지는 기업들은 ‘코로나 탓’에 재앙적 수준의 ‘성장 빙하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장에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비언어적 소통, 무인화와 홈코노미의 트렌드를 소개하고,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공유경제와 새롭게 등장한 O4O 모델을 통해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들을 살펴본다. 결론 부분에서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기회 요인과 관련된 정책 대안은 무엇인지 제시한다.
  • 1. 코로나가 바꾸는 우리의 일상
    • 1918년 6월 29일에 등장해서 5,00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스페인독감은 창궐 10달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지만, 인류는 천연두가 1980년에 공식적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지기까지 무려 182년 동안 이 질병과 끈질긴 전투를 치렀다. 이번에 창궐한 코로나19도 치료제·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혹시라도 치료제·백신을 개발하지 못하면 우리는 어쩌면 영원히 코로나19에 시달리게 될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 코로나19는 일종의 환경 요인으로써 치료제와 백신을 통한 대응 외에도 디지털 기술에 의한 대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무접촉(zero-contact) 기술에 대한 수요 증가와 산업과 사회 곳곳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속화할 것이라 전망된다.
    • 따라서 일찌감치 디지털 전환을 선제적으로 대응한 기업들은 이번 코로나19가 오히려 기회의 창(windows of opportunity)으로 작동해서 ‘코로나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며, 반대로 디지털 준비도가 떨어지는 기업들은 ‘코로나 탓’에 재앙적 수준의 ‘성장 빙하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고에서는 코로나19가 변화시킨 우리의 일상을 살펴보고,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공유경제와 기업의 전략들을 소개한다. 결론 부분에서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기회 요인과 관련된 정책 대안은 무엇인지 제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 2. 비언어적 소통, 무인화 그리고 홈코노미
    •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불러온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non face-to-face)과 무접촉(zerocontact) 현상의 출현이다. 무인결제 및 비대면 유통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최근 사회·경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장하는 정책적 추세와도 일맥상통한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과 무접촉의 경향성은 우리 사회에서의 일상적 삶을 비언어적 소통의 일상화, 무인화 그리고 홈코노미의 보편화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 가. 비대면, 비언어적 소통과 실감경제(Immersive economy)
    • 코로나19가 이제 일상화되면서 비대면화 트렌드로 인한 비언어적 소통 방식이 우리 삶에 더 깊숙히 들어오고 있다. 대면과 비대면 소통을 적절히 혼합하던 현대인의 생활에 중대한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물리적 공간의 사용이 줄어들면서 대면보다 비대면으로 소통하고 대면 위주의 업무, 교육, 지인 만남을 줄이는 대신,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사람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으로 소통의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초기 인터넷은 비언어적 단서가 부족하고, 맥락과 인간관계 차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빈약한 매체의 전형, 혹은 일상적이고 단순한 상황을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없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인터넷 환경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대화와 소통이 더욱 편리해지고 간소해졌다.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개인적인 친교나 오락의 기능을 즐기고, 검색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관련된 주장에 추가 정보를 부가하고, 토론하고 논박하며 콘텐츠를 만들어 간다. 목소리가 재현되고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네트워크 안에서는 발신자와 수신자의 경계가 모호하고, 실제 대화 상황과 유사한 맥락이 펼쳐진다. 정보의 수동적 수용자에 머물렀던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정보의 생산자(창조자, 제공자)가 되며, 일대일(one-to-one)의 관계도 일대다(one-to-many)의 열린 관계성으로 진화한다.1 오프라인의 대화가 순간성을 가지고 있다면 온라인 소통은 대화의 순간성의 부담이 없어 상호작용에 좀 더 다양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또한 오프라인의 소통에 비해 대화의 비지속성과 일방성도 소통의 부담감을 한층 가볍게 만드는 요인이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설문에서는 사람들이 비대면 서비스에 차츰 익숙해지면서 차라리 언어적 대화 과정이 없는 게 오히려 더 편하다는 응답이 증가한다는 결과도 이해되는 면이 있다.
    • 특히 매장주문의 경우, 모호할 수 있는 언어적 표현 대신 모니터나 문자주문은 보다 명확하기 때문에 의사소통과 결정의 측면에서는 효율성이 높다. 사실 우리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회의나 컨퍼런스콜·진료·재판 등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불가능할 것 같이 생각했던 부분이다. 대면회의나 출장이 줄다보니 업무 집중력이 향상되고, 간단한 SNS로도 충분히 회의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성이 높다. 다시 말해 비대면, 비언어적인 소통이 오히려 언어적 소통보다 효율적이라는 코로나의 역설인 셈이다.
    • 최근 재택근무, 원격 회의, 컨퍼런스와 의료 분야에서 XR과 같은 실감형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사용자는 XR로 인해 비대면 상황에서도 신체소유감(Body Ownership)을 느낄 수 있어 경험효과가 커지고, 많은 정보전달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사용자의 주의집중(Attention span) 수준이 향상되어 몰입과 적극적 소통이 가능하다. 시각적 효과가 중요한 인테리어와 부동산중개업, 스포츠 경기, 여행업 등에서도 실감형 기술을 활용해 시-공간을 초월한 체감형 기술구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바이러스의 위험으로 여행은 중단되었지만, XR을 통해 지구상의 모든 곳의 방문이 가능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에서도 실감형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가구기업인 한샘닷컴은 공간 패키지 콘텐츠와 공사 후 모습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온라인 가상현실(VR) 모델하우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XR 기술을 적용하여 산업,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언어적 표현과 소통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를 실감경제(Immersive economy)라고 하는데, 코로나19가 촉발한 비언어적 소통의 수요를 AR, VR 등 이른바 XR 기술이 채워나갈 것이다.
    • 나. 비접촉 트렌드의 가속화와 비즈니스의 무인화
    • 코로나19 확산이 만든 변화 중에 하나가 바로 무인화 트렌드이다. 직원-고객 간의 접촉 최소화가 바이러스 확산에 중요하기 때문에 무인화서비스 도입은 그야말로 속도전을 방불케하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절감 수요는 비즈니스의 무인화 트렌드를 가속화하고 있다.
    • 무인화 서비스로 대표적인 ‘키오스크(무인정보안내시스템)’는 주문과 결제 등을 직원의 도움없이 고객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무인거래시스템을 뜻한다. 코로나19발(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서로 간에 접촉 자체에 대한 심적 불편과 비대면 소비 확산이 맞물리면서 키오스크 상용화가 대세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공항과 열차역의 탑승권 발행, 주차요금 정산, 패스트푸드점의 주문 등 동네 식당에서도 키오스크형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어 주문과 결제를 기계가 대체하고 직원은 주방과 서비스에 주력하는 형태이다. 신원확인을 위해 대면인증이 필수였던 금융계좌 개설도 비대면화가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기계를 상대하며 낯설어하던 사람들이 이제 기계에 주문하는 것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대부분 빠르게 학습한다.
    • 사실 무인 매장의 도입은 과거에도 있어 왔다. 사무실 한편에 있는 자판기도 무인 매장의 일종이고 셀프 키오스크도 결제 영역을 무인화한 셈이다. 하지만 2020년의 무인 매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트렌드와 맞물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교집합에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AI와 IoT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무인 시스템이 매장에 적용되면서 물리적인 형태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온라인 구매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판매자에게는 온라인에서만 가능했던 고객 데이터를 수집·활용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2016년 아마존(Amazon)이 컴퓨터 비전, 딥러닝 등을 활용하여 저스트 워크아웃(Just Walk Out) 기술을 적용한 아마존 고(Amazon Go)를 오픈하면서 막연하기만 했던 무인 매장의 실체를 보여주기도 했었다.
    • 최근 코로나 사태로 무인화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영역은 국내 패스트푸드업계인데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의 키오스크 도입률이 압도적이다. 업계는 키오스크와 AI를 결합하여 방문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에 긴 대기시간을 해소하고, 시니어 고객의 편의성을 개선해 서비스 수준을 제고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리아’는 전국 1,330개 점 중 1,000여 개 점에 키오스크를 들였으며, 일부 매장을 무인계산 전용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이달 기준 전국 420여 개 점 중 270여 점에 키오스크를 들여놨다. 버거킹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 403개 점 중 378개 점에서 무인화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키오스크 도입율은 93%에 달한다. KFC는 지난해 키오스크 도입을 100% 마쳤다. KFC는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키오스크와 자사 앱의 시스템을 리뉴얼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이용자의 측면에서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대면 접촉을 꺼리는 요즘, 판매직원 접촉에 대한 부담없이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며 “시·공간적 제약이 없이 이용 가능한 것이 장점”이라는 반응이다.2
    • 무인화 기술이 접촉과 노동력을 최소화하며,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또 하나의 영역은 바로 무인 편의점과 무인 할인점이다. 현재 CU, 7-Eleven, GS25 등이 무인화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직은 실험적 성격이 강하지만, 향후 AI 기반의 바이오 인식, 상품 이미지 인식스캐너, 자동발주 시스템 등과 결합하면서 미래 ‘신(新)유통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아갈 것이다.
    • 나아가 코로나19에 의한 무인화 트렌드는 주로 단순 유통이나 저가의 규격 제품을 취급하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수준을 넘어 금융, 통신 등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이다. 국민은행은 이미 2019년에 무인 점포인 ‘디지털 셀프뱅킹점’을 열었고, KT와 SKT도 휴대폰의 개통부터 단말기 수령까지 가능한 무인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축소되는 오프라인에서의 고객접점을 만회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관여 제품과 서비스의 영역까지도 무인화의 트렌드가 파고들고 있는데, 이러한 트렌드를 보다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Z세대들의 구매정보 탐색과 의사결정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들은 태생부터 디지털이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찾고 자기주도적으로 판단하는데, 고관여 제품이라도 온라인의 검색으로 충분한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무인화 트렌드와 잘 부합한다는 것이다. 물론 무인화 트렌드가 우리 사회에 보편화되기에는 기술도입에 일정 정도 비용이 들고 보안문제가 상존하며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책도 마련되어야 하는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인화 트렌드는 비대면과 편리함의 가치가 비즈니스 업계가 추구하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맞물려 새로운 판매 방식으로 부상할 것이며, 온-오프 융합을 통한 산업 생태계의 혁신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일 것이다.
  • [그림 1] 국민은행 디지털 셀프점, [그림 2]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
    그림 1 국민은행 디지털 셀프점, 그림 2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
    https://images.app.goo.gl/5m52x6UCXspnE4eb6, https://news.joins.com/article/22899205
    • 다. 홈콕, 홈쿡, 홈트 등으로 부상하는 멀티 홈(Multi-Home)
    •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등장한 신조어 중에 하나가 바로 ‘확찐자’다. 활동이 줄어 갑자기 살이 찐 ‘확찐자’들이 늘어나면서 집에서라도 하는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도 줄었고, 외출과 피트니스센터의 이용도 어려워지면서 활동 자체가 줄어들며 집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고 있다. 가정간편식(HMR)의 경우도, 1인 가구중심의 간편한 대용식에서 3~4인 가구도 훌륭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홈다이닝으로 진화하면서 주방에 대한 새로운 기능들이 등장했고, 휴식뿐만 아니라 일과 여가를 병행하는 멀티기능 공간으로써 집이 필요해지고 있다. 게다가 소비와 휴식의 공간을 넘어 자가격리, 재택근무 등이 일상화되면서 집안에서 다양한 생산활동(재택근무)과 소비활동이 동시에 전개되는 이른바 멀티 기능을 담당하는 집의 개념, 즉 멀티 홈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 사실 이미 만능키가 된 스마트폰만 있으면 무엇이든 구매하거나 즐길 수 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괜찮다. 스마트폰에 접속하는 순간 자리하고 있는 곳이 식당이 되고, 카페가 되고, 마트가 되고, 영화관이 된다. 의식주와 여가까지, 대부분의 소비 활동이 집 안에서 해결된다.
    • 다양한 생필품 주문이 가능한 대형마트부터 신선한 식재료와 식품을 새벽 배송하는 스타트업까지, 스마트폰의 서비스 앱은 우리의 먹거리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조리된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음식배달 앱에 접속하면 도심 내에 있는 웬만한 맛집 음식을 주문할 수 있으며, 커피나 디저트도 선택이 가능하다. 영화관에 갈 필요도 없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비롯한 OTT 서비스 앱에 접속해서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 시청이 가능하다. 심지어 세탁기가 없어도 빨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세탁 서비스 앱에 접속해 서비스를 신청하고 예약시간 전에 세탁물을 문 앞에 내놓으면 다음 날 세탁된 옷이 문 앞에 배달된다.
    • 이제 ‘집’이 그야말로 가장 안전한 내 생활공간이자 소비생활의 중심이 됐고, 일터와 생활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직주근접과 더불어 직주일체형 생활 패턴이 점차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렇게 ‘홈(home)’과 경제, 절약을 의미하는 ‘이코노미(economy)’를 결합해서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집에서 하는 집콕족의 트렌드를 대변하는 개념이 바로 홈코노미이다.
    • 홈코노미의 트렌드는 집을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소비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홈코노미의 소비지향적 특성은 관계지향적인 아웃코노미와 차별되는 부분이 있는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이러한 새로운 생활양식은 우리의 일상에 보다 빨리 정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 3. 포스트코로나와 공유경제의 딥 체인지(Deep-Change)
    •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로 공유경제가 지목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뭘 믿고 같이 써”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공유경제 성장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온라인이 가속화된 환경에서 예전 수준의 공유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 공유경제의 핵심은 건물, 숙소, 자동차 등 유형 자산에 기술을 접목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인데, 문제는 공유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사업자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공유경제의 성장이 불투명하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카카오택시나 타다 사례처럼 전통적 사업자의 강력한 견제나 규제는 필연적이다. 즉 공유경제 업체는 독점적 지위를 얻기까지 마케팅이나 연구개발 등, 비용을 지속적으로 쓸 수밖에 없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논리이다. 코로나19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산업이 바로 에어비앤비와 우버인데, 전 세계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반화되고 주민 이동제한령이 내려지며 우버의 매출은 80% 이상 폭락하고 2만 7,000여 명 중 20% 규모의 인력감축을 발표했으며, 또 다른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도 1,000명에 달하는 직원을 내보낼 방침을 내놨다. 우버와 리프트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 대상이 된 기사에게 유급휴가를 주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일거리 자체가 확 줄었기 때문에 감축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재택근무를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공유오피스 모델인 위워크도 매출급락의 상황에 처해있다.
    • 대부분의 기업은 새로운 위협이나 심지어 수익창출의 기회가 있다고 해도 기존의 사업모델을 신속하게 전환하기 어렵다. 기업경영이 내부의 여러 절차에 따라 상호작용을 하면서 맞물려 있거나, 혹은 물적 자산에 묶여 있거나, 모기업과 계열사 간 피라미드 형태의 견고한 구조체를 이루고 있어서 외적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일상에서 공유경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뛰어 넘는 공유경제의 비밀병기는 바로 ‘비대면’이다. 자원을 나눠 쓰면서도 공유경제의 핵심 중 하나인 ‘접촉’을 극복하는 대안을 찾은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과 차별화를 핵심가치로 가지는 전통적 비즈니스모델과 비교하면, 공유 경제는 사용자와 공급자 간의 관계망을 중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공유경제 모델에 참여하는 사용자는 기존 사용자가 작성한 리뷰와 게시된 자원에 대한 내용을 통해 공유대상 자원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실제 공유에 참여한 후에 리뷰를 남기면서 자원 제공자와 사용자 간에 소통의 피드백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의 피드백은 잠재고객을 끌어들이는 일종의 신뢰효과(trust effect)와 신뢰네트워크(trust network)를 창출하며 발전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공유경제 모델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 우버가 선제적으로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뉴 노멀(새로운 표준, New normal)을 마련하면서 기사와 탑승객들에게 온라인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소독 등의 을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는 부분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사와 승객들은 누구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상대를 우버 앱에서 신고할 수 있으며 신고가 누적된 이는 서비스에서 퇴출당한다. 또한 승객의 앞좌석 탑승 금지, 짐의 경우 승객이 직접 운반, 환기를 위한 창문 개방 정책 또한 집행되었다. 에어비앤비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청소와 방역을 위해 강화된 청결기준을 설정하였다. 숙소가 해당 청결기준을 준수하기로 동의하고 수행하는 경우 숙소 페이지에 엄격한 살균청소 절차를 따르는 숙소를 강조 표시하여 고객이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고객의 숙박 후 72시간 동안 해당 숙소를 자동으로 공실로 남겨, 공기 중 잔존 코로나 바이러스의 노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3
    •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는 공유경제의 경우도 사용자의 교체기에 위생소독을 철처히 진행하는 탓에 비대면 서비스인 배달수요 급증과 맞물려 오히려 이용객이 늘었다. 국내 배달형 공유주방 ‘위쿡 딜리버리’는 코로나 사태 이후 입점 문의가 3배 이상 늘었으며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인 1월 대비 3월 매출은 24.6% 늘었다고 한다. 승차공유 시장 위축으로 고전하던 우버도 음식배달 사업인 우버이츠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몰리며 우버이츠의 1분기 총 주문액은 1년 전보다 52% 증가한 46억 8천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 분기보다 7% 늘어난 것이다. 덕분에 우버 주가는 6월 19일 종가 기준 32.3달러로 팬데믹이 선언된 3월 12일 주가 22.6달러를 웃돌게 됐다.
    • 한편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혼자 탈 수 있는 자전거와 킥보드의 공유모델 역시 코로나19에 무풍지대다. 킥보드는 개방된 야외 공간에서 이용하는 데다, 코로나19 이후 원거리 외출은 자제해도 동네 상권이나 거점 오피스 등 근거리 이동 수요는 여전하다는 점, 또 그간 약점으로 지적돼 온 킥보드의 하드웨어 성능이 나날이 개선되고 있는 점 등이 강점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수요가 늘고 있다. 해외도 마찬가지로, 미국 공유킥보드 업체 ‘라임(Lime)’은 우버의 ‘점프(Jump)’를 인수하며 유럽 사업확장에 나섰고 싱가포르 공유킥보드(전동스쿠터) 업체 ‘빔(Beam)’은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높아지던 지난 6월 1일 2,600만 달러(약 32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 공유오피스의 경우, 위워크가 미국에선 상장에 실패했지만, 진화한 공유오피스는 오히려 잘 나가고 있다. 주요 고객인 벤처 창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근무 확산에 따른 거점 사무실 수요도 늘고 있으며, 사무공간의 공유 외에 보육서비스, 공유주방 등과 같은 패키지형 공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코로나 사태에도 성장이 꾸준하다. 최근 오픈해서 인기를 끄는 공유오피스 스파크플러스가 여기에 해당되는데, 공유주방인 먼슬리키친이 스파크플러스 공유공간에 입주해 있어서, 공유오피스 입주 직원과 인근 지역에 식사는 물론 포장과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초 ‘인빌딩 푸드코트형 공유주방’ 모델이다. 유사한 패키지형 공유오피스인 패스트파이브는 올해 여의도 등에 8개 신규 지점을 오픈해 연내 27호점까지 지점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두 공유오피스의 평균 공실률은 3~5% 수준으로, 같은 시기의 서울 오피스 공실률 8.6%보다 훨씬 낮다. 이러한 패키지형 공유오피스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의 ‘서드 도어’는 오피스와 보육 서비스를 패키지로 또는 따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일본은 관광지, 휴양지에 근무환경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워케이션(Workation)’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코로나19로 인해 휴가를 못가는 이들을 위한 ‘휴양지 사무실’이다. 휴양지에서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이나 주말에는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이밖에 영상회의 등 비대면 서비스와 위생방역 기능을 강화한 ‘공유공방’, ‘공유미용실’, 도심의 물류센터로 빌려주는 ‘공유창고’ 등도 코로나 위기를 뛰어 넘는 새로운 공유경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비대면을 적극 활용한 공유서비스는 코로나19에 오히려 특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 4. 비대면과 무인화에 최적화된 O4O(Online for Offline)
    • 코로나19로 인해 등장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중에 하나가 바로 O4O이다. 기존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의 관계가 온라인화, 즉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O2O(Offline to Online)의 개념이었다면, 이제 비접촉과 무인화 트렌드로 인해 O4O(online for Offline)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O4O의 원조는 미국의 아마존(Amazon)이 출시한 무인(無人) 편의점 ‘아마존고(Amazon Go)’이다. 매장은 비록 오프라인의 형태지만 아마존고를 운영하는 기술과 방식에 아마존의 AI와 IoT기술이 대거 반영됐다.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非)대면, 언택트(untact)기반의 O4O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은 결제도 대면으로 이뤄지지 않고 따로 줄을 설 필요가 없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모델로 인식된다. 기존 O2O은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온라인이 성장하면, 역으로 오프라인 매출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O4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상생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차별점이 있다.
    • 국내에서 이러한 O4O형태로 비대면과 무인화 측면을 강화한 쇼핑몰이 바로 롯데쇼핑의 ‘롯데온(On)’이다. 백화점·마트·슈퍼·롭스·하이마트 등 전국 1만 5,000여 개 롯데의 오프라인 유통 매장을 온라인 플랫폼과 연계해서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을 단 2시간 안에 배송하는 바로배송, 출근 전에 배송되는 새벽배송,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인근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로 찾을 수 있는 스마트픽으로 세분화해서 서비스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의 유통망을 통합하지 않고서는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이다. 패션업체 LF의 오프라인 매장 ‘LF몰 스토어’는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매장에서는 구매 상품을 바로 찾아가는 비대면 서비스인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나 증가하며 코로나 사태에도 선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로 ‘드라이브스루’ 적용이 확대되자 도서관이나 심지어 횟집에서도 O4O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는데, 경기, 부산 등 지자체 공공도서관에서는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하면 건물 안에 들어가지 않고도 각 도서관 정문 앞이나 주차장 등 지정된 장소에서 신청한 책을 받아갈 수 있는 비대면 도서 대출·반납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방문 전 앱에서 사전 주문하면 남1문 앞에서 주문한 물건을 가져갈 수 있는 O4O 드라이브스루 픽업존을 마련했다.4 한국의 대표적인 숙박 중개 플랫폼 야놀자 역시 오프라인 숙박시장에 진출해 무인 숙박시설 ‘코텔’을 만들었는데, 예약-투숙-결재-퇴실의 전 과정에 대면 서비스가 최소화되어 있다.
  • 5. 맺음말
    •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재앙적 수준의 타격을 입혔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다양한 실험과 도전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다양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대면 수요에 대해서는 위기에 내몰렸던 공유경제도 위생과 방역의 기능을 강화하고 서비스를 통합하면서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으며, 무인화의 트렌드에 대해서는 온오프 통합의 O4O의 모델로 대응하고 있다. 한편 비언어적 소통과 홈코노미의 트렌드에 대해서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더욱 진가를 발휘하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가 창출되고 있다.
    • 사실 앞서 소개한 공유경제 플랫폼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전통 기업론에서는 기업이 비용최소화에 유리하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보았지만, 이들 공유경제와 플랫폼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려 등장했다기 보다 외부자원과의 연결과 새로운 가치 때문에 등장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비용최소화론의 관점에서는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언젠가 비용이 증가하는 시기가 온다고 하지만, 플랫폼의 경우, 참여기업의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이 자동화되면서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창의적 조합과 가치창출에 유리하다. 또한 플랫폼을 활용한 1인 기업은 기업으로 있으면 비용이 줄어든다는 기존의 관점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둘째, 기존 기업론에서는 기업이 성장하는 동기를 내적 자원의 활용에서 찾았는데, 공유경제는 내적 자원이랄게 별로 없고, 오히려 핵심 자원과 서비스가 외부에 있으며, 이들과의 연계와 통합이 성장의 핵심으로 이해된다. 플랫폼은 바로 이러한 외부와의 연결을 지원하는 인프라로 기능한다.
    • 공유경제 플랫폼과 O4O 등 새롭게 등장한 비즈니스는 참여기업 간 보다 수평적 협력관계를 지향하고, 개인까지도 포함하는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최근 전통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대-중소 상생,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우리 경제의 대안으로 검토할 만하다. 그럼 우리 사회가 공유경제, 플랫폼 경제 등 디지털 비즈니스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첫째, 플랫폼 시대에 새로운 룰이 필요하다. 기존 공정거래법은 단일 시장에 대해서만 독점 사업자인지,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지 등을 판단했는데, 디지털 플랫폼은 경계 자체가 모호하고, 앱을 비롯한 입점업체,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다면시장’을 연결하는 특성이 있어서 기존법 적용에 한계가 있다. 전통적 독점은 특정시장의 지배력을 활용해 가격인상을 통한 이윤 극대화와 소비자 후생저하를 초래하는데 반해, 플랫폼 기업들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때문에 독점의 경향성을 보이지만, 낮은 가격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전통 독점과는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기존 관점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이슈가 있다. 이에 대해 플랫폼 기업을 새로운 시장의 창출자로서 바라보고 협력업체와의 거래가 얼마나 공정한가에 따라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최근 보도된 배달의 민족 수수료 인상과 카카오택시의 공정하지 않은 콜 배정은 바로 플랫폼 참여자와의 거래 공정성에 관련된 이슈이다. 어차피 플랫폼엔 국경이 없다. 따라서 기존 공정성과 독점성의 개념으로 국내 기업에만 규제와 지침을 적용하게 되면, 자칫 국내 시장이 외산 플랫폼에 의해 잠식되는 역차별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 둘째, 무인화, 비대면화 시대에 인간의 일자리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 ‘무인화’는 불필요한 접촉을 없애고 시간과 인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 시대에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러나 AI 로봇에 의한 무인화로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서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일자리 대체현상의 심화가 실업의 증가, 소득 양극화 그리고 기업 간 성장의 불균형 등으로 연결되며 상호작용하면 경제체제 내에서 거대한 불평등(Great divide)이라는 연쇄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노동자들의 디지털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화 교육체제 확대가 필요하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핵심역량을 보유한 소수와 다수 사람들 간에 소득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디지털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부의 재분배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고소득 디지털 소호에 대한 세금 부담 상향, 그리고 최소생계비를 대체할 최소생계 과업과 수익의 보장에 대한 장려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공유경제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유경제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과 공유경제 기업 간의 새로운 고용관계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프랑스에서 도입한 디지털 사회보장제도는 우리 사회가 눈여겨보아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고객과 노동자가 일정 비율을 보험료를 내도록 하고,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이것을 모아 실업 등 위험에 처한 노동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 셋째, 신 시장 창출에 있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새로운 루트가 필요하다. 수년간 논의 수준에만 머물렀던 원격 교육은 코로나19 이후 현재 전국 초중고는 물론 대학에까지 확산되었으며, 1975년에 주창돼서, 엘빈토플러도 예측했던 재택근무도, 기술요인이 아닌 코로나19에 의해 우리 사회에 도입됐다. 이렇듯 우리 사회 곳곳에 디지털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할 부분이 아직 많이 있다. 원격 진료, 교통, 스마트시티, 재난대응시스템, 스마트복지 등 수많은 공공 혹은 준공공서비스가 바로 그 대상인데, 민관의 협력방식을 바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창출해야 할 것이다. 마침 최근 정부가 2025년까지 디지털 분야에만 58조 2,000억 원을 투자하는 한국형 뉴딜을 발표했다.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 등 이른바 D·N·A 생태계 강화, 교육 인프라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이는 한마디로 대대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말인데, 이걸 마중물로 해서 정부가 데이터 등 디지털 자산의 공개 범위를 넓히고, BOT, BTL 등 다양한 방식으로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루트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마스크 앱의 경우, 정부는 약국별 재고량과 실시간 판매량 등 공적 마스크 데이터를 지도와 결합한 뒤 API 형태로 개방했고, 전문 SW기업은 물론 대학생 동아리까지도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단 며칠 만에 전 국민이 사용하는 다양한 마스크 앱이 출시될 수 있었다. 만약 이걸 정부조달의 모든 절차를 준수하면서 개발하려 했다면 수요는 커녕 제때 출시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 1,000만 인구가 사용하는 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의 경우, 서울시는 관리감독의 권한만 가지고, 개발과 운영은 스마트카드라는 민간기업에게 위탁하는 형태인데, 새로운 서비스의 출시와 시스템고도화, 수출시장 개척 등으로 인한 인센티브가 민간 기업에게 돌아가다 보니 지속적 혁신을 통해 세계적 시스템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용역을 통해 개발하고 운영했다면 해외 시장개척과 같은 도전적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종합하면, 총론적 차원에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무접촉(zero-contact) 기술에 대한 수요 증가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속화하는 기회요인이 될 것이며, 디지털로 무장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한 기업들은 ‘코로나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디지털 준비도가 떨어지는 기업들은 재앙적 수준의 ‘성장 빙하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 1 구현정(2016), “디지털 매체 언어와 소통” 국립국어연구원, 26-3.
    • 2 미디어SR(2020.9.11.), “[코로나19發 유통업계 판도 변화(下)] ‘포스트 코로나’ 속도전…온라인 중심 ‘언택트’”
    • 3 박규홍(2020.7.28.), “신뢰 회복을 위한 ‘공유경제’ 혁신의 중요성, [TePRI Report] 사용자와 공급자 간 긴밀한 관계 유지가 중요” KIST
    • 4 https://www.sedaily.com/NewsVIew/1Z2NQADJQ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