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업의 디지털 전환 동향
날짜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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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 항공권, 숙박 등 여행 상품을 중개하는 국내의 여행산업은 최근 온라인 기반의 글로벌 대형 여행사인 익스피디아, 부킹 홀딩스, 씨트립 등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디지털 전환으로 여행 상품의 단순 중개에서 벗어나 기획, 조사, 예약, 리뷰와 같은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국내·외에서 활발히 등장하고 있다.
  • 디지털 전환과 여행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 2019년은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여행이 자유화된지 30주년이 된 해이다. 30년 전에는 나이제한이 있어 50대가 되어야 여행을 위한 단수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고 심지어는 예치금까지 내야 했다.1 우리나라의 여행 산업도 여행의 자유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성장했는데, 1989년 300여 개에 불과하던 여행사는 2018년 2만 1,975개까지 증가했고,2 2,800만 명의 국민들이 해외로 출국했다.
    • 최근 여행 산업은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 쇼핑액 중 여행 관련 거래액은 15.5조 원으로 옷(12.5조 원), 가전제품(11.7조 원), 식·음료품(10.1조 원) 보다 월등히 높으며, 제품별 거래액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 비중이 증가했다.3 소비의 주체가 된 밀레니얼 세대4는 단체 패키지여행보다는 개별 자유여행(FIT, Free/Foreign Independent Tour)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들은 패키지 여행 위주의 국내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익스피디아(Expedia), 프라이스라인(Priceline), 트립닷컴(Trip.com)과 같은 해외 여행사를 통하고 있다. 여행자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의 여행 산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공급자 위주의 전통적 여행 산업구조
    • 여행을 위해서는 항공권, 숙박, 식사, 가이드, 여행보험 등 다양한 상품이나 제품들을 조사하고 조합하여 구매해야 하는데, 개별 소비자로서는 귀찮고 어려운 일이다. 여행 산업은 소비자들과 이 여행 상품을 중개하는 데서 시작했다.
    • 여행 산업은 다소 복잡한 유통경로를 가지고 있다. 호텔, 항공권, 관광지 티켓, 식당, 렌트카 등 실제 여행 상품을 공급하는 업체를 소재 제공자(또는 여행공급자)라고 한다. 이 소재 제공자를 여행 수배업자(또는 랜드사)가 모으고 여행 일정을 만들게 되는데, 여행 수배업자는 소재 제공자와 같은 나라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는 이 여행 수배자는 다시 국내에 있는 여행 도매업자와 소매업자에게 판매를 맡기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여기서 하나투어나 모두투어와 같은 여행 도매업자가 직접 소재 제공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기도 한다.5
    • 그림 1 여행 산업의 유통구조 여행 산업의 유통구조
      그림 1 여행 산업의 유통구조 여행 산업의 유통구조
      ※ 출처 : 김상태(2000), 「여행 수배업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타당성 검토」, 한국관광연구원
    • 중개산업의 특성상 수익의 원천은 수수료이다. 특히 과거에는 항공권 발권 수수료가 여행 산업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중소형 여행사의 경우 항공권 발권수수료가 매출액에 70%에 육박하기도 했다.6 과거 항공사는 여행사에게 항공권 금액의 7~9%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항공권의 판매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항공사가 지급하는 수수료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심지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수수료를 더 이상 지급하지 않게 되었다. 이 때문에 대형 여행사들은 저가 패키지 상품을 만든 후 호텔, 식사, 차량 등 ‘지상비’라 불리는 현지 비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는 등 여행 수배업자에게 손실을 전가하기도 했다.7
  • 여행산업의 디지털 전환 1 : 글로벌 온라인 기업의 등장
    • 우리나라의 빅3 여행사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인데, 2018년 영업이익을 보면 하나투어는 2017년 대비 2018년 32.9%가 줄어든 248억 원, 모두투어와 노랑풍선은 각각 48.2%, 61.6%가 감소한 166억 원, 48억 원으로 나타났다.8 빅3 여행사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 여행사인 탑항공, 더좋은여행, 싱글라이프투어, e온누리여행사 등은 폐업했다. 특히 탑항공은 수도권에 22개 지점과 해외에도 지점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있는 여행사였다.
    • 이렇게 국내 여행사의 실적이 악화되는 이유에는 국내 경제의 요인, 항공권 수수료 축소,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같은 요인도 있지만, 글로벌 거대 여행사가 국내시장에서 급성장한 이유가 크다.
    • 세계 여행시장은 부킹 홀딩스(옛 프라이스라인그룹, Booking Holdings)와 익스피디아 그룹 (Expedia Group), 씨트립닷컴(Ctrip.com)의 상위 3개사가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데, 이들의 매출액은 각각 14조 원, 11조 원, 5조 원이 넘는다.9 또한 이들의 성장률 역시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과 유사하거나 심지어는 높아 성장 잠재력도 매우 크다.10 우리나라 빅3 중 가장 큰 하나투어의 매출액이 8,300억 원 수준에 그쳐 이들 기업과 국내 기업 간의 규모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 그림 2 여행사별 매출액의 연도별 변화 추이
      그림 2 여행사별 매출액의 연도별 변화 추이
      ※ 출처 : Tomson Reuters Eikon
    • 글로벌 대형 여행사는 공통적으로 1990년대 말에 창업해서 2000년대 초반 닷컴붐과 함께 생겨난 중소규모의 온라인 여행사들을 인수합병하면서 규모를 키워왔다. 익스피디아는 호텔스닷컴, 트리바고, 오르비츠, 트레블로시티 등 수많은 여행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부킹 홀딩스 역시 부킹닷컴, 프라이스라인, 아고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 표 1 글로벌 여행사의 인수합병
      <표 1> 글로벌 여행사의 인수합병
      기업명 인수기업명
      익스피디아 그룹 호텔스닷컴, 트래블로시티, 트리어드바이저, 오르비츠, 홈어웨이, 바이아터, 타리바고, 베이스7부킹
      프라이스라인 부킹닷컴, 아고다, 카약, 호텔닌자
      씨트립닷컴 씨트립, 스카이스캐너, 메이크마이트립
      ※ 출처 : Tomson Reuters Eikon
    • 글로벌 여행사 중 주목할 만한 여행사는 씨트립닷컴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트립닷컴으로 활발히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씨트립닷컴은 1999년 중국에서 설립되었으며, 현재 가입자가 3억 명, 전 세계 호텔 75만 개와 연결되어 있다. 씨트립닷컴은 외국인이 여행사를 설립할 수 없는 중국의 규제를 활용해 중국 온라인 여행시장의 대부분(약 70%)을 차지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후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을 인수하며 성장하고 있다. 2016년에는 최저가 항공권과 특가 항공권 검색으로 유명한 스카이스캐너(Skyscanner)를 2조 250억 원에 인수했으며, 인도의 메이크마이트립(Make My Trip)도 인수했다. 13억 중국 인구 중에서 여권을 소지한 비율이 10% 미만인 점과11 경제성장으로 여행이 점차 보편화되는 점으로 씨트립닷컴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 여행산업의 디지털 전환 2 : 소비자 중심의 여행산업의 구조 변화
    • 중개산업인 여행산업은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특히 온라인화되면서 가격 비교가 쉬워졌다는 점은 경쟁을 더욱 부추기며, 시장이 빅3로 재편되면서 신생기업이나 소규모 기업은 경쟁 자체가 어렵게 되었다. 또한 여행 산업의 전통 구조는 앞서 언급했듯이 소재 제공자 → 여행 수배업자 → 도매사업자 → 소매사업자 → 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였는데, 이와 같은 유통구조 안에서는 가격경쟁 이외에는 차별화도 어렵다. 이 때문에 여행사들은 중개 산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여행 산업이 중개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찾은 곳은 바로 소비자 경험이다. 즉, 혁신적 온라인 여행사들은 소비자가 직접 여행을 기획하고, 항공권, 숙박 등의 가격을 조사하고 예약하며, 여행 이후의 후기를 온라인에 올리도록 했다. 또한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자의 성향과 위치를 파악해 알맞은 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 다음 [표 2]는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여행산업 구조와 이에 해당하는 기업을 정리한 표이다. 클룩(Klook)은 기업들은 항공권이나 숙박 중개에서 벗어나 가이드, 여행지에서 즐길 수 있는 거리 등을 주선하고 있다.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or)는 전 세계 숙소나 현지 여행사의 정보를 수집하고, 실제 여행 후기를 담고 있다. 포스퀘어와 같은 서비스는 SNS기반 포스퀘어 시티 가이드(Foursquare City Guide)앱을 출시하면서 여행지에서 맛집 찾기 등 가이드를 대체할 서비스를 출시했다.
    • 표 2 소비자 중심의 여행 서비스 제공 기업
      <표 2> 소비자 중심의 여행 서비스 제공 기업
      구분 해외 주요기업 국내 주요 기업
      기획 언제, 어디로 여행을 갈지 결정하는 단계 Tipline, TripIt, Tourist Eye, World Map 투어팁스, 텐핑거스 네이버 카페, 블로그
      조사 가격과 일정을 조사하는 단계 Kayak, Trip Advisor, Skyscanner, EasyVoyage, Momondo 여기어때, 야놀자, 데일리호텔 호텔나우
      예약 온라인 여행사 항공, 호텔 등 묶음으로 예약 Priceline, Travelocity, Expedia, booking.com 인터파크투어
      직접 판매 여행제공업자로부터 직접 예약 Lufthasansa, Air Friance, Holiday Inn, NH hotel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롯데렌터카, 야놀자
      그룹 판매 공동 구매 형태의 여행 예약 LivingSocical, Groupon
      P2P 판매 숙박 등을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개인과 예약 Air BnB, HouseTrip, 9flats
      여행 실시간 가이드, 지도 등 제공 Klook, Four Square, Trip wolf, Ttiposo, Planely 마이리얼트립, 트리플
      리뷰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 Zoover, Trip advisor
      ※ 출처 : eDreams(2012) The Online Travel Ecosystem Today 수정·보완 인용
    •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관련된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기존에 숙박 업소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에서 최근에는 여행정보, 즐길거리 등을 추천하고 판매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마이리얼트립은 설립 초기부터 여행자에게 현지 투어와 가이드를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출발했으며, 알토스벤처, 스마일게이트 투자, 본 엔젤스 투자 등 우리나라의 굵직한 벤처투자자로부터 292억 원을 투자를 받기도 했다.
    • 표 3 국내 여행산업 스타트업
      <표 3> 국내 여행산업 스타트업
      기업명 분야 투자금액 설립년도 내용
      마이리얼트립 액티비티 중개 292억 원 2012년 여행지 가이드, 현지투어 중개
      트리플 여행 가이드 420억 원 2016년 상황에 맞는 여행지, 액티비티 추천
      투어팁스 여행 기획 12억 원 2012년 여행 장소 추천 리뷰
      텐핑거스 (데이트팝) 여행 기획 59억 원 2014년 여행 장소 추천 리뷰
      야놀자 숙박 중개 3,450억 원 2005년 호텔, 모텔 등 숙박업소 중개
      위드이노베이션 (여기어때) 숙박 중개 330억 원 2015년 호텔, 모텔 등 숙박업소 중개
      짜이서울 중국인 대상 투어 40억 원 2010년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투어 서비스 제공
      ※ 출처 : TheVC
  • 시사점
    • 2000년 초반 국내 여행사가 패키지 판매에 집중하고 있을 때, 해외 기업들은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했으며,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왔다. 그렇게 몸집을 키운 해외 선도 기업들이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하고 있으며, 규모 경쟁에 밀리는 우리 기업들이 다시 위협을 받고 있다. 2000년에 하나투어는 익스피디아의 1/3 정도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1/8 정도로 그 격차가 벌어졌다. 하나투어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던 씨트립닷컴은 이제는 하나투어의 5배가 커져 국내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여행사가 씨트립닷컴의 스카이스캐너에 입점을 보이콧 하다가 한 달도 안 돼 재입점하기도 했다.12
    • 여행산업의 사례를 통해 디지털 전환으로 벌어질 산업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희망적인 것은 최근 우리나라의 여행 관련 기업들이 소비자 중심의 여행 산업에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전환의 초기에는 오프라인 여행사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그 구조 자체가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여행 경험과 콘텐츠로 승부한다면 우리 여행사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 1정부는 1983년 1월1일부터 50세 이상 국민에 한하여 200만원을 1년간 예치하는 조건으로 연 1회에 유효한 관광 여권을 발급했으며, 이후 해외여행이 가능한 연령대를 조금씩 낮춰갔다(출처 : 국가기록원)
    • 2한국관광업중앙회(2018), 관광산업체 현황
    • 3통계청 온라인 쇼핑 동향조사
    • 4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일컷는데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로 다른 세대에 비해 ICT활용에 탁월하다는 특징이 있음
    • 5문화관광부(2006.12.), 여행업 관련 종합적인 법·제도 개선연구
    • 6한국경제(2011.7.28.), 한샘ㆍ모두투어…勢 불린 중소형株 ‘관심’
    • 7주간경향(2018.5.28.), 지상비 0원, 패키지 여행의 ‘요지경’
    • 8매일경제(2019.3.29.), 패키지 여행 ‘찬바람’... 여행사 ‘곡소리’
    • 9여행신문(2019.1.7.), 글로벌 OTA 지도-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글로벌 OTA
    • 10Economists(2017.6.29.), The world’s largest online-travel company
    • 11매일경제 (2018.8.6.) 유커 이어 싼커 등장 ... 中 관광객 몰려온다
    • 12비즈한국(2019.3.8.), 하나·모두·인터파크, 중국계 스카이스캐너에 완패 ‘굴욕’ 막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