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 암호화폐 동향 및 시사점
  • 송지환SW기반정책·인재연구실 책임연구원
날짜2019.10.15
조회수1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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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스북은 자회사 칼리브라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리브라를 공개했다. 리브라는 안전한 실물자산을 담보로 빠르고 저렴한 해외송금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이에 대해 미국을 포함해 여러 국가에서 자금세탁이나 마약거래 등 불법적인 곳에서 리브라가 악용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이들 국가는 기존 금융질서의 파괴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 역시 암호화폐가 가져올 사회·경제 전반의 변화에 대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 페이스북,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다.
    • 2019년 6월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칼리브라는 암호화폐 ‘리브라’를 공개 발표했다. 발표 당시 28개의 결제, 통신, 기술/마켓 플레이스, 블록체인, 투자회사 등 관련 기업들과 비영리 단체들이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을 구성하고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설치했다. 최근 비트코인의 인기가 하락함에 따라 암호화폐를 포함한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한풀 꺾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이라는 인터넷 공룡 기업을 등에 업은 리브라의 발행 소식은 다시 한번 암호화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그림 1 리브라 어소시에이션 참여 멤버(왼쪽)와 리브라 특징 묘사(오른쪽)
      그림 1 그림 1 리브라 어소시에이션 참여 멤버(왼쪽)와 리브라 특징 묘사(오른쪽)
      ※ 자료 : libra.org
    • 페이스북이 2020년 상반기에 리브라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를 트위터를 통해 표명했다. 암호화폐가 미국 달러와 기존 금융질서를 위협하고 자금세탁 문제로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이다. 미 상원은 칼리브라가 페이스북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미 하원에서는 금융의 안정성과 투자자 및 사용자 보호 이슈가 제기되었다.
    • 칼리브라는 미국과 세계 주요 국가들의 우려 속에 리브라 발행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냈다. 또한 2019년 10월,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금융기업들은 규제당국의 조사와 불이익을 우려해 리브라 공개 지지를 철회하고 리브라 어소시에이션 참여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이에 2020년 상반기 리브라 발행 전까지 100여 개의 파트너를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에 참여시키려는 리브라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리브라는 기존 암호화폐와 어떤 점에서 다른가?
    • 리브라의 목표는 사용하기 쉬운 글로벌 통화(Simple Global Currency)를 만들어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된 수십억의 사람들에게 금융서비스, 특히 해외송금에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리브라 프로젝트를 이끄는 칼리브라의 데이비드 마커스는 리브라가 기존 해외송금에서 걸리는 시간과 수수료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리브라는 암호화폐의 가치가 널뛰지 않게 안정적인 실물자산을 담보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리브라 블록체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확장성 및 안정성, 합의 알고리즘의 성능 문제, 보안성 등을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 리브라는 무브(move)라 불리는 블록체인 전용언어를 제공하여 스마트 컨트랙트 및 dApp(분산 앱, distributed Application) 개발을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한다. 이로써 리브라는 이더리움과 함께 ‘월드 분산 컴퓨팅(World Distributed Computing)’ 플랫폼을 제공하여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폭발적인 증가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 1. 실물자산을 담보한 가치의 안정성
    • 암호화폐의 첫 번째 문제점은 널뛰는 가치이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2017년 12월 15일 기준으로 과거 1년간 2,184% 급등했고, 이더리움 역시 2018년 1월 1일 기준 과거 1년 전보다 무려 10,440%가 오른 만큼 큰 변동 폭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법정화폐를 담보하는 테더(Tether), 서클(Circle) 등과 같은 스테이블(Stable) 코인이나 특정 통화와 1:1 교환(Peg)이 가능한 암호화폐도 등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투기목적의 대량 자금 유·출입으로 가치의 변동이 매우 크고 잦은 편이라서 기존 암호화폐들은 국제통화로는 안정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 그림 2 비트코인(왼쪽)과 이더리움(오른쪽)의 시세 변화
      그림 2 그림 2 비트코인(왼쪽)과 이더리움(오른쪽)의 시세 변화
      ※ 자료 : 구글 검색
    • 리브라는 △안정적인 가치 유지(Stability), △낮은 인플레이션(Low inflation), △국제적인 통용(Global Acceptance), △다른 통화나 재화로 쉬운 대체(Fungibility)의 특성을 갖는 국제통화로서 암호화폐를 지향한다. 리브라는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평판이 좋은 중앙은행 예금이나 단기국채 등 유동자산을 담보한다. 즉 리브라는 안정적인 코인 발행을 위해 동일한 가치의 실물자산을 확보하고 이를 리브라 리저브(Libra Reserve)라고 부른다.
    • 리브라는 투자를 통한 이익 창출이 아닌 해외송금과 같은 금융·지급 서비스가 목적이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리브라 코인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리브라 리저브에서 발생하는 이자는 리브라 시스템의 운영 비용, 낮은 트랜잭션 수수료 유지, 연구 개발비 등에 사용되고 일부는 다시 안정적인 실물자산 구매와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에 참가한 멤버들에게 수익으로 돌아간다. 실물자산을 담보하는 리브라의 가치가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반의 국제통화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 2. 최소한의 컴퓨팅 자원 사용
    • 암호화폐의 근간인 공개(Public) 블록체인은 합의 과정에서 많은 컴퓨팅 자원이 소비된다. 반면, 소비되는 컴퓨팅 자원 대비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트랜잭션의 개수가 매우 적은 것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비트코인은 합의 과정을 위한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과정에서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전기의 0.5%를 소비했고 이는 아일랜드의 한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이더리움 역시 PoW의 비효율성을 고민하고 있으며, 2020년에 공개될 이더리움 2.0은 컴퓨팅 자원을 덜 사용하는 지분증명(PoS, Proof of Stake) 방식의 합의 알고리즘을 포함할 예정이다. 에이다(ADA)나 이오스(EOS) 등의 암호화폐들은 합의 과정의 효율성 및 기술 확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 지분증명과 위임지분증명(DPoS, Delegated PoS)을 사용한다.
    • 그림 3 리브라의 합의 과정 예시
      그림 3 그림 3 리브라의 합의 과정 예시
      ※ 주 : LibraBFT는 효율적인 합의 과정을 위해 매 라운드 별로 리더 노드를 선출하고 리더 노드만 블록을 생성함. 생성된 블록은 리더 노드를 제외한 다른 검증 노드들의 투표를 통해 블록에 연결 여부를 결정함.
      ※ 자료 : M.Baudet 외, “State Machine Replication in the Libra Blockchain”, libra.org, 2019
    • 리브라는 기존 공개 블록체인들의 합의 과정에서 엄청난 컴퓨팅 자원이 낭비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허가형(Permissioned 또는 Private) 블록체인으로 시작한다. 즉 리브라 어소시에이션 멤버로 구성된 검증 노드들만 합의 과정에 참가할 수 있다. 합의 과정에서 낭비되는 중복된 컴퓨팅 자원을 아끼기 위해 라운드별로 리더 노드를 선출하고 리더만 새로운 블록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모든 노드가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기 위해 경쟁할 필요가 없다. 리더를 제외한 나머지 검증 노드들은 투표를 통해 합의를 이끌고 합의된 블록만 블록체인에 연결된다. 리브라는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합의 과정을 LibraBFT(Libra Byzantine Fault Tolerant)로 명명하였다.
    • LibraBFT 방식의 합의 과정은 중복된 작업을 수행할 필요가 없어 효율성, 확장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이는 초당 처리할 수 있는 거래량을 현재 지급·결제 시장에서 처리하는 수준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참고로 비자카드의 경우 24,000 TPS를 수준이지만, 비트코인은 7 TPS, 이더리움은 20 TPS, 이오스는 3,000 TPS 수준에 그친다. 아직은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의 참여 멤버 수가 적고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검증이 좀 더 필요하기에, 리브라는 향후 5년 안에 비공개 블록체인에서 공개 블록체인으로 전환해 나갈 예정이다.
    • 3. 블록체인 전용언어 제공
    • 비트코인 계열의 블록체인 환경에서는 스마트 컨트랙트 및 dApp 개발에 한계가 있다. 이는 이들 스크립트 언어가 일반적인 프로그래밍 언어가 가지는 튜링 완전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바스크립트 또는 파이선 등의 언어를 이용한 튜링 완전 언어를 제공한다. 해당 언어들로 작성한 스크립트는 바이트 코드(byte code)로 변환되어 EVM(Ethereum Virtual Machine)이라는 가상머신에서 실행된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개발자들은 이들 스크립트를 이용하여 이더리움 플랫폼의 스마트 컨트랙트와 dApp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더리움 스크립트 역시 기존 언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언어 차원에서 블록체인만의 특징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 그림 4 무브 언어로 구현된 송금 과정 예시
      그림 4 그림 4 무브 언어로 구현된 송금 과정 예시
      ※ 자료 : S.Blackshear 외, “Move: A Language with Programmable Resources”, libra.org, 2019
    • 리브라는 무브(Move)라는 블록체인 전용언어를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무브는 코인이나 토큰을 정수형 또는 실수형 변수가 아닌 무브가 제공하는 ‘First-Class Resource’로부터 상속받아 정의한다. 이로 인해 특정 모듈이 정의한 리소스 타입으로 생성된 코인이나 토큰은 해당 모듈에서만 생성, 변경, 파괴가 가능하고 이외 모듈에서는 이를 옮기는 동작만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통해 논리 오류로 인한 이중지급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무브는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는 기존 스크립트 언어 대비 유연성(flexibility), 안전성(safety), 검증성(verifiability)을 제공한다. 무브를 이용하는 개발자는 스마트 컨트랙트나 dApp 개발 시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된다.
  • 리브라의 등장, 암호화폐의 논란을 재 점화하다.
    • 칼리브라가 주장하는 리브라 코인의 장밋빛과는 달리 미국 정부와 의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9년 7월 12일 트위터를 통해 리브라 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트윗을 날렸다. 트윗 내용은 지금까지의 암호화폐들이 마약거래 등 불법적인 곳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리브라가 통화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은행 관련 국내외 모든 법·규제를 지켜야 하며, 달러를 대신할 그 어떤 통화도 존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 리브라 코인에 대한 미 의회 청문회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2019년 7월 16일 개최된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는 페이스북에서 발생한 여러 번의 개인정보 유출 및 보안사고를 근거로 페이스북 자회사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암호화폐를 믿고 사용할 수 있는지가 주된 질문이었다. 이튿날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는 금융의 안정성과 투자자 및 사용자 보호 이슈에 대해 질의가 오갔다. 암호화폐가 미국 달러와 기존 금융질서를 위협하고 자금세탁 문제 같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컸다. 칼리브라의 데이비드 마커스는 금융 관련 법·규제 준수를 재차 약속했다. 동시에, IT 기술을 접목한 금융 서비스를 선도하는 국가가 암호화폐 시장을 선점하게 되면, 미국은 더는 세계 금융의 중심이 될 수 없음을 역설하며 리브라 발행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 한국 금융위원회의 “리브라 이해 및 관련 동향” 보고서는 리브라를 통해 해외로 막대한 양의 자금이 이전되면 국제수지가 취약한 신흥 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발생 시 법정화폐에서 리브라로 자금이 쏠리는 ‘뱅크런(예금대량인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프랑스 브뤼노 르 메르 재무장관은 통화주권 침해와 자금세탁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유럽 내 리브라 사용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독일도 프랑스와 비슷한 우려를 표명하였으며, 그 외에도 영국, 러시아, 스위스 등 여러 나라에서 리브라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 시사점
    • 비트코인을 비롯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등장과 그로 인한 투기 열풍은 생각지 못한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를 기존 금융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려는 국가차원의 노력이 다소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국가차원에서 암호화폐의 탈중앙화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서비스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페이스북의 리브라이다.
    • 지금까지의 금융 디지털화를 기존 금융기업이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페이스북과 같은 테크기업이 주도할 것이다. 이미 중국의 알리바바, 일본의 라쿠텐, 미국의 테크기업들이 자신들의 강점인 테크기술과 금융서비스를 결합하여 더욱 편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은 리브라 백서를 공개함으로써 블록체인 기반의 국제통화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 우리는 지금부터 리브라 발행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리브라로 인한 금융, 경제, 사회, 문화의 변화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 금융 분야의 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테크기업들의 페이먼트 시스템이 준 변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이 발생할 수 있고 그 여파가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본다. 리브라를 단순히 해외송금이나 지급서비스로 간주하는 실수는 있어서 안 된다. 인터넷이 세상을 완전히 변화시켰듯 리브라 역시 그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이에 대한 대비를 통해 사회·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