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우리에게 부족한 경쟁력은 무엇인가?
날짜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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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병선 아카데미X 대표
      황병선 아카데미X 대표
      KAIST S/W대학원 대우교수
    • 사물인터넷은 이제 단순히 전문가의 유행어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에 따르면 CES 2015에서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4K TV,IoT, 웨어러블,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CES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이 2020년까지 사물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물론 LG전자의 안승권 CTO도 “LG전자의 홈챗(스마트 홈 서비스)과 웹 OS를 통해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 과연 국내 기업이 향후 무섭게 성장할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주도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 본고에서는 우선 일반적인 사물인터넷의 의미가 너무 넓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일부 경쟁력이 있다고 인정받는 웨어러블 시장에 한정하여 논의를 진행하려고 한다. 웨어러블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생태계를 주도할 것이며 어떤 요소가 생태계에서 경쟁력과 리더십을 만들 수있는지를 살펴보겠다
    • 스마트 글래스의 대표작인 구글 글래스의 시장 현황을 보면 2015년 3월 현재 구글 글래스의 대중적인 판매는 중지되었다. 헬스케어 등 특정 분야를 제외한다면 대중적인 제품으로 생태계를 구축하는데실패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이다. 분명한 것은 구글 글래스의 실패 원인이 운영체제 기술력에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제품 기반의 생태계를 얘기할 때 핵심적인 경쟁력의 요소가 운영체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은데 구글 글래스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지난 3월 9일 애플 워치가 공개되었고 4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다. 올해는 애플과 삼성, 소니, LG전자 등에서 나온 스마트 워치 제품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시장에서도 생태계 성장의 핵심 요소가 제품 디자인이나 운영체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초기 기술 수용자 시장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킬러 앱이 필요하다. 하지만 향후의 경쟁에서는 더 이상 단순한 앱만이 아니다. 앱은 사용자간의 네트워크 효과가 증폭될 수 있는 인터넷 기반의서비스여야 한다. 그리고 서비스가 개방형 플랫폼으로 성장했을 때 지속적으로 혁신 가능한 비즈니스생태계를 구성한다
    • 이런 킬러 앱기반의 생태계 구축은 이미 많은 과거 사례가 있다. PC 생태계 성장의 핵심 요소는 ‘윈도’운영체제가 아니다. 오히려 MS 오피스라는 킬러 앱을 위해 소비자는 윈도를 번들로 구매한 것뿐이다.대중이 리눅스를 포기한 이유는 결국 MS 오피스 때문이다. 반대로 안드로이드의 운영체제가 리눅스이지만 지금처럼 성공했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 초기 스마트폰 시장을 견인한 블랙베리에는 보안성이 높은 기업용 이메일 서비스가 있었다. 애플 아이폰은 훌륭한 디자인과 뛰어난 운영체제 기반의 제품이다. 하지만 아이튠즈와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 구글 지도가 없었다면 앱스토어도 없이 첫 1년 동안 600만대가 판매되지는 않았을 것이다.안드로이드 기반 생태계 또한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우수한 기술력의 제품은 기본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가치는 카카오톡과 게임, 지도서비스에서 나온다. 구글의 무료 지도 서비스와 지메일 그리고 검색 서비스가 없었다면 안드로이드가미국에서 그렇게 판매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 생태계 경쟁의 역사는 반복된다. 그러나 경쟁의 요소는 변화한다. 웨어러블 시장만 분석해도 단순히하드웨어나 운영체제만의 경쟁이 아니다. 시장 초기 단계에서 기술이나 하드웨어 성능의 경쟁은 있겠지만 결국 소프트웨어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 경쟁이 핵심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 플랫폼을 만드는 경쟁력의 원천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이다. 이미 미국의 IT 생태계 리더십도 애플과 구글에서 페이스북과 아마존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샤오미가 아니라 알리바바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 삼성전자나 LG전자는 과연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는 없지만 애플이 가진 것은 아이튠즈 가입자 8억 명이다. 이들은 언제라도 클릭 한번만으로 앱을 구매할 수 있는고객이다. 과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어떤 서비스 플랫폼에서 얼마만큼의 고객이 있는지 듣고 싶다. 생태계 리더십은 써드파티에게 제시할 플랫폼 참여자의 네트워크 효과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