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중심사회와 미래일자리
날짜201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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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2015년 4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실업률은 3.9%, 청년 실업률은 10.2%이다. 그러나 이는 통계 수치일 뿐 실제 취업시장에서 느끼는 실업률은 이보다는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발간한 ‘통계로 본 서울의 노동: 산업구조, 고용구조, 취약노동자 구조’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체 실질실업률은 15.6%, 청년 실질실업률은 30.9%인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생각하면 청년 10명 중 3명은 제대로 된 직장 없이 쉬고 있다는 뜻이 된다. 20·30대가 본격적으로 취업시장에 진입하고 종사하는 연령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상황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청년 실업이 고착화 되면 개인과 가정의 불행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 노동생산성이 악화되고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며 이에 따른 사회적 부담으로 국가적 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최근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취업관련 신조어들이 다수 만들어지고 있다. 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을 이르는 ‘열정페이’, 높은 실업률로 좌절한 청년들이 무기력하게 살아간다는 ‘달관세대’, 청년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합성어인 ‘청년실신’등이 있다. 이러한 신조어들이 만들어질 만큼 현재 국내 취업시장은 밝지 않다.
    • 이는 비단 국내만의 현상은 아니며, 국제적으로 직업을 얻기 위한 전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2030년까지 6억 개의 직업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고, 청년실업률은 전체실업률의 약 2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Arab Spring Uprising)은 젊은층의 경제·사회적 박탈감이 하나의 원인이며,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도 청년 시위가 반복되고 있다.
    • 과거에도 사회가 변화하는 과도기 단계에는 사회적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급격한 변동으로 인한 높은 실업률의 진통이 있어왔다. 18세기 후반 농경사회를 거쳐 급속하게 산업사회로 넘어가면서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농민계층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지난 25년간 이루어진 IT혁명으로 인한 급속한 정보화사회로의 이전으로 다시 한번 노동력의 상당수를 공장에서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및 데이터를 활용하여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가 도래하였다. SW 알고리즘, 인공지능 그리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컴퓨터에 의해 사람이 해야 할 육체노동 및 정신노동이 점차 자동화 되어가고 있고, 이러한 컴퓨터화 과정을 통해 블루칼라 뿐만 아니라 화이트칼라 직업의 상당수는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었)거나 직업을 수행하데 필요한 기술 및 능력이 과거와는 현저하게 달라질 것이다.
    • 얼마전 Oxford 대학의 Frey와 Osbone이 미국 직업 종사자의 47%가 컴퓨터화 고위험군에 속해 있어 향후 10~20년 내에 컴퓨터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되어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같은 연구를 한국의 직업에 매핑한 결과는 국내 총 직업 종사자의 63%가 컴퓨터화 고위험군에 속해 있어 한국이 미국에 비해 컴퓨터화에 더욱 취약한 직업분포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연구 결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컴퓨터화에 살아남은 소수와 대체된 다수 구도의 양극화 심화 가능성이 높아 SW중심사회로의 전환에 준비되지 않은 개인, 기업, 국가는 몰락하게 될 수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속한 준비가 필요하다.
    • 그나마 다행인 것은 컴퓨터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보완직업과 대체직업으로 새롭게 창조된다는 것이며, 여기에는 SW 지식 및 능력이 직업의 특성상 꼭 필요로 할 것이다. 보완직업은 컴퓨터화 과정에 필수적인 SW개발 및 정보기술 관련 직종을 말하며, 미국에서는 향후 2022년까지 새로 생기는 직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았다. 대체직업은 컴퓨터화로 인해 각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게 되는 직업들로 도메인지식과 SW활용 능력을 두루 갖춘 SW융합 능력 및 정보과학적 사고가 필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SW중심사회로의 이전은 필연적인 현상이며, 이러한 미래 환경 변화에 대비하여 국가적인 대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컴퓨터화로 인한 높은 실업률을 해소할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컴퓨터화의 보완직업 및 대체직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것이며, 특히 교육적인 측면에 SW전공자들에게는 고품질의 SW교육을 제공하고, 일반인 및 비전공자들에게는 기본적인 SW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정책적 토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