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개발에 종사한 경험이 있고, 일의 강도나 특성을 경험해 보았다면 위와 같은 반응이 일반적인 인식이자 통념이다.
물론 이러한 의문은 매우 합리적이다. 직업은 국가별 문화에서 비롯된 선호도와 직업의 특수성, 성별 역할 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개인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므로, 특정 직업의 성별 편중이 사회적 문제로 여겨질 수 있는지는 고려해 보아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중 여성 비중은 공통적으로 낮은 편이다. 국내의 경우 약 12%수준이며 소프트웨어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의 경우도 약 20% 남짓이다. SW개발은 남성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당연해질 법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목해보아야 할 사실은 세계적으로 SW분야 여성인력 부족에 대해 심심치 않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근거로 현 시점에서의 여성인력 현황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걸까. 일반적인 두 가지 측면을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 화두는 미래 SW인력의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이다.
실제 SW분야의 인력수요는 꾸준히 상승하는 중이다. 모든 산업에서 인력이 도맡아 수행했던 다양한 반복 작업을 SW로 대체하는 추세이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전자기기들이 사용자 편의성 향상을 위해 복잡한 SW를 내재하기 시작하였다.
SW인력 수요의 증가만큼의 충분한 인력공급이 성립되어야 하나, 출산율이 꾸준히 하락하는 작금의 추세가 계속 된다면 미래에는 남성 편향적인 인력공급만으로 충당하기에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노동력의 총량에서 여성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에 비추어 볼 때, 줄어드는 남성 비중이 SW분야 인력수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지적이다.
두 번째 화두는 이른바 ‘감성 경영’으로 대표되는 기업 분위기의 변화이다.
Harvard Business Review(HBR)에서는 꾸준히 기업에서의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칼럼이 개제되고 있다. 주로 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관련 된 이슈이며,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를 직접적으로 견제하는 논지가 핵심이다.
추가적으로 소프트웨어 분야의 언급 또한 상당하다. 소프트웨어 분야 업종에서의 경직된 남성 중심 문화가 결과적으로 현재의 업무 생산성 대비 높은 강도의 기업 분위기를 지속시키는데 일조한다는 가설에 입각하여, 여성인력으로 하여금 기업문화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논리이다.
첫 번째 이유를 들어 우리는 SW여성인력 문제와 직접적으로 비교 당하곤 하는 교사의 여성인력 편중현상과의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다. 기본적인 콘셉트는 유사하나, 해당 직업군의 인력수요가 안정화 되어있는지, 또는 그렇지 않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다.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는 혁신기술로 하여금 생성되는 신생 일자리로 인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미래의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세간의 연구에서도 자동화되어 사라질 확률이 매우 낮은 직업군에 속한다는 결과가 제시되어 있다. 이런 이유에서 SW여성인력은 여성을 단순히 노동력 수급을 위한 기존 남성의 대안으로 바라보았을 시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한편, 두 번째 화두에서 우리는 중요한 쟁점을 발견할 수 있다. SW분야에 여성이 진출하거나 진출 후 꾸준한 커리어를 쌓는데 걸림돌이 되는 장벽 중 하나가 바로 여성을 통해 개선시켜야 할 근로환경 문제라는데서 비롯된 모순이다.
이처럼 여성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문화가 변해야 하는 게 먼저인지, 여성인력을 근속시킴으로써 기업문화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게 맞는가에 대한 해답은 닭과 달걀의 선후관계를 가리는 문제다 보니, 국내 여성인력 정책을 바라보는 SW업계가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내외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여성 SW인력이슈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SW업종은 태생부터 3D업종이 아니었다. 원체 SW분야의 업무 강도가 높기 때문에, 또는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여성의 진입이 힘든 업종이라 규정하고 일반화하면 곤란하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긍정적 변화로 가는 단서는 바로 이 점에 있다. 직업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인재양성 환경과 실제 종사자의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SW인력양성 및 교육 등이 포함된 여성 중심의 정책과 더불어, 남녀 모두가 공감하는 근로환경의 개선점을 발굴하고 및 실행에 옮기기 위한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마침 올해 7월 미래부의 ‘소프트웨어 여성인재 수급활성화’ 사업이 발표되었다. 이는 국내 차원의 SW분야 여성정책으로, 전자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에 매우 고무적인 부분이다.
반면에 추진 예정은 없으나 후자를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올 때, SW여성인력의 활성화를 목표로 삼더라도, 그 수혜대상에 남녀구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종사자가 누리는 수혜는 결국 미래의 여성에게 기회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