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교육으로서의 소프트웨어(SW)교육

날짜2017.05.31
조회수10511
글자크기
    • Need for ‘Software Education for All’
    • 며칠 전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예정보다 앞당겨진 대선이 막 시작 단계인 초중등 SW교육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솔직히 기대와 염려가 공존했다. 다행이도 모든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급격한 미래 사회의 변화를 논하였고, 이에 대한 근본 대비책으로 초중등 SW교육의 강화를 주장하였다.
    • 초중등 SW교육의 지속적 수행과 성공적 안착에 가장 기본이 되는 요인은 해당 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왜 이 교육을 해야 하는지, 그 지향점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사회 전체가 공감할 때, 정규교육을 수행할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작년 알파고·이세돌의 바둑 대국, 내년부터 시행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 내 SW교육 강화등으로 초중등 SW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SW인력 양성을 위한 기술교육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최근 프로그래밍 언어 중심의 코딩 교육을 내세우는 학원들을 보며 걱정스러워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초중등 SW교육은 인간의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의 산출물인 SW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미래사회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다. 즉, SW전문인력만이 아닌, 사회 모든 사람들을 위한 보편소양교육으로 수행될 때, 초중등 SW교육은 시대적 의미를 갖는다.
    • 보편교육은 사 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교육이다. 사람 사 는 사 회에서 사 람은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기에, 교육은 국가 산업·경제 발전의 초석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효과 이전에 교육은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인류가 그동안 축적해온 지식과 문화를 이어받아 사회 속에서 개인의 자아를 실현하며 사는 것이다. 개인마다 다른 소질과 특성, 주변 환경이 있기에 각자 다른 꿈을 갖고 다른 일을 하고 살겠지만, 그 이전에 속한 사회에서 내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이와 교류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는 기본적 역량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교육이 보편교육이다. 오늘날 흔히 말하는 읽기, 쓰기, 계산하기 등의 기본 역량들이 초중고 필수교육과정에서 보편교육으로서 가르쳐져 왔다. 그러나, 지금은 당연한 이런 보편능력들은 옛날에는 특정 계급·직업에서나 허용되었던 기술이었고, 특히 수학·과학 교육은 산업혁명 이후에나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시대적 모습에 따라 달라지는 보편 교육의 내용을 보며, 지금 우리의 시대 그리고 가까운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 지금 우리 생활 속에서 PC, 인터넷, 스마트폰의 사용은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 되었다. 우리가 지금 쓰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단순히 편리한 통신기기가 아니라, 우리 삶의 영역을 지구촌 전체로 넓혔다. 컴퓨터는 단순히 빠른 계산기가 아니라 복잡하고 많은 양의 데이터/ 정보 처리를 함으로써, DNA 분석, 우주 관련 데이터 분석 등 이전보다 더 많은 일들을 가능하게 했다. 즉, SW기술은 실제 우리 삶뿐만 아니라, 우리 생각의 공간의 폭도 넓혔다. 과거에는 상상만 했던 새로운 문제를 찾고 내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SW기술로 삶이 편리해졌고 SW 관련 직업이 유망해졌다는 것보다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커졌다는 점이 더 중요한 사실이다. 앞으로는 SW와 인간이 함께 하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 말하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SW기술(인공지능(A.I.), 로봇, IoT 등 )은 사람과 사물을 포함한 모든 o bject들이 연결, 교류시키고 그 안에서 생산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인공지능 로봇과 연계, 융합될 것이다. 이러한 초연결·초지능사회에서 SW역량은 직업적 전문기술 이전에, 나를 둘러싼 환경의 일부로서 의미를 갖고, 읽기·쓰기·계산하기와 같은 기본적 보편 소양이 될 수 밖에 없다.
    • SW교육은 단순히 SW개발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교육 도구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초중등 SW교육은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CT1) 증진을 교육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교육과정 서두에는 “ 정보과목이 컴퓨터 과학적 지식과 기술의 탐구와 더불어 실생활의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고 통합적으로 적용하는 능력과 태도를 함양하는 과목”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해내는 것을 우린 ' 창의성’이라고 한다. 하버드대 Amabile 교수에 따르면, 창의성은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경험, 창의적 사고 기술, 내적 동기로 구성된다고 한다. SW교육은 분야 지식, 개인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하여, 독창적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효과적인 솔루션을 실제 SW프로그램을 통해 구체화시키는 훈련(프로그래밍)을 한다. 학생이 능동적 주체가 되는 이 실습 과정은 기존 다른 과목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SW교육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학생들은 지식을 수동적으로 전달받을 때보다 학습 주체로서 스스로 익히는 것을 즐긴다. 그저 귀로 듣고 글로 읽는 것보다 직접 만들고 구성하는 것이 학습의 효율이 높다. 단순히 정보를 암기하기보다 자신의 논리 체계를 통해 기존 개념을 스스로 정의하고 지식을 재창조할 때, 그 지식은 살아남는다. 프로그래밍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고, 원하는 만큼 고치고 다시 시도해볼 수 있다.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과 다른 이와의 협력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 다음 장애물에서도 도전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초중등 SW교육은 학생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메이커 양성을 지향한다.
    • 우리가 초등시절 글을 읽고 쓰고 노래하는 것을 배운다고 해서 모두가 가수, 화가, 문학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학, 과학을 배웠다고 다 수학자·과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노래, 그림,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내 존재를 드러내며 만족감을 느낀다. 기본적 수학·과학 소양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내는 구조물과 자연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 초등학생 딸아이가 만들어준 스크래치 생일카드를 받아보며, 난 아이가 한 뼘 더 자랐음을 느낀다. 그리고, SW가 앞으로 또 하나의 언어이자 유희로, 그리고 더 넓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임을 새삼 생각해본다.
    • “ 프로그래밍은 아이들에게 각자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는 효과적 학습법이다.” - 시모어 페퍼트
    • 1 컴퓨터과학 분야의 기본 개념과 원리 및 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하여 실세계의 다양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해법을 구현, 적용할 수 있는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