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ice! the core of the 4th human-oriented industrial revolution
“ 사람 없는 전략 없다!”최근 [블루오션 시프트]란 책으로 돌아온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교수 김위찬의 말이다. 그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인간다움(humanness)’의 추구를 하나의 전략으로 제안한다. 아무리 좋은 비전과 전략을 가졌다 하더라도 결국 그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사람이므로 사람이 하기 싫거나 거부하는 전략은 무용지물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로 가는 길, 그 가운데서도 역시 ‘ 인간다움’의 추구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제4차 산업혁명을 통한‘ 사람중심의 혁신 성장’을 가치로 내걸고 있다‘. 사람중심의 제4차 산업혁명’은 곧 사람을 중심에 두고 국가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고도화하여 그로부터 효율성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과정이 아닐까. 제4차 산업혁명의 계획과 진행 과정에서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을 고려해야 하고, 이 사람들을 배려하는 정책은‘ 공정성’이라는 시대 가치 위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우선, 기술의 수혜자로서 사람이 있다. 기술로 인해 이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면 신기술 수용에 대해 사회적으로 전향적 태도를 가질 수 있다. 대부분의 기술은 보다 편리한 방식으로 인간의 활동을 보조하고 유익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다. 둘러보면 우리가 돈을 지불하면서 쓰는 모든‘ 도구’들이 그런 가치를 가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도 역시 사람을 향한다. 산업혁명 시대의 육체 노동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한 동력 기계, 운송 장치 그리고 단적으로 세탁기가 그러하다. 이제 정신 노동으로부터 인간 해방을 추구하는 인공지능을 위시한 디지털 기술들은 여가 시간을 늘려주고 인간 본연의 창작 활동에 더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준다. 출퇴근 시간에 쉴 수 있는 자율주행차,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데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 비서 등이 그 예다. 스마트시티, 스마트에너지, 스마트제조 등 결국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소비자의 궁극적인 가치 향상에 그 목적이 있다. 일례로, 세계적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는 스마트시티 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고 있다.
“ 스마트시티에 대한 보상은 시민들을 전략의 중심에 두어야만 실현됩니다. 즉 그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도시의 서비스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이에 따라 정책이 설계되어야 합니다.” - McKinsey 1
사람의 문제, 나아가 사회적 문제에서 출발한 기술이라면 소비자와 사회에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 질병, 환경오염, 육아, 자녀 교육, 교통 체증, 각종 범죄, 식품 안전, 시민들의 근심을 덜어줄 수 있는 블루오션이 여전히 남아 있다.
둘째, 기술의 소외자로서 사람에 관한 고려가 필요하다. 햇볕이 있으면 그늘도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추진 과정에서 비롯되는 인간 소외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로봇 등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이 보편화되면 자동화에 따른 기존 직업들이 사라지고 대규모 실업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다. 혹자는 향후 10년 안에 40~50%의 직업군이 사라질 것을 예견하기도 한다. 생산성의 향상을 통한 노동의 소멸은 이미 산업혁명기 이후로 계속되어 왔다. 신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은 피할 수 없다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거기에서 발생한 실업, 그리고 그 파급 효과에 따라 사회적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보다 시급하다. 이미 그러한 시대를 대비한 교육 정책, 기본 소득과 같은 사회 안전망 정책 재설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거나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정보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복잡 다양해지는 IT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의 생산성 차이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특히, 데이터에 대한 독점력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격차를 만든다. 데이터의 차이는 지식의 차이이고 곧 지식의 차이는 지능정보사회의 핵심 경쟁력의 차이다. 향후 육체 노동보다 지식 노동자의 비중이 증가하는 사회에서 데이터의 접근 격차는 지식 노동자 사이의 우열을 가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는 주체로서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조직 내 신기술이 도입되면 기술에 대한 저항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그 저항이 강하고 조직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기업은 혼란을 겪게 되고 오히려 심각한 생산성의 저하를 초래하고 위기로 빠지게 된다. 조직이 급진적 정보시스템의 도입과 전환을 꺼리는 이유다.
제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창의와 혁신 기술을 보유한 민간 혁신의 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규제와 기존 기득권과 마찰을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추진 주체로서 민간은 도전 의욕을 잃고 사업을 포기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꿈꾸며 경제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정부의 희망과는 반대 결과가 나타난다. 오히려 혁신 주체로서 민간이 그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신기술, 스타트업 만능주의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앞서 얘기한 기술의 수혜자, 그리고 잠재적 피해자를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사람중심의 제4차 산업혁명은 기술 수혜자의 극대화, 잠재적 피해자의 최소화 그리고 참여자의 혁신 동기의 극대화라는 복수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어려운 함수식과 같다. 그래서 이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국가가 제4차 산업혁명의 리더십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이 커다란 난제를 극복하고 전환기 사회로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공정성(Justice)’구 현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정성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의, 평등, 형평성 등의 개념이 모두 포함된다. 공정성은 경영학 분야 특히 조직 인사 관리 분야의 주된 관심사였다. 공정성 이론에 따르면 공정성은 크게 분배적 공정성, 절차적 공정성 그리고 상호작용 공정성으로 구분된다. 분배적 공정성은 결과의 분배가 공 정한가, 절차적 공정성은 의사결정 과정이 공정한가 그리고 상호작용 공정성은 당사자 간 서로 존중하고 정당한 대우를 주고 받는가 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제4차 산업혁명이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도입된다고 할 때 이와 관련된 수혜자, 잠재적 피해자 그리고 혁신 주체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느끼는 공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책과 사업 추진의 결과에 대해서 참여자가 누릴 수 있는 분배 몫의 공정성과 구체적 사업 및 필요한 의사결정에서 투명함과 공정함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개인, 집단 간 상호 존중이 기본적 원칙이다. 산업과 사회를 혁신시킨다는 것은 말만큼 어려운 일이며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공정한 합의 과정에서 구축된 사회적 신뢰가 기술 혁명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독일의 인더스트리4.0과 함께 진행된「 노동4.0」이 좋은 본보기다. 독일 정부는 디지털 전환기에서“ ‘좋은 노동’이라는 이상(理想)이 어떻게 유지되고 강화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정책 화두를 던지고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 인더스트리4.0이라는 제조업 중심의 독일의 제4차 산업혁명 모델은 2011년 개념이 소개되고, 2012년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연구 초창기부터 노동조합이 참여하여 노동계의 의견을 제공하고 있다.
2015년 4월‘좋은 노동’관련 정책 의제를 담은 녹서(green book)가 발간되었다. 이후 녹서를 다양한 유형의 협회와 조합,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전문가 워크숍과 세미나, 관련 연구와 시민들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2016년 12월 정책 백서(white paper)를 완성하였으며 현재는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독일 정부가 다양한 사회 구성원 간의 정책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수년간에 걸쳐 연구와 지난한 대화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제4차 산업혁명의 성공이 사회적 저항과 부작용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은 과거에 유효했던 정부주도적 하향식(top-down) 정책 해결방안이 답이 되긴 힘들다. 이해관계자들 간의 지루하고 거칠지 모르는 토론과 협상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성숙한 디지털 강국으로 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규제 혁신과 신산업진흥 그리고 신규과제 추진시 공정성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 성숙한 신뢰사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다보스포럼에서 주창하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모델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을 두고 벌어지는 각종 우려와 논쟁, 갈등을 볼 때 이 시대 정신으로서 ‘ 공정성’이 시급히 요구된다. 제4차 산업혁명이 혁신, 생산성 그리고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그릴 것이라는 것은 이상에 가깝다. 현실에서 보듯이 사업자 간, 사회 계층 간 그리고 구제도와 신제도 간의 갈등이 앞으로 더 다양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더 높다. 국가적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사회적 역기능의 상충 관계를 다뤄가는 전환관리가 관건이라 하겠다.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자율주행차가 가지는‘ 트롤리의 딜레마(Trolley Dilemma)’, 대기업의 스마트팜(Smart Farm) 추진과 영소 농민의 상생의 문제, 스타트업과 기존 사업자 간의 충돌, 알고리즘 담합에 의한 디지털 카르텔(Digital Cartel)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디지털 전환기의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에 걸쳐 어떻게‘공정성’확보를 위한 기술적·제도적 메커니즘을 구현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