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대도시를 코로나19가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전파경로의 80%는 집단감염1으로 집계되고 있다. IDC는 중국의 감염증이 순식간에 폭증한 원인으로 ‘대도시병’을 지적하면서 중국정부가 도시 클러스터와 중심도시를 분산시키는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2 그러나, 중세유럽 인구의 30%~60%가 목숨을 잃은 페스트 대유행3 이후에도 도시의 팽창이 계속되었던 역사를 돌이켜보면 대도시의 분산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현대 인류는 대도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유사시 집단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고 ICT수단을 통해 의사를 소통하고 거래할 수 있는 언택트 기술이다. ‘언택트’는 밀레니얼 세대4를 타깃으로 Un(부정) + Contact(접촉)을 결합하여 만든 마케팅 신조어로서, 코로나 이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온라인 거래, 화상회의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최근에는 20~30대를 넘어 40대까지 언택트 서비스의 소비층이 확대되는 경향이다.5 언택트 서비스는 개인주의적이며 사회적 거리가 먼 서구사회보다는, 집단주의적이며 사회적 거리가 가까운 데다 코로나19가 먼저 확산된 아시아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언택트 서비스는 대체적으로 통신환경에서 동작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구동된다.6 가장 많이 언급되는 화상회의7는 재택근무 같은 비접촉 업무의 기본 인프라가 된다. 상업 영역에서는 키오스크, AI무인매대 등 고객 접점을 담당하는 기술이 최근 부쩍 많이 보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아마존 고(Amazon Go)의 매장 전체 무인화에 대항하여 자영업자가 연합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5월 소상공인에 대한 기술적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언택트 서비스는 다음과 같은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될 수 있고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정부·행정 영역에서는 공공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원격으로 개발하는 SW솔루션8을 적용할 수 있고, 코로나19 확진자 진단에 원격의료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개학을 연기한 학교들이 온라인 강의를 확대하는 추세가 분명하다. 오락 분야에서 SKT는 VR을 활용하여 ‘2020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Spring’ 전 경기를 4월까지 생중계함으로서 무관중 경기를 구현하고 있다.
언택트 서비스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예시한 원격진료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2020년 2월21일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으나, 의사협회가 오진의 위험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보안이 엄격하여 망분리 규정을 적용받는 기업·기관 경우 언택트 서비스의 킬러 어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화상회의를 도입하더라도 재택근무자와의 의사소통에 제약이 있다.9
디지털 정보격차에서 발생하는 정보 취약계층의 기술소외 현상은 언택트 서비스의 가장 큰 우려사항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8년 실시한 정보취약계층 디지털 정보화 수준 조사에 의하면 전 국민 평균을 100%로 했을 때 노년층은 63.1%, 농어민은 69.8%에 불과하다. 최근 급증한 음식점 키오스크 앞에서 점원의 도움이 없이는 주문이 불가능한 어르신들이 눈에 띈다. 인터넷 뱅킹도 스마트폰 활용도 어려운 분에게 이 사회가 또 다른 디지털 기술을 강요하는 모양새다.10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인건비 압력을 받았던 소상공인들이 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점원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11 따라서 언택트 서비스를 가로막는 진정한 장애물은 기술적 어려움이 아닌 디지털 경제·노동, 제도·문화와 관련된 사회적 수용성이다.
언택트는 대면 서비스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순 업무를 일부 대신해주는 것일 뿐이지 진정한 인간관계를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관여도가 낮은 것에는 비대면으로 효율성을 추구하고, 반대로 관여도가 높은 것들은 직접 대면하길 원한다. 따라서 언택트과 콘택트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가 중요한 것이다. 키오스크를 예로 들면 음식 주문을 기계가 대신 처리하고 있는 와중에도 점원의 서비스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져 전체적인 서비스의 품질이 올라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업·기관의 예를 들면 정기보고와 행정절차는 언택트로 진행하고 신사업 같은 새로온 아이디어를 대면토의12하는데 할애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언택트 서비스를 도입하는 이유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과중을 덜고, 그 대신 대면접촉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그러니 인간의 욕구와 업무에 대한 이해가 없는 무분별한 언택트 확산은 인간소외를 불러올 뿐이다. 어떤 인간관계에서건 필요한 만큼의 거리 두기가 진정한 지혜다. 우리 사회에 진정한 콘택트를 위한 언택트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