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기업 문화 논쟁, 리더에게 답이 있다
날짜2015.09.18
조회수8720
글자크기
    • 유재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 지난 8월 15일 아마존의 기업문화를 다룬 뉴욕타임즈의 보도가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기사는 IT혁신의 최첨단을 달리는 세계 최대 유통 기업 아마존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기사가 공개되자 마자 ‘아마존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하루 뒤 제프 베조스는 사내 직원들에게 ‘기사의 아마존은 내가 아는 아마존이 아니다. 그러한 기업은 번성은커녕 생존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래는 NYT 기사의 몇 가지 문구이다.
    • 갑상선암을 앓은 여직원은 성과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 유방암에 시달리던 여직원은 해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직무향상 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녀의 개인적이 고통이 업무 목표를 달성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다.
    • 쌍둥이를 임신했다가 유산한 한 여직원은 유산 수술 다음날 출장에 보내졌다.
    • 우수한 인사평가를 받아오던 한 직원은 암에 걸린 아버지를 간병하기 위해 예전처럼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지 않자 상사는 그녀를 ‘문제아’로 부르기 시작했다.
    • 늦은 밤 상사의 메일에 회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왜 바로 답하지 않았는지’ 사유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 한 주 동안 85시간정도를 일하고 휴가를 거의 쓰지 못했다.
    • 사무실에서 농담 삼아 말한다. Work-Life Balance! 일이 가장 앞, 삶은 그 뒤, 균형은 저 뒤 어디쯤….
    • 첨단 SW기업이라면, 뷔페식 카페테리아, 창의적으로 디자인된 사무실, 캐주얼한 옷차림에 자유분방하게 토론하며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기사에 묘사된 아마존을 보면 환상이 깨진다. 성과만 두고 본다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삼성전자 모두 글로벌 탑 기업이다. 하지만, 기업 문화는 저마다 다르다.
    • 기업 문화는 기업 특유의 생존 방식으로 정의된다. 기업 문화는 그것이 지니는 상대성 때문에 본질적으로 우월을 판단할 수 없다. 다른 문화는 있어도 틀린 문화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이 지향하는 문화가 개인의 행동양식과 충돌할 때 문제가 생긴다.
    • 이러한 기업 문화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CEO의 가치와 철학이다. 특히, 구글, MS, 페이스북, 등 수 많은 글로벌 SW기업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에 의해 세워지고 성장했다. 아마존도 20년 전 원격 쇼핑을 꿈꾸던 전직 증권맨이 차고에서 창업한 기업이다. 당연히 창업가가 오너인 기업에서는 창업자의 사고방식과 말 한마디가 기업 문화를 결정한다.
    • 아마존이 표방하는 데이터중심의 철저한 성과주의 역시 베조스의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일례로 베조스가 열 살 때, 담배를 즐기는 할머니께 담배 한 모금 당 단축되는 수명을 계산해‘할머니! 9년 주셨어요!’라고 말해 주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년간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척하면서 IT가 이뤄낸 효율성에 철저한 신봉자가 되었다. 지금도 엄청난 물류창고 업무를 로봇으로 대체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하지만, 기업이 성장하면서 조직이 커지고 이에 따라 관료주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피하기 힘들다. 베조스 역시 관료화된 조직에서 직원들이 적당주의에 빠지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했다. 그래서 비대해진 조직의 그늘에 숨은 직원들의 무임승차를 방지하고자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성과 관리 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직급 체계를 깨고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 프로젝트를 위임했다. 드론배달이나 도심 내 1시간 배달서비스인‘프라임나우’가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다.
    • 이렇듯, 기업 문화는 CEO가 지향하는 가치에 영향을 받게 된다. 관리 감독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든, 직원들을 신뢰하고 최대의 자율성을 부여하든, 그것은 CEO의 몫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을 냉혹한 전쟁터처럼 묘사한 백여명의 전현직 임직원들의 고백은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기업의 문화적 색채에 상관없이 최고결정자가 눈여겨 봐야할 두 가지 지표가 있다. 직원의 만족도와 이직율이다. 직원 지향적 기업에게야 말할 수 없이 중요한 지표이겠지만, 성과지향적 기업에게도 이 두 지표는 중요한 의미를 포함한다.
    • 우선, 최악의 기업은 만족도가 낮으면서 이직율이 높은 기업이다. 시한부 조직이다. 직원들이 버틸 수 없어 기업을 버린다. 이들은 밖에서 기업에 대한 악평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의 취업정보사이트인 GlassDore에 따르면 아마존 직원들이 친구에게 자사 입사를 추천하는 비율은 62%로 구글(92%)과 애플(82%)에 비해 크게 낮았다.
    • 둘째, 직원들의 만족도가 낮고 이직율도 낮은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활력이 없다. 업무 만족은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자율성을 바탕으로 무언가 성취할 수 있을 때 최대가 된다. 급여, 복지, 인센티브, 정년보장 등 외적 보상이 낮은 경우일 수도 있고, 자아실현에 대한 기회가 낮을 경우도 그럴 수 있다. 승진의 가능성이 없거나, 자율적으로 프로젝트를 해 볼 수 없으며, 자신의 아이디어가 무참히 사장되어 버릴 때, 직원은 무력감을 느끼고 업무 만족도는 떨어진다. 마땅한 이직 기회가 없고 큰 불만이 없기 때문에 남는 경우로, 관료주의에 물든 대기업에 주로 나타나는 병리현상이다.
    • 셋째, 만족도가 높고, 이직율이 높은 기업이다. 성장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 이직은 소위 상향 이동이다. 지금 직장도 충분히 좋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나가는 경우다. 이 경우 회사로서는 인재가 나간 아쉬움이 있지만, 그 인재와 향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조직이 도약의 큰 발판이 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인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최고의 기업은 말할 것도 없이 직원의 만족도가 높고, 이직율이 낮은 기업이다. 구글은 매년 GoogleGeist라는 설문 시스템을 통해 직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만족도 조사를 시행하며 업무 애로사항을 파악한다. 리더의 능력은 매출 실적과 이 두 지표들 사이의 밸런스를 찾아내는 것이다.
    •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최근 성과 중심에서 직원들을 보다 배려하는 방향의 정책들을 도입하고 있다. S기업이 주 40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는 자율출퇴근제를, 한발 더나가 국내 대표적 인터넷 포탈은 출퇴근 시간을 두지 않는 책임근무제를 전격 도입하였다. 동시에 직군 단계를 5단계에서 2단계로 낮춰 수평적 기업문화를 유도하고 있다. Adobe는 2012년 전 직원에게 실적 평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대신 간부들이 목표관리경영을 도입해 스스로 실적을 챙기도록 했다. 페이스북은 조직이 커지자 신입직원에 선임멘토들과 함께하며 페이스북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부트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 특히, 미국의 기업들이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직원들의 결근과 업무 효율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 중 절반 이상이 육아 문제로 인한 것임을 발견하고 유급 육아 휴직을 늘리는 추세다. Accenture는 아기가 태어난 첫해 동안에는 직원의 출장을 보내지 않기로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성 직원에 20주간, 직원의 4%이내에서 유급 육아휴직을 허용한다. 페이스북은 부모에게 4개월의 유급 육아휴직을 준다. 넷플릭스가 가장 파격적인데 부모가 된 직원에게 1년간 유급 육아 휴직을 보장한다.
    •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책이 가능할까? 한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의 아빠들 육아 휴직율이 80%인데 반해 우리는 5%라고 한다. 실제 유급 휴가 제도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상사와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실행하지 못한다. 저 5%의 수치도 책상 뺄 각오가 된 용기 있는 아빠들이라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직원들이 눈치 안보고 회사가 권장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실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최고의사결정자의 몫이다.
    • 기업 문화의 우월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고경영자가 성과에 매몰돼 직원들의 불평과 불만, 관행이라고 불리는 부조리와 부도덕을 모른척하는 것은 분명한 직무 유기다. CEO마다 추구하는 문화적 방향은 다를지언정 보상의 공정함과 절차의 일관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기업 문화를 좌우하는 CEO의 말은 절대 립서비스로 그쳐서는 안되는 이유다. 논쟁의 한가운데 있는 아마존 CEO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 “오늘날 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저희 기업 문화를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