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합의를 담은 SW교육법 제정해야…

  • 김진형 제1대 소장 (2013.12. ~ 2016.07.)
날짜2015.10.19
조회수11471
글자크기
    •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 적지 않은 논란이 있어왔던 초·중등 SW교육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2018년 시행될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편안에 SW교육이 포함된다. 초등학교에서는 17시간을 실과 과목의 일부로, 중학교에서는 34시간을 ‘정보’라는 이름의 독립 필수과목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심화선택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던 정보과목을 일반선택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심화선택 과목이란 다른 일반선택 과목을 수료한 다음에만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다. SW교육을 준비하기 위하여 교육부와 미래부는 선도학교를 선정하여 시범 교육을 실시하며, 교사의 연수를 시작했다. 교과서 집필과 온라인 동영상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미래세대에게 그들의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들이 살아갈 지식창조사회에서는 읽고, 쓰고, 셈하는 것에 더하여 컴퓨터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수적 소양이다. 남이 만든 SW를 사용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SW를 작성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컴퓨터 언어를 구사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능력, 즉 코딩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교육 과정 변경의 핵심은 코딩 교육의 도입이다. 코딩 능력은 미래 세대에게 직업선택의 폭을 넓혀 주게 될 것이다.
    • 코딩교육은 창의력 훈련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가장 쉬운 길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코딩교육은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하는 교육이다. 코딩교육에서는 점진적 개선을 통하여 목표에 접근하는 방법을 배우고, 공동작업으로 큰 문제를 같이 푸는 즐거움 속에서 배운다. 암기 위주의 기존 교육으로 무너진 교실에 대한 혁신이 재미있는 SW교육으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 이미 여러 나라에서 코딩교육을 교육혁신의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다. 영국에서는 5세부터 정규 교과과정으로 실시한다. 컴퓨터 언어를 사용하는 코딩교육은 외국어 교육과 같아서 일찍 시작하면 쉽게 배우고 평생 잘한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 이번 교육과정 개편에서 박근혜정부와 교육부의 의지는 읽을 수 있으나 교육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전공 교사가 부족하다는 등의 현실적 어려움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권을 넘어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그 동안 정권의 의지를 반영한 교육정책이 정권이 바뀌면서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 전례가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 과목과 스마트교육 드라이브가 그 대표적 사례다. 지금도 안전교육, 인성교육, 생활경제교육 등의 새로운 학습주제가 학교 현장에 넘친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계속되는 연수에 피곤해하고 있다.
    • 우리나라는 교육법정주의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교과과정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시행령은 정치 환경이나 정권의 의지에 따라 쉽게 바뀐다. 그동안 정보교육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김대중정부 시절에는 “세계에서 컴퓨터를 제일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컴퓨터 활용교육을 강조했다. 학교마다 컴퓨터 교실을 만들고 전공 교사를 채용했다. 2000년에는 전국에서 85%의 학생이 정보교육을 수강했다. 그러나 그 후 15년에 걸쳐 몇 차례 교육과정의 개정을 겪으면서 정보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은 현재 5%에 지나지 않는다(아래 그림 참조). 즉 대부분의 학교에서 정보과목은 없다. 한때 정보전공으로 채용된 교사들은 수학, 한문 등 다른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이 이 정부의 발표를 믿고 다시 정보과목 교사로 돌아올까?
    • 정보과목 선택학교 비율의 변화
    • 정권이 바뀌어도 SW교육이 일관성 있게 지속되게 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미국 하원에서는 여야가 합의하여 컴퓨터과학교육법의 발의에 나섰다. 20세기 산업사회에서 과학과 공학이 중요했던 것처럼 21세기 지식창조사회에서는 컴퓨터과학이 중요한 학문이라는 것을 천명하고, 초·중·고에서 컴퓨터과학을 핵심 과목으로 지정하고 연방정부 예산을 사용하도록 법제화에 나섰다.
    •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적 합의를 모아서 SW교육법을 제정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해야 한다. 정권 차원을 넘는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은 국회에서의 법제화밖에 없다. 학교체육 활성화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학교체육진흥법과 같이 SW교육 활성화를 위하여 SW교육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 이 법에서 SW교육의 중요성을 선언하고 교육부 장관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협의하여 SW교육 진흥에 관한 기본 시책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하자. 이는 급속히 발전하는 정보기술의 특성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사항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교육감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조항도 필요하고 체계적인 준비와 대응을 하기 위한 SW교육중앙위원회 설치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하여 교사를 확보하고 장비 및 시설에 투자하여 세계 최고의 SW교육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히 전공 교사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공교사 채용을 촉진함은 물론 충분한 교원이 확보될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관심 있는 교원의 전환교육 연수를 강화하는 내용이 있었으면 한다.
    • 정부에서 SW교육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일선학교에서 채택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 SW교육이 왜 필요한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 지에 대한 설득과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이 법이 제정되면 현장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감과 학교장들은 물론, 현장의 교사들이 정권의 의지에 관계없이 SW교육에 열정을 쏟을 수 있을 것이다.
    • 다시 강조하건대 우리 아이들은 SW교육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우리 학교는 SW교육을 통해서 비판적 사고와 소통하는 방법, 그리고 협동을 통하여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혁신을 보게 될 것이다.
    • 교육혁신의 시금석(試金石)인 SW교육! 그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위해 SW교육법 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