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남 시스트란 인터내셔널 대표
인간의 소통 본능이 존재하는 한 서비스가 창출해 낼 가치는 무궁무진
규칙기반과 통계기반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번역 기술이 핵심 경쟁력

작년, 세계 1위의 프랑스계 번역 소프트웨어업체인 ‘시스트란’을 인수하며 화제를 모은 토종 벤처기업이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되는 ‘S 번역기’를 공급하던 ‘씨에스엘아이(CSLi)’가 그 주인공이다. 구글과 애플도 탐내던 기업을 품에 안은 씨에스엘아이는 법인명을 ‘시스트란 인터내셔널’로 변경하고 단숨에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였다. 씨에스엘아이는 어떻게 시스트란 인수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앞으로 어떤 시장을 바라보고 있을까? 이에 최창남 대표는 “인간의 소통 본능이 있는 한, 언어 장벽을 허무는데서 창출되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며 운을 뗐다.

국내 유일의 소프트웨어 세계 1위 기업으로 발돋움

우리가 시스트란과 협상하기 전, 구글이 먼저 시스트란에게 인수 의사를 타진했었다. 참고로 구글은 2008년까지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시스트란의 웹 번역 서비스인 ‘알타비스타’를 사용하던 고객이었다. 시스트란 입장에서는 고객사에게 합병되는 걸 내키지 않아 했다. 만약 인수되면 시스트란의 핵심 역량은 거대 기업의 수많은 서비스 중 하나로 스며들어 가고 말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편, 당시 우리는 고객사였던 삼성전자의 ‘갤럭시4’ 제품부터 19개국 이상의 언어를 통번역할 수 있는 앱을 선보이기로 결정한 때였다. 그리고 그 기술력을 가진 회사는 구글 외에는 시스트란 밖에 없었다. 처음에 시스트란은 한국의 조그마한 벤처기업이었던 우리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세계 최고의 기계 번역 기술과 많은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던 그들은 기존 시장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삼고초려 끝에 라이센스를 얻은 후, 우리는 제품 출시 일정에 맞춰서 6개월 만에 앱을 만들었다. 시스트란은 최소 1년의 세월이 걸릴 거라고 말했던 서비스였다. 우리의 추진력 뿐만 아니라 이후 스마트폰에 탑재된 통번역 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걸 목격한 시스트란은 1등의 자리에 안주하던 자세에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수 합병과 관련하여 특히 개발 연구 인력이 가장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양사가 손을 맞잡을 수 있었다. 이로써 그들은 핵심 기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우리는 ‘시스트란’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얻었다.

47년간 쌓아온 데이터와 노하우가 집약된 하이브리드 번역 기술

천재라 해도 태어나자마자 말할 순 없는 법이다. 꾸준한 학습을 통해 차츰차츰 언어 능력을 훈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 기술 수준은 15세 사춘기 나이에 비유할 수 있다. 능숙하게 말하고 사고도 할 수 있지만, 성인에 비해선 아직 지적 성숙도가 부족하다. 19세 성인의 나이가 되면, 다시 말해 지적 성숙도가 무르익으면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 통번역 기술인 기계번역은 크게 규칙 기반 기술과 통계 기반 기술로 나뉜다. 규칙 기반 기술이란 언어별 사전적·문법적 규칙을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번역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규칙을 파악해야 하므로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 이와 달리 통계 기반 기술이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문장으로 번역하는 기술을 말한다. 통계 기반 기술을 사용하는 구글이 모든 서비스를 공개해 놓고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규칙 기반과 통계 기반 기술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번역기술을 이용함으로써 사용자가 쓰면 쓸수록 번역 품질이 올라가는 번역 품질 향상 원리를 갖고 있다. 전 세계 135개 언어를 서비스할 뿐만 아니라 해당 산업별 특화된 언어로 번역한다. 예를 들어, IT업계에서 ‘Cloud’를 ‘구름’이 아닌 ‘클라우드’로 번역하는 것이다. 고객은 문법 보정 기능, 요약, 감정 분석, 키워드 분석 기능 등을 제공하는 우리의 번역 엔진을 자신만의 사전으로 훈련시켜 번역률을 95%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기술력은 단순히 자본력만으로는 추월할 수 없는 우리만의 강점이다.

소프트웨어 정책 조언

시스트란 인터내셔널은 전통적인 번역 서비스를 지속해나가는 한편, 음성 통번역 기술을 갖고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또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특히 3년 후 주목하는 시장은 중국과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다. 사업은 ‘인재’가 한다. 이와 관련한 아세안 시장 투자는 지금부터 하고 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에 언어처리창의융합학과를 개설하여 국내 대학 최초로 융합형 동남아 교육과정 운영을 시작하였다. 올해부터 신입생을 받아 4년 전액 장학금 혜택을 주고 있으며, 모든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 시스트란 인터내셔널에 채용할 예정이다. 해외에도 자연언어처리 분야에 인재가 많다. 그러나 해외 인재 발탁에서는 벤처 기업으로서 한계가 있어 정부의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대기업은 1년 365일 미국 명문대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치밀하게 인재를 점찍어놓고 있다. 정부가 ‘KOREA’라는 브랜드로 여러 벤처 기업을 모아 유학생을 비롯한 해외 인재들에게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기를 희망한다.



지난 21년간 오라클에서 글로벌 사업 경력을 쌓아왔던 최창남 대표는 이제 그가 갈고 닦았던 역량을 대한민국에서 나온 기업에 쏟아보고 싶다고 했다. 올해 초 시스트란 인터내셔널 대표직을 제안받았을 때 그는 ‘거룩한 부담’을 느끼는 동시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양사 합병 후 한국과 프랑스의 서로 다른 문화를 조화롭게 어우르는 역할을 해낸 그였다.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뛰고 있는 그는 “후배들에게 좋은 토대를 물려주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인터뷰 : 안경은 객원기자, 이동현 선임연구원

키워드 월간SW중심사회 2015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