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정책연구소장 김진형은 국내 최고 소프트웨어 석학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UCLA에서 전산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85년부터 2014년까지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인공지능 전공) 교수를 역임했다. 김진형 소장은 앞으로 청년 실업률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앗아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김진형 소장은 인공지능 개발의 필요성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인공지능은 전 세계 트렌드다. 이 방향이 옳은지 확신할 순 없지만 그 흐름을 좇지 않으면 나라 전체가 낙오한다.”고 말했다. 김진형 소장은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공동위원장, 앱센터 이사장, 정보통신전략위원회 및 국가과학기술심의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국정보과학회 명예회장이며 미국 IBM 왓슨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휴즈연구소 컴퓨터사이언스 선임연구원, KAIST 전산개발실 연구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다음은 김진형 소장과 일문일답이다. |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인공지능 관련해 무엇을 연구하나?>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진 않는다. 인공지능의 필요성에 대해 연구한다. 정부가 내린 임무다. 소프트웨어 관련 정책들을 연구하고 그 개발 방안을 정부에 제시한다. 요즘은 인공지능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체제에 대해 연구한다. 또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힘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보수를 잘 받아야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모든 산업에 쓰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은 무슨 관련이 있나?
최첨단 소프트웨어가 인공지능이다. 소프트웨어는 컴퓨터의 개발과 함께 발전했다. 약 70년의 역사를 지닌다. 코딩(Coding)은 알고리듬(Algorithm, 문제해결 위한 규칙과 절차)을 기초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이다.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에 데이터를 넣고 작동시킨다.
소프트웨어의 기능은?
소프트웨어는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소프트웨어는 전 인류의 경험과 지식을 묶어 놓은 집합체다. 웬만한 문제는 소프트웨어로 풀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스마트폰이 소프트웨어 덩어리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도 모두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는 점진적으로 개선·통합하거나 모방하기 쉽다. 특정 문제에 대한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전 인류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그에 따른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특성에 관한 잘못된 인식으로 무단 불법 복제가 만연하다. 이 문제는 바로 고쳐야 한다.
국내 인공지능 기술력의 현주소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 규모는 전 세계 17위다. 하지만 전 세계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안된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많이 뒤처져있다. 전 세계 1위는 미국으로 전 세계 시장의 50%를 차지한다. 미국의 기술력과 규모를 따라올 나라는 없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모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늘 미국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내일이면 바로 흉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산업에서는 1등이 전부 가져간다. 1등이 아니면 아무 의미 없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위기 극복 능력이다.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기초 인프라, 충분한 연구인력, 장기 투자에 기초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부문에서 현저히 부족하다.
인공지능이 초래할 가장 큰 문제는?
인공지능은 일자리를 앗아간다. 일자리 부족 현상은 시작된 지 오래다. 인공지능은 이미 간단한 단순업무 뿐만 아니라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도 위협한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일자리는 계속 없어질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야할텐데?
새 일자리를 만들려면 교육의 변화가 필수다. 교육 프로그램과 체제, 교사진 모두 바뀌어야 한다. 지난 9월 22일 정부는 2018년부터 컴퓨터 코딩(프로그램 만드는 방법)을 의무 과목으로 선정한다고 공표했다. 다른 나라는 이미 초등학교부터 컴퓨터 코딩을 가르친다. 늦었지만 좋은 변화다. 제대로 투자가 이루어 질 지는 아직 의문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사 중 다수가 인문계열을 전공한 여성이다. 이과 과목을 가르칠 능력이 있을 지 의심스럽다. 인문학 전공 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드려면 이과 전공 학생이 늘어야 한다. 또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직업은 판사, 검사, 의사다.
새 일자리를 만드려면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는 뜻인가?
맞다. 기계와 경쟁은 시작됐다.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빼앗고 있다. 상당수 노동자가 고용 현장에서 인공지능에 밀리자 규제, 시위 등을 동원해 밥그릇을 지키는 형국이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규제가 우리나라 구석 구석에 퍼져있다. 인공지능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소수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일상 생활의 효율과 편리를 희생하며 비효율과 불편을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까.
양극화가 더 심해질 듯하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더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을거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장악한 극소수만이 엄청난 부를 누릴 것으로 본다. 기술 발달로 생활의 질이 높아지므로 일자리를 잃어도 생계 걱정은 없을 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
해결 못한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다시 해석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좋은 세상일까. 첫째, 청년들이 아이디어 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역동적인 시장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만으로 부자 될 수 있는 세상. 이게 창조경제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정부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 국민들의 기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술 발달에 밀려난 사회 낙오자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청빈낙도라는 말이 있다. 청렴결백하고 가난하게 사는 것을 옳게 여긴다는 말이다. 가난하지만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사람들과 역동적인 자본시장에서 성공한 부류가 조화를 이루는 세상이 도래해야 한다.
향후 어떤 직업이 유망한가?
자동화를 관리하는 직업이 오래갈 것이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직업은 2020년까지 140만 명 정도 필요하다. 현재 미국 대학에서 소프트웨어를 공부하는 학생 수는 40만 명가량이다. 약 100만 명 정도 인력이 모자란다. 특히 설계 소프트웨어가 유망하다. 국내 기업 삼성물산은 두바이에 가장 높은 건물을 지었다. 하지만 설계 기술과 인력 대부분 해외에서 사야했다. 국내 기술력과 인력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정부는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소프트웨어의 공공화 사업을 추진한다. 반면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경쟁력과 동기를 줄인다고 본다.
전임 대통령 중 한 명이 IT(정보기술) 발달은 일자리를 감소시킨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IT 연구 개발을 중단하면 나라 전체가 망하게 된다. 전 세계는 기술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만 개발을 중단하면 다른 나라와의 빈부격차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이다. 고급 기술을 가진 나라만이 고급 인력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경우를 봐라. 젊은이 대부분이 일자리 없이 논다. 결국 나라는 망했다. 국민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임무다.
인공지능의 한계는?
인공지능은 전문지식을 빠르게 배우지만 상식을 습득하기는 불가능하다. 상식이란 유추 능력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똑똑해도 63빌딩에서 코끼리가 떨어지면 어떤 느낌이며 어떻게 될 지에 대한 결론은 내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