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중소기업의 동태적 역량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는 선진국은 물론 상대적으로 대기업이 부재한 신흥국 경제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본 연구는 국내 중소 융합 SW기업의 성공적인 추격사례를 분석하여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 성공 DNA를 전파하는 것이 목적이다.
3. 연구의 구성 및 범위
본 연구는 1장 서론, 2장 분석의 틀로 시작하여 사례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 인피니트헬스케어, 슈프리마를 3, 4, 5장에서 각각 다루고 6장 연구의 요약과 시사점으로 마무리한다.
4. 연구 내용 및 결과
시장 진입기에는 마이다스아이티가 포스코의 사내벤처로, 인피니트헬스케어는 메디슨의 계열사로 출발하였으며, 슈프리마는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의 인적자원을 창업멤버로 함과 같이 초기 기술역량의 형성에 대기업 등의 도움을 받은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선발기업들과는 차별화된 기술경로와 진입전략을 구사했기에 시장진입에 성공했다. 예를 들어 마이다스아이티는 3D 그래픽기술을 접목하고 국내·외 전문 사용자그룹과 상호작용을 하며 선도기업이 간과한 국가별 특수성과 제품의 사용성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 했고,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선발자가 HW의 일부로만 여겼던 PACS를 서비스화해서 시장에 진입했다. 한편 슈프리마는 기존 기업들이 완제품을 상용화하지 못해 실패한 것과는 달리 지문인식의 모듈제품을 개발하여 초기 시장진입에 성공했다. 시장진입 단계에서 건설과 의료 관련 법제도의 변화 및 911 테러와 같은 국제정세의 변화는 추격기업의 초기 시장창출에 도움이 되는 기회의 창으로 기능했다.
추격기에 사례기업은 선도기업과의 기술제휴, M&A, 고강도 In-House R&D를 통해 기술역량을 제고했고, 협소한 국내 시장의 한계를 뛰어 넘는 해외 시장 개척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가 증가하면 할수록 선도기업으로부터의 견제와 공격의 위협도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미국 Bentley, 스위스 VSL KOREA, 네덜란드 TNO-Diana와 같은 선도기업들과 기술제휴(cross-licensing)를 맺으면서 기술학습을 하며 기술격차를 좁혀나갔고, 또한 국가별 특성에 따라 일본은 현지 파트너를 통해 진출했고, 중국은 직접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인 중심으로 운영하며 진출하였다. 2010년 기술학습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대학 연구소들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국내 PACS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가격경쟁과 같은 상호경합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동안, 대만, 동남아, 미국과 같은 해외 시장에 도전했으며 이를 위해 과감한 M&A와 고강도 R&D 등 기술경쟁력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특히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주력하던 PACS 이외에 심지어 RIS와 같은 제품을 개발하는 과감한 결정도 서슴치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인피니트헬스케어는 모기업의 부도이후, 새롭게 인수된 지주회사(벤처캐피탈)의 자본 지원이라는 기회의 창에 힘입어 다수의 국내 PACS 기업들을 M&A하며 기술역량을 제고할 수 있었다. 슈프리마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했는데, 당시에는 생소한 인터넷 검색이라는 경로를 통해 자사의 제품과 브랜드를 홍보했으며, 기술과 영업을 통합하는 새로운 마케팅 경로를 통해 2015년 현재 130개국 이상의 시장에 진출해 있다.
사례 기업의 R&D집중도는 마이다스아이티 17.34%, 인피니트헬스케어 7.16%, 슈프리마 22.18%인데, 국내 코스닥등록 기업의 평균 R&D집중도가 2.60%이고, 글로벌 선도 IT기업인 구글도 13.2%인 것을 감안하면, 사례 기업 모두 In-House R&D를 통한 기술학습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해외 진출의 성과가 증가하면서, 마이다스아이티는 선도기업과의 기술제휴가 중단되었고, M&A 제의와 같은 견제도 받았으며, 인피니트헬스케어와 슈프리마는 특허소송과 같은 보다 직접적인 공격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속적 추격기에는 추격 기업들이 선발자의 견제와 다른 후발자의 피추격에 대응하며 초기 성공을 지키고, 동시에 또 다른 새로운 영역을 지속적으로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이다스아이티는 건축구조해석SW에서 출발하여 토목, 지반, 기계, 의료 등으로 CAE기술의 적용 영역을 선도적으로 개척했고, 최근 들어서는 건축+토목+기계 분야를 융합해서 지식의 복잡도가 높은 플랜트설계SW제품을 출시했다. 이러한 보다 높은 지식의 복잡도가 요구되는 영역으로의 선도적인 제품개발은 그 자체가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되며, 특히 사용자그룹으로부터 축적되는 제품과 기능에 대한 의견들은 일종의 암묵적 지식으로 특허보다 효과적인 방어의 수단이 되고 있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PACS 기업이지만 미국 시장을 겨냥한 3D RIS 제품을 개발하여 세계 최초로 PACS와 RIS를 통합한 제품을 개발했으며, 심지어 국내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자사 기술에 종속적이지 않으며 다양한 이기종 제품과의 데이터 호환이 가능한 기술중립형 저장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개방형 제품개발은 자사기술에 종속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선도기업과는 다른 경로인데 후발자의 시장추격을 위한 일종의 우회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글로벌 브랜드력 유지 차원에서 인피니트헬스케어는 국제표준인 DICOM, HL7를 준수하고 있으며, 호환성 테스트인 IHE Connectathon에 참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며 미국 전문 사용자의 만족도인 KLAS 평가에서 4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슈프리마는 모듈→지문인식→얼굴 등 바이오인식분야에서 영역을 확장하면서도, 이들 영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핵심 알고리즘은 자체 R&D를 통해 신속히 특허를 출원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세계적인 지문인식대회인 FVC에서 2002년 아시아 1위와 2004년 세계 1위를 달성하고, 호환성 테스트 인증인 MINEX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여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 사례기업 모두가 자사의 제품과 시장 특성에 따라 다양한 글로벌 생산과 유통체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글로벌체제의 구축은 생산비용의 절감과 현지 수요에 부합하는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져 그 자체가 자신의 경쟁우위를 공고히 하고 다른 후발자에게는 위협적인 진입장벽이 된다. 현지화가 중요한 마이다스아이티는 생산과 유통법인(중국, 일본, 러시아), 현지화와 유통법인(유럽, 미국, 인도)과 단순 판매대행(기타 지역)으로 구분하여 글로벌 체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지화가 중요하지만 국제 표준이 존재하는 인피니트헬스케어는 현지화와 유통(중국), 서비스법인(대만, 일본, 미국 등)과 단순 유통대리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편 현지 특성보다는 오차 범위와 같은 기술 수준이 더 중요한 슈프리마의 경우, 법인 설립 대신, 온라인 서비스지원시스템을 중심에 두고 130개국 950여개 유통 대리점을 관리하고 있다. 이들 기업 모두가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시장을 다변화한 덕에 2008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해갈 수 있었다. 이들 기업 모두는 금융위기 시절에 오히려 매출이 상승했다.
5. 정책적 활용 내용
본 연구의 정책적 시사점으로는 사례기업의 성공에는 수요자 주도형 R&D가 중요했다는 점과 정부의 시장개입 속도와 범위에 대한 결정은 정부의 시장보호능력과 자국기업의 역량수준에 따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략적 측면에서는 기존 경쟁자와는 차별화된 경로창출형 추격이 선도유지와 방어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과 [흡수역량⇒재조합 역량⇒현지화와 고강도기술내부화⇒영역 다각화와 전환역량]의 동적역량(dynamic capability)이 기술체제와 시장여건 등에 맞게 적절하게 발휘되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기업의 글로벌화는 시장개척의 의미 이외에도 수요변동, 기회의 창과 후발 경쟁기업의 탐색과 견제 그리고 새로운 외부기술의 접근에 보다 유리한 토대가 된다는 입장이다.
6. 기대효과
본 연구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첫째, 융합 SW 산업에서 성공적인 추격을 달성한 사례 기업의 성공 DNA를 업계에 전파하여 SW기업의 벤치마킹 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창업기업에게는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성공한 SW기업의 경로, 전략 등을 사례로 제공할 수 있으며, 중견기업에게는 그간의 성공을 해외시장에 확대하는데에 참고할 수 있는 사례 연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업진흥기관 및 정부 측에게 시사하는 바는 새로운 제도의 시행이 관련 산업의 육성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반대로 기업간 과당경쟁 혹은 국내 시장을 두고 상호 경합하는 부작용을 유발 할 수도 있다는 복합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