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스타트업의 열풍이 불고 있다. 노트북 하나 들고 더욱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열정으로 창업의 길로 들어서는 젊은이들을 지구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스타트업의 메카인 실리콘 벨리는 물론이고, 런던, 베이징 등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국가마다 좋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 주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에서는 하루에 1만개씩 스타트업이 생겨나서 작년에 365만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났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해에 약 3만개의 창업이 일어났다.
전세계적인 창업 열풍은 15년전 닷컴 버블에 이어 두번째다. 놀랍게도 요즘은 그 때에 비하여 10분지 1의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이는 IT혁명 덕분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비싼 컴퓨터를 사지 않아도 필요한 만큼 빌려 쓸 수 있고, 공개소프트웨어가 풍부하여 많은 코딩을 하지 않아도 쉽게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등의 유통 플랫폼 덕분에 값싸게, 글로벌 차원으로 앱을 전파할 수 있다. 페이스북 등 SNS로 글로벌 마케팅도 훨씬 쉬워졌다. 또한 신용카드 사용이 확대되었고, 국경을 넘나드는 온라인 구매가 일상이 되다 보니 되는 스타트업은 성장도 빠르다.
성공 사례를 접하면 청년들의 마음은 움직인다. 창업한지 1년이 안된 기업이 조 단위의 금액으로 팔려 가고, 영어 선생이 만든 기업이 10년만에 시가 총액 세계 9위에 올랐다는 등등의 이야기는 세계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한다. 이런데다 창업 초기과정을 학습할 수 있는 스타트업 캠프도 많고, 또 전문 엑설러레이터의 도움을 받기도 쉬워졌다. 초기 엔젤 투자와 클라우드 펀딩을 통하여 창업 자금을 모으기도 쉬워졌다. 전세계적으로 창업 천국이 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확산을 위하여 창업 장려 정책을 써왔다. 정부에서 직접투입하는 창업지원자금만도 년 7천억원이 넘는다. 공공과 민간이 제공하는 창업자 공간이 급증했고, 정부는 대기업과 협조하여 전국 17개 도시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했다. 년간 3만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지난 해 벤쳐투자 규모가 2조원을 넘었다. 해외 투자를 받거나 대기업들이 인수하는 스타트업도 나오기 시작하는 등 생태계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듯하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현 창업지원 정책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지원이 대부분 기술이 부족한 청년과 대학생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라는 것이 혁신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소프트웨어는 혁신의 도구이기 때문에 국내외의 놀라운 스타트업 성과는 대부분 소프트웨어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다. 스타트업의 성공에는 업종불문하고 도사급 소프트웨어 기술자의 역할이 있었다.
그러나 창업에 나서는 대부분의 우리 청년·대학생들은 소프트웨어 능력이 부족하다. 초중고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지 못했고, 대학에서도 컴퓨터과학 전공자들을 제외하고는 코딩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앱센터는 창업대회에 참가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영국 회사에 의뢰하여 코딩 능력을 평가했다. 개발자임을 자처하는 젊은이들이었지만 글로벌 수준에는 많이 모자랐다. 하물며 일반 창업자들의 소프트웨어 능력은 말해 무엇하랴.
미국 창업자들은 평균 16년의 경력을 갖고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는 청년·대학생보다 경력 창업자가 성장률, 투자유치 등에서 성과가 더 좋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15년 중기청의 창업지원자금 7천 여 억원 중 5800억원이 청년·대학생에 집중 지원되었다. 20대, 30대의 비중이 72%에 이른다. 기술을 연마해야 할 대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창업에 나선 사례가 빈번하다. 이러니 경쟁력 없는 창업을 부추긴다는 비판에서 정부가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1년 생존률은 40%에 지나지 않는다. 이 생존률을 높이기 위하여는 고급 기술을 보유한 SW개발자 팀의 창업만을 선별하여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라 요즘 지능기술의 성과는 놀랍다. 대학생들이 학교에서 이런 기술을 배우고 활용 능력을 갖도록 기다려 주어야 하다. 정부가 굳이 청년·대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싶다면 그들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지원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