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SW중심사회’

  • 김진형 제1대 소장 (2013.12. ~ 2016.07.)
날짜2016.03.24
조회수1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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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 관심이 높다. 누가 이길 것 같은가를 언론에서 묻는다. 가급적 대답을 회피했다. 나의 바둑 실력이 초보 수준이라 이세돌의 능력을 판단할 수 없을뿐더러, 알파고의 성능을 모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알파고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사용한 기술들이 어떻게 진화했는가는 알고 있지만, 이번 대국에서의 승부예측은 능력 밖이다. 단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는 알파고가 이길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시간이 사람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 구글의 무인차가 사고를 냈다고 한다. 교차로에서 잠시 왼쪽 차선을 통과해 우회전을 하려 했는데 그 차선으로 버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를 인지했지만 당연히 버스가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측했다. 교차로에 다가가고 있으니 버스가 속도를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버스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고 우회전 중인 무인차와 충동한 것이다. 이 교통사고는 인간이 기계와 공생해야 하는 미래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기계가 비합리적이고 가끔은 이기적인 인간하고 어떻게 같이 살아가야 할까? 구글은 무인차의 소프트웨어를 수정하겠다고 했다. 버스들은 양보를 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기계를 만들 수도 있는데 가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인간들과 같이 살기 위해 적당히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2018년이면 비즈니스 문서의 20%가 인공지능이 스스로 작성한 것이 될 것이란다. 이미 소프트웨어가 홀로 신문기사를 작성하고 야구 중계 보도를 스스로 한다. 이에 더해 인공지능을 상관으로 모신 사무원이 300만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제 기계와의 공생이 현실이 됐다.
    •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는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혁명이 다가온다고 주장하고 이를 제4차 산업 혁명이라고 지칭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는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한다. 그 기술이 무엇인가는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았지만 그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알파고와 무인차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제4차 산업혁명의 실상은 소프트웨어 혁명이다. 놀라운 혁신은 대부분 소프트웨어가 만드는 것들이다.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이고 컴퓨터 과학의 산물이다.3D 프린터로 만드는 경이로운 3차원 물체는 설계 소프트웨어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떼지어 나르는 드론의 협업도 소프트웨어로 제어된다.
    • 인공지능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기계와 사람 간의 공생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계와의 공생관계는 아마도 아래 같은 네 가지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첫째는 단순한 업무에서 사람을 배제하고 인공지능이 업무를 전담하게 될 것이다. 다음은 인간이 하던 업무를 잘게 나누어 기계와 협업하는 형태다. 하나의 과업을 다수의 세부 과업으로 나누어 그 중 의미 있는 과업만을 사람이 한다. 세 번째는 사람이 하다가 피곤해지면 나머지 일을 기계에게 맡기는 시간 분업 형태다. 마지막으로는 사람이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기계의 도움으로 처리하게 되는 형태다. 사람이 주도한다는 관점에서는 마지막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
    •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새로운 세상이 어떤 세상이 될 것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그 모습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준비해야 한다. 우리 정부에서는 2년 전 그 사회를 소프트웨어 중심사회하고 명명하고, 그 사회의 구체적 모습을 연구하라고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는 인공지능 등의 소프트웨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돼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서는 소프트웨어 능력이 개인, 기업,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혁신이 일상적이 되면서 우리 삶의 문제에 대응하는 해결책이 풍부한 세상이다.
    • 육체노동만이 아니라 정신노동까지 자동화되면서 일은 기계에게 시키고 인간은 더욱 많은 시간을 인간답게 사는데 사용할 수 있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지만 모든 분야에서 생산성이 향상되어 전 인류의 의식주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직업이 없다고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지만 혁신이 지속적으로 가능한 역동적 시장과 공정한 경쟁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소프트웨어중심사회, 그 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