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하여 고용보다는 값싸고 믿음직한 AI에 투자할 것이다. 고용은 줄어들지만 기업들은 쉽게 고소득을 올리게 된다. 따라서 양극화의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50대 50의 양극화가 아니라 극소수의 고소득자와 대부분의 저 소득층으로 양극화 될 것이다. 1대 99, 혹은 그 이상의 양극화가 될 것이다. 양극화는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양극화 속에서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AI시대를 유토피아로 만들기 위하여는 우리가 지금까지 신봉하던 자본주의에 대해서 새로운 생각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GDP 증가를 성장으로 보던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가 당면한 문제의 해결책, 즉 Solution의 양적, 질적 풍부함을 번영과 풍요로 보자는 견해에 동의한다. 우편이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던 시절에 비하여 요즘 스마트폰은 소통에 있어서 양적, 질적 풍부함을 제공한다. 이는 분명히 풍요로움이고 성장이다. 효율적 자원배분을 최상의 가치로 삼던 기존 이론에서 탈피하여 해결책을 생산해내는 최상의 시스템으로서 자본주의를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Solution Capitalism 이라고 하면 어떨까?
기존의 이론에서는 희소자원을 자본으로 보고, 주주의 이익을 기업의 목적으로 삼았었다. 그리고 시장을 자유로운 교환과 기업들이 경쟁하는 곳으로 보니 시장은 항상 비인간적이었다. 새로운 해석에서는 희소자원을 지식으로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희소가치를 나누면 나눌수록 가치가 줄어드는 자본이 아니라, 나누면 나눌수록 가치가 증가하는 지식으로 보니 살벌한 경쟁이 필요 없다. 기업은 고객의 니즈를 해결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조직으로 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시장은 우리 삶을 개선하는 많은 실험이 일어나고 그 성공이 보상받는 곳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시장은 차갑지 않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하여 여러 학자가 문제점을 지적했다. 피케티 교수는 [21세기 자본론]에서 자본이 노동보다 소득을 더 가져간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Inclusive Capitalism이란 우리 경제민주화의 미국판이리라. 그러나 Solution Capitalism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AI 시대에서 경쟁 지향적 자본주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단초라는 생각이 든다.
AI가 만든 유토피아
AI시대를 유토피아로 만들려면 향상된 생산성으로 만들어진 풍요를 전 인류가 같이 누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극히 일부가 농업에 종사하지만 전 인류의 식량을 제공할 수 있다. 또 극히 일부가 제조에 참여하지만 전 인류가 소비하기에 충분히 생산된다. 문제는 분배시스템이다. AI가 만든 부(富)를 AI 때문에 소외된 사람들과 같이 나누면 유토피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의 몰락에서 경험 했듯이 생산성을 넘어가는 과도한 복지나 분배는 파괴적이다. 합리적인 분배 시스템과 민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우리 사회가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필요하다.
지구 상에 정착한 이래 인류가 생존하기 위하여 일하는 시간은 계속 줄어 들었다. AI 덕분에 이제부터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일은 안 해도 된다. 주 40시간 하던 일을 10시간, 5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일은 기계에게 시키고 사람은 더욱 많은 시간을 사람답게 사는데 사용할 수 있다. 여유시간이 많아지니 문화•예술이 크게 신장 될 것이다. 경쟁에 쫓기기 보다는 청빈낙도하며 선비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더욱 도전적으로 전 인류적 문제 해결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 질 것이다. 인류가 당면한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인간과 AI의 능력을 종합하여 집중할 수 있다. 더욱 정밀하게 기후변화를 예측하여 재난을 방지하고, 물 위기, 에너지 부족, 공해 문제에 지구적 차원에서 대응한다. 질환과 감염에 공동으로 대응하여 전 인류가 건강하게 150세의 설계 수명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우주의 신비, 외계 탐사 등 전 인류적 관심과 호기심에 많은 사람이 도전하게 될 것이다. 합리적인 분배 시스템과 민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한 탐구도 계속될 것이다.
역동적이고 공정한 사회
AI 시대에서도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창조적 혁신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역동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시장은 필수 조건이다. 정부는 규제를 줄여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 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게 해야 한다. AI 발전의 핵심 요소 중에 하나가 풍부한 데이터다. 데이타가 충분히 생성되고, 모아지고, 자유롭게 공유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미국의 실리콘벨리는 AI시대의 유토피아에 가장 근접한 곳이 아닌가 한다. 용기 있는 청년들이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실험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다.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모험적인 투자가 모인다. 또 그 성공이 충분히 보상을 받는다. 페이팔을 창업하여 성공한 엘런 머스크가 전기자동차 회사 Tesla와 우주 여행 업체 SpaceX 창업한 것을 보라. 그가 개척자로서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Solution Capitalism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딸이 태어난 것을 기념하여 재산의 99%인 52조원을 사회에 기부했다. 이 자금을 전 인류의 교육, 질병 치료, 강한 공동체 만들기 등에 사용하겠단다. 부부가 갓 태어난 애기를 안고 흐뭇해 하는 모습은 천국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AI가 제공한 풍요로움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빌 게이츠, 앨런 머스크, 마윈 등의 통 큰 기부를 보면서 양극화되어도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유사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부럽다. 알리바바, 바이두, 샤오미 등 세계적인 신생 기업이 지속적으로 탄생한다. 2015년 한 해에 중국에서 360만개의 창업의 일어났다고 한다. 하루에 만개씩이다. 우리나라도 도전적인 창업이 많이 일어나고 그들이 크게 성장하는 역동적인 생태계가 만들어 졌으면 한다.
우리도 AI 개발에 동참해야
알파고 선전을 보면서 많은 기자들이 왜 우리나라는 알파고를 못 만드냐고 질문한다. 또 우리나라의 AI 수준은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 매우 곤혹스러운 질문이다. 우리나라의 AI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학의 AI 전공 교수도 부족하고 따라서 전공자의 배출 능력은 제한적이다. 적은 수의 학생들이 AI기술을 배워서 대학 문을 나서지만 그 것이 끝이다. 과제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다.
AI은 컴퓨터과학의 한 분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컴퓨터과학의 전공자도 매우 부족하다. 한해 美 스탠포드 대학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하는 학생은 660명 수준이지만 서울대는 55명이다. 공과대학 전체 학생 정원 대비 컴퓨터과학 전공자 비율이 스탠퍼드 대학이 44%이지만 서울대는 고작 7%이다. 세상이 바뀌어도 대학은 안 바뀐다. 산업 곳곳에서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이 필요한데 이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경쟁력이 없고 우수 인력이 기피하는데 AI만 발전할 수는 없다. AI은 마치 고깃국의 양념과 같다. 고기가 넉넉해야 양념도 국 맛을 낼 수 있다. 맹물에 양념을 넣었다고 제 맛이 나겠는가? 알파고를 만드는 데에도 AI 학습 알고리즘뿐만이 아니라 1200여개의 CPU와 100여개의 GPU가 결합된 병렬처리 기법, 대량의 데이터 관리 기법, 그리고 너무나 당연히 소프트웨어 개발기법들이 결합된 결과다. AI에만 국한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전반에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AI연구소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나 컴퓨터과학 연구소도 존재하지 않는다. 통신연구소에는 몇 천명의 연구원이 있으나 AI 전공의 젊은 연구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기업에서는 세부전공 구분 없이 컴퓨터과학 전공자로서 AI 전공자들을 흡수하지만 지금까지는 AI 과제가 없었고, 그들은 단순 개발자로서 허드렛일에 투입되면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인력의 절대 부족은 우리 AI 수준의 불균형을 야기한다. 우리대학의 AI 연구자 중에는 선진국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능력이 있는 분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도전적 과제를 수행할 만한 연구 생태계는 요원하다.
우리에게도 AI 전문의 창업회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는 직원이 10여명인 창업기업이었다. 이를 구글이 M&A하여 2년간 투자하고 병렬처리 기술 도움을 주어서 멋진 알파고를 만들었다. 우리도 능력을 집중한다면 이런 수준의 연구를 못 하겠냐만 알파고와 같이 상업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창출하지 못하는 과제에 과감히 인재를 모으고 투자할 기업이 있을까? 정부 과제로는 가능할까? 글쌔다. 연구과제 기획 시에 항상 수입 대체효과를 따지던 관행이 쉽게 변할까 모르겠다.
알파고 이후 정부는 AI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기업들과 같이 AI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행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AI와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갖고 우리의 연구개발 능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공개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이해해야
소프트웨어 중심사회에서는 자본보다는 지식과 정보, 데이터가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지식은 공개, 공유, 협동으로 가치를 더 할 수 있다. 공개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프트웨어를 공개하고 나눔으로써 기술 발전을 촉진시킨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승자독식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인데 공개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같이 공존한다는 것이 기적이고 축복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기업들은 공개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유난히 AI 소프트웨어는 공개소프트웨어가 대세다. 이미 약 40개의 딥러닝 알고리즘이 공개되었다. 구글은 알파고를 학습시킨 소프트웨어도 공개했다. AI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함이라는 등 의심의 눈초리가 있지만 ‘악마가 되지 말자’라는 그 화사의 사시(社是)를 액면 그대로 믿고 싶다. 최근 OpenAI라는 비영리 단체가 활동을 시작했다. AI을 폐쇄적으로 연구할 때 인류에 해가 되는 기술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AI 기술은 공개하고 공유하자는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기업과 연구자들도 전 인류의 공동작업인 AI의 발전에 동참하기를 기대해 보자.
변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글로벌 차원에서의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고 있다. 미국이 선두고 중국 등이 추격하고 있다. 출발은 늦었지만 산업사회의 끝자락에서 선전했던 대한민국, 과연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에서는 얼마나 할까? AI가 제공하는 능력으로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까?
알파고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진입을 알리는 팡파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산업이, 사회가, 교육이, 정치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논의가 활발히 시작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