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2018년 ‘현실’이 된다

날짜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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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오 아시아경제 기자 | ikokid@asiae.co.kr
    • 영화 ‘매트릭스(MATRIX)’는 많은 이들에게 현실과 가상현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영화였다.
    • 어느 게 현실이고 어느 게 꿈(가상)인지에 대해 구분조차 힘든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 “너 그런 기분 알아? 꿈과 현실이 엉킨…”
    • 기계가 지배하는 사이버 공간에 맞서 싸우는 야전사령관 모피어스(로렌스 피쉬번 분) 또한 극중에서 네오에게 현실과 꿈에 대해 여러 차례 묻는다.
    • “같은 꿈을 꿔 본 적이 있나? 네오.”
    • “꿈과 현실을 구별할 수 있겠나? 네오.”
    • 21세기 지금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우리에게 이 같은 질문을 하게끔 만들고 있다. VR이 몰고 올 콘텐츠 혁명과 변화는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까. VR 시장을 이끄는 선도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탄생할 수 있을까.
    •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VR의 현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시장전망 각양각색, 성장에는 이론 없어
    • VR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VR은 컴퓨터로 만든 가상공간에서 시각·청각·촉각·미각·후각 등 감각정보를 활용한 상호작용을 통해 공간적, 물리적 제약에 의해 현실 세계에서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상황을 실감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는 가상의 공간에서 실제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러 조사업체들이 다양한 수치를 통해 향후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구체적 수치에 차이는 있는데 공통적으로 VR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0년에 연간 3,800만대의 VR 기기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VR 기기 시장 규모가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VR과 관련된 콘텐츠 시장까지 합할 경우 전체 VR 시장 규모는 최대 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도 VR 기기가 매년 3배씩 판매량이 늘어 2020년에 6,48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VR 스트리밍에 주목한 시장 전망치도 나와 있다. 2015년 7월 넥스트VR이라는 회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축구경기를 VR 콘텐츠로 실시간 중계하는데 성공했다. 각종 스포츠를 즐길 때 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VR을 통해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소식을 인용하면서 2025년에 VR 스트리밍 시장이 4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월19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최재유 미래부 2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ICT 정책해우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위원식 위즐리앤컴퍼니 이사가 ‘VR 동향과 신(新) 시장·플랫폼 선점 방안’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위즐리앤컴퍼니는 VR컨설팅회사이다. 발표 자료를 보면 VR 시장은 2020년에 300억 달러 규모로 현재보다 약 30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VR 소프트웨어(SW)시장은 2018년에 약 46억 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VR 이용자는 2016년 약 5,500만 명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VR HMD(Head Mounted Device) 구입은 약 3,900만 명으로 예상했고 이중 3,000만 명은 모바일 기반일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 VR은 아시아의 2억 5,000만 명에 이르는 안드로이드 이용자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 시장은 콘솔과 PC기반의 초기 확산이 매우 빠를 것으로 분석됐다. 초기 투자비용 이용자들은 콘솔기반의 HMD에 대한 강력한 구매 의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 VR을 만드는 기술들
    • VR 시장은 가상환경 구현을 위한 물리적 도구인 하드웨어, 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내용이 되는 콘텐츠, 이들을 결합해 다양하게 적용되는 분야 등으로 구성된다. VR은 CPND(Content-Platform-Network-Device)기반의 방송, 영화, 통신, 게임, 제조, 의료, 가전, 모바일, 자동차와 로봇 등의 다양한 기반산업들과 융합되는 흐름에서 싹튼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융복합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VR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 콘텐츠(Content)는 2D, 3D, 360도 기반 등 다양하다. 플랫폼(Platform)은 안드로이드, iOS, 콘솔, 데스크톱 등이 있다. 네트워크(Network)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이 있고 마지막으로 디바이스(Device)는 현재 관련 기기를 내놓고 있는 삼성, 구글, LG 등이 존재한다. CPND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묶이고 함께 성장하느냐가 관건이다.
    • 업체들도 빠르게 VR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중심인 ‘스마트시대’를 지나고 ‘VR 시대’로 진입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 성장은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앞으로 VR 시장은 미래 성장 동력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소니, 구글, 애플 등이 앞 다퉈 HMD를 출시하고 있다. 구글은 값싼 ‘마분지’를 이용해 만든 ‘카드뷰어 보드’를 만들어 간단하게 VR를 즐길 수 있는 제품까지 내놓았다. 페이스북은 2014년 3월 VR 디바이스업체인 ‘오큘러스VR'을 인수해 VR콘텐츠 스토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부 등 정부부처는 이 같은 흐름이 가시화되면서 VR을 포함한 디지털콘텐츠 육성계획을 내놓고 있다. VR은 센서, 고성능 컴퓨터, HMD 등 디바이스 산업은 물론 게임 산업 등의 발전을 동시에 이끄는 ICT 생태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래부와 문화부는 지난 2월 19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문화와 ICT융합을 통한 콘텐츠 신시장 창출 간담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두 부처는 VR 신산업 육성방안으로 앞으로 3년 동안 약 1,85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 VR 산업은 글로벌 ICT기업들(애플, 페이스북, 소니, MS, 구글 등)이 미래성장동력으로 주목하면서 VR기기와 플랫폼 선점을 위해 경쟁 중인 분야이다. 정부는 SW와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5G 등의 발전으로 VR게임·체험, VR 360영상 등 새로운 VR 생태계가 창출되며 고성장할 산업으로 꼽았다. 정부는 VR이 앞으로 게임, 스포츠 훈련, 가상치료, 전투훈련, 주행 시뮬레이션, 실감 교육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이 가능한 미래지향적 산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 VR 기술은 문화와 타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는 핵심 디지털 기술로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콘텐츠 창출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VR 육성 배경에는 국내 게임 산업이 2013년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는 추세에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게임시장은 2009년 6조 6,000억에서 매년 10~20%씩 성장해 2012년 9조 7,500억 원까지 성장했다. 2013년에는 9조 7,000억 원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2014년 9조 9,700억 원으로 정체되고 있다. 차세대 디지털콘텐츠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VR, 이렇게 이용되고 있다
    • VR은 의료, 항공, 군사. 건축, 게임, 스포츠 등 전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최근 의료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는 ‘로봇 수술’이다. 의사들이 로봇을 이용해 수술하는 것을 말한다. 로봇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 이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VR이다. 입체적 VR 공간에서 직접 수술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통해 사전에 충분히 실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가상내시경도 주목받고 있다. 가상내시경은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제공받은 영상을 가상공간에 만들어 해당 부위를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환자의 고통이 없는 가상공간에서 내시경이 이뤄지기 때문에 장점이 많다. 여기에 특정 환자를 수술할 때 사전에 환자의 기관이나 조직들을 가상공간에서 구분하고 가시화해 어떤 방법으로 수술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VR을 이용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 VR 시장은 매력적 콘텐츠임에 틀림없다.
    • 항공과 우주 분야에서 VR는 절대적이다. 항공 시뮬레이션은 이미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조종사를 훈련할 때 VR을 이용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비행사를 교육시킬 때 가상공간을 이용한다. 실제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고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해 마치 현실에서 비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연출한다. 항공과 우주선 시뮬레이션은 조종실, 영상장치, 유압장치, 컴퓨터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조종실 내부의 모든 구성품은 실제와 똑같다. 또 각각의 상황에 맞는 사운드까지 VR로 가능해 진짜 비행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을 보여준다.
    • VR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분야는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이다. VR은 입체감과 몰입감이 매우 우수한 콘텐츠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교육과 오락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VR과 함께 증강현실 기법이 결합되면서 물체나 물리적 현상을 화면에 그대로 제공할 수 있다. 기존의 텍스트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VR을 통해 입체적 교육이 가능한 셈이다. 여기에 오락적 기능까지 결합한다면 교육 효과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게임과 영화가 VR 시대의 첨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3D콘텐츠를 보는 것은 낯설지 않다. 3D를 지나 지금은 4D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국내 영화관의 경우 3D와 함께 4D 상영관이 늘어나고 있다. 입체적 영상과 함께 앞으로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충족하는 기술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프랑스의 베이퍼커뮤니케이션즈(Vapor Communications)는 ‘오폰 듀오(oPhone DUO)’라는 냄새를 전달하는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소형기기를 통해 냄새를 구현한 것이다.
    • 각 분야에 VR 비중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부분 의견을 같이한다. VR은 아직 군사 분야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식 위즐리앤컴퍼니 이사는 ‘VR 동향과 신(新) 시장·플랫폼 선점 방안’이라는 자료를 통해 “VR 초기에는 HMD 중심의 성장이 중심을 이루겠는데 앞으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시장이 주류가 될 것”이라며 “현재는 특정 HMD에 의존적으로 제작되고 있는 플랫폼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2016년 CES에서 본 VR의 미래
    • 지난 1월 개최된 ‘2016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앞으로 다가올 VR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올해 CES의 VR 이슈에서는 전문가용과 소비자용 하드웨어(HW)의 양극화가 뚜렷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콘텐츠보다는 HW중심으로 투자를 받기 위한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 여기에 중국의 VR 관련 제조 기업들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단계임을 보여줬다. 한마디로 2016 CES에서는 VR 콘텐츠, 플랫폼과 융·복합기기보다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하드웨어 중심의 전형적 초기시장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 최정환 스코넥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VR 시장이 미래를 선도하는 하나의 핵심 영역이 될 것은 의심되지 않은데 문제는 아직까지 B2C(기업대 소비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다는 데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VR 관련 장비를 구입하는데 높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VR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VR 기기와 콘텐츠 등에 100만~2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부사장은 “2016년은 VR 관련 하드웨어 업체들이 저변을 넓혀나가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내년과 2018년을 거치면서 2, 3세대 VR 기기가 나오고 이 시기가 되면 본격적으로 B2C 시장이 열리고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해결해야 할 문제
    •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각종 정책 사업간 지원 내용에 대한 유기적 연계와 협력도 중요하다. 범부처 차원의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작성하고 여기에 근거한 부처별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료서비스 보급을 확대하고 최소 3년 동안 지속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의 참여를 확대하고 콘텐츠 공급량을 확보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용자 참여가 확대되면 VR 기반이 갖춰질 것이고 이어 수익모델 창출과 수익을 분배하는 비즈니스모델로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R&D 투자, 전문연구기관과 사업화 전문기관 구축, 정책자원의 지속성, 기술 확산 보급, 법과 제도 구비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