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부는 혁신 바람

날짜2016.11.18
조회수11354
글자크기
  • 30년 뒤, 대학 캠퍼스는 역사적 유물이 될 것이다.
    • 경영학 분야의 석학이자 일찍이 지식사회(knowledge society)의 도래를 예견한 피터 드러커(Peter Druker, 1909~2005)는 1997년 대학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예측했다. 드러커의 이 대담한 예측은 통신기술의 발전과 대학 등록금 부담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드러커는 당시 위성통신, 양방향 비디오을 통해 캠퍼스 밖에서 원격 강의와 수업이 저비용으로 제공되기 시작한 점을 주목한 것이다.
    • 드러커의 예측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학은 아직 건재해 보인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실험들은 대학 존재와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먼저, 2012년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온라인 공개강좌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 세계 최고의 강좌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강점은 교육 소비자들을 단기간에 무크로 향하게 했다. 기존 대학에서 수강생이 만 명이 넘는 강좌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스탠포드 대학의 스런(Thrun) 교수가 개설한 인공지능 입문(Introduction Into AI) 강좌에는 190개 국가에서 16만 명이 몰렸다. 한 기관에 따르면 2015년 무크 강좌에 등록한 학생들의 수는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한 3,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한계도 있다. 수강자 규모는 엄청나지만 강좌 이수율은 10%가 채 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무크 업체들은 대학, 기업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수업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수강자의 수업활동과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유다시티는 나노디그리(Nanodegree), 코세라는 스페셜라이제이션(specialization), 에덱스는 엑스시리즈(xSeries), 퓨처런은 프로그램(Program) 강좌와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들은 유료로 제공되지만 기존의 대학 강의 대비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의 혁신도 주목된다. 무크가 강좌 측면에서의 대안 교육이라면 4년제 대학인 미네르바 스쿨은 기존 대학에 대한 혁신적 대안 학교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설립되고 2014년부터 학생을 받은 미네르바 스쿨은 캠퍼스가 없다. 강의가 세미나 형태로 진행되는데 100%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온라인수업이지만, 자체 개발한 영상통화 도구를 활용하여 교수와 학생들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진다. 학생들의 의견이 영상에 표시된다. 말을 많이 한 학생에게는 빨간색 배경이, 적게 한 학생에게는 초록색 배경이 입혀진다.
    • 교수는 이 영상화면을 통해 주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과 참여를 한 눈에 파악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같은 의견, 또는 유사한 의견을 가진 학생들과 팀을 짜서 구글독스와 같은 협업도구를 이용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수업 영상과 발표, 제출한 과제, 팀 프로젝트 보고서, 오픈북 시험 등이 자동적으로 기록되며 이를 기반으로 학생 상담과 평가가 이뤄진다. 철저하게 데이터 기반 교육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 미네르바 스쿨 홈페이지
    • 미네르바 스쿨의 모든 학생들은 7개의 도시(샌프란시스코,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 하이데라바드, 런던, 타이베이)에 위치한 기숙사를 학기별로 순회하며 생활한다. 미네르바 스쿨의 연간 등록금은 기숙사비 포함 약 3만 달러 수준이다. 등록금은 아이비리그 대학의 절반수준이나 교육내용은 결코 뒤지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미네르바 스쿨의 합격률(1.9%)은 하버드 대학(5.2%) 보다 훨씬 낮게 나타나고 있다. 하버드 대학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미네르바 스쿨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심상치 않음을 시사한다.
    • 무크와 미네르바 스쿨을 근거로 현행 대학 시스템의 10년 내 종말을 논의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의 크리스텔슨 교수가 "무크가 비효율적 대학 다수를 사장시킬 것이며, 15년 이내로 미국 대학의 25~50%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은 진지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네르바 스쿨에 대한 성과가 검증되면 이와 유사한 교육서비스, 캠퍼스 없는 온라인 대학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 우리 대학은 생존 환경의 이 커다란 변화에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