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 ‘오래된 미래’ 주목해야

날짜201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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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need to look at ‘Old future’
    • 친경(親耕)이라는 행사가 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왕이 직접 농사를 짓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백성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널리 농업을 권장하기 위해 매년 행했던 의식을 일컫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산업혁명 이전 농업은 국가역량과 재정적 측면에서 중요한 기간산업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국왕은 매년 농사짓는 의식을 직접 거행하고 농사를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라고 강조했던 것이다.
    • 제1차에서 제3차에 이르는 산업혁명 시대를 거치면서 인류의 가장 오래된 업(業)이었던 농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의해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소프트웨어가 농업의 자리를 차지해가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전임대통령은 아워 오브코드(Hour of Code) 캠페인에 참여해 직접 코드를 작성하고 SW역량을 갖추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다.“ 이제 모든 기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의 친경(親耕) 행사인 셈이다.
    •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농업을 비롯한 우리나라 1차 산업을 새롭게 바라볼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1차 산업의 생산성 향상 잠재력이다. 미국경쟁력위원회의 제조업 경쟁력 지수(Global Manufacturing Competitiveness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은 중국,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5위에 위치하고 있다.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표적 1차 산업인 농업의 경우 농가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2010년 대비 2015년 16.1% 감소), 고령화(농가인구의 50% 이상이 60세 이상), 소규모 자작농 위주의 농업 구조 등으로 인해 농업기반이 취약한 상황이다. 이러한 농업부문의 취약한 구조로 인해 국내 곡물자급률(’14년 24%)은 OECD 34개국 중 32위를 차지하는 등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업부문의 취약성은 역설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 둘째, 업계에 따르면 국내 농수축산업은 생산성 향상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생산, 유통, 소비에 관한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 공유 범위와 조건이 기관별로 상이해 데이터의 연계 및 융합을 통한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데이터에 대한 체계적인‘ 개간’사업이 이뤄진다면 농수축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이끌어 내는 우수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 셋째,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커다란 변화의 흐름에 국내 농수축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4대 곡물 메이저 기업인 카길(Cargill), ADM(Archer Daniels Midland), LDC(Louis Dreyfus Company), 벙기(Bunge)를 비롯해서 세계최대 종자기업인 몬산토(Monsanto), 듀퐁(Dupont)은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정밀농업, 정보서비스 제공, 종자 및 품종개량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전기차제조로 유명한 테슬라도 자율주행 SW기술을 활용한 무인트랙터를 개발해 2015년에만 5만 여대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만나CEA, 엔씽 등과 같은 농업 벤처기업의 혁신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다. 국내 민간 기업들이 활발하게 농업부문의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 농수축산업의 열악한 환경과 잠재력이 소프트웨어, 데이터와 결합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농수축산업에 닥친 커다란 환경변화를 과감히 수용하고 일관된 정책과 민간의 도전이 이어진다면 성공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 석기시대의 부족국가는 돌이 부족해서 망한 것이 아니다. 청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에 대한 대응이 부족해서였을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디지털 시대의 청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