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산업 서비스화의 길, 돌아가지 말고 지름길로 가자

  • 유호석산업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날짜2018.01.30
조회수9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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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king Shortcuts to the Software as a Service
    • 탈(脫)SI1, 한국SW산업의 염원이다. SI를 탈출하여 나가갈 방향이 서비스화라는 것에는 개발자, SW기업, 정부 관계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용자에게 주는 이점이 명확하고, 서비스공급자에 주는 이익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2
    • 하지만 한국에서 2015년 기준 서비스SW(SaaS3)를 도입한 기업은 2.6% 이며, 2018년 까지의 도입의향을 감안해도 3.1%에 불과하여 미국과 일본 대비 1/10 수준이다4. 게다가 SaaS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기반으로 여겨지는 패키지SW와 IaaS5 시장부터 약하다. 그래서 정부는 패키지SW를 육성하고, 기업은 클라우드 기술을 습득하면서 차근차근 사업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길은 실패위험이 낮은 안전한 길이다.
    • 하지만, 이 길은 언제 도달할지 모르는 머나먼 길이기도 하다. 이렇게 돌아가느니 서비스화가 정말 시급하여 돌파구를 간절히 모색한다면, 비즈니스 모델, 기술, 제도 측면의 지름길이 보인다.
    • 먼저,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패키지SW를 거치지 않고 SaaS로 바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 경로는 IT서비스 기업이 갈 수 있는 길이다. 대표적 IT서비스 기업인 IBM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SI는 물론 패키지SW 판매정책이 아예 없다. 잘 알려진 인공지능 브랜드인 왓슨에 기반하여 SI사업을 하면 꽤 큰 매출액을 올릴 수 있을 텐데, API 호출 건당 사용료만 받는다. 이 지름길에서는 IT서비스업의 전통적인 사업방식이 위험요소다. IT서비스업은 고객사에서 선금을 받아 인력을 확보하여 사업에 착수한 후 공정진행에 따라 중도금, 잔금을 지급받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R&D 등 기업의 선투자 비중이 매우 낮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화 전략을 위해서는 선제적인 R&D투자와 이에 따른 위험관리가 필요하기에 자본을 축적한 대기업에게 유리한 길이다.
    • 다음으로는 기술 측면에서 클라우드 없이 SaaS로 바로 가는 지름길이 있다. 일반적으로 SaaS 구현을 위해서 클라우드의 공유자원6 기술에 꼭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클라우드와 SaaS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기술모델인 반면, SaaS는 클라우드 없이도 SW를 사용료로 납부하고 일정기간 구독(Subscription)하는 것으로 성립되는 과금모델7이다. 대표적인 예로 포토샵 등 Adobe사 SW는 클라우드가 아닌 PC에 설치하는 SW이지만, 2015년 이후 영구 라이센스 판매를 중단하고 기간제 구독방식으로만 판매8하는 전형적인 SaaS다.
    • 이 경로는 패키지SW 기업이 갈 수 있는 지름길이지만, 패키지를 판매했을 때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매출이 수년에 나뉘어 당장의 매출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장애물이다. 이를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로 패키지SW인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의 SaaS 전환전략을 참고하자. 15년 당시 MS는 Office 365 등 SaaS 사업을 강화하면서 영구 라이센스 판매비중이 줄어 매출액이 줄었지만9, 2016년 하반기 이후 SaaS 매출이 초고속 성장하고 있다. 기존 방식에 익숙한 사용자를 서비스 가입자로 전환시켜야 하기 때문에, 패키지SW 분야에서 브랜드를 확립한 기업에게 유리한 길이다.
    • 인터넷 서비스에서 SaaS로 바로 갈 수 있는 지름길도 있다. 포털과 게임을 서비스하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은 사용자의 취향에 맞추어 서비스를 수시로 변경하면서 대량의 트래픽을 처리하는 역량이 있는데, 인터넷 기반의 SaaS를 구현하는데 매우 유리한 역량이다. 다만 고객기업 내부의 특수용 SaaS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도메인 지식이 부족한 것은 장애물이다. 그러나 도메인 지식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프로세스가 표준화 된 사무관리10 등 범용적인 SaaS에서는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면서 지켜낸 사용자 기반과 서비스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제도측면에서 기존 공공 SI사업을 개선하는 것보다 SaaS 방식으로 바로 가는 지름길이 있다. SW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 방식으로 전환하면 하도급과 대기업 참여제한 등 정부의 규제, 요구사항 변경과 불필요한 투입인력 관리11 등 각종 병폐가 일거에 해결된다. 발주기관 입장에서는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인건비, HW·SW구매비, 개발장소 임차료 없이 사용료만 내면 되므로 발주, 사업관리, 검수로 이어지는 모든 절차가 간소화 된다. 하지만, 이 길에서는 현행 공공조달 제도가 SaaS 구독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장애물이다12. 이러한 제도적 장애물을 극복한 사례로서 영국의 GDS(Government Digital Service)가 운영하는 디지털마켓플레이스를 들 수 있다. 서비스 목록에서 발주자가 요구사항을 검색하여 서비스를 직접 계약할 수 있는 방식이다. 2011년에 시작하여 성공한 이 ‘Cloud First’정 책은 2017년부터‘ Public Cloud First’정 책13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정책의 파급효과는 매우 커서, 기술력은 있지만 아직 브랜드와 자본을 축적하지 못한 중소 SW기업에까지 수혜범위를 넓힐 수 있다.14
    • IT서비스기업은 축 적한 고 객지식과 자 본을 바탕으로, SI보다 수익성이 좋으면서도 고객관계가 장기적·고정적인 SaaS를 제공하자. 패키지SW기업은 년 단위 유지보수비를 올려달라기 보다, 아예 모든 대가를 구독료로만 받는 모델로 전환하자. 인터넷 서비스 기업은 자신이 강점을 가진분야의 SaaS 사업에 도전해 보자. 정부는 정보시스템을 구축·소유하지 말고 SaaS를 구독하여 쓰자.
    • 패키지SW와 IaaS에서는 많이 뒤쳐졌지만, SaaS 에서는 전략과 정책을 집중하여 내달리자. 우리에게는 돌아갈 여유가 없다.
    • 1 System Integration, 영업·제안·수주를 통해 발주기관의 정보시스템을 대신 개발하는 프로젝트 유형
    • 2 김진형 2017.12.17 ‘, SW산업, 서비스화 필요하다’, 디지털타임스 기고
    • 3 Software as a Service
    • 4 한국정보화진흥원 2016, 정보화통계집
    • 5 Infra as a Service
    • 6 서 버OS를 공유하기 위해 가상영역으로 분리해 주는‘ 가상화 기술’과 응용SW를 여러 기업이 공유 사용하게 해주는‘Multi-Tenancy’등 클라우드의 핵심기술. 상세내용은 안성원 2017.12월,‘클라우드 보안의 핵심이슈와 대응책’(SPRi 이슈리포트) p3~7 참조
    • 7 그래서 SaaS는 클라우드의 일종이 아니며, 반대로 클라우드 없는 SaaS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 8 구독기간이 종료되면 자동으로 SW실행이 불가하며, 계속 사용하려면 구독료를 내야한다.
    • 9 유호석 2016.1.26.‘마이크로소프트(MS), 개방형 기술을 토대로 서비스 모델로 전환’, SPRi동향
    • 10 캘린더, 결재, 파일관리, 기업용 메신저가 대표적인 예이다.
    • 11 헤드카운팅(Head Counting) 관행 이라고도 불리며,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력 수를 실적으로 관리하는 방식
    • 12 ZDNet 2017.6.9 기사,“ 공공 클라우드, SaaS 구매법조차 모른다”
    • 13  자체 데이터 센터가 아닌 외부 사업자가 운영하는 퍼블릭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도입하는 정책(https://www.gov.uk/guidance/government-cloud-first-policy)
    • 14 유재흥,강송희,김준연(2015),‘공공SW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에서 사용으로’, SPRi 이슈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