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Global PaaS가 있다면 Local PaaS도 있지 않은가?
  • SPRi
날짜20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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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PaaS가 있다면 Local PaaS도 있지 않은가?
If there is global PaaS, is there a Local PaaS?


※ 이 글은 건국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김두현 교수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가치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스토리지, CPU, 네트워크 등 다양한 컴퓨팅 장치를 중앙에 집적해 놓고 이용자가 필요한 자원을 요구하면 이에 맞추어 탄력적으로 자원을 분할하여 서비스해주는 컴퓨팅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클라우드 컴퓨팅은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컴퓨팅 장비나 SW의 유지 보수 경비를 최소화하면서 자신만의 특화된 응용 서비스, 즉, SaaS(Service as a Service)에만 집중함으로써 서비스 운영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컴퓨팅 서비스 사업자, 즉 CSP(Cloud Service Provider) 입장에서 보면 수많은 고객들로 하여금 집적된 컴퓨팅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운영함으로써 투입된 고정경비 대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양자 간의 긍정적 측면은 수익성이 생명인 민간분야뿐만 아니라 예산 절감과 양질의 대국민 서비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공공분야에서도 커다란 기회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바야흐로 클라우드 컴퓨팅은 공공 및 민간 분야에서 대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각국의 정책 현황
  
이미 미국 정부는 2011년 클라우드 우선 도입 정책(Cloud First Policy)과 아울러 보안정책인 FedRAMP를 2012년 발표함으로써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활성화 정책을 가동하였고, 유럽의 경우 전 유럽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2단계로 나눠 1단계에는 프랑스, 스페인, 영국, 벨기에 등, 2단계에는 전 유럽으로 확대하는 ‘유로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중국의 경우 세계 수준의 클라우드 실현을 위한 6대 핵심 전략(’15. 1월),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자국 내에 두는 인터넷 안전 법 발표(’15년) 한 바 있고, 최근 들어 ‘클라우드 발전 3년 행동 계획(’17∼’19)‘을 통해 클라우드 기술역량 강화, 산업 발전(SW 기업 지원), 응용 촉진(제조 등), 안전보장, 환경개선 등 추진 중에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뒤질세라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15.3)을 세계 최초로 제정하고, 「제1차 클라우드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한 바 있으며, 최근 들어 「제2차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 중에 있는 등 지속적인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중앙정부를 위한 G-클라우드 서비스 운영과 아울러 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고 낮은 등급 자원부터 단계적으로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국내 상황
  
하지만 이러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은 아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7년 12월에 발간된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OECD 33개국 종사자 10인 이상 기업의 평균 클라우드 컴퓨팅 이용률은 24%이지만, 한국 기업의 이용률은 12.9%에 불과하여 33개 국가 중에서 27위이며,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은 약 8%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의 잠재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AWS, MS Azure, IBM 등은 국내에 리전을 설치하고 국내 SI 사업자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약진을 벌이고 있는 형국으로, 클라우드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관련 기업 숫자가 ‘16년 535개 사에서 ’17년 700개로 늘어났고, 매출액도 ‘15년 7,663억 원에서 ’17년 15,134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지만, 이는 AWS 한 사업자의 국내 매출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으로 추정된다.
  
전문 인력 면에서 볼 때 클라우드컴퓨팅연구조합의 '17년 클라우드 인력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클라우드 인력 수요가 ‘21년까지 약 6만 7천 명으로 ‘18년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수준면에서 볼 때도 미국(100%) > 유럽(85.9%) > 중국(81.5%) > 일본(80.4%) > 한국(75.1%)으로 5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은 1년 사이에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1.5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한 마 다로 시장 잠재력 부족과 다국적 기업의 약진이라는 협공 속에서 국내 전문 중소 업체들 기술과 인력 부족, 수익 악화로 고전하며 공공시장이라도 만개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 시장의 추세는 우리의 그것과 다르다.
  
우리나라의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이 이렇듯 한계성을 드러내고 있는 원인을 한 가지만 생각해 본다면, 우리나라 클라우드 산업의 포커스가 세계적 추세와 격차가 있다는 점을 들을 수 있겠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블록체인 등의 신기술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기존 글로벌 사업자들은 이미 이러한 기술로 차별화된 플랫폼 서비스를 신무기들로 선보이고 있다. AWS의 경우 머신 러닝 이미지뿐만 아니라 AWS IoT를 이미 제공하고 있으며, MS는 AI 지원뿐만 아니라 기존의 오피스 경쟁력을 발판으로 비즈니스용 SaaS 개발에 특화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 또한 머신 러닝 전용 칩인 TPU를 장착한 인공지능 클라우드 서비스는 물론 최근 보도에 따르면 블록체인 서비스를 GCP(Google Cloud Platform)에서 연동하여 제공할 계획이라 한다. 
  
클라우드 초기에는 세계 시장이 IaaS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나, IDC에 따르면 현재 IaaS의 비중은 19.2%로 낮아지고, SaaS가 최대 비중(67.7%)을 차지하고 있으며, PaaS의 비중은 13.4%로 낮은 반면 가장 높은 성장률(36%, IDC)을 보이고 있다. PaaS 시장 쟁탈전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 숫자 면에서 SaaS 기업의 비율이 높지만 중소기업 이상의 경우 IaaS 기업의 비율이 41.9%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글로벌 시장의 구조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PaaS를 주무기로 하고 있는 이렇다 할만한 토종 강자는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한편 미국 대비 상대적 기술격차도 응용 서비스가 1.5년인 반면, 플랫폼 기술은 2.0년으로 플랫폼 기술이 더 뒤처져 있는 상태인 점(IITP, 2017)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에도 플랫폼 논리가...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규모 상에서 비중이 높지 않은 PaaS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은 플랫폼이 갖는 Lock-In 효과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미 데스크톱에서의 윈도나 모바일폰에서의 안드로이드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학습한 바와 같이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PaaS에 집중할수록 앞으로 IaaS나 SaaS의 지배력은 더욱더 공고해질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제 인프라 서비스 경쟁을 넘어 첨단 기술을 내재한 플랫폼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이용자나 SaaS 개발자들이 인프라 서비스 이상의 강점을 보이지 못하는 토종 클라우드를 이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한 일이라 하겠다. 
  
한국에 특화된 분야별 PaaS로 승부하자.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뒤늦었지만 PaaS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든다. 필자는 이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예스라고 답하고 싶다. 단, 치밀한 전략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략의 구심점으로 데이터와 전통 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지역적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의 데이터는 우리 땅에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 기업이 가장 많이 갖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이 가장 잘 다룰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제조업, 물류, 교육, 의료, 금융, 에너지, 통신 등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산업체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분야일수록 천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국보급 데이터들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들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토종 데이터와 토종 산업 노하우를 PaaS에 내제 시켜 각 도메인에 특화된 Localized PaaS, 즉, 일명 Local PaaS를 만들어 중소업체와 개발자들에게 놀이터로 제공하여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창의적 상상력을 클라우드 상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물론 이는 매우 이상적인 제안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은 아닐 것이다. 우선 데이터에 담겨있는 개인 정보의 보호 이슈가 있을 수 있다. 데이터 자체를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API를 통해 통계적 인사이트만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도메인 별로 혹은 부처별로 예상치 못한 디테일한 규제들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또한, 재원 조성, 개발자 확보 등 다양한 이슈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클라우드 산업을 위한 견실한 토대를 마련하려면 좀 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당장 독창적인 SaaS를 보유한 십수 개의 기업체가 존재한다 하여 위안을 삼는다면, 정부와 공공기관에 클라우드가 도입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면, 클라우드 산업이라는 큰 그림에서는 글로벌 플랫폼 종속이라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문제를 미리 해결해 놓을 기회를 놓치고 말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글로벌 기업들이 Global PaaS로 승부한다면 이에 대한 역발상으로 Local PaaS에 시선을 돌려, 공공과 민간이 도메인 별로 보유한 토종 데이터와 산업 노하우를 정점으로 하여 인력양성 전략, 기술 개발 전략, 산업체 육성 전략, 플래그십 전략, 규제 개선 전략 등을 하나의 실에 꿰어 큰 그림의 한판 승부를 벌여보길 기대해 본다.

 

김두현 교수 / 건국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Kim, Doohyun Professor / Konkuk University, Department of Softw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