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간으로 지난 7월 25일 페이스북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다. 발표가 끝나자 페이스북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발표 후 두 시간 만에 1,500억 달러(약 168조 원)가 증발했는데 1 허핑턴포스트는 “페이스북이 미국 주식 시장 역사를 새로 썼다며 하루 최대의 낙폭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2.
역설적이게도 이날 발표한 페이스북 실적은 2018년 2분기 수익이 1분기 대비 31% 증가한 51억 달러, 매출은 42% 증가한 132억 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전년대비 11% 늘어난 22.3억 명에 달했고 고용은 전년대비 46% 늘었다 3.
[그림 1] 2018. 7. 25 주가 [그림 2] 페이스북 최근 1년 주가 추이
지난 3월 페이스북 사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 4으로 저커버그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갔을 때에도 주식 시장의 충격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오히려‘디지털 문맹 의원들’과 대비되는 똑똑하고 젊은 실리콘밸리의 스타의 청문회 후 주가는 반등했다 5. 그런데 이번과 같은 유례없는 추락은 무엇 때문일까? 도대체 페이스북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성장 한계에 대한 우려
충격적인 주가 하락의 이유는 컨퍼런스 콜에서 페이스북 경영진들이 한 말에서 찾을 수 있다. 2분기 실적발표에서 재무담당임원인(CFO) 데이비드 웨너는“올해 비용 상승이 전년대비 50~60%대가 예상된다. 게다가 핵심 제품과 인프라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수년에 걸쳐 영업이익률은 30%대 중반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6. 페이스북의 2018년 1분기 영업이익률은 41.7%이었고 7 2분기는 44%였다. 30% 중반이란 수치는 페이스북 입장에선 상당한 하락이다.
사용자 증가세의 둔화에 따른다는 것이 성장 정체의 우려를 더욱 깊게 만든다. 페이스북의 2분기 사용자 수는 14억 7000만 명으로 지난 분기 대비 11% 늘어나는 데 그쳐 1분기 증가율 13%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비용 상승 압박도 계속된다. 비용에는 연구개발 투자도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콘텐츠 관리를 위한 비용이 크다. 최근 가짜 뉴스 모니터링과 보안 강화를 위해 2018년 말까지 2만 명을 추가로 고용한다고 밝혔다. 관리 비용 증가는 성장세의 둔화로 이어진다
젊은 이용자들의 이탈
성장세 둔화는 페이스북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일까? 젊은 층이 이탈하고 신규 가입자가 정체된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북은 지난 2004년에 설립되었다. 게시판을 중심으로 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했는데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말부터 존재했던 미니홈피 서비스와 유사했다. 트위터,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은 각각 짧은 단문 블로그,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 휘발성 메시지, 사진 공유에 특화된 서비스로 페이스북을 위협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인수를 통해 사용자층을 끌어모았다.
영미권 중심의 사용자 층은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확산되었고, 어느새 토종 싸이월드도 2011년 기점으로 페이스북에 자리를 내주었다. 페이스북은 지난 수년간 SNS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AR, VR, 챗봇, 인공지능 등 다양한 신기술 기업들을 M&A 하면서 서비스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어 페이스북 제국의 아성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의 페이스북은 이제 10대와 20대의 눈으로 보면 삼촌, 이모의 공간이 되었다. 이미 젊은 층의 이탈이 목격되고 있다. 한 시장조사 업체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의 12~17세 연령층에서 페이스북 이용자는 9.9% 감소했다. 10대뿐만 아니라 미국의 24세 이하 이용자 중에서도 280만 명이 페이스북을 떠났다. 페이스북을 이탈한 젊은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마케터는 실제로 인스타그램이 올해 24세 이하 사용자가 약 160만 명 늘어나고 스냅챗은 약 190만 명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8.
높아지는 SNS 피로감
SNS를 이용하면서 누적되는 이용자들의 사회적 피로감(Social Fatigue)도 SNS 시장 정체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2017년 국내 한 설문조사 업체(엠브레인)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SNS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전보다는 SNS 이용이 감소했다는 응답자(33%)가 증가했다는 응답자(20.5%)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SNS 이용이 줄어든 이유로는 SNS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떨어지고, SNS를 사용할 필요성을 점점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주로 많이 꼽았다. 사생활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것이 싫고, SNS를 관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SNS 사용자 10명 중 3명 정도는‘SNS 피로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9. 직장인의 경우 이 수치는 더 올라간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휴넷의 조사에서는 10 응답자의 70%가 SNS의 과도한 정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ICT연구소 조사 결과에서도 SNS의 이용 확대에 따라 정보 과부하, 커뮤니케이션 과부하가 초래되어 SNS를 이용하며 느끼는 즐거움보다 오히려 피로감 증대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11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빅데이터 독점력을 견제
사용자 이탈과 함께 글로벌 IT기업의 독점력 확대에 따라 이들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페이스북의 경영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독일 연방독점감독청(FCO)은 2017년 7월 페이스북의 광범위한 정보 수집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는데,v 122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수집 행태가 반독점 행위와 연결되는지를 검토했다. 우리 공정거래위원장도 글로벌 IT기업들의 빅데이터 독점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3
실제로, 세계 인터넷 광고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과점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회사 WARC가 최근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양사가 세계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WARC가 추산한 2017년 세계 인터넷 광고 시장에서 구글의 올해 광고 매출 점유율은 44%, 페이스북은 18%다. 양사를 합산한 점유율 61%는 2016년 대비 58%에서 확대된 것이다. WARC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인터넷 광고 매출 합계액이 2017년 1,330억 달러 정도로 세계 전체 광고 매출액의 25%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한다. 이 비율은 2012년 9%에서 2017년 20%로 커진 것이다 14. 포춘(Fortune)지에 따르면 온라인 광고 시장만 두고 볼 때 구글과 페이스북이 99%를 복점(Duopoly)하고 있다 15.
유럽의 개인정보보호정책 강화(GDPR)
지난 5월 25일부터 시행된 EU 개인정보보호법(GDPR)은 사용자 데이터를 주로 취급하는 인터넷 업체에 강도 높은 사용자 데이터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 단체들도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빅데이터 기업들을 향해“유럽 GDPR을 전면 도입하라”고 강도 높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 3월 심각한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페이스북에 대해 높은 수준의 고객 정보보호 대책을 수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씨넷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소비자 단체들의 연맹인 대서양소비자대화(TCD)는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저커버그에게 GDPR 적용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 페이스북이 유럽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GDPR에 준하는 데이터 보호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6.
단순히 편지로 촉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소송에 나선 시민단체도 등장했다. 개인 정보보호를 위한 비영리 단체 noyb(none of your business)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구글 등을 GDPR 시행 첫날부터 GDPR 침해로 제소했다 17. noby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구글이 각각 새 개인정보보호정책의 동의를 사용자에게 강제하고 있고, 이는 명백한 GDPR 침해라고 주장한다. noyb 대표(맥스 슈렘즈)는“페이스북 사용자는 동의 버튼을 누르거나 계정을 삭제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영국의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만약 EU가 noyb의 주장을 인정하면 구글은 37억 유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는 총 39억 유로의 벌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GDPR은 개인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처리할 경우에는 개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며, 또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정보 이외의 정보 수집을 동의 없이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사회적 책무 강조
유럽의 GDPR이 이용자들이 인터넷 대기업을 상대로 개인정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제도를 포함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테크 기업에게 무제한에 가까운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부여하고 있어 데이터 소유 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페이스북처럼 글로벌 영향력이 큰 인터넷 기업의 엄격한 콘텐츠 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언론은 페이스북에서 자살 동영상이 생중계되고, 가짜 뉴스가 노출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인터넷 중독과 같은 사회적 부작용을 다룬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18. 특히,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전통 언론 매체들은“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가짜 뉴스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19’실제로, 지난 2016년 미국대선에서 소셜미디어가 미국 여론을 조작하는 데 이용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페이스북의 관리 책임에 대한 전통 매체들의 비판이 컸다. 즉, 러시아와 연계된 세력이 페이스북에서 ‘텍사스의 심장’‘흑인주의’‘무슬림연합’같은 계정을 운영하며 흑인인권운동과 이민자 폭력을 조장하는 게시물들을 집중적으로 올렸고, 미국 내 인종갈등을 부추기는 광고를 내걸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 변호사(콜린 스트레치)는 러시아의 친(親)정부 성향 조직인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 보유 계정을 통해 2015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가짜 게시물 8만여 건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가짜 계정과 허위 게시물에 대한 관리 소홀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추궁 당했으며 지난 4월 청문회에서 저커버그는 “우리가 충분히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며 거듭 사과했다.
페이스북은 어떻게 될까?
글로벌 환경이 페이스북의 경영에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쉴 새 없이 증폭하는 빅데이터는 기업이 감지할 틈도 없이 유출 위험을 키워가고 있다. 이용자의 사생활, 데이터 소유권, 이동권에 대한 요구도 높아가고 있고, SNS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은 서비스 이탈자들을 낳고 있다. 비대해지고 오래된 페이스북을 떠나 새로운 서비스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새로운 세대들은 자신만의 새로운 소통 공간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SNS 시장은 성장의 한계에 달한 것 같고, 페이스북은 여기저기 금이 가는 곳을 손보기에도 정신없어 보인다.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쉽게 떠나기엔 이미 생활에 깊이 침투한 플랫폼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정보 유출 문제, 보안 문제, 가짜 뉴스를 찾아내 걸러내는 것은 오히려 데이터와 인공지능과 같은 선도적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는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더욱이,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의 가입자 증가가 더디게 나타나는 동안 아시아 시장의 괄목한 성장은 여전히 페이스북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분명한 사실은 사회적 피로감을 만드는 SNS의 정보 과부하의 문제, 개인정보 유출, 가짜 뉴스, 사회적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의 판별 문제 등 SNS을 둘러싼 다양한 기술적, 사회적 이슈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제를 현명하게 풀어내는 스타트업의 등장도 기대할 수 있으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는 페이스북의 진화도 불가능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