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 – 규제와 정부의 역할 중심

​※ 이 글은 SBI 저축은행 핀테크 TFT 이은화 이사 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핀테크의 의미

핀테크는 무엇이고 어떤 개념일까? 금융산업은 IT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많은 기술적 발전을 거듭하였는데 최근 들어 왜 핀테크라는 단어가 부각되었을까? 인터넷 전문은행은 핀테크일까 아닐까?

핀테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각자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업계에서조차 핀테크가 무엇이냐 라고 하는 질문에 이것이 정답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유명 핀테크 범주 내 금융서비스들 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는데, 바로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출발해 보는 것도 핀테크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해 보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과거부터 금융과 관련한 기술은 발전 해 왔지만, 그 중 최근 들어 소비자와 사용자 중심의 사고방식에 기반하여 그들의 니즈2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되는 기술 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핀테크의 개념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규제와 라이선스라는 특징으로 인해 공급자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왔던 금융기관 보다는 시장원리에 익숙한 기술기반의 스타트업이나 IT기업에 의해 핀테크가 발현되고 발전되어 왔다는 점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최근 10년간 진행된 일련의 기술진보3들 은 핀테크를 통한 금융서비스와 제품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중심의 금융업도 기술+인간의 형태로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핀테크란 서비스 관점에서는 사용자 중심 사고방식으로 기존 금융서비스가 해결해 주지 못했던 니즈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기술들, 또는 그러한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기술들의 집합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금융산업과 규제

금융산업은 일반적으로 실물경제를 기초로 한 산업들에 비하면 가장 후방산업에 속하는 업종이고 한 나라의 기간산업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그렇기에 자본주의를 택한 대다수의 국가들은 금융산업을 일정부분 규제하고 인/허가를 통해 진입장벽을 구축해 놓음으로써, 국가경제가 갑작스럽게 혼란스러워 지는 것을 방지하며 국민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한다. 한편으로는 금융산업 역시 시장경제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기술의 도입과 자유로운 경쟁, 창의적인 서비스 및 제품의 생산과 소비자의 선택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영역이기도 하다.

핀테크 산업은 대체로 금융산업의 일부로 간주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고, 규제와 혁신의 균형에 따라 각국의 현재 핀테크 산업 발전 수준은 천양지차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핀테크 산업은 그 중 발전되지 않은 쪽에 가까운데 4  5  ,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겠지만, 관 주도의 금융 산업 발전은 그러한 주요 원인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대다수 산업이 그러했듯이 한국의 금융산업 역시 국가 주도의 계획하에 발전을 이루어 왔다. 특히 과거 고도성장 시기에 금융은 실물경제 지원과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구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었고,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금융산업은 ‘시장’ 원리에 따른 자율적인 형태의 발전이 어려운 구조로 성장해 온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 결과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중앙집중형태의 금융인프라6들이 생성되기도 하였고, 금융기관 입장에서 실무적으로 법보다 더 강제력 있는 각종 규정, 가이드라인, 모범규준과 같은 제도들이 운영되고 있으며,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에서는 선심성 금융정책들이 공약으로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국가의 통제를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과 안정, 금융사고의 예방과 소비자보호 측면에서는 적절한 기능을 해 왔지만 금융기관들에게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개발과 제공을 통한 경쟁을 유도하는 동인이 되진 못했다. 요약하자면 당국은 시장과 국가 경제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감독하는 방안 마련에 집중해 왔고, 금융기관들은 그러한 체제에 순응하여 면허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며 현실에 안주함으로써 한국 금융산업의 새로운 시도와 혁신은 시작되더라도 발전하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핀테크의 등장과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여러 분야의 핀테크 기업이 국내에 등장하면서 이러한 산업 구조적인 부분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변화의 물결은 금융당국의 정책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당국은 금융분야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 제시는 물론, 은산분리 완화, 규제 샌드박스의 적극적인 활용, 핀테크 혁신지원법 등 다양한 관련 법안의 재/개정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금융기관 또는 핀테크 기업 입장에서 감사한 일이고,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들은 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을 통해 뒤쳐진 국제 경쟁력을 제고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렇듯 여러 가지 혁신적인 정책의 도입이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래와 같은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수반된다면 더욱 활발한 핀테크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첫 번째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적용이다. 사실 이 내용은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된 바 있지만, 생각보다 대한민국의 법체계나 감독방식, 또는 금융기관의 업무 방법 등이 오랜 기간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에 적응되어 있어서인지, 체감적으로는 그 효과가 미미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적용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사용자 중심으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창의적 시도를 위해서이다. 물론 올해 금융위원회에서 주도한 지정대리인 제도와 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핀테크 기업들이 그 효용을 체감하기까지는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되어 참여가 활발하지는 않아 보인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은 분명하지만 문제가 되었을 경우 책임소재나 사업성 등을 고려해 볼 때 실질적인 서비스에 대한 시도 보다는 정책에 발을 맞추는 정도로 참여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결국 혁신적인 서비스의 도입과 실험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 문제 발생 시의 사후처리 방안과 같은 부분을 신경 써서 규제의 테두리를 잘 정의하고, 그 안에서는 아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정책 패러다임이 변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규제와 정책 적용이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도입, 핀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은 고객이 더 나은 금융생활을 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들이 될 수 있지만, 금융기관 실무자들은 준수해야 할 각종 규정과 가이드라인들로 인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물론 금융기관이 가지는 공익적인 역할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일반 기업보다 더 많은 제약을 받고 다양한 규정에 의한 감독하에 업무를 집행해야 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발생하지 않은, 혹은 발생하였더라도 그 영향이 제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천적으로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한다거나 매우 세부적인 업무방식을 점검하고 지도하는 것은 창의적인 생각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최근 산업 트렌드에는 적절치 못한 규제일 수 있다. 다시 말해,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한 상위 정책기관의 노력이 그 빛을 보기 위해서는 실무와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가 잘 일어날 수 있도록 그 적용과 관리/감독에 세심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장중심적 정책 입안이다. 최근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수수료 0%의 결제 서비스가 이야기 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그 취지는 좋으나 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음과 동시에 시장 원리를 상당 부분 왜곡시키는 제안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저하시킬 우려가 존재한다.

과거에는 가격과 서비스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통해 시장의 안정과 더 나은 품질의 금융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할 수 있었겠지만, 최근 핀테크로 무장한 IT 기업들의 금융서비스 출시로 인해 시장은 점점 경쟁을 통한 소비자의 효용 확대가 가능한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만약 금융기관 역시 시장경제 내에서 기업으로 활동하는 하나의 경제주체라는 인식을 좀 더 강하게 가지고 정책을 마련한다면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에 적합한 핀테크 산업 육성

한국의 금융산업은 전통적으로 시장에 대한 규제와 관리가 강한 편이었고, 이러한 환경에서 발전해 온 금융기관들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 편리하고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산업 구조가 지속된다면 기업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시도와 기술의 도입이 어렵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개인화되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의 출시와 이를 기반으로 한 산업의 발전이 요원해질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사용자, 시장, 제도 등 다양한 부분의 고려가 필요하겠지만 이 중 특히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금융산업의 경우 제도와 정책의 방향이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글로벌 핀테크 산업은 최근 들어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신규 서비스를 개발한 신생 업체들이 금융기관과의 코피티션 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추세에 있다. 다시 말해, 기존 금융기관이 핀테크 산업의 한 축이 되어가고 있고, 이는 곧 핀테크 업체만을 위한 정책 수립과 규제 혁신보다는 금융 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한 균형 잡힌 시각의 정책 입안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국내에서도 핀테크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 금융기관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와 감독 장치를 보완함은 물론, 시장 원리에 기반한 사업화와 금융기관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패러다임이 이동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규제가 강한 국내 금융 환경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의 비효율이 적기 때문에 그 방향만 제대로 잡힌다면 빠른 속도로 산업을 발전 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지속적인 금융당국의 현명한 정책 수립과 집행을 기대하고, 금융산업의 변화에 따른 정책 수립과 감독에 불철주야 고생하는 점,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더불어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핀테크 및 금융산업 관련 법안들의 빠른 재/개정을 기대해 본다.


[1] 예를 들어 영국의 해외 송금업체 ‘트랜스퍼와이즈’나 미국의 P2P 대출회사 ‘랜딩클럽’ 등
[2] 공학적 기술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서비스 모델의 변화, 저비용 니치마켓 공략 등과 같은 부분도 기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3] 모바일 디바이스의 보편화, 클라우드와 같은 저렴한 컴퓨팅 자원의 등장과 활용, 대용량 데이터 분석을 위한 알고리즘 및 기계학습의 발전 등​
[4] 2017년 KPMG가 선정한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한국기업은 비바리퍼블리카 뿐임.
[5] 2017 E&Y의 핀테크 활용지수에 따르면 핀테크 활용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중국이고, 한국은 핀테크 이용률이 32%로 12위에 올랐지만 조사대상 20개국의 평균 핀테크 도입률(33%)을 하회하는 결과였음.
[6] 전국민의 거의 대부분을 커버하는 독과점적 CB사, 금융공동망, 카드/VAN 중심의 결제 네트워크 등.​


 

(이은화 이사 / SBI 저축은행 핀테크 T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