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초중등SW교육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
  • SPRi
날짜2018.10.29
조회수11420
글자크기

초중등SW교육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
※ 이 글은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 길현영 교수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SW)교육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시기와 형태가 다를 뿐, 세계 주요국들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 정규교육과정에 SW교육을 편성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표 1> 참조)

<표 1> 국내외 SW관련 교육 현황


   국내 역시 올해부터 중학교 정보과목이 선택교과에서 필수교과로 바뀌었고, 2019년부터는 초등 수업에도 SW 관련 내용이 포함된다. (<표 2> 참조) 한동안 정체되어있던 국내 SW교육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는 크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들이 많다.

<표2> 2015 개정교육과정 전후 SW교육 개편안

 

   첫째, 현재의 SW공교육은 양적으로 너무나 부족하다. 2015 개정교육과정으로 확보된 SW교육 시간은 초등 17시간, 중학교 34시간이다. 그 시간 “이상”이라고 교육과정에 명시되어 있다지만, 더 많은 시간 배정을 바랐다면 숫자를 고쳤어야 한다. 고등학교는 68시간이 배정되어 있지만 입시과목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 선택과목이다. 이렇게 적은 교육 시수로는 목표로 하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만들어보는 교육은 수행할 수 없다. 일례로 중학교 정보교육과정의  “문제해결과 프로그래밍”, “컴퓨터시스템” 영역은 프로그래밍 실습 교육이 필요하다. 실제적으로 학생들이 프로그래밍을 해보기 위해서는, 실습실로 이동하고, 컴퓨터와 프로그램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어야 하고 그 툴/환경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타이핑이나 인터페이스 사용 등을 익혀야 한다. 실제 프로그래밍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사고들에 교사 한명이 다 대응해주어야 한다. 따라서, 한 주동안의 45분 수업으로는 실제 실습을 수행하기 어렵다. 

   수업시수는 교육인력 확보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양질의 SW교육을 위해서는 정보교사의 안정적 교원 수급이 중요하지만, 현재 시수로는 한 학교에서 정보교사 한명을 채용하기 어렵다. 최근 학생 수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기존의 정보교사들조차 한 학교에서 수업시수를 채우지 못하고 순회교사로 되거나, 고등학교에서 정보과목이 선택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전체 국가교육과정을 수행해야하는 교육부에게, 초등학교 과정의 총 수업시간인 5,892시간의 0.2%에 불과한 17시간의 SW교육과, 중학교 과정의 총 수업시간인 3,060시간의 1.1%인 34시간인 정보과목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라고 설득하기 역시 어렵다. 특히 과목벽이 높은 국내 공교육에서 이 정도의 시수로는 교육과정이 안착되기 힘든게 현실이다.

 

   둘째, 지역·계층에 따른 SW교육의 격차가 존재한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SW교육 학습 콘텐츠, 지식습득 기회 및 환경 등의 측면에서, SW연구·선도학교와 非SW연구·선도학교간 격차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기업·기관들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은 경제적 우위와 우수한 교육인프라, 정보 습득의 기회가 더 많이 열려있다. 아직 학교 내 기기/네트웍 등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을 상황에서, 지역별 환경적 차이는 보편교육 제공의 제약점이 된다. 경제적 차이뿐만 아니라 성별에 기반한 사회적 인식 부족 역시 주목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학업 성취도는 남성을 앞지르면서도, 특히 SW분야의 여성 인력 비중은 매우 저조하다.** SW분야에서 여성인력이 적은 이유 중 하나는 성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으로 어린 시절부터 해당 분야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Google의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과학분야에 대한 주변의 권유나 격려를 받은 非SW학과 여학생들은 非SW학과 남학생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 뉴욕주립대학의 SW학과 여학생들은 입학 전 컴퓨팅 경험이 남학생들보다 적었고, 이는 전공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나타났다. 국내 초중등 SW교육 관련행사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남학생들이란 사실을 다시금 곱씹어봐야 한다.

  * 중학교 SW교육 인식 현황과 자유학기제 SW진로특강의 효과성 연구 (SPRi, 2016)

  ** 국내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74.6%로 남학생(67.3%)보다도 7.4% 높으나, SW분야를 포함한 공학계열은 약 17%, 국내 SW전공 학위 취득한 여성의 비중은 18.84%, SW직종 여성의 비중은 12.5%


   마지막으로, 최근에 “SW교육”이란 말이 “코딩 교육”이란 용어로 대체되어가고 있는 현상에 개인적으로 우려를 갖게 된다. 주로 코딩(coding)은 솔루션(알고리즘)을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현하는 단계, 즉, 협소한 의미의 프로그래밍을 편히 부를 때 쓰는 용어이다. 양질의 코딩을 하기 위해서는 코딩 단계의 이전과 이후에 필요한 인간의 사고력 기반의 중간과정들*이 필요하며, 이것이 컴퓨팅 사고력(CT)라 볼 수 있다. 초중등 SW교육에서 코딩은 차라리 컴퓨터 사고력을 구체화하고 증진을 위한 효과적 훈련도구로서 그 의미가 있다. Wing은 2006년 컴퓨팅 사고력 정의에서 컴퓨팅적 사고의 핵심은 프로그래밍이 아닌 개념화에 있으며, 컴퓨터과학자로서의 사고력은 단순히 컴퓨터를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것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Voogt은 코딩/프로그래밍은 컴퓨팅 사고력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컴퓨팅 사고력은 문제 분석이나 문제 해결을 핵심요소로서 수반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사교육시장의 코딩교육 광고는 결국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와 교구 활용법 습득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가 초중등에서 SW교육을 하려는 이유는 기술발전으로 예측이 불확실한 미래사회에도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려는 것이지, 현재 기술에 대한 교육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코딩 교육이란 용어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불안감을 갖는 이들에게 초중등 SW교육이 기술교육이라고 오인하게 하여 SW교육의 지속적 발전에 장애가 될까 걱정스럽다.

   * 광의의 의미에서 프로그래밍은 문제를 분석하고 이해하여 효율적인 문제해결방법(알고리즘)을 생성하고 이를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의 코드로 옮겨 실행 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작업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음의 SW교육정책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 내 SW교육 시수 증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영국, 인도, 에스토니아등 주요 국가들은 주당 2시간씩, 미국 Code.org 플랫폼에서 800차시 이상을 SW교육에 할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실습교육이 중요한 SW교육의 특성상 주 1시간이 아닌 주 2시간 이상의 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정 학년에서의 시수 확대가 어렵다면, SW교육의 시작 시기를 조기화하는 방안도 있다. 사실 2000년 초반까지도 우리나라는 초등 1학년부터 매주 한 시간씩 ICT활용교육을 수행하였었던 사례가 있다. SW교육은 ICT활용교육과는 최종 목적은 다르지만, SW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혀야 어떤 SW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해외 국가들은 SW 활용과 언플러그드 기반의 컴퓨팅 원리를 일찍부터 가르치고 있다. 유명 컴퓨터과학 관련 학회인 ACM과 Informatics Europe의 리포트 “Are we All in the same boat”*(2017)의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나 인터넷 활용 기반의 SW교육의 경우, 벨기움의 일부 지역은 유치원부터, 41개 국가/지역(77%)는 초등학교부터, 9개 국가/지역(17%)이 중학교부터, 2개 국가/지역(3.8%)가 고등학교부터 시작하고 있다. 좀더 학문적·기술적 경향이 강한 내용은 53개 국가/지역 중 6개 국가/지역(12%)가 초등학교부터, 27개 국가/지역(51%)가 중학교부터, 20개 국가/지역(38%)는 고등학교부터 정보학 교육을 시작하고 있다. SW활용 경험이 중요한 학습기반이 되는 초중등 SW교육이 이미 다수의 국가의 교육과정에 스며들어 있음을 볼 수 있다.

   * 해당 보고서는 초중등 SW교육을 정보학으로 명칭

 

   둘째, 교과 전반에서 SW가 융합·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SW는 모든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는 범용기술이기에 기본적으로 융합적 성격을 갖고 있다. 분야별 지식과 경험이 SW기술의 기본 재료로서, SW는 도구로서 적용될 수 있다. 이를 위해, 2000년대 있었던 ‘정보통신기술교육 운영지침’에서처럼,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기초능력 배양과 각 교과별 활용을 위한 교수학습방법 등을 구체적 예시로 제안하여 의무교육으로서 수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림 1> 참조) 운영지침과 같은 의무조항 외에도, SW 기반 프로젝트 형태의 교과 융합 수업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SW교육 연구·선도학교, 과학혁신학교 등의 일부 학교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타 교과와 SW융합교육을 수행하는 사례들이 있다. 이런 프로젝트 형태의 교과융합수업은 교육의 효과성 차원에서 적극 권장되고 있으나, 융합수업 운영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전혀 없기에, 실제로 수행되기 어렵다. 교사의 시수를 추가 인정과 고과점수요인으로 포함 등을 통해, SW융합교육 콘텐츠 개발과 확산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림 1> 타 교과 내 SW활용교육 사례

<그림 1> 타 교과 내 SW활용교육 사례

출처: 2005 정보통신기술교육 운영지침 개정안

 

   셋째, 온라인 SW교육 플랫폼의 개발 및 확산으로 SW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여야 한다. 프로그래밍 교육을 위한 웹 기반 플랫폼(클라우드 서비스 등)은 지역에 따른 컴퓨팅 환경에 제약받지 않고 안정적인 코딩 교육을 할 수 있기에, 국내의 부족한 교육 인력과 환경의 격차 해소에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서비스 개발 및 확산은 단계별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공공의 지원을 통한 다양한 계층별 SW교육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학년별/수준별/지역별/성별로 활용하기 좋은 우수한 서비스/콘텐츠들이 필요한데, 이를 단기간에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첫 단계로는 해외의 우수한 서비스/콘텐츠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상에 해당 서비스들을 소개하고, 좋은 콘텐츠를 한글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국내 사용자 커뮤니티들의 활성화 통해, 학생과 교사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기관/개인들이 창의적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code.org’, 영국의 ‘code club’, 에스토니아의 ‘programming game lab’ 등은 인터넷 상에서 학생이 스스로 학습하고 성취하면서 성장하는 SW교육을 할 수 있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 제공하고 있다.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들을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영국의 CAS, 미국의 CSTA) 역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지역적 격차를 해소하며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시키는 매개체가 되고 있음을 참조해야할 것이다.

 

  넷째, CT 기반의 컴퓨터과학교육으로서 SW교육을 확립시켜야 한다. 국가마다 초중등 SW교육과정은 다양하지만, 과목명에 관계없이 컴퓨터과학을 초중등 SW교육의 기반 학문으로 한다. 컴퓨터과학은 하나의 학문 분야로서,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기반으로 하는 지능의 과학*이라 할 수 있다. 컴퓨팅 사고력은 SW나 HW 구현 기술를 넘어 그것의 기반 원리가 되는 사람들의 지혜와 경험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세상을 바라보고 문제를 생각하는 틀(framework)을 제공한다. 이를 기초로 컴퓨터과학자들은 인간의 지능과 기계의 역량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하면서 SW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컴퓨팅 사고력은 컴퓨터과학을 독립된 학문 분야로 볼 수 있게 하는 독특한 세계관(사고하고 동작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Wing은 “컴퓨팅 사고력은 컴퓨터라는 기기의 물리적 제약을 고려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수학적 사고와는 다르며, SW를 통해 물리적 현실에 의해 제약받지 않는 가상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학기술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초중등 SW교육의 지속적 수행과 성공적 안착에 가장 기본 요인은 해당 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즉, 왜 이 교육을 해야 하는지, 그 지향점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사회 전체의 공감대 형성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비로소 정규교육을 수행할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능동적으로 교육 및 학습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연수와 사회적으로 SW교육의 母학문인 컴퓨터과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넓힐 교육콘텐츠 개발과 전파 역시 필요하다.

   * 지능에 대한 과학”(Science of Intelligence)은 이광근 교수의 컴퓨터과학으로 여는 세계강의에서 나온 용어이며, 해외 문헌에서는 ‘high ordered thinking methodology’라고도 한다.

 

   최근 몇 년간의 SW교육정책은 그간 사라졌던 SW교육을 다시 재점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그 결실을 보이고 있다. 2014년 72개교였던 SW교육 시범학교는 현재 약 1,640여개의 연구·선도학교로 확대되어 오면서, 학교 현장에 SW교육 사례들을 만들고 있다. 2015년에 약 12.6만명이 참여했던 온라인 코딩파티에는 2017년에 약 70만명의 초중등 학생들이 참가하였다.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 속에, SW경쟁력이 미래 국가 경쟁력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많이 확산되었다. 이제 다시금 SW교육의 원래 목적을 되새김질하면서, 현실과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현재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냉철하게 인지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보완할 수 있는 다음 단계의 정책을 통해, 막 시작된 공교육제도에서 SW교육이 원활하게 수행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길현영 /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