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文學)의 디지털 전환, 웹소설과 챗픽션

  • 유호석산업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날짜2019.04.19
조회수2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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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시장이 감소하는 가운데 웹소설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웹소설은 장·절 또는 회차 단위로 구매하는 마이크로 콘텐츠이며 영화, 드라마, 게임으로의 확장성이 높고, 독자와의 상호작용이 원활하다는 측면에서 종이책을 그대로 전환한 전자책과도 다른 특성을 보인다. 웹소설의 유형 중 하나인 챗픽션(Chat Fiction)은 챗버블(Chat Bubble)로 구성하면서 다양한 멀티미디어 요소를 가미하여 독자의 몰입감을 유지하는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디지털 문학이다. 이러한 웹소설은 향후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독자와의 상호작용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 감소하는 출판시장 속 성장하는 웹소설
    • 웹소설1은 인터넷으로 처음 출간되는 소설이다. PC통신 시절부터 유행했던 ‘온라인 소설’ 및 ‘인터넷 소설’, ‘휴대폰 소설’ 등과 같은 것인데, 종이책이나 잡지같이 출판인쇄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소설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연재하는 모든 소설을 포괄한다.2 아래 [그림 1~2]를 보면 해외와 국내의 다수의 웹소설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그림 1 영미권 대표 웹소설 플랫폼
      그림 1 영미권 대표 웹소설 플랫폼
    • 그림 2 한국 웹소설 플랫폼 4종
      그림 2 한국 웹소설 플랫폼 4종
    • 국내 출판시장이 정체하고 있는 가운데 웹소설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2015년에 출판산업의 총 매출은 약 7조6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고, 2016년에는 다시 증가한 2.1%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이 증가분의 상당수를 웹소설이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책 유통매출이 37%, 전자책 출판이 18% 증가하는 가운데 전자책 출판사의 83%가 웹소설 매출이 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3
    • 웹소설 시장으로만 범위를 좁혀 봐도 같은 추세이다. 2014년 약 200억 원 규모였던 웹소설 시장은 2016년 약 1,800억 원으로 규모로 성장했으며, 2017년에는 2016년보다 50% 성장한 약 2,7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 그림 3 국내 웹소설 시장의 성장세
      그림 3 국내 웹소설 시장의 성장세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2018), “IP기반의 웹소설 활성화 방안”.
  • 웹소설의 특징
    • 웹소설의 첫 번째 특징은 디바이스별로 포맷이 가변적이라는 점이다. 웹에 기반한 콘텐츠라는 특성 때문에 같은 콘텐츠라도 디바이스의 크기와 운영체제(OS)의 기술적 특징을 살려 배포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그동안 문학작품을 생성하지도 유통하지 않던 포털 등 웹사업자들이 웹소설 시장에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 웹소설의 두 번째 특징은 마이크로 콘텐츠라는 것이다. 한꺼번에 모든 이야기를 출간하지 않고 ‘1화, 2화...’ 식으로 나누어서 연재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많은 웹소설이 이야기의 시작부분은 무료로 배포하고 회를 넘어가면서 유료로 전환하는 상업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종이책 또는 기존 전자책과는 달리 마치 TV드라마처럼 다음회의 콘텐츠를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끌어내기 위해 이야기의 연결성을 긴장감 있게 유지하는 것이 상업화의 성공 포인트가 된다. 음원시장은 이미 전체 콘텐츠(CD앨범)가 아닌 인기 콘텐츠(MP3음원)만 소비하는 패턴으로 세분화되고, 추천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편화로 큰 폭의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에 비해 전자책의 대부분이 종이 출판물을 그대로 디지털화하는 수준에 머물러,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인터랙션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료 웹소설의 부상으로 문학 분야에서도 마이크로 콘텐츠가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 그림 4 네이버의 연재 서비스 ‘시리즈’
      그림 4 네이버의 연재 서비스 ‘시리즈’
    • 또한 웹소설은 다른 콘텐츠로의 확장성이 강하다. 짧은 호흡과 빠른 전개 때문에 몰입감이 높고,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어 영상물로 전환하기에도 유리하다. 드라마를 넘어 게임으로 전환되어 성공을 거두는 사례도 다수이다. 소설이 가진 텍스트 콘텐츠가 웹툰이나 영화 같은 이미지 위주의 콘텐츠보다 IP(Intellectual Property) 확장성이 더 크다는 연구도 있다.4 경제적 관점에서 웹소설은 물리적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초기 투입 비용은 작기 때문에 향후의 추가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원천 콘텐츠로서의 경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확장한 다수의 사례 중 하나인 TvN의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웹소설로 시작하여 드라마로 제작되고, 이어서 웹툰으로까지 확장된 바 있다.([그림 5], [그림 6] 참조)
    • 그림 5 웹소설에서 타 매체로 확장 사례, ‘김비서가 왜 그럴까’
      그림 5 웹소설에서 타 매체로 확장 사례, ‘김비서가 왜 그럴까’
    • 그림 6 북미의 웹소설을 영화화하여 성공한 사례
      그림 6 북미의 웹소설을 영화화하여 성공한 사례
    • 웹툰과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달빛조각사’([그림 7])와 같이 게임으로 확장되는 웹소설도 다수 생기고 있다 . 현대의 독자는 대규모의 서사구조 대신 작은 스토리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끊임없이 공감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웹소설 등 미디어 콘텐츠가 가지는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꼽힌다는 것이다.5 웹소설이 창조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만화, 영화, 드라마, 게임이 교집합을 가지는 것이다. 향후 디즈니의 캐릭터 전략과 같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2차,3차 라이센스 시장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그림 7 엑스엘게임즈社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 중인 판타지 웹소설 ‘달빛조각사’
      그림 7 엑스엘게임즈社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 중인 판타지 웹소설 ‘달빛조각사’
      ※ 출처 : 해당 게임 제작자 블로그, lunaorigin.com
    • 독자와의 상호작용은 웹소설의 또 다른 특징이다. 웹소설을 쓰는 데 있어 독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가치는 가독성이다. 즉, 독자가 내용이나 표현을 쉽게 읽을 수 있는지 여부가 웹소설을 선택하는 판단기준이 된다. 웹소설 작가들은 독자들의 댓글과 조회 수를 잘 살피는 것을 웹소설 제작과정의 일부로 보고 있다. 독자의 반응을 보고 이를 토대로 다음 편을 구상하고 글을 쓴다. 결과적으로 독자의 반응을 참고하는 것이 “더 좋은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6 이렇듯 웹소설은 작가와 독자 간의 관계에서 피드백 요소를 강화하면서 새로운 문학적 방식을 만들어 내고 있음이 분명하다.
  • 종이책으로는 불가능했던 디지털 문학, 스낵컬처와 챗픽션
    • 스낵컬처는 과자와 같은 스낵을 먹듯이 5분에서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문화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의미에서 등장한 용어이다. 웹소설과 웹툰 등이 바로 21세기의 스낵컬처를 설명하는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낵컬처의 특징은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취침 전 시간 등 길지 않은 시간에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영미권 웹소설인 Radish의 경우, 소비자가 한 번에 읽는 데 약 15분 단위의 시간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7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일수록 모바일을 이용한 문화 소비에 적극적이다. 웹소설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웹소설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군더더기 없는 단문, 빠른 장면 전환, 대화체 위주의 문체가 웹소설에 더 적합한 방식으로 꼽힌다.
    • 그림 8 스낵컬처로서의 특성을 강조한 영미권 웹소설 서비스 Radish의 광고
      그림 8 스낵컬처로서의 특성을 강조한 영미권 웹소설 서비스 Radish의 광고
    • 챗픽션은 독자와의 디지털 상호작용을 극대화한 완전히 새로운 글쓰기 방식이다. 챗픽션은 [그림 9]의 대화형 박스에서 대화문장을 감싸고 있는 챗버블과 같은 상호작용 인터페이스로 구성되며, 대화체 문장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소설의 내용 읽어 내려가는 특별한 형태의 웹소설이다. [그림 9]의 (a)처럼 독자가 선호하는 스토리를 선택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어서 읽을 수도 있다. 챗버블 사이에 멀티미디어 사진과 동영상을 삽입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그림 9]의 (b)와 같이 공포물을 읽어 내려가는 중에 귀신을 갑자기 등장시키는 등 독자의 몰입을 끊임없이 유도하는 방식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종이책에서는 불가능하고 디지털로만 구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문학작품의 속성이 디지털 환경에서 질적으로 바뀌고 있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 그림 9 챗픽션의 챗버블 활용 사례
      그림 9 챗픽션의 챗버블 활용 사례
      ※ 출처 : https://www.makeuseof.com/tag/chat-stories-fiction-apps
  • 웹소설과 챗픽션의 전망 : 인공지능이 지원하는 창작과정과 독자 상호작용
    • 이미 신문기사를 대신 작성해 주는 소프트웨어인 로봇저널리즘과 소설가의 창작을 돕는 Novel Factory 같은 소프트웨어가 존재하는 상황을 볼 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지능화된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는 것이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초 위에 딥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면 작가 입장에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독자와의 상호작용을 효율화할 수 있다. 긍정적인 피드백과 부정적인 피드백을 분류하고 이야기 구조를 재해석하여 독자들이 선호하는 새로운 캐릭터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소설의 원본과 독자의 피드백 댓글이 웹으로 공개되어 있어 딥러닝의 학습과정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취득하는 일도 어렵지 않아 보이므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음악의 제작,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이 디지털로 전환된 것과 같이 소설과 같은 문학도 큰 폭의 깊이와 넓이로 디지털 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1 2013년 1월 네이버가 ‘네이버 웹소설’(novel.naver.com)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웹소설’을 처음 사용했다. 웹툰에서 차용해 웹소설이라는 용어를 개발했고, 이를 많은 웹소설 전문플랫폼에서 사용하면서 인터넷 소설을 지칭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 2 이건웅·위군(2017), “한중 웹소설의 발전과정과 특징”,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글로벌문화콘텐츠 제31호, 159-173.
    • 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가 발간한 『2017 출판산업 실태조사』의 통계 수치를 저자가 분석함.
    • 4 김숙·장민지(2016), “스몰 콘텐츠 웹소설의 빅플랫폼 전략”, 한국콘텐츠진흥원, 코카포커스 2016-08호.
    • 5 아즈마 히로키(東浩紀, 2007·2012)를 한국콘텐츠진흥원(2018)에서 재인용
    • 6 한미화(2009), 『인터넷 연재 소설 무엇이 다른가』, 330쪽.
    • 7 radishfiction.com의 임원을 저자가 인터뷰한 결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