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사업을 위한 기업 간 협력 확대

  • 이중엽산업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날짜2019.07.16
조회수16710
글자크기
    • 페이스북이 자체 암호화폐 발행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이라는 컨소시엄을 통해 진행된다. 정식서비스는 내년부터 진행할 예정이지만 벌써 비자, 마스터카드, 이베이 등 28개 기업들이 가입하였다. 실제 비즈니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향후 더욱 구체적이고 폭넓은 협업 모델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 페이스북의 자체 암호화폐 발행
    • 페이스북이 지난 6월 자체 암호화폐 발행 프로젝트 ‘리브라(Libra)’를 발표했다. 리브라는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1으로 올해 테스트 단계를 거쳐 내년에 정식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이 활용할 수 있는 간편한 형태의 글로벌 통화 및 금융 인프라의 제공2’을 목표로 한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백서와 스마트폰으로 리브라를 결제·저장할 수 있는 암호화폐 지갑 ‘칼리브라(Calibra)’를 같이 공개했다.
    • 페이스북은 이 프로젝트를 ‘리브라 어소시에이션(Libra Association)’이라는 컨소시엄을 통해 진행 및 운영하고 있다. 이 컨소시엄은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독립적인 비영리 조직이며 주요 정책과 기술적 사항에 대한 결정을 포함하여 리브라 거버넌스의 기본적인 틀을 결정한다. 아직 정식 서비스도 진행되지 않았고 참여사들로부터 각 1,000만 달러의 투자3를 받고 있지만 이 컨소시엄에는 벌써 28개의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과 같은 결제기관을 포함하여 우버, 이베이, 코인베이스, 보다폰 등 일반 기업과 함께 안드레센 호로위츠와 같은 투자사도 포함되어 있다. 컨소시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 정식 서비스까지 100개 이상의 기업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관련 생태계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밝히고 있다.
    • 그림 1 페이스북 암호화폐 ‘Libra’ 컨소시엄
      그림 1 페이스북 암호화폐 ‘Libra’ 컨소시엄
      ※ 출처 : The Block(2019)
  • 플랫폼 컨소시엄의 확대
    • 블록체인 사업 활성화를 위한 기업 간 협력은 플랫폼 분야에서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범용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있는 하이퍼레저와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EEA, Enterprise Etherium Alliance)에는 이미 200개사 이상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를 특화하여 진행되고 있는 r3프로젝트에도 100여 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 하이퍼레저 프로젝트는 2015년 12월 리눅스 파운데이션을 중심으로 시작된 최초의 플랫폼 컨소시엄이다. 이후 2017년 7월, 블록체인 개발부터 운영, 거버넌스 등 모든 프로세스를 담고 있는 하이퍼레저 패브릭이 출시되면서 IBM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구축사례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 EEA는 JP모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엑센츄어 등 30개사와 함께 2017년 2월 출범했다. 이 컨소시엄의 목적은 기업에서 활용하는 솔루션에 이더리움의 오픈 소스 아키텍처를 적용하고 표준화를 진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EEA는 최근 여러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기술 중립적인 ‘토큰 분류체계 이니셔티브(Token Taxonomy Initiative)4’ 프로그램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r3는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여 안전한 금융거래를 처리하려는 은행들의 컨소시엄으로 설립되었으며 미국 최대의 은행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Corda라 불리는 자체 솔루션을 내놓았고 수십 곳의 파트너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이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산탄데르와 같은 기관이 탈퇴하기도 했지만 일본 SBI 금융그룹 및 차이나레저 등과 연계하며 활용분야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 최근 주로 EEA에서 활동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하이퍼레저 컨소시엄에 가입하고 하이퍼레저와 EEA의 협력 체계가 구축5되는 등 주요 플랫폼 컨소시엄 간 공조도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도 필요에 따라 컨소시엄에 중복가입하기도 하는 등 멤버수에 따라 우열을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도 LG CNS나 하나은행처럼 위의 세 컨소시엄에 모두 가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 표 1 주요 블록체인 플랫폼 컨소시엄
      <표 1> 주요 블록체인 플랫폼 컨소시엄
      하이퍼레저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연합(EEA) r3
      개요 범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연구 개발 이더리움 기반의 허가형 블록체인 컨소시엄 글로벌 은행 컨소시엄
      설립 2015.12 2017.02 2014
      운영단체 리눅스 재단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재단 R3
      멤버수 250+ 250+ 150+
      주요멤버 IBM, MS, 액센추어, 바이두, 시스코, 인텔, SAP, 도이치뱅크, JP모건 등 MS, HP, 인텔, 딜로이트, AMD, JP모건, 마스터카드, UBS 등 아마존 웹서비스, 크레딧 스위스, BBVA 등
      주요 플랫폼/ 프로젝트 패브릭(Fabric) 이로하(Iroha) 인디(Indy) 등 쿠오럼(Quorum) 토큰분류프레임워크(Token Taxonomy Initiative) 코다(Corda) 코다 엔터프라이즈
      URL www.hyperledger.org www.entethalliance.org www.r3.com
      ※ 출처 : 홈페이지 및 발표자료 기준
    • 블록체인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출범하더라도 세를 지속해서 확장해 가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성과들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컨소시엄에서 명확한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들을 지속 확대해나가면서 구축사례를 쌓아가고 있는 하이퍼레저를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그림 2 하이퍼레저 주요 프로젝트
      그림 2 하이퍼레저 주요 프로젝트
      ※ 출처 : 하이퍼레저 홈페이지(2019)
    • 표 2 하이퍼레저 프레임워크 주요내용
      <표 2> 하이퍼레저 프레임워크 주요내용
      프레임워크 주요내용 현황
      패브릭
      (Fabric)
      • ▪ DLT, Smart Contract Engine
      • ▪ 2015년 12월 오픈소스로 시작한 하이퍼레저의 첫번째 프로젝트
      • ▪ 모듈형 아키텍처로 응용프로그램이나 솔루션을 개발
      • ▪ 체인코드(Chain-Code)라는 스마트계약을 호스트할 수 있게 설계
      • ▪ IBM 주도
      Active
      이로하
      (Iroha)
      • ▪ DLT, Smart Contract Engine, Utility Libraries
      • ▪ 모바일 개발 프로젝트용으로 설계
      • ▪ 소라미츠, 히타치, NTT데이터, 콜루에서 개발 참여
      Active
      버로
      (Burrow)
      • ▪ Permissioned Smart Contract Application Engine
      • ▪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Ethereum Virtual Machine) 사양을 따르는 모듈형 블록체인 클라이언트
      • ▪ 모낙스(Monax)와 인텔이 개발에 참여
      • ▪ 이더리움과 하이퍼레저 양쪽에서 같이 진행
      Incubation
      인디
      (Indy)
      • ▪ DLT, Utility Libraries
      • ▪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 기반의 디지털 ID 제공
      • ▪ 소브린재단(Sovrin Foundation) 참여
      Active
      소투스
      (Sawtooth)
      • ▪ DLT, Smart Contract Engine
      • ▪ 분산 원장 구축, 실행을 위한 모듈러 플랫폼
      • ▪ 경과시간증명(Proof of Elapsed Time)이라는 새로운 합의알고리즘 제시
      • ▪ 인텔이 주도
      Active
      그리드
      (Grid)
      • ▪ Framework
      • ▪ 분산 원장 기술 상에서 구동하는 공급망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 ▪ 카길(Cargill), 인텔, 비트와이즈, 타겟(Target) 등 참여
      Incubation
      ※ 출처 : 홈페이지 및 발표자료 기준
  • 비즈니스 컨소시엄 활성화
    • 플랫폼 컨소시엄이 기술적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음에 반해 비즈니스 컨소시엄은 실제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 컨소시엄은 구현 사례가 활발한 곳(투자나 시장의 매력도가 높은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IDC는 지난 3월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이 연평균 76% 성장을 통해 2018년 15억 불 규모에서 2022년에는 약 124억 불 규모(약 14조 원)로 성장할 것6이라고 전망하였다.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함께 다양한 적용 분야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무역 금융 및 국경 간 지불과 같은 사례가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IDC는 국경 간 지급 및 결제 및 무역 금융의 두 가지 분야에서 2019년에 최대 투자액(각 4억 5천만 불 및 2억 8천만 불)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은행 관련 업계가 이 두 가지 프로젝트의 최대 투자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그림 3 Top Ten Fastest Growing Use Cases - Worldwide(Ranked by CAGR)
      그림 3 Top Ten Fastest Growing Use Cases - Worldwide(Ranked by CAGR)
      ※ 출처 : IDC(2018.9.) 7
    • 실제로 무역금융은 블록체인 기반 기업 간 협력모델이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다. 글로벌 은행인 HSBC는 작년에 농식품 분야 글로벌 기업인 카길(Cargill)과의 거래에서 r3의 코다를 기반으로 무역금융 거래 전 과정을 처리하는 데 최초로 성공한 바 있다. 무역금융에 참여하는 은행과 기업들은 상호호환이 어려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단계별 디지털화는 가능하지만 전 과정에 대한 추적가능성, 투명성, 운영효율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HSBC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선적서류를 제시하고 심사하는 데까지 보통 5일에서 10일 정도 걸리던 것을 24시간 미만으로 단축8’했다고 밝혔다. HSBC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r3에서 진행하고 있는 [그림 4]의 볼트론(Voltron)이다. 이 밖에도 무역금융 분야의 글로벌 컨소시엄은 아래와 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그림 4 Trade Finance Blockchain Consortia
      그림 4 Trade Finance Blockchain Consortia
      ※ 출처 : CBInsight9
    • 무역금융 외에도 보험산업(B3i)이나 헬스케어(Hashed Health) 등 특화된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컨소시엄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2017년 자료에서 이미 40여 개 이상의 분야별 컨소시엄이 존재10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 현재는 약 150개가 넘는 기업 컨소시엄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중 약 50% 정도가 11개사 이상이 가입하고 있는 중간 규모의 컨소시엄인 것으로 보고 있다.
    • 그림 5,6 연도별 신규 컨소시엄 현황
      그림 5 연도별 신규 컨소시엄 현황 / 그림 6컨소시엄 규모별 분포
      ※ 출처 : ESG Intelligence 11
  • 시사점
    • 블록체인 기업 간 협력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기술검증 및 파일롯 단계를 거쳐 실제 적용 단계에 들어가면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플랫폼 컨소시엄이 기술에 대한 이해와 개발 협력 및 실질적인 표준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비즈니스 컨소시엄은 실무 적용을 위한 협력에 중점을 둔다. 때문에 이런 컨소시엄들은 스마트 계약에 포함되는 비즈니스 규칙 외에도 협력사들 간 지분 및 관리 구조와 같은 통제체제(거버넌스)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특정 회사에 소유되지 않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 방안들이 나타난다. 페이스북이 만든 독립적 비영리법인이라든가 IBM-머스크가 진행한 트레이드렌즈와 같은 합작회사 형태도 기업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 IBM 월드와이어처럼 기존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자사 브랜드에 기반한 컨소시엄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협력모델은 관련 시장의 매력도와 이해관계가 첨예할수록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 금융 분야 컨소시엄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과 병행해서 다른 분야 혹은 적용범위를 확장하는 형태의 협력모델들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ID 구현과 분산형 인증(DID, Decentralized Identification)은 서비스 확대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버린 재단12의 경우 주요 글로벌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며 협력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리브라 컨소시엄도 추가적인 목표로 ‘개방형 ID 표준(Open Identity Standard)을 적용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개인지갑(칼리브라)을 함께 출시한 것을 보면 향후 단순 지급/결제 수준을 넘어서는 핀테크 서비스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 국내 블록체인 전문기업과 주요 대기업들도 컨소시엄 모델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초기부터 글로벌 사업을 목표로 잡고 협력의 범위도 무역, 금융, 유통, ICT 등 전 산업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블록체인 시장은 높은 성장률(CAGR)만큼 제반 여건의 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국내 생태계의 지원과 활성화를 위해 제도와 지원 정책도 범부처 차원에서 더 빠르게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 1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나 실물자산과 연동하여 코인의 가치를 보증하는 형태의 화폐를 말한다. 달러에 페깅(Peg) 된 테더화(USDT, 1$=약 1USDT)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실물자산이 발행한 화폐보다 클 경우 지급보증이 가능해진다. 리브라의 경우는 특정 화폐에 고정하는 형태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컨소시엄 멤버들의 투자금을 지급 준비금(Libra Reserve)으로 마련하여 화폐를 발행하고 준비금은 저위험자산(은행예금이나 국채 등)에 Association을 통해 운영(투자, 이자 배분, 소각 등)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 2Libra white paper
    • 3WSJ(2019.6.14.), ‘Facebook’s New Cryptocurrency, Libra, Gets Big Backers’.
    • 4토큰 종류와 상관없이 (비기술적 용어로) 토큰의 개념, 기술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활용 사례와 다른 플랫폼 간에 상호 운영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
    • 5ZDNet(2019.6.19.), ‘MS, 리눅스재단 블록체인 ‘하이퍼레저’ 커뮤니티 합류’.
    • 6IDC(2019.3.4.), ‘Worldwide Blockchain Spending Forecast to Reach $2.9 Billion in 2019, According to New IDC Spending Guide’.
    • 7IDC(2018.9.), ‘Worldwide Technology Market Update and Spending Outlook’.
    • 8 전자신문(2018.5.14.), ‘HSBC, 세계 최초 블록체인 무역금융 체결...9600조 시장 열린다’.
    • 9CBInsight(2018.8.23.), ‘How Banks Are Teaming Up To Bring Blockchain To Trade Finance’.
    • 10Deloitte(2017.8.16), ‘Banding together for blockchain’.
    • 11ESG Intelligence(2019.6.19.), ‘Top Four Enterprise Blockchain Consortia Trends’.
    • 12소브린 재단은 자기주권신원증명(SSI, Self Sovereign Identity)을 지원하기 위한 비영리 재단이다. 글로벌 IT 및 금융기관 60여 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체인파트너스가 지난 1월에 스튜어드(관리노드) 중 하나로 참여하였다.(sovri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