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패권 경쟁의 역사적 흐름과 최근 동향

  • 김준연산업정책연구실 수석연구원
날짜2019.08.19
조회수19961
글자크기
    • 최근 미-중 AI패권다툼은 과거 OS에서 인터넷, 그리고 AI경쟁으로 범위가 확산되어 왔으며,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양상도 단순히 학술논문이나 특허출원, 슈퍼컴퓨터의 성능혁신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아니라 전 산업에 걸친 글로벌 표준 장악을 위한 양적, 질적 그리고 나아가 일종의 규범경쟁의 측면이 있다. 이로 인해 기술보호주의를 넘어 기술안보화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술흡수국의 입장에 있는 우리는 미-중 AI기술패권에 대해 좀 더 다층적이며 복합적인 시각이 요구된다.
  • AI와 SW기술패권의 심화
    • 최근 미-중 간 기술패권의 갈등이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다. 2018년 3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면서 본격화된 갈등이 중국 5G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의 제재로 연결되었으며, 최근에는 중국산 드론과 인공지능 분야로까지 번지고 있다.1 미국의 입장에서 핵심 기술의 선점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필수 조건이자 양보불가의 영역이다. 역사적 경험으로 봐도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국가가 세계 경제의 패권을 장악했다. 19세기 이후 전기·석유·철강·자동차·전자 산업에서 미국은 영국을 제치며 부상했고, 지금도 실리콘벨리의 혁신을 기반으로 핵심 기술의 글로벌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다.
    • 미-중 간의 마찰이 무역과 기술경쟁을 넘어 패권전쟁으로 까지 언급되면서, 한편에서는 미-중 관계를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2 즉 기존의 패권국과 도전국간의 충돌, 혹은 세력전이 이론(power transition)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패권국가 미국이 국제적 규범 질서의 전환차원에서 상대국, 즉 도전국 중국에게 새로운 규범·질서를 강제하는 단계로 설명한다.3 이 설명에서는 미-중 간 마찰이 패권 충돌로 가는 과정이 아니고, 패권국가 미국이 현재의 질서를 자기에게 유리한 체제로 전환하는 차원에서 안보적, 경제적, 기술적 및 정치적 카드를 꺼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위 두 가지 견해의 가능성 모두를 인정하며, 최근 미-중 간 기술경쟁, 특히 AI와 같은 SW분야에서의 미-중 간 경쟁의 역사적 흐름과 최근 동향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 우리가 이들 강대국 간의 경쟁 동향에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의 경쟁 결과가 새로운 글로벌 산업질서의 형성으로 귀결되고, 또한 우리 산업구조 변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과거 국제 분업체제에서 OEM이라는 하청모델로 편입해서 선진 기술을 습득하고 응용하며 성장했고, 지금도 OECD 최고 수준의 글로벌 밸류체인의 참여도(약 60%이상)를 유지하고 있다.4 그러나 핵심 기술의 해외 의존도를 나타내는 기술무역수지비(수출/도입)는 0.72%(2017년 기준)로 일본(5.8%), 미국(1.5%) 그리고 독일(1.2%)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5따라서 향후 전개되는 새로운 국제 분업의 질서, 특히 AI라는 새로운 기술의 패러다임이 창출하는 글로벌 경제 질서가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첨단 기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중 간의 패권경쟁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일본에 의존적인 반도체 생태계가 결국 일본의 경제보복의 대상이 되는 최근의 상황을 보면 우리는 AI 국제분업체제의 재편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대응 : 1차(OS) → 2차(Internet) → 3차(AI)
    • ① 1차 도전(1990년대) : 리눅스와 운영체제(OS) 경쟁
    • 정보화시대의 초기패권은 IBM, MS, Apple 등 모두 미국 기반의 기업들이 주도했다. 특히 윈텔리즘 (Wintelism)은 MS의 운영체계인 윈도우(Windows)와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업체인 인텔(Intel) 간의 기술협력이 세계 PC산업에서 미국 주도의 구조적 지배체제(Wintel Empire)를 공고히 하는 권력으로 작동함을 상징하는 합성어이다. MS는 PC운영체계의 표준뿐만이 아니라 이에 탑재되는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SW업계의 선두 주자로 달려 왔다.
    • 한편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PC영역에서 독자표준의 기회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리눅스로 보고, 미국이 주도하는 Windows의 운영체계에 대한 대안차원에서 리눅스의 도입과 확산에 노력을 기울였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중국 정부는 리눅스 운영체계와 애플리케이션 개발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했으며, 중국과학원의 지원 하에 ‘홍기리눅스(1999.8.)’라는 공기업이 설립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에서 홍기리눅스가 설립되자 중국을 포함한 60개국에 윈도우의 소스코드를 개방하며 시장 확산을 가속화했고, 미국과 유럽 및 다른 나라들에서는 수백 달러에 달하던 윈도와 오피스 제품군의 가격을 중국 시장에서는 단 7~10달러(학생판 : 3달러)만 받는 약탈적 가격전략으로 중국 사용자들이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도록 유도하여 불법복제나 리눅스 확산을 저지하는 효과를 보았다. 실제로 중국의 뒷골목 시장에서 판매되는 복제품은 디스크 값만 쳐도 인하된 가격의 윈도우보다 비쌌다. 결과적으로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정품 소프트웨어 보급률은 20%에서 40%로 증가했고 윈도우는 중국 내에서 약 90퍼센트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성공을 거두었다.6
    • ② 2차 도전(2010년대) : 인터넷 주권과 서비스 경쟁
    •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혁신이 점차 본격화되면서 미국이 표방하는 ‘개방과 자유’라는 인터넷 가치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중국이 들고 나온 것이 바로 ‘인터넷 주권’이다.7 중국 정부는 인터넷상의 정권 전복, 민족분열, 포르노, 폭력 등과 관련된 유해한 정보는 국가와 사회의 안정, 인민의 이익에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법률에 기초하여 규제해야 하고 이는 중국의 국정 및 국제관행에 합치한다며 인터넷 검열의 정당성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중국 법에 따라 자체 검열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글로벌 관점의 인터넷 자유 논리를 내세워 외부에서 중국의 정책과 제도를 비판하는 것은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8 특히 중국은 1998년부터 소위 ‘인터넷 만리장성’ 혹은 ‘금순공정(金盾工程 Golden Shield Project)’으로 불리는 경로를 통해 IP, 키워드와 사이트 차단, URL 필터링, DNS 간섭, 패킷 필터링 등 중앙집중형 인터넷 검열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 거대한 중국 시장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카드였기에 구글을 포함한 시스코, 야후, MS 등 대부분의 미국 IT기업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용어들을 자체 검열하라는 중국 정부의 요구에 순응해 왔다.9 그러나 2009년 중국 서부에서 소수민족 봉기가 일어난 직후 이들이 페이스북을 사용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중국 내에서 페이스북 서비스가 차단되었고, 2010년 1월 중국의 인권운동가들의 구글 이메일 계정이 해킹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2010년 4월 구글은 중국 본토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유튜브도 콘텐츠 중 대만, 티벳, 신장, 홍콩의 독립을 선동하는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접속이 차단되었다. 기술추격론의 관점에서 이러한 선도기업의 퇴출과 서비스 제한은 중국 토착기업에게는 ‘기회의 창’이 되었다. 페이스북, 구글, 유투브 등 대표적 인터넷기업들이 나간 자리를 바이두, 텐센트 그리고 샤오미와 같은 토착기업들이 차지하기 시작해다. 특히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서 샤오미는 안드로이드 오픈소스(Android Open Source Project)를 활용해서 독자 OS인 ‘미UI(MIUI)’ 개발하며 성장했다.10 샤오미의 독자 운영체제는 비록 Gmail, 구글 플레이, 크롬과 같은 구글 생태계를 사용할 수 없지만, 역으로 샤오미 마켓, Tudou 등 중국 내 독자적인 모바일서비스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구글을 모방하며 성장한 바이두는 검색분야에서 자국 시장의 77.1%를 점유하고 독자 생태계를 조성하기 시작했고, ICQ 메신저를 모방한 메시징 서비스 ‘위챗(Wechat)’으로 시작한 텐센트는 전자결제와 게임 등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45조 원의 매출(2019년)을 달성해 세계 3대 인터넷서비스기업으로 등극했다.
    • 자국의 시장 매력도를 활용한 모방학습과 ‘중국식 인터넷 주권’이라는 가치체계를 기반으로 미국을 추격하는 전략은 최근 글로벌 거버넌스로 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 중심으로 운영하는 글로벌 인터넷 거버넌스(ICAAN)의 개혁을 주장하는 중국은 2014년 이래로 매년 세계인터넷대회(世界互联网 大会)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인터넷 주권 이념을 홍보하고 이를 새로운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의 구심점으로 만들기 위해 러시아 브라질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의 마윈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들은 중국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11
    • ③ 3차 도전(2019년~) : AI 기반의 생태계 경쟁
    •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기술이 주목을 받으면서 미-중 간에 인공지능 기술패권을 둘러싼 도전과 견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우선 인공지능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설명하며 제시되는 양적지표 들은 인공지능분야의 특허출원건수, 학술논문건수와 슈퍼컴퓨터의 성능 등이다. 첫째, 심층학습 관련 특허에서 중국은 2013년 3개 수준에서 2017년 652개를 유럽특허청에 출원하여 같은 시기 미국의 101개를 뛰어 넘었으며, AI논문 양은 2007년부터 이미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간(2013~2017년) 20개국의 AI논문 연평균 성장률이 9.16%인데, 중국은 11.24%(49,096건)로 1위, 미국은 11.17%(30,966건)로 2위를 달성했다. 둘째, 슈퍼컴퓨터분야에서 2018년 IBM이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 설치한 슈퍼컴퓨터(Summit)가 207페타플롭스(PFlops/s)를 달성하면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12 최근 슈퍼컴퓨터는 최근 CPU에 GPU가 접목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어 Intel, NVIDIA, AMD, IBM 등이 포진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 보다는 유리한 입장이다. 실제로 슈퍼컴퓨팅 2018(SC18)에서 발표된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에서도 엔비디아 GPU가속기를 사용하는 시스템이 1년 만에 무려 48%나 증가했다.13 그러나 과거 2013~2016년 당시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등을 차지했었으며,14 2018년 기록에서도 독일이나 일본을 제치고 3-4위를 모두 중국이 차지할 만큼 높은 수준을 보이며 추격하는 상황이다.
    • 표 1 글로벌 슈퍼컴퓨터 상위 10위(기준 : 2018.11.)
      <표 1> 글로벌 슈퍼컴퓨터 상위 10위(기준 : 2018.11.)
      순위 이름 사이트 국적
      1 Summit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US
      2 Sierra - US
      3 Sunway TaihuLight National Supercomputing Center(Wuxi) China
      4 Tianhe-2A National Super Computer Center(Guangzhou) China
      5 Piz Daint Swiss National Supercomputing Centre Switzerland
      6 Trinity - US
      7 AI Bridging Cloud Infrastructure National Institute of Advanced Industrial Science & Technology Japan
      8 SuperMUC-NG Leibniz Rechenzentrum Germany
      9 Titan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US
      10 Sequoia 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US
      ※ 자료 : https://www.top500.org/lists/2018/11/
  • 미국의 새로운 대응 전략 : 기술안보, 글로벌 연대, 첨단기술영역으로의 제재(制裁) 확산
    • ① 5G 기술에서 화웨이 제재와 글로벌 연대
    • 2019년 5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하루가 지난 5월 16일,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와 68개의 자회사를 제재 리스트에 추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를 향한 직접적인 공격이 가시화됐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미국 사업은 물론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전면 금지됐으며, 다른 나라들의 IT 기업 일부도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지했다. 지난 2018년 4월 16일 미국의 대이란·대북한제재 위반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ZTE는 폐업위기에 몰렸다가 미중 무역협상을 통해 경영진 교체를 경험하고 미국에 10억 달러 벌금을 내고 10년간 미국의 감시를 받는다는 조건을 수용하며 구사일생했다. 2018년 10월 29일 같은 제재를 받은 푸젠진화는 일부 핵심제품의 생산을 중단한 채 최근 폐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화웨이 역시 2018년 700억 달러 규모의 부품구매 가운데 110억 달러 규모의 부품을 퀄컴, 인텔, 마이크론과 같은 미국 기업에 의존했는데 향후 이에 대한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인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사인 구글 등도 최근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MS윈도우 운영체제와 인텔 칩을 사용하는 화웨이 노트북인 ‘메이트북’은 최근 무기한 출시 연기가 된 상황이다.
    • 글로벌 차원에서는 특히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5개국이 참여한 일종의 정보 동맹체인 ‘다섯 개의 눈(Five Eyes·FVEY)’이 2018년 7월 캐나다에서 비밀리에 회동해 통신 보안을 위해 중국 화웨이를 집중 견제하기로 합의한 바가 있다. 당시 5개국 정보기관 수장은 중국의 사이버 첩보 능력과 점증하는 군사 팽창 등을 우려하면서 통신망 보호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미국을 넘어 글로벌 연대의 차원에서 진행되는 양상이 포착되고 있다.
    • 표 2 글로벌 화웨이 통신장비의 재제 일지
      <표 2> 글로벌 화웨이 통신장비의 재제 일지
      일시 내용
      2017년 8월 미국, 중국 지식재산원 침해 조사 행정명령
      2018년 4월 미국, 중국 ZTE에 대북 및 이란 제재위반에 거래 제한
      2018년 8월 미국, 화웨이, ZTE장비사용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 통과
      2018년 8월 호주, 외국정부의 지시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통신장비업체의 5G장비 공급차단
      2018년 10월 미국, 중국 푸젠진화에 국가안보 이유로 기술수출제한
      2018년 11월 미국,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금지 요청
      2018년 11월 뉴질랜드, 5G구축에서 화웨이 장비 배제결정
      2018년 12월 캐나다, 미국의 요청으로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 체포(밴쿠버)
      2018년 12월 일본, 공공, 국방분야에서 화웨이 등 중국 제품을 배제하는 내규 개정
      2019년 1월 미국, 검찰이 화웨이 기술탈취 혐의로 기소
      2019년 5월 미국, 미국 내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금지
      2019년 5월 미국, 우방국에 화웨이 거래제한 요구
      ※ 자료 : ZDNET(2019.5.30.), 매일경제(2019.1.18.)를 참조해서 필자가 작성
    • ② AI 기술의 안보화
    • 미국 상무부는 6월 21일 중국이 “국가 안보나 외교 정책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하고, 향후 미국 기업은 당국의 승인 없이 이들 기업 및 연구소와 거래를 할 수 없다고 발표하면서 중국 슈퍼컴퓨터 관련 기업 및 연구소 5곳을 거래제한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중커수광(中科曙光)을 비롯해 톈진하이광(天津海光), 청두하이광(成都海光) 집적회로, 청두하이광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테크놀로지, 우시장난(無錫江南)컴퓨터테크놀로지연구소 등이다.15 미국 상무부의 제재 조치로 핵심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 중국의 슈퍼컴퓨터 산업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커수광과 시스템 반도체 IP(지식재산권)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던 AMD는 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으며,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CPU 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인텔 역시 공급 중단 조치에 동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최근의 소식은 구글도 화웨이와 오픈소스를 제외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적 서비스 이전이 수반되는 거래를 중단한다고 보도되고 있어 미-중 간의 기술패권이 전면전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16
    • 한편 인적교류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 기술에 대한 안보적 이유로 2018년 7월부터 로봇, 항공, 첨단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연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유효기간을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대폭 단축하는 조치를 시행했으며,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등의 전문 분야를 전공한 외국인 유학생이 취업할 때 필요한 H-1B 비자 발급을 이전보다 훨씬 까다롭게 운영하면서 졸업 후 미국 내 취업도 통제하고 있다. 2018년 4분기 H-1B 비자의 거부비율은 오바마 행정부 6%에서 25%로 크게 높아진 상황이며, 같은 기간 H-1B 비자 신청자에게 추가 정보를 요청하는 비율도 21%에서 60%로 뛰어올랐다. 추가 정보를 요청받은 경우 비자 발급이 거부될 확률은 크게 높아진다.
    • ③ 드론, 철도 등 첨단기술 전반으로 확산되는 제재(制裁)
    • 2019년 5월 23일 미국 국토안보부(USDHS, United States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사이버보안국은 일부 중국산 드론 기체와 앱이 데이터를 파손할 수 있는 구성 요소를 포함했으며, 데이터를 전달·저장하는 외부 액세스 서버와도 공유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중국산 무인항공기가 조직의 정보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드론의 경우, 비록 USDHS가 중국산 드론 제조사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중국 DJI를 겨냥한 보고서라고 이해된다. DJI는 민간, 상업용 드론의 세계 최대 제조업체로서 글로벌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선두주자인데, 특히 미국과 캐나다에서 운용되는 드론 중 80%가 DJI 제품이다.17
    • 최근 350여 개 기업이 넘는 중국 드론업계는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술기업을 잇따라 제재하자 이를 우회하고자 미국에 직접 자회사를 설립하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DJI의 경우, 미국 자회사를 분사하고, 미국 내에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했다.18 이는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춘 설비에서 생산해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의도이다.
    • 미-중 기술 갈등에 있어서는 미국 의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라고 촉구하는 분위기이다. 중국 반도체, 5G에 대한 제재에는 야당 반발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감시장비 제재는 의회가 초당적으로 요구한 사안이었다. 최근에는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중국중처(CRRC)가 맡은 뉴욕 지하철 설계안에 안보위협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는데, 중국중처(CRRC)는 중국 철도의 간판인 국유기업으로서 이 분야에서 세계 1위이다.
  • 시사점
    •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전개되는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 첫째, 기술 갈등의 범위 확장이다. SW기술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미-중 기술 갈등은 과거 OS에서 인터넷, 그리고 최근 AI경쟁으로 범위가 확산되어온 역사적 맥락이 있으며, 향후에는 보다 광범위한 산업영역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AI는 일반목적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의 특성이 있어 전 산업영역에서 응용되기 때문에 중국 제재에 참여하는 기업과 국가가 다양할 수 있고, 따라서 향후 미-중 AI패권 갈등의 전개 양상은 보다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갈등의 장기성은 갈등의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6%로 잠정 집계돼 1990년(3.9%)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고, 올해 2분기(4~6월) 경제성장률 역시 1992년 3월 통계를 작성한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6.2%로 내려앉으며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19 반면에 미국은 GDP에서 수출이 기여하는 비중이 12%인 반면 중국은 20%에 달해 현재 미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감안했을 때 상대적으로 무역전쟁의 타격은 중국에게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9년 미국 GDP가 2·4분기까지 3.7%를 상회하고 낮은 실업률과 양호한 기업 경기가 지속되리라는 전망은 미국에 의한 무역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 둘째, 글로벌 AI경쟁은 기술보호주의에서 기술안보주의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중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미국은 중국의 직접투자는 물론 제3국 우회투자로 자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흐름까지도 차단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기술보호주의 기조는 한층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기술안보주의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중 갈등 구도에서 한국이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발 더 앞서갈 가능성이 비치자, 일본 정부가 부품-소재에 대해 우리에게 보복성 조치를 취하는 것도 기술보호주의를 넘어 기술안보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AI기술생태계에서 아직 기술흡수국의 입장에 있는 우리는 AI와 SW분야에서 미-중 갈등과 글로벌 기술보호주의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서 예의주시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AI경쟁은 국가차원의 혁신체제 경쟁이다. ZTE에서 촉발된 제재의 범위가 화웨이, 드론의 DJI로 번지는 양상이나, 동참하는 미국 측 기업들이 인텔은 물론 구글, MS, 아마존 등 산업 간 구분이 거의 없는 플랫폼 기업들이다. 즉, 경쟁의 대상이 AI와 같은 가공할 파급력을 가진 범용 기술이라 단순히 AI학술 논문의 양이나 특허출원, 슈퍼컴퓨터의 성능혁신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아니라 AI를 통한 전 산업의 혁신과 글로벌 표준 장악을 위한 양적, 질적 경쟁이며, 나아가 일종의 글로벌 규범경쟁이라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경쟁은 개별 기업이나 특정 산업 영역에서 전개되는 국지적 경쟁이 아니라 범 산업적 혁신의 성패를 결정하는 플랫폼 경쟁으로 궁극적으로는 국가 간 ‘시스템 경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1 https://www.nocutnews.co.kr/news/5154222, 미국 국토안보부(DHS) 사이버안보·기간시설 안보국(CISA)은 20일(현지시간) 중국산 드론이 민감한 항공 정보를 중국 내 제조사에 보내고, 중국 정부가 이 정보에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 2 ‘투키디데스 함정(Tuchididdes Trap)’은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처럼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국이 기존의 세력판도를 뒤흔들고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패권국과 신흥국이 무력 충돌의 경향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용어다. 1500년 이후 신흥 강국이 패권국에 도전하는 사례가 15번 있었고, 이 가운데 11차례가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1, 2차 세계대전도 신흥국 독일이 당시 패권국인 영국에 도전하면서 일어났다.
    • 3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2/2019012201929.html
    • 4PICTET(2018.6.), The economic impact of trade wars Trade : not a zero sum game
    • 5 과기부 보도자료(2019.1.17.), 2017년 우리나라 기술무역통계 결과. 기술무역수지비는 기술수출액을 기술도입액으로 나눈 값으로, 1보다 크면 기술수출 주도형, 1 이하면 기술수입 주도형을 의미함
    • 6 김상배(2012), 표준 경쟁으로 보는 세계패권 경쟁:미국의 패권, 일본의 좌절, 중국의 도전, 아시아리뷰 제2권 제2호(통권 4호), 95~125
    • 7 인터넷 주권( 网络主权) 개념은 중국 정부 공식문건에서는 2010년 6월 국무원판공실(国务院新闻办公室)에서 나온 중국인터넷 현황(中国互联网状况)에서 처음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Jiang 2010).
    • 8정의철(2008), “인터넷 규제와 정치공론장 : 구글의 중국 진출 케이스를 중심으로.”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 9, 209~ 245
    • 9 Hughes, Christopher R.(2010), “Google and the Great Firewall.” Survival 52(2), 19~26
    • 10아마존의 킨들 파이어와 파이어폰의 경우도, 구글 안드로이드OS가 아닌 안드로이드 오픈소스(Android Open Source Project)를 개량해서 아마존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OS가 탑재되었다. 이들은 구글 서비스플랫폼이 제외되었기에 구글 플레이가 아니라 별도의 아마존 앱스토어를 이용한다.
    • 11 배영자(2018), 중국 인터넷 기업의 부상과 인터넷 주권(Internet Sovereignty) 이념의 관계, 21세기정치학회보, 8(1), 91~113
    • 12 https://www.mk.co.kr/news/it/view/2018/06/378954/
    • 13 NVIDIA KOREA(2018.11.13.), 엔비디아 GPU 가속기 기반 슈퍼컴퓨터 1년 새 50% 증가, 이는 2017년 86개에서 2018년 127개로 상승한 것으로, 5년 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임(https://blogs.nvidia.co.kr/2018/11/13/ gpu-accelerator-supercomputer-50-rise/)
    • 14슈퍼컴퓨터란 연산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순으로 랭킹 500위 안에 드는 컴퓨터를 말한다.
    • 15 이들 기업 중에 특히 슈퍼컴퓨터와 범용 서버 및 메모리 장비를 제조하는 중커수광은 중국과학원에서 분리돼 나온 첨단기술 기업으로, 중국 최초의 슈퍼컴퓨터 ‘싱윈(星雲)’을 개발하기도 했었는데, 미국은 바로 중커수광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군사적 용도의 슈퍼컴퓨터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텐진하이광 역시 2014년 중커수광이 지분 36.44%를 보유하며 설립된 기업이며, 사명에 ‘청두하이광’이 붙은 두 기업은 톈진하이광의 자회사다. 사실상 이들은 한 지붕 내 기업들인 셈이다. 한편 1951년 설립된 우시장난연구소는 중국에서 최초로 컴퓨터 과학과 기술 공학 연구를 시작한 곳으로, 2003년부터 컴퓨터용 칩 국산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시장난연구소는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산하 ‘제56호 연구소’ 소속이다. 출처 : 미-중 기술냉전, 슈퍼컴퓨터로 확전(아주경제, 2019.6.27.) https:// www.ajunews.com/view/20190625093402843
    • 16 동아일보(2019.5.21.), 구글, 화웨이에 OS기술지원 중단… 인텔-퀄컴은 부품공급 끊어
    • 17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3/2019052301499.html
    • 18 뉴욕타임스는 2019년 6월 24일 DJI가 캘리포니아주 세리토스에 드론 조립공장을 짓는 방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 19 뉴시스(2019.7.15.), 중국 경제성장률 27년 만에 최저…미중 무역전쟁 직격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