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하도급 현황과 문제점
※ 이 글은 노희정 변호사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 제도 현황
발주자로부터 제조 내지 용역위탁을 도급받은 원사업자가 그 수행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급사업자에게 다시 도급을 주는 하도급거래는 여러 산업분야에서 행하여지는 일반적인 거래형태 중 하나이다. 그런데 하도급거래는 잦은 대금지급의 지체, 하도급이 거듭될수록 낮아지는 계약대금 등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 동안 관계기관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에서 하도급거래와 관련된 제도를 개선해 왔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한 하도급거래 관행을 조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 왔다.
현재 소프트웨어산업 공공부문에서 하도급거래는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이하 ‘소프트웨어산업법’이라 한다) 제20조3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사업금액의 50% 이하에서만 가능하고, 재하도급은 금지되며, 일정한 규모 이상의 하도급거래에서는 하수급사업자가 참여한 공동수급체 구성이 독려되고 있다. 그리고 하도급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공공부문 경쟁입찰의 낙찰자 선정 있어 덤핑입찰 및 가격경쟁 방지를 위한 제도가 보완되어 있다.
1)2)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이라 한다)은 민간부문의 일정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의 하도급거래를 규율하고 있다.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하도급거래에는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특약의 금지, 수급사업자에 대한 기술자료 요구의 금지 등 다양한 제한이 가해진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에 따라 소프트웨어 사업자를 포함한 하도급법 적용 대상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에게 표준하도급계약서3) 사용을 권장하고, 하도급거래에 관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하여 그 조사결과를 공표하며, 불공정한 하도급거래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내리고 있다.
(2) 현실의 문제점
불공정한 하도급거래에 관한 제도가 정비되고 관계기관에 의하여 시정조치 등의 개선조치가 실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수급사업자들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문제점은 여전히 노정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수익과 관련된 부분들이다.
우선 공공부문에 관하여 살펴보면, 발주자와 원사업자 사이의 경쟁입찰에서 덤핑입찰 및 가격경쟁 방지를 위한 제도가 보완되어 있기는 하나, 가격협상 단계에서 제안가격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원사업자가 아닌 수급사업자의 낮은 수익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입찰제안 평가요소로서 실적이 정량적으로 평가4)되어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충분한 실적을 쌓기에는 연한이 부족한 스타트업 사업자들이 공공부문에서 수급사업자의 지위에만 머물게 된다.5)
다음으로 민간부문에 있어서는 여전히 최저가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정하는 최저가낙찰제가 행해지고 있어 수급사업자가 수익을 내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발주자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합하여 발주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발주자는 관행적으로 각각 요소별로 분리하여 발주하는 경우보다 대금을 낮게 책정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수급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하도급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원사업자나 수급사업자 사이의 하도급거래에서는 하도급 단계를 거듭할수록 심화되는 대금감액과 상위 단계 사업자의 대금미지급을 이유로 한 대금지급 지체, 재계약시 이전 용역수행과 유사성을 들면서 대금을 감액하는 관행 등 법이나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서 많은 문제점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이런 문제들은 수급사업자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외에 소프트웨어 산업계에 낮은 보상체계를 고착시키고, 저숙련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일찍 산업계를 이탈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고숙련 인력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수급사업자들은 마지못해 하도급거래를 한다. 비록 기술력을 갖추더라도, 비교적 연한이 짧고 규모가 작은 수급사업자는 발주자가 원하는 실적이 없거나 미미하고, 담보를 위한 보증보험증권 발급 등에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급사업자가 기술력을 앞세우더라도 발주자로부터 직접 용역수행을 위탁받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공통한 문제로서 저작재산권의 귀속이나 이용에 관한 문제가 있다. 용역수행으로 발생한 저작재산권은 원저작자인 수급사업자에게 귀속되나, 대개는 하도급계약에서 저작재산권의 귀속 또는 양도에 관한 약정을 한다. 약정에 따라 용역수행 결과물인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을 발주자나 원사업자에게 양도하면, 달리 특약을 하지 않는 이상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된다.6)
이 때 수급사업자는 저작재산권을 가진 발주자나 원사업자로부터 용역수행 결과물 이용을 허락받아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발주자나 원사업자가 보안 등의 이유로 저작물 이용허락을 꺼려 수급사업자가 용역수행의 결과물을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작성된 표준하도급계약서3)가 권장되고 있으나, 공공부문은 별론으로 민간부문에서는 홍보 및 인식부족, 표준하도급계약서 내용부족 등으로 널리 쓰이지 않고 있다.
(3) 개선방안
이상과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방안은 시론적인 성격이 강하고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모두 다루고 있지는 못하지만, 부족한 대로 유용한 참고가 될 것이다.
①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인 다단계 하도급 관행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상 재하도급을 전면 금지하고, 하도급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우선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공공부문에서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다양한 층위의 사업자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장려하며, 더 많은 수급사업자들이 법과 행정적 도움을 얻을 수 있다.
② 용역수행 결과물의 지식재산권을 수급사업자에게 귀속되도록 하고, 발주자에게는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귀속되게 하여 소프트웨어 사업자의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③ 하도급거래 대금책정을 제안요청서(RFP) 단계부터 인건비가 아닌 기능점수(function point)를 기준으로 단계별로 구성하고, 숙련되거나 높은 기술에 가중된 금액을 두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④ 발주자나 원사업자가 무조건 보증보험증권 발행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발행이 요구되는 경우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⑤ 수급사업자가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용역수행 결과물과 관련된 문서에 하도급 내지 재하도급의 수급사업자를 기재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또한 입찰의 제안서 평가항목 중 실적에 대한 평가를 정성평가로 하거나 뛰어난 기술로 실적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기술평가에 가산점을 부여는 것도 좋을 것이다.
⑥ 현행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권장 등 홍보를 강화하고, 업계에 실제 사용되는 계약서를 참고하여 표준하도급계약서를 현실화하며, 독소조항의 실례를 예시함으로써 계약서 작성을 간접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 그리고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실태조사 등에 관한 근거를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에 마련하여 그 사용을 간접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1)“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에 의하면, 소프트웨어 사업의 경우 입찰가격평가에 있어 입찰가격이 추정가격(예정가격을 작성한 경우, 예정가격)의 80% 미만에 해당하는 때에는 배점한도의 30%에 해당하는 평점이 부여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도 가격평가에 있어 입찰가격이 예정가격의 80% 미만인 경우 배점한도 30%에 해당하는 평점을 부여하도록 2017. 4. 11. 개정되었다.
2)이윤선(2017. 2.), ‘지방 공공SW의 낙찰자 선정방식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SPRi이슈리포트 참고.
3)현재 소프트웨어 산업과 관련하여 “정보시스템개발구축”, “정보스시템유지보수”, “상용SW공급 및 구축”, “상용SW유지보수” 에 관한 표준하도급계약서가 작성되어 있고, 그 사용이 권장되고 있다.
4)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에 의하면 기술능력평가 중 수행경험(실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5) 한편 공공부문에서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에 따라 소프트웨어 재하도급이 승인에서 원칙적 금지로 개선되고, 하수급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가 증가되고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용역위탁이 과거에 비해 비교적 세분화 된 상태로 발주되어 제한된 영역에서 품질 위주의 경쟁이 증가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앞서 본 제도 개선이 가져다 준 긍정적 효과이다.
6) 저작권법 제45조(저작재산권의 양도)
① 저작재산권은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다.
② 저작재산권의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제22조에 따른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프로그램의 경우 특약이 없는 한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