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형 경제의 확산과 시사점 (다운로드 : 87회)

산업용 제품, 소비재, 콘텐츠, 소프트웨어 산업을 포함한 많은 산업에서 구독형 경제가 확산 중이다. 기존 사업모델 전환을 모색하는 기업들은 에서 제시하는 사례 기업들이 구독형 모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매출이 하락하는 죽음의 계곡을 어떻게 넘어섰는지 배울 필요가 있다.

제조업의 구독형 모델 도입 동향

필립스는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워싱턴 25개 공공 주차장,1 두바이 수력전력청2에 서비스 구독형 조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빛의 양을 측정하는 럭스(lux)단위로 산정한 사용요금을 부과하는 모델이다. 필립스가 모든 조명설비를 설치하고 소유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시설운영과 업그레이드를 책임진다. 필립스 스스로 운영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개발하는 파급효과까지 예상된다.

이러한 산업제품의 서비스화는 조명 분야뿐 아니라, 타이어, 압축공기, 항공기 엔진, 공구 등 예전에는 수요자가 투자를 통해 직접 소유하는 것이 당연했던 제품들이 이제는 사용량만큼 과금하는 서비스형(즉, ‘pay-per-use’) 또는 아예 월정액을 지불하는 구독형(Subscription)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

<표 1> 산업용 제품의 구독·서비스 모델 전환 사례
업종 서비스 제공사 서비스 내용
조명 필립스 사용한 광량(lux)에 연동하여 과금되는 서비스형 조명을 공급
타이어 미쉐린 주행거리(마일) 만큼 타이어 사용량을 과금하는 서비스
압축공기 시스템 아틀라스 콥코 (Atalas Copco) 압축된 공기의 세제곱 미터(부피) 단위로 과금
엔진 롤스로이스 항공기 엔진의 운행시간 만큼 시간당 전력(Power by the Hour)을 과금
공구 힐티(Hilti) RFID를 부착한 공구를 월정액 요금을 지불하고 대여 사용

※ 자료 : Sunil Gupta(2018)

소비재 분야에서도 구독형 비즈니스가 확산되고 있다. 명품가방과 드레스와 같이 부유층의 독점물로 여겨지던 고급 소비재를 대여하는 구독모델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도 아예 월정액을 내고 일정 횟수 내에서 차량을 바꾸어 탈 수 있는 구독모델을 앞 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표 2> 소비재의 구독·서비스 모델 전환 사례
업종 서비스 제공사 서비스 내용
가방 백 바로우 오어 스틸
(Bag Borrow or Steal)
루이비통 등 추천리스트에 있는 명품 가방을 매월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
패션 렌트 더 런웨어
(Rent the Runway)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비싼 드레스를 대여하는 서비스
자동차 BMW, 벤츠, 포르쉐, 캐딜락 월 약 1,500~2,000달러의 정액을 내고 일정한 횟수 내에서 차량을 바꿔 탈 수 있는 서비스
클러치(Clutch)

※ 자료 : Sunil Gupta(2018)

서비스업의 구독형 모델 의존도 증가

국내 출판시장이 정체하고 있는 가운데 전자책을 통한 구독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다. 2015년 대비 2016년 전체 출판산업이 1.6% 감소하는 동안 전자책 유통매출이 37%, 전자책 출판매출이 18%증가했고,3 2018년 상반기 출판동향지수4에서도 전자책이 타분야 대비 가장 높은 전망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전자책 출판사의 83%가 포털 등을 통한 유료 웹소설·웹툰 매출이 있다고 응답5했다. 전자책 유통사 대부분이 전자책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종이책의 디지털화를 넘어서 구독형 모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광고매출에 의존하던 뉴욕타임스가 2014년에 장기적으로 종이신문을 폐간하고 콘텐츠 유료화에 기반한 구독형 비즈니스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사례는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종이신문 광고매출이 등락을 거듭하면서 당시의 예상대로 감소추세인 반면, 온라인 구독자는 2018년 3분기에만 20만 명 증가하는 등 2019년 2분기 기준 총 470만 명을 보유하여 구독료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림 1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매출 중가 추이
<그림 1>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매출 중가 추이

※ 자료 : 뉴욕타임스의 사업보고서 데이터를 필자가 분석

글로벌 SW업계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앞장서 주도하고 있다. IBM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SI구축은 물론 패키지SW 판매정책이 아예 없고 API 호출 건당 사용료만 받는다. 포토샵 등 그래픽 소프트웨어 벤더인 Adobe의 크리에이티브 SW는 PC에 설치하는 SW이었지만, 2015년 이후 영구 라이센스 판매를 중단하고 구독방식으로만 판매한다. 설치형 오피스SW의 독점적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 조차 2014년부터 구독형 SW서비스인 Office 365를 위주로 매출구조를 재편성했다.

구독형 모델 도입의 장애요인 : 단기적 매출하락에 따른 혁신저항

구축형 모델에 의존했던 기존 기업이 구독형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앞서 성공사례로 살펴본 뉴욕타임스는 2015년까지만 해도 종이신문 광고 쇠락에 따라 전년 대비 5.5%나 매출이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에는 유료 구독자가 더 이상 늘어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팽배했다.6

어도비(Adobe)사의 구독모델로의 전환과정도 마찬가지였다. 2,500달러를 한꺼번에 내면 영구라이센스를 제공하던 크리에이티브 SW를 매월 50달러씩 결제하도록 시작한 2013~2014년에는 수익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 결과, ‘혁신은 실패하였으며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비판에 부딪힌 Adobe의 CEO 나라옌은 ‘과거로 돌아가는 플랜B는 없으며 배수진을 쳤다’는 메시지를 내부직원과 시장에 지속적으로 전해야 했다.7 마이크로소프트도의 Office 365 사업도 2015년 경에는 영구 라이센스 판매비중이 줄어 매출이 감소하고 주주들이 불안해하는 동일한 문제를 겪었다.8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국내 SW기업의 경우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에 소극적인 현상이 뚜렷하다. [그림 2]는 2018년 국내 2,665개 SW기업이 신규출시한 제품과 서비스 현황인데, 이 중 클라우드서비스는 1.5%에 불과한 17개뿐이다. 아마존 등 글로벌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IaaS는 승자독식 현상으로 국내기업은 경쟁이 어려워 서비스 출시를 거의하지 않는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틈새시장 진입을 노릴 수 있는 SaaS 영역조차 국내 기업 진출이 미미한 것은 SW서비스 분야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림 2 2018년 신규출시 한 SW제품·서비스 중 클라우드 비중
<그림 2> 2018년 신규출시 한 SW제품·서비스 중 클라우드 비중

※ 자료 :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2019), KRG,「SW전문기업실태조사」, Working Paper

IDC의 분석도 이러한 부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3년간 실적과 2022년 까지의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장전망이 매우 저조하다.

그림 3 글로벌 대비 저조한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전망
<그림 3> 글로벌 대비 저조한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전망

※ 자료 : IDC 2018, 2019

시사점 : 죽음의 계곡을 넘는 구독형 모델 전환전략이 필수

2019년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의 콘텐츠를 미국, 일본에 판매하는 글로벌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의 경우 전 세계 100개국에서 만화 부문 매출 1위이며, 카카오페이지의 현재 누적 작품 수는 6만 6,000개로서 누적 매출액 1억 원을 넘은 작품은 1,400여 개에 달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웹툰·웹소설에 기반한 2차 영상 콘텐츠 생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웹소설, 웹툰, 음악, 영상, VR까지 콘텐츠의 유형은 바뀌겠지만, 어떤 콘텐츠든 글로벌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것은 장기적인 성공을 기대하게 한다.

국내 인터넷 기업의 사업모델 전환 성공은 이들 기업이 수년간 두드린 글로벌 진출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내수용 SW구축 모델로는 이러한 서비스화는 요원하다. 동일한 서비스를 글로벌로 전개하는 구독형 모델은 고객 맞춤형 SI, 고객사에 서버에 납품·설치하는 패키지 SW와는 근본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독방식이 SW기업 비즈니스의 발전모델이라면, 구축모델 의존도를 줄이고 구독모델로 전환하기 위해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있는 지혜로운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앞선 사례들이 보여준다.

구독모델을 도입한 SW기업의 성공사례 중에서도 영업·수행조직의 인센티브 방식을 바꾼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T서비스 산업의 강자인 IBM의 경우, 당장의 매출금액이 큰 SI사업에 의존적인 관행을 바꾸기 어려운 것을 알고 클라우드, 왓슨API과 같은 구독형 서비스판매의 영업·수행 인센티브 비중을 높였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기존 영구 라이센스의 판매실적 가중치를 낮추고 Azure클라우드 또는 Office 365와 같은 구독서비스를 판매해야 유리해지도록 성과평가 체계를 변경했다.9 이는 구독형 제품·서비스의 단순한 출시를 넘어서 마케팅, 기술, 조직, 인사 등 전사 차원의 전환전략이 뒷받침 되어야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 구독형 모델로의 전환이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

  • 1 Philips(2015.4.16), “Philips provides Light as a Service to Schiphol Airport”와 Lux(2013.11.26), “Washington Metro to Install Cost-Free LEDs”를 Sunil Gupta(2018)가 인용
    - Sunil Gupta(2018), “Driving Digital Strategy”, HBR Press
    - 김수진 역(2019), “루이비통도 넷플릭스처럼”, 프리렉
  • 2 Philips, “Bright & sustainable LED, for power plants”
  • 3 한국콘텐츠진흥원(2017), 출판산업 실태조사
  • 4 한국콘텐츠진흥원(2018), KPIPA 출판산업 동향(2018 상반기)
  • 5 한국콘텐츠진흥원(2018), “IP기반의 웹소설 활성화 방안”
  • 6 Zdnet(2015.8.10), “NYT, ‘유료독자 100만’의 어두운 그림자, 종이광고 추락을 막기에는 역부족”
  • 7 Sunil Gupta(2018)가 나라옌을 인터뷰한 내용
  • 8 유호석(2016), ‘마이크로소프트(MS), 개방형 기술을 토대로 서비스 모델로 전환’, SPRi동향
  • 9 필자가 IBM와 MS의 전·현직 임직원을 인터뷰한 결과임

키워드 구독형 경제 월간SW중심사회 2019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