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열풍과 함께 찾아온 XR(eXtended Reality, VR+AR) 붐은 모바일 기반, PC 기반, 독립형 등 다양한 섹터의 VR 기기 성능 향상과 5G 상용화가 견인차 역할을 하며 그 시장 규모를 성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신규 스마트폰에서 기어 VR 미지원을 발표하고 유니콘 기업으로 높게 평가받던 매직리프의 출시 제품에 대한 회의적 의견과 XR 시장의 성장에 대한 우려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감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은 XR 경험의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향상된 몰입감을 제공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CES 2020 전시에서도 드러났다. 엔리얼(Nreal), 퍼시픽 퓨쳐스(Pacific Future) 등은 경량화와 단가절감을 통해 AR 글래스의 현실화를 이끌었고, 테슬라수트(TESLASUIT), 사이버슈즈(CyberShoes) 등은 다양한 컨트롤러로 XR 경험을 확대하고, 삼성, TEGway 등은 시각화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해 몰입감을 한층 향상시켰다.
XR, 몰입 경험 확대를 통해 활로 구축
포켓몬고 열풍과 함께 시작된 XR(eXtended Reality)1 붐은 다양한 섹터의 VR(Virtual Reality) 기기 등장과 성능 고도화, 그리고 5G 상용화를 통해 그 시장 규모를 성장시키고 있다. 삼성 기어 VR을 비롯한 모바일 기반 VR 기기와 VR 기기 선두 기업인 HTC, 오큘러스에서 출시한 PC 기반 VR 기기가 2015~2016년의 시장을 이끌었고, 독립형 VR 기기가 등장하면서 시장이 점차 확대되었다. 시야각, 해상도 및 주사율 향상뿐만 아니라 시선 추적 등 신기술이 추가되고 기기 사양이 고도화되면서 시장 규모의 확대는 한층 더 가속화되었다.
XR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다르게 한편으로는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8월에 출시한 신규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10에서 기어 VR 미지원을 공식 확인하였고2, 오큘러스는 신규 SDK에서의 기어 VR 앱 개발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하였으며3, 구글은 데이드림 VR 플랫폼 개발 중지를 선언하였다.4 실감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하, ‘실감기업’) 대상 전문 투자회사 글림스(Glimpse) 그룹의 CEO는 AR 기기 업체 중 유니콘 기업으로 손꼽히는 매직리프가 출시한 제품에 대해 회의감을 표하기도 하였다.5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는 수치로도 관측되었다. 시장통계 전문회사 스태티스타(Statist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까지 상승하던 VR/AR 시장 규모가 2019년에 다소 주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1] VR/AR 글로벌 시장 규모와 주요 제품 출시 및 공개 시점
※ 자료 : Statista(2019)에서 시장 규모 수치, 제품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미지 및 출시/공개일 참고, SPRi 구성
※ 주석 : * 추정치, ** 예측치, 예측치의 본 출처 IDC(2019)
XR 시장의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실감기업들은 AR 기기 성능 강화, 다양한 컨트롤러 지원, 시각화 이상의 햅틱 기능 추가 등을 통해 기존보다 확대된 몰입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IDC의 분석6에서도 2019년의 둔화를 극복하고 2020년에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장 성장세의 둔화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은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0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었다. 본고에서는 전시된 XR 제품의 동향 분석을 통해 국내의 실감기업 육성 방안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AR 글래스의 현실화
홀로렌즈, 매직리프 원 등 대표적인 기기 중심으로 기업/산업 솔루션 시장을 공략하던 AR 기기 시장이 경량화와 단가절감, 시야각 향상을 통해 소비자 시장으로의 영역 확대를 시작하고 있다. CES 2020에서는 엔리얼(Nreal), 퍼시픽퓨쳐스(Pacific Futures), 지머스(Ximmerse) 등 다수의 실감기업이 개선된 AR 기기로 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엔리얼은 2017년 중국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소비자형 AR 기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두의 온라인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인 아이치이(iQiyi)와 샤오미 창립자 레이준이 운영하는 슌웨이 캐피탈(Shunwei Capital)을 비롯한 다수의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7 2019년에 엔리얼은 일반 선글라스와 유사한 디자인의 AR 기기인 엔리얼라이트(Nreal Light)를 공개하였다.8 엔리얼라이트는 88그램으로 경량화되고 시야각 52도와 6DoF 추적기능 기반의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능을 제공하는 글래스 부분만을 소비자 도구(Consumer Kit)로 만들어 499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다. 소비자 도구는 기기 경량화를 위해 연산 기능을 글래스에서 분리해낸 것이며, USB-C로 연결된 스마트폰을 통해 앱을 동작시키거나 제어할 수 있다. 글래스 부분과 연동이 가능한 별도의 컨트롤러와 컴퓨팅 유닛도 함께 개발되었으며 이는 개발자 도구(Developer Kit)로 제공된다. CES 2020에서는 앱을 실제 공간에 배치할 수 있게 하는 네뷸라(Nebula)와 시선추적 기술을 공개하였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위치에 따라 자주 이용하는 안드로이드 앱을 자신의 공간에 배치할 수 있으며, 시선추적을 응시(Gaze)와 같은 다양한 컨트롤러 제공에 활용할 수 있다. 엔리얼은 5G 네트워크 연동 서비스 개발을 위해 차이나 모바일, 차이나 텔레콤, 차이나 유니콤 등 중국 통신사뿐만 아니라, 소프트뱅크, 스위스콤 등 해외 통신사, 그리고 국내의 LG U+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9,10
퍼시픽퓨쳐스는 엔리얼라이트와 유사한 글래스형 AR 기기 엠글래스(Am Glass)를 선보임으로써 엔리얼의 대항마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11 엠글래스는 넓은 호환성을 위해 유니티(Unity), 뷰포리아(Vuforia)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자체 개발도구인 엠리얼(AMREAL) SDK12도 제공하고 있다. 전시 부스에서는 활 형태의 컨트롤러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통해 XR 체험을 제공하였다. 경량화보다는 시야각 향상에 중점을 두고 기기를 개발한 업체도 있었다. 지머스는 590그램으로 기존의 홀로렌즈나 매직리프 원에 비해 무게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수직 시야각이 57도까지 향상된 라이노엑스(Rhino X)를 전시하였다. 전시관에서는 지머스의 대표 콘텐츠인 가상 박물관, 홀로뮤지엄(HoloMuseum)을 통해 공간적 제약을 벗어난 박물관 체험을 제공하였다.
[그림 2] AR 기기 시연 모습
※ 자료 : (좌) BBC(2020.1.10.), “CES 2020: Nreal’s mixed reality glasses win over sceptics”, (중)(우) SPRi 제공
※ 주석 : (좌) Nreal Light 착용 시연, (중) Am Glass 착용 후 활 게임 시연, (우) Rhino X 착용 후 홀로뮤지엄 시연
컨트롤러 다각화로 경험 확대
XR 기기 업체들은 키보드, 마우스나 화면 터치와 같은 기존의 입력기기 방식을 벗어나 제스처나 음성, 손 착용 스틱형 컨트롤러 등으로 제어 방식을 확장해 나갔다. 하지만 제스처는 시야에서 벗어날 경우 추적이 어렵고, 음성과 손 착용 컨트롤러는 섬세한 제어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높은 몰입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은 다양한 제어 기기를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전시관에서는 테슬라수트(TESLASUIT), 사이버슈즈(Cybershoes), 쿨소(Coolso) 등이 새로운 방식의 컨트롤러를 선보이면서 경험의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었다.
테슬라수트는 2016년 영국에 설립된 XR 기기 개발 전문회사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햅틱 기반 전신수트는 자켓과 바지를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심박수 등 생체 데이터를 측정함으로써 착용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한다. 이후 테슬라수트는 전신에서 손으로 추적의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2019년에 공개된 장갑 형태의 햅틱기기, 테슬라수트 글로브는 손 동작 추적, 생체 데이터 측정, 햅틱 피드백뿐만 아니라 힘 피드백(Force Feedback)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에게 가상 물체에 대한 그립감까지 전달한다. 이러한 장갑 형태의 컨트롤러는 카메라를 통한 제스처 감지 방식과 달리 시야를 벗어나더라도 손 동작을 추적할 수 있고, 손가락 각각의 움직임을 추적함으로써 손에 쥐는 스틱 형태의 컨트롤러보다 섬세한 제어가 가능하다. 테슬라수트의 CEO는 테슬라수트 글로브를 통해 XR 훈련 역량이 한층 향상되었고 사용자에게 더 큰 몰입감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13
사이버슈즈는 손 중심의 제어 영역을 발까지 확장시키고자 신발 형태의 컨트롤러를 개발하였다. 착용자가 의자에 앉아 발을 번갈아가며 걷는 모션을 취하면 가상공간에서 실제로 앞으로 이동하고 발의 속도에 따라 가상공간에서의 이동 속도도 달라진다. 이 기기는 바닥면의 바퀴를 굴리는 방식으로 움직이며 착용자에게 새로운 개념의 경험을 제공한다고 평가받고 있다.14 쿨소는 카메라를 통한 제스처 감지 방식이 손의 움직임을 시야 안으로 제한하는 단점을 보완한 손목밴드형 제스처 감지 기기를 개발하였다. 근전도검사(EMG) 기반으로 손목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제스처를 인식하기 때문에 손이 시야를 벗어나더라도 감지가 가능하고 밴드 형태로 착용도 간편하다.
[그림 3] XR 컨트롤러 전시 및 시연 모습
※ 자료 : (좌) Youtube(2020.1.9.), “World premiere at CES - VR-powered TESLASUIT GLOVE”, (중)(우) SPRi 제공
※ 주석 : (좌) TESLASUIT GLOVE 전시, (중) Cybershoes 게임 시연, (우) CoolSo 제스처 감지 시연
시각화 그 이상의 경험으로 진입
XR 기술과 시장은 시각화를 중심으로 성장하였다. 360도 영상이 사용자에게 현장감을 부여하였고 기기 성능의 발전은 사용자에게 더 높은 해상도와 선명한 화질을 통해 향상된 몰입 체험을 제공하였다. 오큘러스는 초기에 1080x1200 해상도로 출시했던 리프트(Rift)를 개선시켜 1280x1440 해상도의 리프트 S를 시장에 선보였고, HTC는 1080x1200에서 1440x1600을 거쳐 1440x1700까지 기기의 해상도를 발전시켰다. 다른 한편에서는 시각화를 벗어나 운동 자세, 청각, 진동, 온도 등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깊은 몰입감을 제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전시 제품들을 통해서도 그러한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플렉사운드(Flexound), 비햅틱스(bHaptics), 테그웨이(TEGway) 등이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하반신의 움직임을 보조할 수 있는 웨어러블 보조 로봇 GEMS(Gait Enhancing & Motivating System)를 공개하였다. GEMS는 골반의 움직임과 각도를 측정함으로써 착용자의 걸음걸이를 파악하고 이에 맞추어 필요한 힘을 전달함으로써 걷는 속도를 20% 가속, 균형을 19% 향상, 걷기 위해 사용하는 힘을 23% 감소시켜준다.15 삼성은 CES 2020에서 GEMS를 통해 원격에 있는 트레이너가 운동을 코치하고 자세를 교정하는 영상을 시연하였다. 운동자는 AR 글래스와 GEMS를 착용하고 원격에 있는 트레이너와 같은 공간에 있는 체험을 하게 된다. 트레이닝을 받는 사용자는 AR 기기를 통해 시각적인 코치뿐만 아니라 GEMS를 통한 교정을 받을 수 있기에 시공간의 제약 없이 운동을 할 수 있다.
플렉사운드는 청각과 진동을 함께 제공하는 시스템, 플렉사운드 증강오디오(FLEXOUND Augmented Audio™)를 개발하였다. 극장이나 자동차 좌석의 머리받침대에 장착하여 사용자의 위치에 상관없이 동일한 사운드와 햅틱 경험을 제공한다.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동작하는 쿠션형 제품으로 사용자는 개인화된 청각 경험을 할 수 있다. 비햅틱스는 전신에 걸쳐 진동 기반의 경험을 제공하는 택트수트(TACTSUIT)를 개발하였다. 택트수트는 머리, 몸, 팔, 손, 발에 기기를 제공하여 사용자가 온몸으로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테그웨이는 온도 기반의 경험을 제공하는 기기인 F-TED(Flexible Thermoelectric Device)를 개발하였고 써모리얼(ThermoReal) 솔루션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F-TED는 헤드셋이나 손목밴드에 내장되어 동작되며 사용자에게 온각, 냉각, 통각을 경험하게 한다.
[그림 4] 자세 교정, 진동, 온도 기반 XR 기기 시연 모습
※ 주석 : (좌) 삼성 GEMS 시연 영상, (중) bHaptics 시연, (우) ThermoReal을 통한 고온, 저온 체험
시사점
5G 상용화와 함께 VR/AR을 포괄하는 XR 시장의 성장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XR 시장의 성장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다수의 실감기업들은 AR 기기의 현실화, 컨트롤러의 다각화, 시각 이상의 경험 제공을 통해 XR 경험의 영역 확대에 힘쓰고 있다. 국내에도 AR 광학기술, 시선 추적기술, 로봇 및 센싱 기술 등을 포함한 우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존재하고, CES와 같은 대표 전시회 참여를 통해 해외에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 국가는 이들 우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 해외로부터 단기간에 대량 생산을 요구하는 주문을 받고 있지만, 국내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이에 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XR 경험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기술 영역도 다양화되고 있다. 여러 기술군이 상호 협업을 할 수 있는 제반 여건도 시급히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각 분야의 우수 국내 기술이 긴밀히 협력한다면 언어와 지역적 강점에 힘입은 시너지 효과도 빠르고 크게 나타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의 XR 시장이 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나아가 글로벌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13 TESLASUIT Blog(2019.12.27.), “TESLASUIT Introduces its Brand-New VR-Gloves”
14 PRNewswire(2019.2.6.), “Take a Step into Virtual Reality: Cybershoes GmbJ Sjpwcases Cybershoes, a VR Accessory that Literally Lets You Walk Through Your Favorite VR Games”
15 Tech Crunch(2020.1.7.), “Samsung’s GEMS exoskeleton is now an ‘immersive workout exper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