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18년 만에 『소프트웨어진흥법』으로 전면 개정되었다. 그간 산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해묵은 소프트웨어(SW)산업 선진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48개조에서 78개조로 확대되었으며 원격지개발, 과업변경에 따른 계약금액조정, 하도급제한, 상용SW 사용촉진을 규정했다. 그 이외에 SW안전을 강조(제30조~제31조)하여 관련 사업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고, SW진흥단지지정 및 조성(제12조), SW창업 활성화(제14조), SW인력 양성(제22조~제23조), SW기술자 우대(제37조), SW산출물 활용 보장 등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제59조)를 규정하는 등 SW산업 전반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였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며 모든 산업의 혁신의 도구로써 인식되는 SW는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시대의 경쟁력 강화와 체질개선의 수단으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20대 마지막 국회에서 『소프트웨어진흥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었으며 7월에는 SW가 중심이 된 “한국판 뉴딜”이 발표되어 업계, 학계 등 관련된 분야에서 기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개정된 소프트웨어진흥법에 포함된 내용과 그 이외의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이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외 SW산업계 이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SW전략은 2018년 9월 발표된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창출을 위한 소프트웨어 혁신성장 전략”이며, 핵심적인 내용은 SW분야의 ‘산업환경개선’과 인재양성’으로 정리될 수 있다.
산업환경개선은 그간 SW산업계에서 발주자와 수주자간, 원사업자와 하도급사업자 간, 고용주와 고용인 간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여 산업발전과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을 이루고자 하는 전략이다. 공공SW사업에서는 법과 제도를 통해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수발주자간의 불공정 관행으로 적정예산확보(SW제값 받기)가 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SW품질은 낮아지고 SW산업계의 역량이 발전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늘어나고 있다.
인재양성은 SW교육도입, 즉, 초·중·고교에서 SW교육을 시행하는 것으로 초기 교육부터 SW적인 체계적 사고와 간단한 코딩(Coding)으로 SW에 대한 흥미유발과 관심을 유도한다. 이후 고학년으로 가면 마이스터고등학교, SW중심대학 등에서 보다 전문적인 SW교육을 통해 향후 SW전문인재로 키워 산업계의 중심인재로 활용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흔히 말하는 SW산업은 제조업이나 건설처럼 자본과 시설, 장비보다 사람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인재의 수급은 늘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기업들이 지적하는 수급의 문제는 첫 번째는 SW산업이 금융이나 전자와 같이 소위 잘나가는 직종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지원이 계속 줄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학에서도 얼마 전까지는 SW분야 관련 학과가 축소되거나 지원자가 감소하는 추세였으며 SW업종은 반복되는 야근에 현장출장(정부기관 및 공기업의 지방이전)으로 기피하는 업종으로 인식되었다. 즉, SW분야 전공자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고용이 불안정하고 적정한 임금이 보장되지 않으며 SW전공자로 양성된 인재들이 향후에 취업하거나 스타트업, 벤처창업 등의 활로가 보장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불안이 팽배했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는 국내 SW산업이 그동안 SI(System Integration)중심으로 편중되어 제품을 대량생산하듯이 반복되는 단순 코딩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누적되어 왔다. 게다가 SW제품은 국산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로 인해 뛰어난 인재들에 대한 정당한 대우가 보장되어 있지 않았던 문제가 글로벌 기업과 대비되면서 SW산업은 기피하는 분야로 굳어졌다. 마지막으로 벤처창업을 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인수/합병을 통해 부를 축적하거나 새로운 분야로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어느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어도 겨우 회사의 생존을 위한 사업에 불과하여 인재들이 미래지향적 비전을 가질 수 없는 현실이었다.
최근의 상황은 4차 산업혁명, 국외 글로벌 기업의 출현으로 SW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을 넘어서 경제의 핵심이자 유망 직종으로 바뀌었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이상 비상장기업)의 대다수가 콘텐츠 플랫폼이나 공유경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채용하고 있어, 기업의 차별적 경쟁력에 근간을 둔 SW역량이 매우 중요하게 인식된다.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이나 DNA(Data, Network(5G), AI) 등 신기술분야를 계속 지원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시장 창출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SW시장규모의 낙관적인 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단축, 일본의 무역제재, 미·중 간 무역분쟁 등 예상하지 못했던 이슈가 발생하여 SW산업의 획기적인 발전 및 일자리 창출도 아직까진 큰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비대면(Untact) 비즈니스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고 글로벌 협업보다는 각자도생의 국내자급이 부각되는 등 기존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뉴노멀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슈도 있어 SW진흥법 및 하위법령에서 다루는 사항 이외에 몇 가지 현실적인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SW 교육
교육부는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2015.9.23.)에서 초·중·고교에서의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교육을 강화하였다. 초등학교 5~6학년 중 ‘실과’ 과목 내에 ICT중심의 정보 교육을 SW기초소양 중심으로 개편하여 17시간 이상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실습·체험 위주의 내용을 구성하였으며, 중학교는 ‘정보’과목을 선택에서 필수과목으로 전환하여 34시간 이상 이수하도록 하였다. 고등학교는 심화선택 과목인 ‘정보’를 일반선택 과목으로 전환하고, 과학계열인 ‘정보과학’에서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에 대한 심화 교육이 가능하도록 구성하였다. 이는 2018년도에 중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2019년에 모든 초등학교 5학년 또는 6학년과 중학교 2학년까지 확대되고, 2020년에는 중학교 3학년까지 확대 운영된다.
초·중·고에서 ICT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일단 반갑다. 2018년과 2019년 SW교육을 시행했는데, 2년간 수행한 결과를 가지고 성과판단을 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그런데 초등학교 5, 6학년의 2년간 17시간, 중학교 3년간 34시간의 수업이 컴퓨팅사고 기반 문재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최소의 시간이라도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중학교 3년에 34시간이면 한 학기에 5.6시간에 불과하다. 일주일에 한 시간도 되지 않는데 학생들이 SW를 이해하고 적용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성인에게도 이는 어려울 것이다. 일주일에 1시간 남짓 교육으로 무슨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교재나 강의내용에 내실을 기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교사나 학생의 능력이 뛰어나도 원하는 교육효과를 얻기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SW의무교육이 입시의 한 종류로 인식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아직 있다. SW에 관심이 있어 이를 직업으로 고려하기 보다 진학률이나 취업율이 좋은 마이스터고등학교를 거쳐 SW중심대학에 진학하면 다른 전공자보다 취업에 유리한 조건에 있을 수 있다. 거의 멸종에 가까웠던 SW프로그래밍 전문학원들도 학생들의 관심으로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입시학원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림 1] 초·중·고 2015 교육과정 개편 내용
SW교육에 대한 개선의견은 첫 번째로 “관심”-“사고(思考)”-“기술”-“활용”의 단계적으로 명확한 목표를 마련해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SW산업이라는 분야도 있고 이런 것이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만 심어주어도 충분할 것 같다. 초등학교에서는 SW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중학교에서는 실제 간단한 코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며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SW전문인력을 배출하여 산업계와의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 그림에 맞게 방향수정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최초의 컴퓨터가 ABC인지 ENIAC인지, 프로그래밍을 잘하려고 이진법과 함수를 중점적으로 가르친다면 관심은 커녕 기피심을 심어주게 될 것이다. 따라서 체계적인 교육보다는 재미있는 교육이 더 중요하며 좀 더 시각적인 교재와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SW에 관심이 많아서 많은 기술이 습득된 사람도 실제 기업이나 현장에 활용되려면 어느 정도의 추가교육은 있어야 한다. 대부분 표준과 범용을 배우는 것인데 기업은 여러 사람이 빠른 이해와 업무의 인수인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단계가 지나고 현장에서 전문가가 되어 일을 하다 보면 반드시 재교육도 필요하다. SW는 하드웨어와 마찬가지로 3~4년만 지나면 유행이 지나가거나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어 지속적인 교육이 타 산업보다 더 필요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SW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도 변화해야 한다. 교육 대상도 초·중·고와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에 국한되지 않는다. 취업준비생과 재직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보수교육이 진행되어야 하므로,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하고 보완하거나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정보소외계층이나 중장년층의 SW평생교육이다. 이는 원리보다 활용위주로 지속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전에 주민센터 단위의 컴퓨터교육이 정보격차 해소에 큰 역할을 했고 이런 교육으로 인해 IT활용능력 향상으로 K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PC사용법, 인터넷접속법, 검색엔진사용법 등의 교육을 현재에 맞게 PC에서 Mobile로, 웹(WEB)에서 앱(App), PC뱅킹에서 모바일뱅킹 등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보급 및 교육에 힘써야 한다. 또한 SW전문성이 필요한 강사육성(교육)도 충분히 고민해야 하며, SW산업계의 은퇴자 및 경력단절자를 채용하여 이들의 전문지식을 활용, 전 국민에게 평등한 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SW M&A 환경 조성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SW산업계에서는 쉽게 개선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바로 창업과 M&A이다. 언제부턴가 우리사회가 젊은이들에게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강조하며 창업을 권유하고 있는데 이는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성패를 좌우한다며 SW분야가 창업하기 좋고 성공하기 쉬운 산업이라고 말한다. 물론 제조업, 건설업 등 타 산업보다 자본이나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적고 소수의 뛰어난 인적능력이 좌지우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창업을 하려면 좋은 아이디어만 있어서 되는 것은 아니다.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을 개발해도 기업을 운영하려면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금에 대한 운영능력도 필요하고 직원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공감대형성도 필요하고 각종 법·제도도 파악하여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중요한 것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가 충분히 대비하고 기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설사 소 뒷걸음 치다 쥐 잡는 격으로 초기에 사업이 잘 풀렸다고 치자, 그 다음 기업의 비전과 목표는 어느 수준으로 잡아 진행해야 하며 직원이 몇 배 늘어났을 때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벤처기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는 미국에서는 우리와 가장 다른 면이 M&A라고 생각한다. 정말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집 안 차고에서 사업모델을 만들고 실제 가능성을 보여주면 투자자와 쉽게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더 성공하면 이 기업을 다른 큰 기업이 인수/합병하여 전문 경영인이 비즈니스를 더 크게 만들고, 최초의 아이디어를 냈던 기업은 인수 금액을 통해 다른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만드는 구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제 값을 주고 사겠다는 생각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2015년 ‘김기사’를 600억원에 인수하였으며, 2019년에는 독일의 DH가 우리나라의 ‘배달의 민족’을 4조 7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러한 소식은 반갑기는 하나,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외국의 벤처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기다리거나, 우리나라 대기업에게 아이디어를 뺏기지 않도록 경계하며 버티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수 있다. 즉 복싱선수가 링에 올라가서 경기를 하는데 상대방이나 내가 KO되어야만 끝나는 게임을 한다. 한 게임을 이겨도 쉼 없이 다음 상대와 죽을 때까지 경쟁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SW생태계인 것이다. 그래서 SW산업계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를 쉽게 볼 수 없는 것이고 SW기업의 역사가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SW의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는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시작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이나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의 니치마켓을 노리기 마련이고, 더 적은 비용의 서비스를 찾아야 후발주자로써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신기술과 비즈니스는 중소기업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클라우드(Cloud)가 그랬고, 핀테크(FINTech)가 그랬고, AI도 그럴 것이다. 물론 사업의 성패를 위해 많은 인력과 자본이 필요하므로 대기업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겠지만 주된 원인은 기업을 M&A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시간만 버티면 중소기업은 망하거나 사업전환을 하므로 여력이 있는 기업은 굳이 비용을 들여 인수/합병을 하지 않아도 관련 인력과 기술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기업경영을 죽을 때까지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금해야 한다. 선배기업가들은 M&A를 미덕으로 인식하고 실행하여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창업을 권해야 한다. 즉 중소기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해보고 이를 대기업이 받아 비즈니스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선순환적인 생태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스타트업에게는 세제나 금융지원 등 여러 가지 지원방법도 좋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인정할 수 있는 제도, 즉 지적재산권 활성화와 강력한 보호시책을 마련해 주고 창업을 권해야 한다.
바람직한 SW 생태계 조성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뀔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현재와 미래를 대응하기 어렵다. 일하는 방식, 비즈니스 서비스, 관리방법도 새롭게 제시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떻게 변화하던 간에 중심은 SW라는 것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SW진흥법은 그간의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고 새로운 SW문화와 기술이 무리 없이 실생활에 녹아들 수 있도록 마련되었고 하위법령 작업도 잘 진행되고 있다. 그간 산업계가 외쳐왔던 제값 받기, 적정예산확보, 기술자처우향상, 지재권보호 등은 대부분 SW진흥법에 담겨 있다. 법도 중요하지만 법을 지킬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우리의 숙제이며 어렵게 맞이한 SW대도약시기에 모두가 합심하여 K-드라마, K-POP, K-방역에 이어 K-SW라는 메가트렌드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