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경제의 범위와 추진전략 고찰 (다운로드 : 82회)

김덕현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dhkimn@nate.com

1. 데이터 경제 프레임워크의 필요성

데이터 경제(Data Economy)는 누구나 인정하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으며 미국, EU, 중국 등 주요 국가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은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술, 인재, 법/제도, 인식과 문화, 데이터 자체와 수요-공급 생태계, 그리고 정책 수립과 추진에서도 상대적으로 뒤처진 상황이다. 날로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과 국민의 권익을 지키면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려면 치밀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성공에 이르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과업이다. EU는 미국이나 중국과는 다른 각도에서, 즉 공급보다는 수요를 창출하고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데이터 전략과 관련 제도를 준비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데이터 경제에 대한 국가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서 선행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이해관계자들이 데이터 경제라는 문제 자체를 이해하고 중요성과 필요성을 공감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각자가 가진 역량을 모으도록 하는 공통의 프레임워크일 것이다. EU는 2000년대 초부터 데이터 공유와 보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서 2018년에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법령인 GDPR을 시행함으로써 데이터 경제의 효익을 거두면서 개인생활과 기업활동을 보호하는 단계에 이르렀다(EC, 2013/2016/2017/2020; NIA, 2020). 그런 EU조차 여전히 정책 방향, 규제, 보호 등에 대한 프레임워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목표나 수단, 대상과 접근방법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이해와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본고는데이터경제에대한 개념적프레임워크(Conceptual Framework)를 통해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이슈들을 포괄적으로 살펴 보기 위한 것이다. 고수준으로 추상화된(high-level & abstracted) 프레임워크는 산학연관민 이해관계자 간의 의사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개념적 모델링을 위해 IT 아키텍처(IT Architecture) 프레임워크의 원조격인 자크만 프레임워크(Zachman Framework, ZF)를 활용할 것이다.

2. 데이터 경제의 주요 개념 재검토

가. 데이터 경제의 의미와 발전 과정

Wikipedia에 의하면 데이터 경제는 ‘데이터가 수집, 구성, 축적된 정보로부터 가치를 찾기 위해 네트워크를 통해 교환되는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1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데이터 경제는 서로 다른 시장 플레이어 즉, 제조자, 연구자, 인프라 구축자 등이 데이터에 접근 가능하고 활용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협력하는 생태계2(EC, 2017)’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데이터산업활성화전략」에서는 데이터 경제를 ‘데이터의 활용이 다른 산업 발전의 촉매 역할을 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경제(관계부처 합동, 2018)’로 정의하고 있다.

데이터(data)는 ‘통신과 해석 또는 처리에 적합하고 정형화된 방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표현된 정보3(ISO/IEC 2382-1)’로써 개인, 기업, 정부 등에서 사람이 직접 생산하거나 기계 또는 다른 프로세스의 주된 산출물이나 부산물로 생성된다. 데이터에는 지리 정보, 통계, 날씨 데이터, 연구 데이터, 비디오 등이 포함된다(EC, 2013). 정보시스템 관점에서 데이터는 의사결정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가공된 정보(information)와 데이터 생산자나 다른 개인/조직이 재사용할 수 있도록 축적된 지식(knowledge)을 포함한다. 데이터는 다른 상품/서비스에 부가될 수도 있고 독립적으로 교환/거래될 수도 있다.

데이터 경제라는 개념은 2011년 데이비드 뉴먼(David Newman)이 쓴 가트너 보고서에 처음 등장했고 2014년 유럽 집행위원회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동력으로 이를 도입하면서 조명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관계부처 합동, 2018). 그러나, 이는 빅데이터와 AI가 부각된 2010년대 이후 변화에 주목한 해석일 뿐이고 EU 정부나 미국 IT기업들은 그보다 일찍 데이터 자체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1990년대 인터넷/웹 기술이 등장-발전하면서 각종 데이터를 경제적으로 생산-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요즘 데이터 경제와 더불어 제기되는 개인정보보호, 공공 데이터 공유, 데이터의 가치 산정, 거래 보호 및 규제 등의 이슈들이 등장했다. 1996년, 1998년에 각각 설립된 아마존과 구글은 사실상 데이터 기업으로 성장, 발전해 왔다. 영국은 2000년에 제정된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을 통해 공공 정보를 민간 부문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하였다(정용찬, 2017). EU는 2003년에 공공정보 재사용 지침을 제정한 후 지금까지 15년 이상 동안 전략 수립, 법/제도 정비, 조직 설치, 데이터포털과 데이터 (공유)공간 구축, 데이터 거래소 설치, 투자유도 등을 추진해 왔다.4

데이터 경제는 1990년대 중반쯤 시작된 디지털 경제의 하위 개념이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은 소프트웨어(SW)이며, SW는 알고리즘을 구현한 프로그램과 해결 대상 문제의 특성을 표현한 데이터로 구성된다. 알고리즘이 고도화된 것이 AI이고, 데이터의 양(volume), 다양성(variety), 실시간성(velocity)이 향상된 것이 빅데이터이다. 태동부터 지금까지 짧게 보면 10년, 길게 보면 20년 이상이 경과한 지금, 데이터 경제는 기술 부분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고도화되고 소위 가성비도 좋아졌지만, 나머지 부분, 특히 개인, 기업, 정부 등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행위와 그 산물인 데이터, 데이터의 수요-공급 생태계, 관련 제도/문화 등은 여전히 미성숙한 부분이 많다. 데이터 경제, 나아가 디지털 경제에 대한 균형 있는 발전 전략이 수립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나. 데이터 경제의 특성과 문제점, 해결과제

데이터 경제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 시스템이다.

  • 데이터 경제는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Data-Driven) 경제이다. ‘데이터가 중심’이 된다는 것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경제활동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 경험이나 주먹구구식 판단에 근거한 경제활동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 데이터 경제의 유효성은 핵심 자산인 데이터와 이를 처리하는 과정, 처리 결과로 나온 산출물(즉 또 다른 데이터), 그리고 이들이 다시 자산으로 투입-재사용되는 가치사슬(value chain) 내지 가치네트워크(value network)의 유효성으로 결정된다.
  • 데이터 가치사슬은 크게 보면 생산-관리-유통-소비 등 4단계, 구체적으로는 데이터 수집/획득, 분류, 저장, 관리, 검색/조회, 가공, 배포, 사용, 보호/보안 등 수명주기 활동으로 구성된다.
  • ‌ 데이터 가치사슬에는 생산자, 유통(중개)자, 지원자, 소비자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플레이어 또는 액터(actor)가 참여한다. 경제 주체인 개인, 기업, 정부 등이 액터가 된다.
  • 데이터는 무료로 제공되거나 교환될 수도 있고 유료로 구매/판매될 수도 있다. 무형인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복사/복제, 전파가 용이하고 확대재생산이 가능한 재화이다. 단, 데이터의 가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획일화된 기준으로 산정하기 어렵다.
  • 데이터는 데이터가 추출된 객체(예: 개인, 기업, 국가, 지능화된 사물, 공간)의 안전이나 권익이 보호되어야 하므로 무조건, 무제한 공유되거나 거래될 수는 없기에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되어야 한다.

데이터 경제는 지난 10~20년 동안 부분적으로 해결된 문제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미해결 과제를 갖고 있기에 계속 개선, 발전시켜야 하는 시스템이다. 첫째, 데이터 경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사회 윤리 저해, 데이터 유출/탈취나 부정 사용 등의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법/제도를 통해 부분적으로 해소되고 있으나 데이터의 소유권(ownership), 재사용성, 상호운용성, 법적 책임(liability) 등은 여전히 모호한 점이 많은 상태이다(EC, 2016). 둘째,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딥러닝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문제 풀이 과정을 설명할 수 없거나 편향된(biased)데이터로 인해 잘못된 결론이 도출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명가능한 AI’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으나 데이터 기반 딥러닝에 논리적 모델 기반 심볼릭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AI’5도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Smith(2018)는 데이터는 형태가 일정하지 않고, 호환 불가능한 구조/방식으로 저장/관리됨에 따라 고립된 사일로(silo)가 많으며, 데이터의 가격 책정 및 교환 방법이 정립되지 않아서 교환이나 거래가 어렵다고 하였다. 이는 데이터에 대한 기술 표준화도 필요하지만, 생태계 참여자들이 데이터 교환/거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인센티브, 즉 신뢰 축적과 공정한 가격 책정 및 보상 같은 경영/경제 측면의 해결책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넷째, 데이터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은 오히려 더 심화될 수 있다. UN 보고서(2019)는 데이터 경제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까지는 매우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데이터 기업인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시장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2015년 기준, GDP에서 데이터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EU는 0.5%, 미국은 1%임에 반해, 2016년 미국 경우 대부분이 데이터 기업인 25개 기술 기업의 시장가치는 전체의 20%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데이터 주권을 갖지 못할 경우, 이른바 ‘디지털 제국주의’나 ‘빅브라더’의 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3. 자크만 프레임워크를 이용한 개념적 모델링

가. 자크만 프레임워크 개요

자크만 프레임워크(ZF)는 1989년, IBM 엔지니어였던 John Zachman이 정보시스템 구성요소를 개념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참조: www.zachman.com). 그 후 ZF는 IT 영역을 넘어 공학/사회과학 문제에 포함된 복잡성(complexity)과 변동성(variability)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었다. ZF는 IT 분야에서는 미국 국방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DoDAF, 연방정부 서비스에 대한 FEAF, 그리고 민간/국제 표준으로 발전된 TOGAF 등 IT 또는 전사적 아키텍처(ITA/EA: IT or Enterprise Architecture) 프레임워크의 근간이 되었다.

ZF(초기 버전)는 대상 시스템을 두 개의 축(dimension), 즉 관점(view)과 초점(focus)에 따라 5x6 매트릭스, 총 30개의 셀(cell)로 나누어 정의한다. ‘관점’은 사용자-개발자간 의사소통을 위한 개념적(conceptual) 모델, 사람-컴퓨터 간 소통을 위한 논리적(logical) 모델, 이어 컴퓨터 시스템 내부의 물리적(physical) 모델 식으로 구체화하거나 반대 방향으로 추상화한 모델링 결과물을 가리킨다. ‘초점’은 글쓰기를 할 때 통상 적용되는 ‘육하원칙’, 즉 5W1H에 해당되는 것으로 모델링 대상 시스템을 6개의 초점으로 살펴봄으로써 부분이 아닌 전체를 균형 있게 보도록 한 것이다. ZF는 시스템 공학의 기본 원리인 ‘분할과 통합’(divide and conquer)에 따라 크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기 쉬운 수준으로 쪼개고 각각의 조각을 풀어서 나온 해법을 모아서 전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확장하는 접근방식인 것이다.

나. 데이터 경제의 관점(views) 모델링

여기에서는 국가 정책 수립 차원에서 데이터 공급자, 수요자, 조정자 등 3그룹의 관점을 고려할 것이다. 최윤희(2019)는 데이터 경제의 이해관계자를 3그룹으로 나누면서 정부만을 조정자로 고려했는데 수요-공급을 촉진(또는 억제)할 ‘조정자’에는 정부 외에 국내/외 투자자, 대학(기술과 인재 공급), 학/협회, 사회단체, 표준기구 등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활동 주체인 정부, 기업, 개인은 데이터의 공급자이면서 수요자가 된다. 공급자는 거점에 따라 국내/해외 공급자로, 가치사슬 내에서의 역할에 따라 데이터 수집/생산자(예: 1차/2차/3차 산업 내 기업, 포털업체), 데이터 저장/관리자(예: 클라우드 업체), 데이터 분석/가공자(예: AI/빅데이터 전문업체), 데이터 유통/판매자(예: 데이터 거래소), 지원자(예: 지불/인증, 보호, 통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조정자는 수요자 쪽 또는 공급자 쪽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거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생태계의 구성과 운영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조정자인 정부는 때로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선도자, 때로는 최후의 보루를 지켜주는 후원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3그룹은, 또 각 그룹 내의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슈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공급자(기업): 데이터 생산-유통 plus 기술개발 및 제품/서비스 개발, 국내/외 파트너와 제휴-협력 또는 경쟁,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신사업 또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 기존 시장 확대, 신시장 개척, 투자 확보, 법/규제 준수, 기술/지식재산권 보호 등
  • 공급자(개인): 데이터 생산-유통 plus 프라이버시 보호, 저작권 보호, 저작권법 준수, 생산 데이터에 대한 적정 가치/가격 책정, 데이터 판매 또는 교환/공유, 거래 안전/보호
  • 수요자(개인, 기업, 정부): 데이터 활용 plus 고품질(예: 정확성, 적시성, 적절성, 가독성, 접근성, 이식성, 검증 가능성) & 저비용 데이터 탐색, 데이터 구매 또는 무료 확보, 구매 데이터에 대한 적정 가치 산정, 거래 안전/보호
  • 조정자(정부): 데이터 경제 실현을 통한 국가 기술경쟁력 확보(예: 과기정통부), 국내 산업 육성과 해외 선도기업으로부터의 보호(예: 산업부),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한 정책 수립 및 시행의 합리화와 대국민/대기업(G2C/G2B) 서비스 수준 향상(예: 대부분의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이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수단(즉, R&D 지원, 자금 지원, 세금 혜택, 인력 양성, 법/제도 정비, 조직 구성/운영, 예산 확보 및 사업 추진) 마련과 실행
다. 데이터 경제의 초점(focus) 모델링

데이터 경제에 대한 초점은 위에서 언급한 이해관계자별, 관점별로 조금씩, 또는 크게 다를 것이다. 여기에서는 정부 관점에서 각 초점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ZF의 6가지 초점 중에서 ‘활동 공간/장소(where)’와 ‘시간/시기(when)’는 편의상 ‘방법(how)’에 묶어서 살펴볼 것이다.

  • 데이터 경제의 목적(why) 또는 목표-수단(endsmeans):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 경제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국가 기술경쟁력 및 산업경쟁력 향상, 일자리 창출과 경제 번영, 공정/공평 사회 건설, 바람직한 미래 사회로의 전환 등을 포함할 것이다. 그와 같은 목적 내지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전술에는 데이터 거버넌스(즉 조직, 리더십, 절차) 구축, 데이터 생산-관리-유통소비 활성화 사업 추진, 인재 육성, 전문기업 육성, 법/제도 제정/정비,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 민간 협력, 국제 협력 등이 있다. 이들 수단은 가용 인력, 예산, 기간 등에 따라 장/단기 사업으로 편성될 것이고 특성에 따라 정부 주도, 민간 주도, 또는 정부-민간 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다.
  • 데이터 경제의 주체(who) 또는 액터: 데이터 공급자, 수요자, 조정자 그룹에 속하는 정부/공공 기관, 기업, 개인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이제부터는 AI와 센서,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자율적 판단과 실행이 가능해진 지능적 사물(예: 스마트 공장, 스마트카, 드론, SW 에이전트)도 수요자 또는 공급자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들은 소위 ‘기계 생산 데이터’를 처리한다. 국내 액터와 해외 액터의 역할이나 권리, 책임 등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내 액터와 해외 액터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경우, 국내 액터의 권익을 보호하는 정책이 수립-시행되어야 한다. 정책 수립-시행 조직인 대통령 이하 각 부처, 위원회, 지자체, 산하기관 등의 책임과 역할(R&R), 협조체제 등이 명확히 정의되어야 한다.
  • 데이터 경제의 대상(what), 즉 데이터/정보/지식: 우리나라 「지능정보화기본법」 제2조 4항은 데이터를‘부호, 문자, 음성, 음향 및 영상 등으로 표현된 모든 종류의 자료 또는 지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데이터는 형태 면에서는 정형 데이터와 비정형 데이터, 보안 등급에 따라 비밀(secret)/민감(sensitive) 데이터와 평문/일반 데이터, 개인정보 식별 데이터와 비식별 데이터 등으로 구분된다. EU 집행위원회(EC, 2017)는 비개인 데이터(non-personal data)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비식별 처리된 개인정보, 비즈니스 프로세스 데이터, 기계 생산 데이터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데이터에는 아래에 예시한 것처럼 각 경제 주체의 기본 속성 데이터와 행동/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데이터가 포함된다.
    • 개인: 신체 특성이나 신상정보(이상, 속성 데이터), 의식주, 교류, 이동, 학습, 건강/질병, 여행/관광, 자산관리, 의사소통과 통신 등(이상, 생활 데이터)
    • 기업: 사업 영역, 생산 제품/서비스(이상, 속성 데이터), 제품별 생산량/매출액/시장점유율, 제품/서비스 거래내용, 공정별 가동률/불량률, 투입인력, 장비/설비, 납품업체, 유통업체, 각종 예측/실적/분석/기술 보고서(이상, 활동 데이터)
    • 정부: 부서 임무/편성(이상, 속성 데이터), 계획/진행/완료 사업별 예산/진도/성과, 행정문서/기술문서/사업보고서, 기업/국민 대상 민원처리/서비스 내용(이상, 활동 데이터)
    • 지능적 사물: 타 개체로부터 받거나 전달한 데이터, 스스로 생산한 데이터
  • 데이터 경제 구축/운영 방법(how), 즉 기법/기술: 데이터 경제는 적용 기술 수준에 따라 구축/운영상의 효율성(예: 비용, 속도)과 효과성(예: 연결, 통합, 공유), 효용성(예: 접근성, 사용자 편의성)에 차이가 생긴다. 2010년대에 들어서서 급격하게 발전한 AI와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5G, 블록체인/분산원장 등은 온라인/가상세계와 오프라인/현실세계를 하나로 연결한 가운데 이른바 초지능, 초융합을 가능하게 해준다. AI는 인간의 지적 역량을 추월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클라우드는 고비용의 HW/SW 투자없이도 국가/지역의 경계를 초월한 데이터의 저장-관리-유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빅데이터는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지식을 찾아주고 블록체인은 중개자/관리자가 없더라도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해준다. 데이터 경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디지털 기술과 더불어 시스템 공학, 모델링 & 시뮬레이션, 생태계 운영관리(예: 협업 네트워크 구성, 멤버의 진/출입 관리, 산출물 관리, 성과평가 및 배분 등) 기술도 필요하다.

4. 데이터 경제 정책 수립 시 고려사항

위에서 국가 차원에서 논의, 결정되어야 할 데이터 경제관련 이슈들을 ZF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관점과 초점으로 정리해 보았다. 비교적 단순한, 총론 수준의 분석 결과이기에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목적(why), 주체(who), 대상(what), 방법(how) 등에 대한 각론을 채워야 한다.

분석 과정에서 식별된 몇 가지 정책적 고려사항을 아래에 제시하고자 한다.

  • 데이터 경제에 대한 기존 논의와 정책 수립-추진 범위 확대 필요
    • 데이터 경제는 20여 년 전에 시작된 디지털 경제와 최근 국가 전략으로 채택한 4차 산업혁명의 하위 개념이므로 상위에 있는 기존 기술/산업 정책과 연계, 통합되어야 한다.
    • 데이터 자체에 대한 논의가 개인정보(보호, 활용)와 공공 데이터(개방, 공유) 관련 법/제도, 조직 등에 편중되어 있는데 산업 현장에서 생산-유통되는 제품/서비스 데이터(기계 생산 데이터 포함)와 그 소유권 및 비밀 보호, 교환/거래 등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 기술개발은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5G 등 플랫폼 기술 외에 IoT, 드론, 블록체인, 3D 프린팅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 즉 상위 정책의 기술개발 계획과 중복이 없는 가운데 투자 우선순위나 실용화/상업화 일정 등이 조정되어야 한다.
    • 산업 육성은 데이터 수집/제작, 저장/관리, 분석/가공 기업 외에 데이터 플랫폼과 거래소 육성을 통해 실제 양질의 데이터가 유통-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공공 데이터 포털(www.data.go.kr)과 민간의 금융, 교통 관련 데이터 거래소가 운영 중이지만, 기술/업무 표준화와 공통 아키텍처를 정의, 구현하고 플랫폼/거래소 간 협업을 통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해외기업으로부터 국민과 국내 산업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 인재 양성 계획에는 대학/대학원에서 데이터 엔지니어/과학자를 양성하는 것 외에 산업 현장의 재직자들을 도메인(domain) 지식을 가진 비즈니스 (모델) 분석/설계자나 ‘시티즌(citizen) 데이터 과학자’6로 육성하는 사업이 확대되어야 한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신규 일자리 창출’ 못지 않게 ‘기존 일자리/고용 유지’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 데이터 생산보다 활용에 비중을 둔 애자일(agile) 접근과 성과관리 필요
    • 데이터는 수집/제작해서 쌓아 두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문제해결을 위한 정보로 활용되고 재사용 가능한 지식으로 축적될 때 진정한 가치가 나타난다. 데이터 활용(즉 수요)을 늘림으로써 양질의 데이터 제작(즉 공급)이 늘어나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장기 목표/비전과 계획이 수립되어야 하고, 단기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시범사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설계-실험-보완’ 과정을 반복하는 애자일 방법론이 적용되어야 한다. 단, 데이터 경제의 준비도나 성숙도 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그에 따라 전략/계획과 실행 사업에 대한 성과관리를 실시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 정부 주도보다는 정부-민간 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 방식 확대
    • 데이터 경제가 고성과를 창출하면서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발전되려면 ① 제품/서비스의 생산-유통을 담당하는 기업이 중추가 되고 ② 정부는 물론, 산학연 전문가, 투자자 등이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구축되며 ③ 정부-민간 공동 투자 사업이 확대되어야 한다.
    • 국가 차원 데이터 거버넌스에는 ‘데이터청’,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공공데이터위원회’ 등을 넘어서 정부-민간이 공동 참여하는 ‘국가 데이터 전략위원회’(가칭) 같은 중추조직과 이를 지원하는 민관 협의체, 산학연 연구회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 ‌ 법/제도 측면에서는 데이터 3법은 물론, 지능정보화 기본법, 공공 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콘텐츠산업진흥법 등 관련 법/제도를 이를테면 ‘데이터 법’(가칭) 같은 기본법을 중심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참고문헌

관계부처 합동(2018),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전략”(I-Korea4.0 데이터 분야 계획)

관계부처 합동(2019), “데이터·AI경제 활성화 계획(2019~2023년)

정용찬(2017),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전략”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최윤희(2019), “데이터·AI기반 바이오경제에 대한 한국의 사회적 수용성 현황과 과제” 산업연구원(KIET)

NIA(2020), “데이터 경제 시대- EU의 대응”

Smith, J.(2018), “The Fundamental Problem of the Data Economy- Nobody is Talking About”

European Commission(2013), “A European Strategy on the Data Value Chain” DG Connect

European Commission(2016), “Study on Emerging Issues of Data Ownership, Interoperability, (Re-) Usability and Access to Data, and Liability”

European Commission(2017), “Building a European Data Economy”

European Commission(2020), “A European Strategy for Data”

UN(2019), “Data Economy, Radical Transformation or Dystopia” Frontier Technology Quarterly

김덕현(金德顯)

현재 세종사이버대학교 외래교수이며 2019년 2월부터 혁신과융합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산업공학(학사)/경영과학(석·박사)을 전공했고 국방과학연구소에서 25년 동안 IT 시스템/기술개발에 종사했다. 그 후 (주)핸디소프트 연구개발본부장을 거쳐 2003년부터 세종사이버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일하고 2018년 8월에 정년퇴임했다. 한국전자거래학회장, 국방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민간 전문 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융합경영』(2011년, 10인 공저), 『융합 비즈니스』(2014년), 『4차 산업혁명과 융합』(2019년) 등이 있다.

  • 1 A data economy is a global digital ecosystem in which data is gathered, organized, and exchanged by a network of vendors for the purpose of deriving value from the accumulated information. (Wikipedia, 2020.7.15. 조회)
  • 2 The “data economy” is characterised by an ecosystem of different types of market players - such as manufacturers, researchers and infrastructure providers - collaborating to ensure that data is accessible and usable. (European Commission, Building a European Data Economy, Digital Single Market, 2017)
  • 3 a re-interpretable representation of information in a formalized manner, suitable for communication, interpretation or processing
  • 4 ‘Data policies and legislation - Timeline’, EC 홈페이지, ‌ https://ec.europa.eu/digital-single-market/en/data-policiesand-legislation
  • 5 ‌A hybrid AI model lets it reason about the world’s physics like a child ‌ https://www.technologyreview.com/2020/03/06/905479/aineuro-symbolic-system-reasons-like-child-deepmind-ibmmit/
  • 6 데이터 과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춘 현업 전문가

키워드 데이터 월간SW중심사회 2020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