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는 우리 모두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 ICT관련 기업들은 물론이고 많은 대기업들에서 재택근무는 일상화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필자는 대학교 행정학과에서 지난 25년 동안을 전자정부론과 정보정책론 등의 교과목을 강의하여 왔다. 그런데 COVID-19로 인하여 2020년 1학기에는 한 학기 모두를 사이버강의로 진행하였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거의 모든 대학교에서 비슷하게 대다수의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2020년 2학기를 맞이해서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지난 1학기에는 ZOOM이라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하여 강의를 진행했다면, 이번 2학기에는 GOOGLE의 G-CLASS를 활용해서 사이버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그러나 G-CLASS의 성능이 미흡하여, 수천 개의 강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부하를 견디지 못하여, 많은 강의들이 다시 ZOOM을 활용하여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두 제품들은 성능에서 약간 차이가 있지만 모두가 외국산 소프트웨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다른 대학교의 동료들에게 사이버 강의에 활용한 소프트웨어를 문의해보면, 돌아오는 응답은 모두 같았다. 2020년 1학기에 우리나라 거의 모든 대학교에서는 외국산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사이버강의를 진행하였다. 그렇다면 화상회의나 스마트워크와 관련해서는 국산 소프트웨어는 없는 것일까?1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세계의 선도 국가로서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내었는데 스마트워크나 화상회의 시스템의 분야에서는 아직도 후진국인 상황인 것인가?
이 글은 이러한 의문점에서 출발한다. 역사에 가정은 불필요하겠지만, 사실 지난 10년 전의 스마트워크 추진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었더라면, 현재 우리나라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들이 전 세계의 모든 대학교에서 쓰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 상황에 직면해있다. 따라서 과거 스마트워크 정책의 추진 과정을 살펴보고, 교훈을 얻고자 한다.
2. 스마트워크 관련 법과 정책의 변화 내용 분석
이 글에서는 공공부문의 스마트워크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관련 법제와 정책의 동향을 분석해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공공부문의 스마트워크와 관련된 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크게 전자정부법의 내용과 스마트워크 추진 정책의 내용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1) 전자정부법의 내용 및 변화
현재 공공부문 스마트워크의 법적 근거는 “전자정부법”이다. 전자정부법은 2001년 3월 28일에 제정되어 2001년 7월 1일부터 발효되었다. 이 법의 제정 당시의 이름은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행정업무 등의 전자화촉진에 관한 법률”이었으며, 2007년 7월 18일에 전부개정을 통하여 전자정부법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필자는 2000년에 전자정부법 제정에 참여하였다.2
2001년 7월 1일에 법률 제6439호로 발효된 당시의 전자정부법에는 스마트워크와 관련된 내용이 온라인 원격근무 및 원격교육훈련 등의 4개의 조문으로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다.
제29조 (전자적 업무수행) 행정기관의 장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행정기관 상호 간의 의사를 교환하거나 회의를 수행하거나 국민에 대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여야한다. 제30조 (온라인 원격근무) 행정기관의 장은 필요한 경우에 소속직원으로 하여금 특정한 근무장소를 정하지 아니하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근무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기관의 장은 정보통신망에 대한 불법적인 접근의 방지 그 밖의 보안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제31조 (공무원 정보통신기술 활용능력의 제고) 중앙사무관장기관의 장은 행정기관 소속 공무원의 정보통신기술의 활용능력을 정기적으로 조사하여 공무원 교육훈련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 제32조 (원격교육훈련) 행정기관의 장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소속 직원에 대한 교육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
이러한 법의 내용은 2010년 2월 4일 전부개정 시에 전자적 업무수행으로 다음과 같이 하나의 조문으로 개정되어, 법률 제10012호로 2010년 5월 5일부터 시행되었다.
제32조(전자적 업무수행 등) ① 행정기관등의 장은 행정업무를 수행할 때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온라인 원격영상회의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② 행정기관등의 장은 필요하면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특정한 근무장소를 정하지 아니하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온라인 원격근무를 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기관등의장은 정보통신망에 대한 불법적인 접근의 방지와 그 밖의 보호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③ 행정기관등의 장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소속 직원에 대한 온라인 원격교육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전자적 업무수행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및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그리고 현재 시행 중인 법률 제16912호의 전자정부법에는 지난 2014년 1월에 새로이 신설되고 개정된 조문들이 다음과 같이 포함되어 있다.
제32조(전자적 업무수행 등) ① 행정기관등의 장은 행정업무를 수행할 때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온라인 영상회의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기관등의 장은 원격지(遠隔地) 간 업무수행을 할 때에는 온라인 영상회의를 우선적으로 활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개정 2014. 1. 28.>
② 중앙사무관장기관의 장은 제1항에 따른 온라인 영상회의의 도입 및 활용 등을 위하여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신설 2014. 1. 28.>
③ 행정기관등의 장은 필요하면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특정한 근무장소를 정하지 아니하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온라인 원격근무를 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행정기관등의장은 정보통신망에 대한 불법적인 접근의 방지와 그 밖의 보호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개정 2014. 1. 28.>
④ 행정기관등의 장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소속직원에 대한 온라인 원격교육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 <개정2014. 1. 28.>
⑤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전자적 업무수행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및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개정 2014. 1. 28.>
이처럼 전자정부법에 의하면 2001년의 온라인 원격근무가 전자적 업무수행을 거쳐서, 2014년에 원격지 간에 업무수행 시에 온라인 영상회의를 우선적으로 활용하도록 발전하여 왔다. 이것은 결국 지난 20여 년 동안의 ICT 발전에 대응하여 업무 처리 과정의 변화를 제도화시킨 결과이다.
2) 스마트워크 관련 정책의 내용
우리나라에서 스마트워크와 관련된 정책의 추진은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3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통폐합하였고, ‘작은정부 큰 시장’을 내세우며 ‘경제살리기’를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 과정에서 ‘747성장’의 경제 정책을 제시하였다. 이것은 7%의 경제성장, 4만 불 소득 및 세계 7위의 경제를 이룩하자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2008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기존 ‘747성장’에 이어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였다. 환경을 중시하는 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미래에 무게중심을 둔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설명되었다(미래기획위원회, 2008).
이러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2010년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을 준비하였다. 2010년 7월 20일 당시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및 행정안전부는 대통령에게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을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4
(1)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2010년 7월 당시 이각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장은 “스마트워크 추진 배경과 전략”을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2010).
우리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낮은 노동 생산성 등 당면현안을 ‘스마트워크’를 통해 해결하여,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를 민·관이 함께 본격 추진하여 일하는 방식을 선진화하고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근무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스마트워크 도입에 필요한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면중심의 조직문화 및 관련 제도 미비로 선진국에 비해서 스마트워크 도입 실적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이에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행정안전부·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을 수립하여, [그림 1]과 같이 2015년까지 전체인구의 30%까지 스마트워크 근무비율을 높여 가기로 하였다.
[그림 1] 스마트워크 정책의 목표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의 당시 보고 자료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스마트 영상회의에 대한 것이다. 이 당시에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스마트폰은 늦었지만 스마트워크는 시스템은 앞서가자’는 슬로건을 제시하면서, 스마트 영상회의 시스템의 개발을 다음 [그림 2]와 같이 제시하였다.
[그림 2] 스마트 영상회의 시스템 개발
(2) 방송통신위원회
2010년 7월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스마트워크 인프라 고도화 및 민간활성화 기반조성안”을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다(방송통신위원회, 2010).
스마트워크가 활성화되고 새로운 스마트 기기의 등장과 활용이 본격화되면 네트워크 용량이 대폭 확충되어야 하는 만큼, 스마트 인프라 고도화도 병행 추진키로 하였다. 이를 위해 2010년 와이파이 이용지역을 53,000개소로 확대하고, 2012년까지 와이브로 서비스 지역을 84개시로 확대하며, 2015년까지 현재보다 10배 빠른 Giga인터넷 서비스를 20%까지 확대하는 등 유·무선망 인프라를 고도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그림 3] 스마트워크 정책의 추진 목표
아울러, 민간의 스마트워크 촉진을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현장중심의 모바일 업무환경을 구축하고 스마트 TV를 활용하여 실감나는 원격협업 환경을 조성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스마트워크 도입 촉진을 위해 저렴하게 빌려서 쓰는 서비스 도입, 맞춤형 요금제 마련,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형 시범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또한, 보안문제가 스마트워크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스마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인증제 도입, 정보 유출방지, 해킹 등 외부로부터의 접근 제어를 통해 정보보호 대응체계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러한 스마트워크 정책 추진을 위하여 인프라, 서비스 확산, 기술개발 및 정보보호 등의 분야에 2015년까지 2,341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통신 3사의 모바일 오피스 부문의 투자 규모도 7,287억 원 정도로 추정하였다.
특기할 만한 것은,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TV를 이용한 실감형 원격협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방송통신을 관장하고 있던 부처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중소기업들의 스마트워크 도입을 촉진하고 시장을 활성화시켜서, 실감형 전송기술을 통하여 글로벌 스마트워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보고하였다.
(3) 행정안전부
2010년 7월 당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일하는 방식 선진화를 위한 스마트워크 추진전략 보고”를 다음과 같이 진행하였다(행정안전부, 2010).
행정안전부는 스마트워크의 목표를 [그림 4]와 같이 ‘일과 삶의 조화를 통한 국가사회 선진화’로 설정하고 일하는 방식의 선진화, 제도적 기반조성 및 민간확산 분야에서 모두 8개의 핵심 과제를 선정하여 추진하기로 하였다.
[그림 4] 일과 삶의 조화를 통한 국가사회 선진화
행정안전부는 우선 공직사회부터 스마트워크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공무원 복무관리 체계 및 조직·인사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기관별 추진실적을 정부업무 평가에 반영하는 등 제도개선도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와 함께 중요하게 추진한 것이 스마트워크 센터의 도입과 확산이었다. 2015년까지 전체 노동인구의 30%까지 스마트워크 근무율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스마트워크 센터의 확산이 중요하였다. 이에 따라서 행정안전부는 [그림 5]와 같이, 우선 대도시 외곽에 구청·주민센터 등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영상회의 등 첨단 원격 업무시스템을 갖춘 ‘스마트워크 센터’를 2010년 2개소를 시작으로 2015년까지 500개소로 확대해 나갈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숫자는 공공부문 50개와 민간부문 450개를 합산한 것이었다. 행정안전부는 2015년까지 스마트워크 센터 구축과 제도기반 조성에 총 1,312억 원의 소요 예산을 배정하였다.
[그림 5] 스마트워크 센터의 도입과 확산
2010년 7월에 대통령에게 보고된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 이 계획대로 추진되었다면, 수도권 근로자의 경우 원격근무 1일당 약 90분의 출퇴근 시간이 절감되고, 연간 111만 톤의 탄소배출량5과 1조 6천억 원의 교통비용 감소가 기대되었다. 이러한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비용절감 노력과 함께, 스마트워크가 고령자·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배가하는 등 보다 친서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하였다.
2010년 7월의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 보고 직후에, 당시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스마트워크를 국가발전 전략으로 지정하였고,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스마트워크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3. 정책적 시사점: ICT 거버넌스와 정책의 지속가능성
필자는 2010년 당시에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의 스마트워크 전문위원회를 담당하는 전문위원이었다. 따라서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된 자료의 작성에 참여하였다. 이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
1) 대통령의 리더십
국가 정책에 있어서 모든 분야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은 중요하다. 그러나 특히 ICT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에서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세계 어느 나라의 지도자도 급변하는 ICT에 대하여 깊은 식견을 지니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Chung, 2020).
하지만 스마트워크와 같이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공공부문에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및 원격화상회의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라면, 더욱 더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 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컴맹이었다. 더 나아가 원격근무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려면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다. 따라서 대통령보고 자료를 작성하면서 대통령에게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그림 6]과 같이 수도꼭지의 개념을 활용하였다. 다행히도 이명박 대통령의 이해가 빨랐고, 당시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책기조와 맞물려서 스마트워크 보고는 잘 진행되었다.
원래 이명박 대통령은 ICT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2008년 2월의 정부조직 개편으로 정보통신부를 폐지하였고, 행정안전부가 국가정보화의 기능을 수행하게 됨에 따라서 당시에 전자정부 기능은 국가정보화에 편입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므로 2008년과 2009년 행정안전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전자정부 분야는 거의 찾을 수가 없게 되었으며, 정보보호 기능만이 남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2008년 10월에 발표된 ‘이명박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서도 전자정부와 국가정보화는 포함되지 않았다(정충식, 2009).
그러나 2010년 7월에 이명박 대통령은 스마트워크 정책의 추진으로, 많은 공무원들이 직접 자가용을 몰고 청사로 출퇴근 하지 않아도 원격근무센터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보고에 반응하면서, 스마트워크 센터의 설립을 독려하였다. 이처럼 당시 대통령의 관심 분야와 결합되어서 스마트워크 추진 정책은 탄력을 받게 되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전자정부 사업들 중에서는 스마크워크 정책만이 대통령의 관심을 받았을 뿐, 나머지 정책들은 대통령 의제(Presidential Agenda)로 격상되지 못하였다.
[그림 6]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 소개
2) 정책의 지속가능성 – 2015년 목표연도의 문제
2010년 당시 스마트워크 정책의 보고 자료들은 목표 연도를 2015년으로 설정하였다. 이것은 당시에 많은 국가정책들이 5개년 계획에 입각해서 추진된 것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명박대통령의 임기는 2012년, 정확히는 2013년 2월 24일까지였다. 따라서 2015년에 누가, 어느 당이 집권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목표 연도를 2015년으로 설정하는 것에 대하여, 실효성을 두고서 내부에서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임기에 맞추어서 2012년을 목표로 설정할 경우, 데이터의 측면, 즉 성과를 도출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득세하여 목표 연도를 2015년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같은 당에서 대통령이 선출되었지만, 2013년 이후에 스마트워크 정책은 동력을 상실하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세종시의 이전과 맞물려서 명맥은 유지하게 되었다(정충식, 2016.12.9.).
이것이 주는 의미는 5년 단임제 대통령제하에서, 어떤 정책이 국가 정책으로 또는 대통령 의제로 설정되어 추진될 경우, 정권 초반에 정책이 수립되어 5년 동안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정충식, 2018.5.).6
3) 추진 조직 – 거버넌스 측면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에 출범과 함께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국가정보화의 기능을 행정안전부로 이관하여 전자정부와 국가정보화의 기능을 통합하였다. 이와 함께 기존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도 해체됨에 따라서 새로운 정보화추진체계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보화촉진기본법을 전부 개정하여 국가정보화기본법으로 제정하는 작업이 지연됨에 따라서, 2008년 7월 정보화촉진기본법시행령을 개정하여 우선적으로 정보화추진위원회 산하의 정보 화추진실무위원회를 개편하여 활용하였다.
이어서 2009년 1월 23일 정보화촉진기본법의 전부개정법률안인 「국가정보화기본법」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국가정보화기본법이 제정됨에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2009년 11월에 국가정보화 추진체계로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를 신설하였다.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국가정보화 추진과 관련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하였다.
따라서 2010년 7월의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및 행정안전부 등이 함께 추진한 것이었다. 그러나 2013년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스마트워크와 관련된 세 개의 정부 조직 모두를 바꾸게 된다(정충식, 2016.9.). 구체적으로는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를 해체하고, 새로이 정부3.0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를 위하여 정부3.0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이와는 별도로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또한 과거의 정보통신부 기능을 수행하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였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산업진흥 기능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의 행정안전부는 안전을 강조하기 위하여 안전행정부로 간판을 교체하였다. 이처럼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출범 이후에 과거 스마트워크 추진 정책의 부처들은 모두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영속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당연히 정부3.0 추진위원회를 해체하고, 새로이 대통령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였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구성할 당시부터 한시적인 조직으로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정충식, 2017). 이 조직도 최근에 국가정보화기본법이 전부 개정되어 2020년 12월 10일부터 지능정보화기본법으로 바뀜에 따라서 (가칭)지능정보위원회로 개편될 예정이다. 이어서 미래창조과학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개편하였다. 또한 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를 통합하여 행정안전부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인사혁신처를 신설하였다. 이 과정에서 과거 10년 전부터 추진되었던 스마트워크 정책들이 정책의 영속성을 갖고 제대로 집행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현재 대한민국의 ICT 정책은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5년 단임제의 대통령 선출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조직의 개편을 단행하고 있는 실정에 놓여있다(정충식, 2018.6.).7 따라서 지난 10년간 스마트워크의 정책들은 추진 체계의 문제로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였다. 이것은 결국 세계적인 스마크워크 및 화상회의 시장을 한국이 선점하지 못하고, 우리나라 대학교의 사이버강의들이 외국산 소프트웨어에 의존하고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
4. 나가며
2020년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스마트워크는 공공부문의 업무 문화를 빠르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워크의 도입은 이번 COVID-19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 시차출퇴근 등 공직사회 비대면·비접촉 근무를 활성화한다는 ‘2020년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을 2020년 5월 26일부터 46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대면·비접촉의 ‘언택트(untact)’ 근무가 공직사회에서 정착하도록 재택근무와 스마트워크근무 등 교대 원격근무를 적정 비율로 시행한다. 또 재택근무 시 명확한 의사소통 및 성과중심 복무관리,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 등 복무상황의 체계적 관리와 자녀 돌봄이 필요한 공무원을 재택근무 대상으로 배려하는 등 코로나19에 적합한 복무관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 자료의 어디에서도 원격근무나 원격화상회의에 활용되는 소프트웨어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국산 원격회의시스템과 화상회의시스템의 개발과 보급에 대하여 관련 부처들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에 이러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정책이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몇 년 후에 세계 여러 나라의 기업과 대학교에서 한국산 화상회의시스템과 원격근무시스템을 활용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2010.7.), “스마트워크 추진 배경과 전략”
권영환 외(2020.5.), “원격근무 솔루션 기술 시장 동향 및 시사점” SW 중심사회, No 71: 80-111. 통권 제71 호,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정충식(2017.9.16.), “문재인 정부 :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 -4차산업혁명위원회 구성을 중심으로 -” 2017년 한국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발표논문집
정충식(2018.5.), “전자정부론” 개정5판, 서울경제경영
정충식(2018.6.), “문재인 정부는 성공할 수 있는가? - 전자정부 : 정보기술을 활용한 행정혁신의 관점에서” 2018년 한국행정학회 하계학술대회발표논문집
행정안전부(2010.7.), “일하는 방식 선진화를 위한 스마트워크 추진전략 보고”
Chung, Choong-sik(2020.4.), “Why and How South Korea Became the World’s Best E-Government Country: Focusing on the Leadership of President Roh, Moo-Hyun. E-Government: Perspective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NOVA Science Publishers, New York. USA.
정충식(丁忠植)
경성대학교 법정대학 행정학과 교수이다. 1984년부터 컴퓨터회사, 회계법인 및 외국은행에서 11년간 정보시스템의 개발 및 감리 업무에 종사하였다. 1997년 2월에 성균관대학교에서 “전자정부 구현의 주요성공요인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98년 3월부터 경성대학교 행정학과에서 전자정부론과 정보정책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이제까지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및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등에서 실무위원 및 전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행정안전부 정부혁신 국민포럼의 디지털팀장을 맡고 있다. 2007년 9월에 대한민국 전자정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홍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2017년 11월에 ‘대한민국 전자정부 명예의 전당’에 ‘전자정부를 빛낸 30인’에 헌정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Developing Digital Governance」 (Routledge, 2020.5.) 및 「전자정부론」 (서울경제경영, 2018.5., 개정 5판) 등이 있다.
1 권영환 외(2020), “원격근무 솔루션 기술 시장 동향 및 시사점”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재택근무를 위한 국산 솔루션은 협업도구, 원격회의 및 원격접속의 분야에서, 해외 제품에 비하여 사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 2000년 봄에 행정자치부는 전자정부법 제정 연구 용역을 발주하였고, 당시에 필자를 포함하여 4명의 행정학자와 2명의 법학자가 연구에 참여하여, 전자정부법 초안을 작성하였다.
3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에 비하여 공공부문의 스마트워크가 뒤처지게 된 이유는 정보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 비하여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자연재해가 덜하였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재택근무 필요성이 그만큼 적었기 때문이었다.
4 2020년 현재의 상황에서는 세 개의 기관이 관계부처합동의 이름으로 하나의 정책 자료를 발표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부처들 간에 협업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 기관의 장이 각각의 부처 자료를 보고하였다.
5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정책 기조였기 때문에,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정책 보고서에서는 기대 효과의 부문에 탄소저감 기대치를 기입하도록 하였다.
6 그러나 현실에서는 항상 이론과는 다른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 2020년 9월 현재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5년간 총 170조 원의 재원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0년 9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국민과 함께 재정, 정책금융, 민간금융 3대 축으로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이끌고자 한다”고 말하였다. 이어서 “향후 5년간 정책금융에서 100조 원, 민간금융에서 70조 원을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와 기업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므로 정책의 영속성 관점에서 볼 때, 한국판 뉴딜 사업은 향후 5년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어느 정도의 재원이 투입되는지를 나누어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