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생활뿐만 아니라 업무의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있다. 공공기관 및 많은 사기업들이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으며 화상회의 시스템, 무인 키오스크, 챗봇 상담 등과 같은 ‘언택트 기술’이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IT 기업들을 필두로 재택근무 뉴스가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고 있고, 재택 근무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기업의 직원들은 바이러스 전파의 두려움을 가진 채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 업무 프로세스에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조직에서 세운 연초 사업 계획이 실효성이 없고, 새로운 환경에 맞춰 제때 업데이트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재택 혹은 일시 해고된 작업자가 업무를 제대로 인계하지 않아 남은 직원이 기본적인 작업을 처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재택 근무자의 원활한 업무를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기업도 많다.
이렇게 Human labor가 근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Digital labor인 RPA는 단절 없이 정해진 시간에 약속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언택트 기술 중에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그림 1] 2020년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 중 RPA 관련 소개
RPA란 Robotic Process Automation의 약자로, 사용자 PC상에서 이뤄지는 단순 반복 업무를 미리 정해진 Workflow에 따라 자동으로 수행하게 해 주는 소프트웨어이다. 이메일 첨부파일 열기, 포맷이 일정한 보고서 작성, 데이터 추출, 입력 및 대사 등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내어 많은 업무들을 수행한다.
RPA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건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인도, 동남아 등에 업무를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인건비 중심의 On/Offshore BPO 시장이다. 초기 BPO 시장은 On-site 내 Back office 인력 대비 Offshore BPO의 비용 절감율이 60~70%로 매우 커서 인도, 중국, 동남아 등으로의 Offshore BPO 사업이 활성화되었다. 하지만 각 Offshore 국가들의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비용 절감 요소가 줄어들면서 인력 중심의 BPO 사업의 수익성에 한계가 오기 시작하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동화 SW인 RPA가 출시되었다.
최초의 RPA 솔루션은 영국의 블루 프리즘(Blue Prism)으로 2001년 “인간 근로자와 같은 방식으로 같은 시스템 제어에 대해 훈련 받아 실제 인간의 작업을 모사”하는 SW를 개발하였다. 이는 매크로나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과는 다른 개념의 SW로, 별도의 IT 자원 없이 자동화 SW를 학습시켜 사용하는 방식이다.
국내에는 2017년 하반기 금융권을 중심으로 RPA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은행의 Back office와 고객 대응 분야, 보험사의 고객 및 계약 관리, 위험 관리 등의 영역에 활발히 적용 중으로 20~30%의 비용 절감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주 52시간 제도와 맞물려 직원들 의 실제적인 업무 시간을 절감 시켜주는 RPA를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정부부처합동으로 발간한 2020년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1에서도 디지털 기반 행정업무 효율화 과제로 RPA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행안부가 시범 적용한 출장여비 정산 및 지급 RPA 과제의 경우 공무원들이 출장여비 처리에 과다하게 투입되는 시간을 감축하고 입력 오류를 제거하여 기획 등 창의적이고 가치 창출 업무에 집중하는 효과성을 밝히고 있다. 2020년엔 많은 정부부처, 지자체, 공기업들이 RPA 적용을 통해 그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2018년부터 RPA를 적용한 LG그룹의 경우 3년 동안 12개 계열사에 약 1,800여 개 과제를 자동화하였다. 그 어느 기술보다 투자 대비 효과(ROI, Return On Investment)가 뛰어난 RPA를 기업들이 앞다투어 적용하고 있으며, LG그룹은 표준 솔루션 선정 및 탑다운 방식의 도입 전략으로 그 어떤 기업보다 RPA를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화가 필요하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위해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Human labor를 지원할 수 있는 자동화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 상황에 관계없이 요구 사항의 변화에 맞춰 신속하게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또한 직원들이 업무 과정에서 쌓은 지식을 한데 모으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가 어떤 형태로 오든지, RPA가 더 많이 구현되어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 역량을 학습하고 생산성과 창의력을 높일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직원들이 재택근무가 가능하기 위해 시공간에 관계없이 업무가 가능한 ‘Digital Workplace’가 제공되어야 하듯이, 자동화 솔루션인 RPA도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환경에 설치되었을 때 훨씬 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각 회사 및 공공기관의 자동화를 수행하는 ‘로봇’이 가동되는 환경은 모두 제각각이다. RPA 도입 초기엔 개발자 혹은 수행자 옆에 별도의 PC(노트북 또는 데스크탑)를 두고 필요시마다 수행시키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RPA적용 효과에 대한 검증도 부족하고 별도의 인프라 투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봇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PC의 개수도 늘어나고 기존 직원들의 업무 환경까지 로봇 PC가 차지하게 되었다. PC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관리 또한 늘어나고, PC환경으로 인한 로봇 에러도 늘어나면서 로봇의 업무 환경을 변화시킬 수 밖에 없다.
[그림 2] LG그룹 주요 RPA 과제 예시
로봇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별도의 HCI(Hyper-Converged Infrastructure, 가상화 컴퓨팅 환경) 환경을 구성하고 그 위에 로봇 개발 및 구동을 위한 VM(Virtual Machine)을 설치한 ‘Digital Workplace’를 구성하고 있다.
RPA 도입으로 인한 효과를 가장 크게 보고 있는 금융권과 국내 대형 기업에서 RPA를 위한 Digital Workplace를 도입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나기 이전의 업무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Digital Workplace를 제안하지 않았다. 자체 인프라 구축 또는 Public cloud(AWS, Azure, GCP 등)에 구축하더라도 투자비가 만만치 않고, 비용 절감을 위해 RPA를 도입했는데 추가 투자비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고객들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Human labor가 업무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도 Digital labor가 업무를 지속하기 위해 Digital Workplace는 필수 조건이 되었다. 굳이 많은 비용과 구축 기간이 필요한 자체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도 없이 Public cloud에 접속하여 업무를 위한 VM(Virtual Machine)을 생성하고 그 위에 업무 시스템을 연결하여 RPA가 일하는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RPA를 도입하는 전략도 과거 3년 전과 많이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 개발자를 아웃소싱 하여 자동화 스크립트를 개발하던 초기 모습에서 조직 내 파워 유저를 선별하여 그들이 교육을 받고 RPA 스크립트를 개발하는 현업 중심 개발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곧 RPA는 엑셀, PPT, 한글과 같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기본 작업 도구로 진화할 것이다. 즉, Human labor가 자신의 Digital workplace에서 개발한 소스를 Digital labor가 본인의 Digital Workplace에서 수행하고 그 결과값을 다시 human labor에게 전달하는 Human labor와 Digital labor의 Seamless한 프로세스가 실현되는 것이다.
이는 미래의 어떠한 위기 상황에도 적응이 가능한 유연한 노동력을 미리 구축해 놓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이렇게 Digital labor가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창의적인 Human labor는 좀더 부가가치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생산공정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품질을 높이고, 고객을 만나 수주율을 높이고 더 나아가 회사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Top management의 강력한 sponsorship과 전 구성원들의 자동화에 대한 믿음, 혁신을 위한 노력 등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RPA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 중 하나는 ‘성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화로 대체된 절감 시간 및 비용을 산정하여 RPA 수행 결과에 대해 모두 공유할 수 있다. 유행하는 기술을 적용하여 현장에서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도 되지 않고 흐지부지 사라지는 기술이 아닌, 활용에 대한 성과를 바로 확인하여 잘 되고 있는 부서에 Merit을 주고 활용이 부진한 부서를 challenge함으로써 비즈니스에서 살아 숨쉬는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2
[그림 3] 초반 RPA 실행 환경
[그림 4] Digital Workplace를 적용한 RPA 실행 환경
기업의 Digital Transformation을 실현하기 위한 digital technology는 Big data / AI(Artificial Intelligence), IoT(Internet of Things), Block Chain, Cloud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하여 기업이 그동안 실현하지 못했던 많은 혁신들에 도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디지털 기술’이 아닌 업무 전문성을 가진 기존의 ‘Human labor’이다. 그들의 업무 노하우를 기술에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그 기업의 Digital transformation 성공 여부가 걸려 있다. 그러나 이런 전문 인력은 항상 너무 바쁘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본인의 업무 노하우를 전수해 줄 시간도 없어 한두번의 인터뷰만으로 전문성을 알고리즘에 반영하게 되고 프로젝트 팀이 철수했을 때 노하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알고리즘은 직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 회사는 큰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Digital transformation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악순환이 된다. RPA가 Digitla transformation 의 중심 기술은 아니다. 그러나 RPA는 업무 전문가인 ‘Human labor’의 단순 반복업무를 대신해 줌으로써 그가 Digital Transformation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러한 RPA를 Digital workplace에 적용했을 때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한, 또 다른 팬데믹 상황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Digital workplace를 활용하는 Digital labor, RPA를 지금 바로 적용하기를 제안하며 본글을 마치고자 한다.
임은영(林恩永)
현 LG CNS RPA플랫폼팀 팀장이다. 한양대학교 산업공학 학사 및 동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를 졸업하고 2000년 12월 LG CNS 컨설턴트로 입사하였다. LG그룹 주요 계열사 PI(Process Innovation)와 IT master plan 수립 활동을 주로 하였고, 2015년부터 IoT, 빅데이터/AI, 블록체인 등 Digital transformation 전략 수립 컨설팅을 수행하였다. 2018년부터 그룹사 RPA TF를 맡아 LG그룹 및 외부 RPA 적용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정부혁신컨설팅 일하는 방식 분야 RPA부문 자문위원과 디지털 정부혁신 워킹그룹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