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에 대하여_특허법인 세원 오상균 대표변리사
  • SPRi
날짜2020.11.27
조회수3629
글자크기

※ 이 글은 특허법인 세원 오상균 대표변리사님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뮤추얼펀드관리관련 발명인 스테이트스리트뱅크의 출원 건이 1993년에 특허등록을 받았다. 이후 종래에 자연법칙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특허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던 수학적 알고리즘이 유용하고(Useful), 구체적이며(Concrete), 실체적인(Tangible) 결과를 가져온다면 특허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1998년에 특허소송을 통해 최종 판결을 받았다. 그쯤에 우리나라에서도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특허부여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특허심시기준을 만들었고 2000년대 초반에는 벤처붐을 타고 많은 특허가 양산되었다.

그러면 소프트웨어 특허는 어떤 발명의 특징을 가지고 있나? 발명은 크게 물()발명과 방법(方法)발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소프트웨어 특허는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발명이므로 방법발명에 속한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발명은 데이터 처리 단계가 구성요소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러한 데이터 처리 방법들은 다른 것으로 대체되거나 병합되어 구현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여 특허의 권리를 형성하는 구성요소들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이 소프트웨어 기술이 다른 기술 분야보다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 소프트웨어를 기술로서 보호하기 위해 특허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 있다. 바로 저작권에 의한 보호방법이다. 다른 기술과 달리 소프트웨어는 그 알고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코딩이라는 방법으로 구현된다. 즉 기술을 구현하는 결과물인 소스코드가 생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스코드는 저작권법에 의한 저작물의 하나이다. 이러한 소스코드를 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하거나 임치제도 등을 이용하여 임치를 함으로써 공증의 효력을 갖도록 하면 누군가가 이를 침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저작권법이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로서 구제활동을 할 수 있다. 즉 소프트웨어 발명은 특허를 통해 기술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더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의 분쟁으로 필자가 경험한 사례를 설명해 보겠다. 어느 종합병원인 A는 십수 년 동안 B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로부터 전산시스템을 위탁운영 해 왔다. 그 후 A병원은 자회사를 통해 병원의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하고 신규 SW개발자와 B회사의 개발인력 몇 명 채용하여 전산시스템을 개발하였다. A병원 전산시스템운영에서 쫓겨나게 된 B사는 권리를 주장하려다 보니 최초 납품 시 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한 소프트웨어 저작권이 생각이 나서 이를 근거로 저작권 침해와 부영법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하였으나, 저작권으로 등록된 소프트웨어는 십수 년 전에 등록된 시스템의 소스코드로 지금 개발한 시스템과는 유사성을 주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영업비밀을 주장하기에는 기밀성 등 영업비밀의 요건을 충족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B사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법적 대응을 하려고 하였으나 최종적으로 포기하게 되었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B사의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당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억울한 측면이 있으나 기술보호를 위한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중소기업들이 그러하다. 만약에 B사가 추가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 적용될 때마다 저작권 등록을 하였다면, 시스템에 쓰이는 주요 알고리즘에 대하여 특허권을 취득하였다면, 더 나가 자사의 기술을 영업비밀로 인식하고 보호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면 강력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을 것이고, A 병원에서도 쉽게 전산운영업체의 교체를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러면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방법으로 특허권 획득, 저작권 등록, 영업비밀로 보호 수단을 제시하였는데 각각의 특징들은 무엇일까? 특허권 획득을 통한 기술보호 방법은 가장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권리보호측면에서는 외부 경쟁업체나 내부 직원의 침해행위에 대해서 모두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소송을 통해 권리보호를 하지만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소간 기술보호의 효과를 발생 할 수 있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소프트웨어 기술을 특허로써 보호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권리범위가 적절히 형성되었을 경우에 기술보호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저작권 등록은 권리획득에 큰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장점이 있으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소송을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소송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다. 다만, 소프트웨어 기술의 특성상 내부 직원에 의한 기술유출이 빈번히 발생하는 저작권 등록이나 임치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보호수단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업비밀로서 기술의 보호는 해당 기술이 영업비밀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을 입증해야 하므로 중소기업에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피해구제는 소송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기술보호수단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허법에 의한 권리보호를 가장 먼저 떠올리나 소프트웨어 기술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 수단도 보완적으로 가지고 있음으로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 입장에서는 회사의 핵심자산인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양자를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