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독점, 자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날짜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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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lee.myungho@gmail.com
    • 플랫폼(Platform)의 시대이다. 플랫폼이란 특정 용도를 위해 만들어진 토대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기차역의 기차를 타고 내리는 토대를 플랫폼이라고 한다. 지금은 온라인 공간에서 공급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곳도 플랫폼이라고 한다. 친구들과 소식을 공유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SNS 플랫폼, 동영상을 올리거나 보는 영상 플랫폼, 전자상거래 플랫폼, 콘텐츠 플랫폼, 앱 스토어 플랫폼,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플랫폼을 떠나서 살 수 없게 되었다.
    •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은 플랫폼 기업이다. 전세계 수십억 명의 고객을 둔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모두 플랫폼 기업이다. 이들 네 개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2020년 12월 기준으로 무려 5조 9,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보다 GDP가 많은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밖에 없다.
    • 처음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성공한 기업은 전자상거래로 시작한 아마존이다. 1990년대 인터넷 등장시기에 전자상거래는 상품의 유통을 보조하는 기능에 머물렀다. 물건이 잘 팔리도록 상품 소개와 결제, 배송정보를 처리하는 부차적인 기능 수준이었다. 처음에는 물건을 팔기 위한 상거래에 치중했던 온라인쇼핑 사이트들은 점점 여러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기능으로 새로운 역할을 찾았다. 아마존은 상점 기능을 하다가 상거래 중개 플랫폼으로 발전하였고, 알리바바는 처음부터 중개 플랫폼으로 시작하였다. 전자상거래에서 공급자 그룹과 수요자 그룹이라는 양면시장을 중개하는 새로운 마당, 플랫폼으로 진화한 것이다.
  • [ 그림 3 ]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경제의 단계
    그림 1 알파스타

    자료: Fox Business

    • 플랫폼으로 진화된 아마존의 확장성은 엄청난 정도였다. 미국 유통업의 최강자였던 월마트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월마트가 미국 소비자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지만, 2014년 점유율 3%에서 2019년 2.7%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4년 0.7%에서 2019년 2.3%로 빠르게 월마트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은 38%를 점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고 있고, 월마트의 점유율은 5.8%에 불과하다. 아마존은 2015년 소매 유통시장에서 월마트를 넘어 시가 총액 1위를 차지한 이후 현재는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9개를 합친 것보다도 시가 총액이 큰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도 2020년 전자상거래 비중이 전체 소매 판매 비중의 42%에 달하고, ‘순수 온라인’ 쿠팡과 ‘식품 온라인’ 이마트, ‘온라인 플랫폼’ 네이버의 3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한마디로 유통업은 플랫폼 기업이 평정했다고 할 수 있다.
  • 왜 플랫폼 기업들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나?
    •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짧은 기간동안 급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는 많은 플랫폼이 있다. 기차역은 물론 백화점도 플랫폼이다. 일반적으로 플랫폼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은 공간적 제약을 없애 버렸다. 온라인 플랫폼은 백화점과 같은 운영규칙을 갖되 훨씬 개방적인 게이트 키퍼(룰 관리자) 역할을 한다. 공급자는 게이트 키퍼를 통과하면 정해진 룰에 따라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소비자는 모든 판매자가 동일한 운영 형태(결제, 배송, 반송, 환급 등)를 보일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결국 플랫폼은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탐색과 신뢰의 비용을 줄여주는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며 시장보다 더 경제적 도구가 되었다.
    •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표준화된 기능을 누구에게나 제공한다는 것이다. 상품을 소개하는 기능, 결제와 대금을 받는 기능, 배송 업체에 물건을 보내고 소비자에게 통보하는 기능, 판매 현황을 집계하는 기능, 마케팅 툴등 기본적인 요소는 플랫폼 운영자가 제공하기 때문에 공급자는 제품 마케팅에만 신경 쓰면 된다. 창업을 할 때 이와 같은 기능을 자체적으로 갖추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플랫폼에 들어가면 추가 유통이나 마케팅 비용 없이 전국, 심지어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때문에 더 많은 공급자들이 플랫폼에 들어오게 되고 이들이 올린 제품과 서비스, 콘텐츠를 찾아 소비자들이 몰려온다. 이는 다시 더 많은 공급자를 끌어들이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된다. 기존의 포털 같은 정보 서비스가 공급자 중심의 일방향 서비스라면 플랫폼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쌍방향으로 생태계를 형성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세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넘어서면 복잡성이 증가해 오히려 비효율적인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백화점은 일정한 교통권 내에 적정 규모를 유지하며 체인점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은 체인점이 없다.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와 유튜브, 애플의 앱스토어와 아이튠즈, 페이스북 모두 하나의 도메인을 가진 하나의 사이트다. 언어와 국가에 따라 인터페이스를 다르게 할 수 있지만, 플랫폼 시스템은 하나이다. 전 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20억 명이 한 곳에서 누구든 만날 수 있는 단일한 세상이 열린 것이다.
    • 그런데 온라인 플랫폼은 규모가 커져도 왜 복잡성이 증가하지 않는 것일까? 오프라인 세상에서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하는 신문사의 편집장, 상점의 구매 담당자 등은 한정된 공간에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진열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공간과 규모의 제한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무한으로 정보를 넣을 수 있다. 문제는 정보가 많으면 원하는 것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플랫폼은 정보의 매칭, 큐레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플랫폼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의 공급자를 찾아주고, 심지어는 특정 소비자가 원할 법한 제품을 알아서 추천해주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 카테고리에서 제품을 고르거나 검색하던 것에서 플랫폼이 소비자의 생활과 구매 패턴을 파악하여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비자 개인에 대한 정보, 제품에 대한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확성이 더 커진다.
  • 플랫폼, 상품을 넘어 사람의 관계까지 가치로 전환시켜
    • 플랫폼은 상품, 콘텐츠, 서비스, 노동 등을 넘어 부동 자산을 유동화시켜 공유하고 중개하는 데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유튜브는 동영상이라는 무형의 콘텐츠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세상에서 제일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미디어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는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유통한다. 그러나 유튜브는 게이트 키퍼 문턱을 낮추어 공급자가 직접 자유롭게 동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허용했고 그 결과 엄청난 수의 동영상을 확보해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유튜브가 콘텐츠라는 개체(동영상)를 서비스한다면 페이스북은 상품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황당한 서비스를 만들어 돈을 번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의 관계와 그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소식, 생각을 콘텐츠화 하였다. 사람들이 소식을 나누는 장을 만든 페이스북은 자신이 제작하는 콘텐츠 하나 없이 세계 최대의 미디어 회사가 되어 광고 시장을 장악하였다.
    • 이런 플랫폼 서비스의 특징은 자신들이 재화(상품)를 소유하지 않고 재화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개하는 기능만으로 이익을 본다는 것이다. 그러면 전통적인 중개 상인과 무엇이 다를까? 단지 온라인상에서 중개하는 정도의 차이가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은 양측을 하나의 울타리에 넣어 놓고 공급자가 수요자와 직접 거래를 하도록 하는 양면 네트워크(two-sided networks)라는 데 차이가 있다. 물론 공급자와 수요자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절차와 프로토콜을 따라야 하고, 직접 만나지 않고도 다양한 상호작용과 피드백이 이뤄진다.
    • 일반적으로 경제 활동은 인풋 - 프로세스 – 아웃풋의 과정을 거친다. 프로세스 과정에서 가치가 더해지면서 인풋의 재화(원료)보다 아웃풋 재화(상품)의 가치가 더 커지고 기업이나 상인 등 경제 활동의 주체는 이익을 얻게 된다. 가치가 생기는 과정은 프로세스이며 기업이나 상인은 지금까지는 프로세스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재화를 소유했다. 플랫폼은 재화 소유의 부담이 없이 핵심인 프로세스만 소유하고 공급자와 수요자를 프로세스 시스템 안에 넣는 가상의 울타리를 가진 기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 플랫폼 기업은 중개의 정보(데이터)를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개선해 나가면서 더 효율적인 가상 기업이 되고 있다. 즉, 공급자와 수요자의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매칭 확률이 높은 큐레이션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데이터가 많고 알고리즘이 정교할수록 공급자와 수요자는 플랫폼을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 플랫폼 기업들은 이러한 힘에 의거하여 엄청난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2%를 차지하며, 구글의 안드로이드OS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미국모바일 광고시장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50%, 온라인 쇼핑 검색의 55%, 전자책(e-book)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Alphabet(구글의 모기업)과 페이스북은 미국 전체 디지털 광고의 73%, 애플과 Alphabet은 공동으로 세계 스마트폰 운영 체제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모든 구매품에 30%의 수수료를 매김으로써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20년 9월 기준 포털 검색 부문에서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은 62.9%, 글로벌 기업 구글은 29.9% 정도로 둘을 합치면 93%에 달한다.
  •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독점으로 볼 수 있을까?
    • 경제 활동에는 다양한 주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길고 복잡한 밸류체인(Value Chain)을 형성한다. 제조기업들의 수직 계열화는 원료 단계에서 가공, 판매까지 여러 과정으로 이루어진 밸류체인을 자신의 통제 안에 넣어 불확실성을 줄이거나 프로세스 과정을 최적화하여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수직 계열화가 비용을 줄이는 측면이 있다면 여러 공급자나 판매자를 흡수하는 수평적 통합은 시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이윤을 극대화한다. 특히 표준화된 상품,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상품은 수평적 통합, 즉 독점의 유인이 크기 때문에 카르텔을 형성하여 독점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수평적 통합은 건전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반독점법에 의하여 규제된다.
    • 석유 왕 카네기와 철강 왕 록펠러가 바로 미국의 산업화 시기에 카르텔을 형성하여 엄청난 부를 모은 경우다. 록펠러가 이끌던 스탠더드오일은 한때 시장의 80~90%를 장악했으나 이후 30여 개의 회사로 분할되었다. 철강 생산의 60~70%를 차지했던 US스틸은 정부의 반독점 해체 시도에서 살아남았지만, 경쟁사와의 혁신 경쟁에서 뒤져 시장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카르텔 및 담합을 금지하고, 자연독점화될 수 있는 인프라 상품인 수도, 전기, 철도 등을 정부가 국유화하거나, 민영화하는 경우 분할하여 경쟁 구도를 만든다.
    • 한편 통신이라는 상품과 시장은 앞의 상품들에 비해 독특한 측면이 있다. 수도, 전기, 철도는 최종 소비자의 이용만으로도 효용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통신의 경우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것은 동일하지만 소비자 혼자서는 어떤 효용도 얻을 수 없다. 통화 상대방, 즉 연결할 수 있는 가입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통신 인프라의 가치는 커진다. 그래서 단일 통신망이 형성되어야 소비자도 이득인 구조다. 이런 시장을 네트워크 시장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여러 지역의 전화 사업자들이 전국적인 연결 필요 때문에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AT&T만 미국 전역을 포함하는 하나의 전화 회사가 되었다. 그러나 독점화된 회사가 이윤을 목적으로 지역 통신 사업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게 됨에 따라 미국 정부는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은 AT&T를 7개로 분할하는 조치를 취하고 통신 사업자들 간의 망 연결이 공정하게 되도록 하였다.
    • 플랫폼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독점화됐던 석유, 철강기업의 시장 점유율 수준에 달했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는 독점의 기준을 달리하고 있다. 전통적인 개념의 상품은 유한성을 가진 물질이기 때문에 공급을 통제하면 희소성으로 가격이 등락하여 독점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은 무형의 재화로 한계비용이 제로에 수렴하기 때문에 무한 공급이 가능하고, 전화와 같이 이용자의 네트워크 효과로 인하여 가치가 발생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독점의 기준과 달리 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전력 인프라처럼 경쟁자가 현실적으로 등장하기 어려운 ‘자연독점’이 아니고, 공급자는 오픈된 네트워크(인터넷)에 진입할 수 있고, 소비자도 쉽게 다른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독점의 폐단이 생기기 어렵다고 본다. 단지 시장 점유율을 이용하여 자사의 다른 제품을 끼워 팔거나 공급하여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경우에 한해서만 반독점 행위로 처벌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플랫폼 안에서 공급자와 이용자는 플랫폼에 종속된 관계라고 볼 수 없고 계약을 통하여 자유롭게 진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 내의 공급자는 종속적 관계가 아닌 독립적 관계로 보고 플랫폼을 카르텔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독점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 증가
    • 그럼 앞으로도 플랫폼 기업들은 반독점이라는 제재를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상황이 바뀌고 있어 플랫폼 기업들도 시장 지배력, 독점력을 행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상황의 변화는 바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모델, 플랫폼의 등장에 있다. 무한의 온라인과 유한의 오프라인이 결합됨으로써 유한의 오프라인 시장에서까지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배달 앱, 우버와 같은 공유 서비스는 유한한 음식점과 자동차 점유율이 증가할수록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다.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는 가입자를 늘려서 네트워크 효과를 보는 단계를 넘어서면 높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수수료를 통제하면서 독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광고 시장을 장악한 구글과 페이스북은 광고비를 올리고 있다.
    • 미국의 민주당 E. 워런 상원의원은 2019년에 작성한 기고문에서 독점 기업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워런 상원의원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 인수합병으로 잠재적 경쟁자를 없애는 것이 반경쟁적이라 보고,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의 플랫폼에 들어온 기업들과 자체 서비스로 경쟁하는 것도 문제(아마존이 자사 제공 오픈 플랫폼에서 자체 사업하는 것)라고 지적하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연매출 250억불 이상 온라인 거래시장 제공 기업을 ‘플랫폼 유틸리티’로 지정해 그 플랫폼에서의 자체 비즈니스를 금지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 이하 연매출 플랫폼 기업은 타기업을 공정하고 비차별적으로 대하고,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제3자에 이전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자사 플랫폼에서의 비즈니스는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L. Kahn(2016)은 ‘Amazon’s Anti-trust Paradox’라는 논문에서 플랫폼의 지대(rent) 추구 문제를 제기하였다. 플랫폼 사업자가 단기이윤보다는 이용자 기반 확대, 즉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특성이므로, 낮은 가격으로 인한 소비자 혜택을 이유로 규제하면 안된다는 논리는 디지털시장에는 부적절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이 강할수록 가치 및 지대에서 많은 몫을 차지하므로, 디지털 플랫폼에 공공성이 강한 기간통신 사업자 등에 적용하는 의무와 같이 강한 반독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알고리즘 담합,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이 알고리즘이 시장 참여자 간의 가격 설정을 조율하는 중앙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문제를 지적하였다.
    •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점적 인식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는 2020년 10월에 발간한 ‘디지털 시장의 경쟁 조사 보고서(Investigation of competition in digital market)’에서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4대 테크기업이 독점권을 누리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소위원회 보고서는 의회가 디지털 시대에 맞추어 독점 금지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하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일부 사업을 분리하고, 인근 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에, 공화당 의원들은 플랫폼 기업의 구조적 분할 같은 제안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반독점 규제 기관들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합병을 경쟁 방해 행위로 간주해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들의 서비스를 우대하는 행위를 중지해야 하고, 지배적인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경쟁 사업자와 호환되도록 해야 한다는 권고를 보고서에 수록하였다.
    • 플랫폼 기업들이 게이트 키퍼의 역할을 하면서, 가치창출의 원천으로서 데이터를 장악하고, 알고리즘으로 효율성을 높이면서 소비자 편익도 증가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힘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이 공급자와 소비자라는 양면 시장을 장악한 상태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유 시장을 통제하면 과거 소비자들이 누린 편의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각국의 규제 당국은 거대화된 플랫폼을 자유 시장을 위협하는 독점으로 보고 규제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 플랫폼의 정보 독점, 민주주의도 위협하다!
    • 플랫폼의 힘은 생산자/공급자와 소비자/이용자라는 양면 시장에서 형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칭을 정교화하는 알고리즘에 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알고리즘이 정확해지고 공급자와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플랫폼은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시장 점유율 및 지배력을 높이고 정보를 독점하게 된다. 이제 플랫폼의 독점 이슈는 경제 분야에서 정치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의 SNS 플랫폼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성향(개인 정보)에 맞추어 정보를 큐레이션하여 제공하게 되고, 이는 소비자들을 특정 성향의 정보 버블에 갇히게 하는 역효과를 발생시킨다. 미디어 분야에서 소비자 맞춤형 정보라는 에코 챔버 효과를 가져온다. 자신이 듣고, 보고 싶은 정보를 찾아 제공해주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 진영 논리 속에 갇히게 되고 플랫폼은 더 극단적, 음모적인 콘텐츠로 이끈다. 온라인 상에서 정치적 의견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것은 현실 세계의 정치적 갈등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이 조장한 측면도 있다. 이용자의 관심을 끌어 광고 수익을 올리는 SNS 플랫폼의 관심경제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최근에는 모바일이 보급되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유럽 지역에서 모바일이 보급된 이래 기존 정당, 정부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면서 반대로 극우와 극좌적인 성향의 정당 지지도는 증가했다는 것이다. 모바일 증가는 SNS 이용의 증가를 가져왔기 때문에 SNS가 정치적 성향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플랫폼 운영 기업이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는 문제는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대통령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가짜’ 정보를 게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단주의자들이 미국의사당을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트럼프의 계정을 차단, 해지했다. 가짜 뉴스에 대한 플랫폼 기업들의 책임 있는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는 또 다시 플랫폼, 그리고 플랫폼 운영자가 여론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시켜주는 결과가 되었다.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언론과 여론, 정당 간의 경쟁에 기반하고 있고,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가(정부) 권력에 통치와 통제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사기업인 플랫폼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또한 외부 세력(외국)이 플랫폼을 이용하여 정치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도 드러났다.
  • 플랫폼의 독점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 플랫폼 독점이 온라인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런 현상이고, 이를 강제로 규제하는 것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정보 독점이 심화되면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과 공정한 경쟁이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 현재 플랫폼 독점에 대한 규제는 세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첫째는 반독점법으로 플랫폼 기업을 해체하고 여러개 기업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러나 네트워크의 특성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역시 나눠진 어떤 기업이 다시 시장 지배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문제 제기도 있다. 두번째는 플랫폼을 인프라와 서비스 제공자로 나누는 것이다. 앞에서 워런 상원의원이 주장한 유틸리티 플랫폼은 인프라로 간주하여 독점은 허용하고, 대신 인프라를 공개하여 여러 서비스 제공자가 인프라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에 후쿠야마 교수가 주장한 “미들웨어” 기업들이 플랫폼 위에서 소비자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비슷한 방안이다. 그러나 역시 플랫폼의 영향력은 약화될 수 있지만, “미들웨어”가 역시 필터버블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세번째는 플랫폼의 자연독점 현상을 용인하고,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고 ‘가짜’ 뉴스 등에 대한 책임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플랫폼 상의 개인정보(개인이 작성한 콘텐츠 등) 이동권(전송 요구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플랫폼 독점이라는 구조는 건드리지 않고 운영상에서 규제하는 방안이다. 현실을 인정하는 미흡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크다.
    • 플랫폼 독점 이슈는 앞으로 디지털의 영향력을 어떻게 시민 사회가 수용하고 통제할 것인가의 이슈와 맥을 같이 한다. 플랫폼의 긍정적인 효과는 유지하면서, 독점적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플랫폼이 자유 시장 경제와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온라인에 모인 대중의 집단지능의 힘이 발휘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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