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미래전략 (다운로드 : 718회)

윤기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synsaje@gmail.com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메타버스(metaverse)’가 다시 화두가 되었다. 올 3월 미국의 3D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가 상장에 성공했다. 상장 첫날 기준가 45달러에서 24.5달러가 오른 69.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당일 로블록스의 시가총액은 380억 달러를 넘어섰다(조선비즈. 2021.03.16). 게임 플랫폼인 포트나이트(Fortnite) 파티 로얄에 방탄소년단은 그들의 노래인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 영상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미국 가수인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은 포트나이트 가상 라이브를 통해 매출 2,000만 달러를 달성했다(invent, 2020.12.08). 네이버의 아바타 소셜미디어인 제페토(ZEPETO)는 가입자 2억 명을 넘었다(매일경제, 2021.04.07). 이들 흥행성공은 메타버스가 실질적인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화두인 메타버스가 이번에도 변죽만 두드릴 것인가?

단어 metaverse는 미국 SF 작가인 닐 스티븐슨(Niel Stephenson)의 소설 ‘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소설에서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고글을 쓰고 몰입하여(immersive)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현실 플랫폼 공간이다. 사용자는 메타버스에서 아바타(avatar)를 사용하여 다른 사용자의 아바타와 대화를 하고 교류를 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몰입형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한 가상현실 세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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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슨의 ‘Snow Crash’ 발간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논의는 급격하게 확대되었다. [그림1: ‘metaverse’ 구글 엔그램 분석]은 메타버스라는 단어 사용이 급격하게 늘었음을 보여준다. 1993년 텍스트 기반의 게임인 ‘The Metaverse’가 출시되었다. 1995년에는 소설 ‘Snow Crash’에 기반한 게임인 ‘Active Worlds’가 개발되었고, 2003년에는 ‘Second Life’가 출시되었다. 이 이외에도 메타버스를 표방하거나 3차원 기반의 다양한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들은 스티븐슨이 상상했던 몰입형 가상현실은 아니었다. ‘The Metaverse’는 텍스트기반으로 가상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Active Worlds는 3D 플랫폼을 표방할 정도로 성숙했고, ‘Second Life’도 3D 기반이기는 하나 몰입형 가상현실은 아니다. 아직 몰입형 실감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의 정의는 느슨해지고 확장되었다. 메타버스가 가지는 함의와 상상력은 컸기 때문에, 충분한 기술이 성숙하고 관련 생태계가 숲으로 성장하는 것을 기다리기에 앞서, 관련 비즈니스가 싹을 틔웠다. 이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는 촉매제가 되므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몰입형 가상현실로서의 메타버스라는 근본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글은 우선 메타버스에 대한 학자를 포함한 콘텐츠 생산자의 관심과 콘텐츠 소비자인 대중적 관심의 괴리를 점검하겠다. [그림1]은 메타버스에 대한 콘텐츠 생산자와 학자의 관심과 실망의 주기적 등락 보여주고 있다. 이는 2020년과 2021년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 그러한 주기적 등락의 또다른 반복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게 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리는 것도 좋을 수 있으나, 이 글이 쓰인 배경이 최근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을 통시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들 트렌드 비교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다음 메타버스에 대해 정의를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엄격한 정의의 메타버스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관련한 기술적 성숙과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해야 하므로, 이를 점검하고 그 성숙시기를 전망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전망과 가상현실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면 전개된 일을 가설적으로 상상하고, 미래전략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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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메타버스는 기대의 거품 위에 있는가?

[그림1]은 구글 엔그램(Google Ngram)에서 단어 ‘metaverse’로 검색한 것을 가공하여 얻은 결과다. 키워드를 ‘metaverse’, 대소문자를 가리지 않고, 민감도를 0으로 하였다. 참고로 구글 엔그램은 1500년부터 2019년까지 출간된 책, 논문 등에서 특정 단어나 어구의 빈도를 연도별로 검색할 수 있는 구글이 제공하는 인터넷 도구다. 구글 엔그램 분석 결과 ‘metaverse’의 빈도는 반복적으로 증가했다가 감소했는데, 이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가 메타버스에 대한 실망감이 반복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글 엔그램만이 모든 책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초점이 넓어진다. 학문적 관심 추이만을 분석하기 위해 논문 추이를 분석했다. Web of Science에서 ‘metaverse’를 키워드로 하여 논문을 분석한 결과 많은 논문이 검색되지 않아 유의성이 낮았다. 구글 스콜라에서 연도별 논문 건수를 확인하고 이를 도표로 작성했다. 참고로 Web of Science와 구글 스콜라 논문 추이 분석 결과는 대강 일치한다.

논문 추이와 구글 엔그램 분석 결과 유사한 점과 상이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구글 엔그램에서는 2008년이 정점이었으며, 논문 추이 분석 결과 2009년이 정점이었다는 것은 유사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2015년 이후 에도 논문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구글 엔그램에서는 단어 출현 빈도가 증가했다는 점과 2018년 이후 논문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두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metaverse’에 대한 논의가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메타버스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는 최근 가장 높았다는 점에서 이전의 패턴과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이버의 데이터랩과 구글 트렌드는 공통적으로 2021년 메타버스에 대한 검색이 활발해졌음을 보이고 있다.

상기한 도표를 비교 분석하면, 메타버스에 대한 발간물, 논문추이와 대중적 관심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논문 등은 2008년과 2009년에 크게 늘었으나, 당시 대중적 관심을 얻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글이 많지 않은 2021년에 대중적 관심이 크게 늘었다. 이는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의 거품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메타버스가 기대의 거품을 지나서 본격적으로 성숙했다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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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해석이 보다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술과 생태계의 성숙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기술과 생태계 분석을 위해서는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부 금융 투자가가 메타버스의 거품 속에서 거품 목욕을 즐긴다 하더라도, 정부의 정책 담당자와 기업의 전략 담당자에게는 차분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급한 독자를 위해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지금 대중의 관심은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의 구분에 따른 기대의 거품기에 해당한다. 관련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일부 기업의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문화 조류이며,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몰입형 가상현실 기술과 접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일부 메타버스 관련 기업은 미래의 몰입형 메타버스로 성장할 묘목이다.

메타버스 정의 돌아보기

이 글에서는 일단 메타버스를 ‘몰입형 가상현실, 증강현실 및 혼합현실 기술을 바탕으로 하여 아바타가 또다른 자아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플랫폼’으로 정의하겠다. ‘metaverse’라는 용어를 만든 스티븐슨의 스노우크래시의 글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았다(우운택, 2021; Stephenson, 1992).

양쪽 눈에 서로 조금씩 다른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3차원 영상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영상을 1초에 72번 바뀌게 함으로써 그것을 동영상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이 3차원적 동화상을 한 면당 2K 픽셀의 해상도로 나타나게 하면, 시각의 한계내에서는 가장 선명한 그림이 되었다. 게다가 그 작은 이어폰을 통해 디지털 스테레오 음향을 집어넣게 되면, 그 움직이는 3차원 동화상은 완벽하게 현실적인 사운드 트랙까지 갖추게 되는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히로(Hiro)는 이 자리에 있는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컴퓨터가 만들어내서 그의 ‘고글과 이어폰’ 에 계속 공급해주는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컴퓨터 용어로른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이었다.

스티븐슨의 메타버스는 65,526km2의 면적을 가진 가상공간으로, 사용자는 이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활동하는데, 아바타는 키의 제한만이 있으며 그 이외의 형태적 제한은 없다. 메타버스 가상공간은 일종의 플랫폼이 되어, 다양한 사용자와 콘텐츠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정리하자면 메타버스는 몰입형 가상현실, 아바타, 플랫폼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를 때, ‘Second Life’, ‘Roblox’, ‘Zepeto’ 등은 몰입형 가상현실이 아니므로 메타버스의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앞으로 메타버스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충분히 발전할 수 있으나, 그러한 보장이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들을 유사 메타버스라고 부를 수도 있겠고, 메타버스로 성숙하기 위한 씨앗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이 글에서는 대비를 위해 유사 메타버스라고 부르고, 몰입형 가상현실 기술 등에 기반한 메타버스를 진정한 메타버스라고 부르겠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가상(假像)은 존재하지 않는 상상과 허구의 이미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가상은 영어 virtual을 해석한 것이며, 영어 virtual은 옥스포드 사전에 따르면 형용사로 ‘묘사한 것과 완전히 같지 않으나 거의 혹은 대체로 같은’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가상현실은 상상과 허구가 아니라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또다른 현실’로 해석될 수 있다. 가상현실에 대한 상상력은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5년 미국의 SF 작가인 스탠리 웨인바움(Stanley Wenbaum)이 처음으로 가상현실을 상상했다. 그는 그의 소설 ‘피그말리온의 안경(Pygmailion’s Spectacles)’에서 안경을 쓰면 영상, 소리, 냄새와 촉각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을 상상했다. 현재의 가상현실에 대한 본격적인 상상을 한 것이다. 가상현실이라는 용어는 그보다 3년 후인 1938년 프랑스의 극작가 겸 배우 및 감독인 앙토냉 아르토(Atonin Artaud)가 그의 에세이집인 ‘The Theater and Its Double’에서 ‘사실과 구분할 수 없는 가상’으로서의 가상현실(Réalité Virtuelle)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가상현실에 대한 상상력이 가능했던 것은 인간이 입체를 느끼는 메커니즘이 밝혀졌고, 이를 구현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부터였다. 우리가 입체감을 인지하는 원리는 비교적 일찍 알려졌다. 두 눈의 거리는 평균 65mm인데 이로 인한 시각 차가 입체감을 느끼게 한다. 1861년 올리버 홈즈(Oliver Holmes)는 시각 차가 있는 두 장의 사진을 이용한 본격적인 스테레오스코프(stereoscope)를 발명했다(Historic Camera. N.D.). 스테레오스코프는 당시 광범위한 인기를 얻었는데, 이 기술이 가상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하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려야 했다. 1962년 모튼 하일릭(Morton Heilig)은 뉴욕시를 오토바이를 타고 ‘사실과 구분할 수 없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센소라마(Sensorama)를 제작했다. 가상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최초의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HMD)는 1968년에 등장했다. 컴퓨터 과학자인 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와 그의 제자인 밥 스프라울(Bob Sproull)은 최초의 가상현실 HMD인 ‘데모클레스의 검(The Sword of Damocles)’을 개발했다. ‘피그말리온의 안경’에서 ‘데모클레스의 검’까지, 그 이후 메타버스까지 일관하여 관통하는 것은 몰입형 가상현실 기술이다. 메타버스의 정의가 느슨해지고 확장된 것은 다시 강조하지만 과련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그 대안을 탐색하면서 이뤄진 일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몰입형 가상현실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메타버스는 스티븐슨의 상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가상현실 기술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과 혼합현실(Mixed Reality, MR)로 확장되었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부가적인 정보나 이미지 혹은 동영상을 더하는 개념기술을 의미한다. 증강현실을 세분하면 안경 기반의 몰입형 증강현실과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증강현실로 나뉜다. 두 기술의 기술적 요소에 공통된 것이 있으나, 그 쓰임새와 정서적 가치가 다르므로 같은 것으로 볼 수 없다. 자기 테이프의 음반시장과 MP3 기반의 음악시장은 음악 생태계를 근본부터 바꾸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혼합현실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증강현실 안경 혹은 HMD에서 혼합하여 현실세계의 정보 위에 가상현실의 정보를 더하여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기술이다. 최근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여 가상현실, 증강현실 및 혼합현실을 모두 포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바타를 통해 가상공간에서는 다중 정체성을 즐길 수 있다. 아바타는 인종, 성별, 나이, 외모 등 선택할 수 없는 개인의 특징과 조건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자유를 허용한다. 이 이외에도 기술적으로 개인의 얼굴 등을 실시간 스캐닝하여 가상현실의 메타버스 공간 내에 전송하는 것에는 실시간 스캐닝 기술, 정보통신 대역폭의 한계로 제약이 있다. 이들 기술이 미래에 극복될 것이나, 다중 정체성의 욕구로 아바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상현실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소셜 네트워크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며, 메타버스가 화두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 기술의 응용 중 하나에 불과하다.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하여 심리치료를 하는 경우, 굳이 메타버스와 같은 플랫폼이 필요하지 않다. 군에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하여 훈련을 하거나, 병원에서 환자의 MRI를 3D로 재현하여 수술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안경을 사용하는 데 굳이 메타버스와 같은 플랫폼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메타버스를 아바타를 중심으로 정의하거나 혹은 3D의 플랫폼을 위주로 규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에서 벗어난 논의는 변죽에 불과하다. 트래비스 스콧이 포트나이트의 파티로얄에서 라이브 콘서트로 2,0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고 하나, 방탄소년단은 이제 구시대의 매체가 되버린 듯한 유튜브의 온라인 실시간 라이브 콘서트에서 티켓 매출액으로 4,400만 달러를 달성했다. 네이버의 제페토의 가입자가 2억 명을 넘었으나, 메가트렌드로 진화할 지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가상현실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컴퓨터 모니터나 모바일 기기 위의 메타버스에 몰입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바타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결합은 어느 정도까지는 다중 정체성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통속의 뇌’(Harman, 1973)의 현실 버전인 가상현실이 없다면, 컴퓨터 모니터나 모바일 기기의 스크린 속의 아바타와 ‘거리를 둔’ 내가 그 아바타에게 완전한 ‘몰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몰입이 불가능한 유사 메타버스라도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이를 메타버스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통속이 뇌’가 가져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타버스를 아바타를 중심으로 두거나 아니면 소셜 네트워크 중심으로 번역할 것이 아니라, ‘몰입형 가상현실, 증강현실 및 혼합현실 기술을 바탕으로 하여 아바타가 또다른 자아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플랫폼’으로 규정하는 것이 메타버스가 가져올 다양한 변화와 비즈니스 기회 및 정부정책과 연계해서 볼 때 보다 타당하다.

유사 메타버스 관련 기업의 주식 등락은 관련 투자가가 관심을 가질 일이다. 이들 유사 메타버스 기업이 향후 진정한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가 언제 등장할지, 현재의 유사 메타버스 관련 기업이 진정한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지에 대해서는 우선 메타버스 생태계가 언제 성숙할 지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생태계는 언제 충분히 성숙할까?

2014년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기기 벤처 기업인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하는데 20억 달러를 투자했다(Forbes, 2014.03.25). 5년이 지난 2019년 페이스북의 주거버그는 ‘가상현실이 2020년에 대중화되지 못할 것이나, 2030년 안에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2019.09.25). 아직 가상현실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 ‘기술은 옳은데. 그 시기가 오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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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오큘러스 인수에 대한 평가를 지금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다만 아드너와 카푸어(Adner & Kapoor, 2016)의 기술 대체시기 분석 프레임워크를 기준으로 하면 착오적 탄력(illusion of resilience)에 해당한다. 주커버그의 판단에 따르면 가상현실 기술 생태계가 예상보다 느리게 성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스티븐슨이 그의 소설에서 규정했던 한 쪽 눈에 2k의 화소는 이미 만족했다. 2k는 약 200만 화소에 해당한다. 2016년의 오큘러스의 에이치티씨 바이브(HTC Vive)는 한 쪽 눈에 약 100만 화소, 시야각(Field of View, FoV)이 110도에 달했다. 2019년 출시된 삼성 오딧세이 브이알 플러스(Samsung Odyssey VR+)는 한 쪽 눈에 200만 화소를 넘고 주사율이 90Hz였다. 2020년의 HP Reverb G2는 한 쪽 눈에 400만 화소, 주사율 90Hz, 시야각은 114도를 넘는다. 오큘러스 퀘스트 2(Oculus Quest 2)도 해상도가 한 쪽 눈에 400만 화소에 조금 못 미친다. 그런데 한 쪽 눈에 400만 화소로는 충분하지 않다. 메타버스 안에서 문서를 읽기에는 해상도가 낮기 때문이다. 비행기 조정 시뮬레이션을 가상현실 공간에서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계기판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증강현실 안경으로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의 스크린을 대체하고 현실 세계에 상세한 정보를 조용하고 정숙하게 텍스트로 덧대기 위해서는 증강현실 속에서 글자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공간에서 완전히 몰입하기 위해서는 모래알 같은 화소가 눈알 안에서 꺼끌거리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나안 수준의 해상도는 한 쪽 눈에 9,600 x 9,000 픽셀로 약 9,000만 화소에 달한다(Greig, 2018.05.23). 400만 화소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나안 수준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컴퓨터 스크린 정도의 해상도를 지니기 위해서는 한 쪽 눈에 1,600 여만 화소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VR 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인 바르요(Varjo)는 한 쪽 눈에 1,200만 화소에 달하는 VR과 XR 기기를 개발했다. 바르요는 인간의 나안 수준에 가깝다고는 주장하나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다만 1,200만 화소로 가상현실과 확장현실 공간 내에서 글이나 계기판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인간의 나안 수준은 아니다. XR 기기의 경우 컴퓨터를 제외하고 HMD만 600만 원에 가깝고 그 외에 연 약 200만 원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varjo). 특수한 용도에 제한된다는 의미다. 바르요 VR과 XR은 시야각이 115도에 불과해서, 인간의 나안 수준인 210도에 상당히 부족하다. 시야각이 부족하다면 스타브이알(StarVR)은 수평 210도의 시야 각, 상하 130도에 달한다(Hayden, 2020.05.04). 시각, 청각과 햅팁 기술을 이용한 촉각을 넘어서 냄새도 실현하려는 가상현실 시도도 존재한다(Kerruis. 2019).

시야각이 넓거나 해상도가 높은 가상현실 기기가 존재는 하나 아직 일반 대중이 구매하기에는 비싸다. 대중적인 VR인 오큘러스 퀘스트 2의 가격은 변동이 있으나 400달러 이하이다. 대중적 VR 기기의 해상도가 2년여마다 2배씩 올라간다는 점, 2022년 출시 예정인 애플 VR이 한 쪽 눈에 8K, 약 3,300만 화소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상현실 기기는 빠르게 성숙할 것이다. VR HMD는 장기간 착용이 불편하고, 눈이 피곤하며, 일상생활에서 착용하기 불편하다. 이에 대응하여 페이스북, 애플 및 삼성 등에서 증강현실 안경을 개발하고 있다. 애플 증강현실 안경은 2022년 출시 예정이다. 다만 초기에 증강현실 화상 스크린의 시야각이 좁고, 해상도가 낮으며, 배터리 문제로 운용시간이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 기기의 해상도 개선이 기하급수성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강현실 스마트 안경도 빠르게 성숙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메타버스는 가상현실 HMD나 증강현실 안경의 기술적 성숙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생태계 전체를 봐야 한다. 아래는 가상현실과 메타버스에 대한 생태계 도표다. 다양한 문헌조사를 수행했으나, 가상현실 등에 대한 생태계 도표를 찾을 수 없어, 필자가 생태계 도표를 작성했다. 생태계 도표의 작성을 위해서는 전문가 간의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필자의 생태계 도표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생태계 지도를 그리기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인한다. 그리고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전에 어떤 명석한 학자나 실무가 혹은 모험가가 동일한 주제로 생태계를 작성했다면 그의 것을 따르거나 혹은 그의 것을 수용할 예정임도 미리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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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과 메타버스 생태계에 비추어보면 아직 많은 부분이 성숙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 처리 장치(Graphic Processing Unit, GPU)인 RTX 3080은 8K를 충분히 소화할지 의문이다. 이전의 2080에 비해 속도가 59% 정도 늘어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6년 무어의 법칙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2년에 2배의 반도체 집적도의 증가, 즉 컴퓨터 성능이 늘어나고 있지 않다. 통신 대역폭도 문제가 된다. 5G는 LTE에 비해 10배 정도의 속도가 개선될 것이라 하였으나, 실제는 약 2배 내외의 속도 개선만 이뤄졌다. 그러나 그래픽 처리 장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엔비디아, AMD, 애플 등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게으른 혁신이 변화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에 의해 그래픽 처리 장치의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인간의 나안 수준은 어렵지만 8K 수준은 현재 기술 혹은 몇 년 안에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콘텐츠 제작 비용이다. VR 콘텐츠는 기존 콘텐츠에 3D 정보만 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단 수평 및 수직으로 360도의 화상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가상공간 내의 사물에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상호작용의 내용에 따라 각 사물의 반응이 달라져야 한다. 이는 콘텐츠 제작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였고, 콘텐츠의 용량도 비약적으로 높였다.

가상현실과 메타버스 관련 표준도 가야할 길이 짧지 않은 듯하다. 다양한 표준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와 국제표준기구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및 혼합현실과 관한 다양한 표준을 미래 쓰임새 등을 기준으로 예측적 표준을 수립하고 있다. 다만 이들 표준은 지속적으로 보완될 여지가 크다. 관련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는 우리가 표준 수립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즉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 여지를 확정적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가상현실 생태계가 성숙하지 않았다고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3D 엔진 및 저작 솔루션 기업인 언리얼(Unreal)은 실제 사람과 거의 분간이 가지 않는 메타휴먼 크리에이터(Metahuman Creator) 초기 버전을 출시했다. 메타휴먼 크리에이터를 이용하여 만화 캐릭터 같은 아바타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과 동일한 아바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콘텐츠 제작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 성능도 무어의 법칙이 적용될 때보다는 느리겠으나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주커버그의 주장인 2030년 이전에 가상현실과 메타버스 시장은 충분히 성숙한다는데 동의한다. 게다가 완전한 몰입형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은 2038년 달성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Futurism, 2038).

정부의 미래전략과 기업 전략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생태계가 완전히 성숙하는 것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그 이전에 유사 메타버스를 발전시키고 이를 진정한 메타버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 한정된 범위에서 가상현실 응용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생태계 성숙과 관련하여 미래를 전망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미래전략과 구체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미래를 기다리거나 혹은 미래를 위한 씨앗을 심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메타버스 미래전략: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상현실 등 생태계는 조만간 성숙할 것이다. 따라서 메타버스도 멀지 않은 미래에 충분히 성숙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현실과 메타버스도 시간의 문제에 불과하며 조만간 충분히 성숙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래 가상현실 기술 등이 어느 정도 성숙하면 일어날 미래전개도(Futures Wheel)를 제시했다. 미래전개도는 경제학의 물결효과(Riffle Effect)와 다르지 않다. 물결효과가 과거에 대한 분석방법이라면, 미래전개도는 미래에 특정한 사건이 일어나면 전개될 일반균형을 역사적 경험, 물리적 법칙 및 심리법칙에 의해 개연성 있는 미래(Plausible Futures)를 전망하는 가설적(What If) 기법이다.

가설적 방법론 미래전개도의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전략을 정치/제도, 경제, 사회, 기술의 PEST의 시각 틀로 제시했다.

Scope Normative 
References Definitions

*사회 분야 미래전략: 원격근무, 원격교육에 대한 정책실험 착수, 가상현실로 인한 세대 문화 변동에 대한 사전 연구, 세계화의 가속에 따른 가족구조, 관계의 변화 전망, 가상현실과 메타버스로 인한 노동의 변화 전망 및 대안 마련

*기술 분야 미래전략: VR 속에서의 연구/설계, 영상정보기술, A.I., VR의 융합 연구, 원격 가상 실재(Tele Presence, Virtual Presence) 연구

*경제 분야 미래전략: 원격근무에 따른 전통적 근로계약의 변화에 대한 전망, 메타버스 및 메타버스에 올라갈 비즈니스 모델 사전 구상, 물리 컴퓨팅(Physical Computing) 벤처 기업에 대한 마중물 정책, VR 기술 등에 따른 기업의 세계화과 글로벌화에 대한 전략 및 정책 대응, 메타버스 경쟁 심화에 대한 대응 전략, VR 및 메타버스 트렌드 레이다 작성 및 대응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사고 실험실 운영

*정치/제도 분야 미래전략: VR 동사무소 등 공공기관, 메타버스 내 VR 아고라(Agora)의 등장과 정치적 편향 심화에 대한 사전적 대응, 예측적 거버넌스(Anticipatory Governance) 및 미래 준비(Futures Preparedness) 강화, VR과 메타버스의 표준 제정에 대한 예측적이고 지속적인 참여

실질적인 메타버스와 관련된 본격적 경쟁은 빠르면 2022년 늦어도 2020년대 중반에는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전망한 이유는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추이와 증강현실 안경 출시 등의 추이에 따라서 판단한 것이다. 다만 초기에 가상현실 콘텐츠 생산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그 활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용효율성은 관련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활용 확대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경쟁은 순수 소프트웨어 회사 간의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애플과 페이스북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기를 플랫폼으로 하여 새로운 메타버스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이 경쟁자로 들어설 것이며, 중국은 독자적 표준을 구축하여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하려 할 것이다. 그 밖에 다수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업이 가상현실 플랫폼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정부, 기업 및 개인이 이 치열한 플랫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래변화를 전망한 미래전략을 준비해야 함은 당연한다.

정부, 글로벌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 및 개인의 관점과 단·중·장기의 스리 호라이즌(Three Horizons)의 미래전략틀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스리 호라이즌은 미래를 단기, 중기 및 장기로 구분한다. 여기서 단기미래에 현재 비즈니스를 개선하는데, 중기미래에 새롭게 출현하는 트렌드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에, 장기미래에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는 체계를 가진다 (Baghai & Coley & White, 1999: Sharpe & Hodgson & Page, 2006: Curry & Hodgson, 2008). 전략이 실효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정부 각 부처와 기업 등의 ‘색깔과 향기에 알맞은’ 전략과 정책 및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해야 함은 당연하다.

정부 공무원과 기업 실무자의 입장에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버겁다. 당위성이 있고 미래경쟁력을 제고하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보상이 사실상 전무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발적으로 미래전략과 정책 및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최상위 의사결정권자와 기업의 대표 혹은 소유자는 조직 내부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가상현실과 메타버스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을 충분히 권할 가치가 있다. 진부한 주장이기는 한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패자(覇者)나 승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붉은 여왕의 역설(Red Queen’s Paradox)’이 지배하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

참고문헌

우운택. 2021. 가상증강현실에서 메타버스 응용까지. 한림원탁토론회 186회: 새로운 가상 융합 플랫폼의 미래가치. 재인용; Stephenson Niel. 1992. "Snow Crash". Bantam Books

윤기영. 2019. 현실세계로 온 ‘통속의 뇌‘와 디지털 범용기술. 미래학회 2019 춘계학술대회

Baghai, Mehrdad & Coley, Stephen & White, David. 1999. Alchemy of Growth. Orion: New YorkBaghai, Mehrdad & Coley, Stephen & White, David. 1999. Alchemy of Growth. Orion: New York

Curry, Andrew & Hodgson, Anthony. 2008. Seeing in Multiple Horizons: Connecting Futures to Strategy. Journal of Futures Studies, 13(1):1-20

Harman, Gilbert. 1973.『Thought』. Princeton Legacy Library

Ron Adner & Rahul Kapoor. 2016. Right Tech, Wrong Time. Harvard Business Review

Sharpe, Bill & Hodgson, Anthony & Page, Ian. 2006.Energy Security and Climate Change. International Futures Forum, Aberdour

Stephenson Niel. 1992.『Snow Crash』. Bantam Books

키워드 메타버스 월간 SW중심사회 2021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