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과 디지털세

  • 김준연산업정책연구실 수석연구원
날짜2021.07.13
조회수1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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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경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도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오히려 도약의 전기를 맞이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국내 500대 기업 중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기업의 순위가 하락하고, 디지털기업들은 약진하고 있다. 특히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438위), 컬리(마켓컬리, 496위) 등 유통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500대 기업에 신규로 진입했다1.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약진은 글로벌 경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0년 전에는 엑손모빌, GE, 페트로브라스 등 에너지와 금융 분야의 전통 거대 기업들이 선도했던 글로벌 10대 기업순위(시총기준)는 최근 이른바 빅테크 기업이라고 불리는 플랫폼 기업들로 대체되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향후 10년간 새로운 가치의 60~70%는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네트워크와 플랫폼에서 창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는 코로나를 거치며 디지털 패러다임이 가속화되고 전통 산업경제도 디지털 플랫폼에 의해 大전환 중인 것이다. 한편 디지털에 의한 산업의 디지털전환과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big blur)가 코로나에 의해 가속화는 시점에서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것이 바로 디지털세이다.
    • 구글세라고도 하는 이 개념은 고정사업장 소재지와 상관없이 글로벌 디지털 대기업이 직접 매출을 얻는 영토 내에서 해당 국가가 이들의 매출액에 일정 세율을 부과하는 조세다. 페이스북도 아일랜드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지식재산권 사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조세회피 혐의를 받으며 2020년 2월 소송을 당했고2, 2020년 12월 16일 결국 아일랜드 지사를 폐쇄했다. 페이스북은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12.5%, 지식재산권 관련 세율은 6.25%에 불과하여 미국의 법인세율 35%보다 한참 낮다. 이러한 조세회피를 위한 전략들은 무형자산을 저세율국으로 이전한 후 시장소재지에서 로열티 등 무형자산 사용비용을 저세율국에 지급하여 시장소재지의 세원을 잠식하는 ‘공격적 조세회피’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있다. 기존 법인세는 고정사업장을 기준으로 부과하는데 디지털기업들은 고정사업장이 없다 보니 적정한 세금을 부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러한 디지털 빅테크 기업들의 조세회피 전략은 글로벌 경제에 조세의 통합적 감소와 조세의 주권 침해를 야기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년부터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다국적 기업의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프로젝트를 출범시킨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 OECD는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액을 연간 1,000억~2,400억 달러 규모로 예측하고 있는데 국내에도 2013년 기준 해외 법인의 절반 가까이는 법인세를 전혀 내고 있지 않고 있다. 매출이 1조 원이 넘는 90개 회사 중에도 15개는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다3. 실제로 2020년 국내 앱 시장에서 국내 전체 앱스토어 매출액 9조 4,574억 원 중 87.8%를 구글과 애플이 가져갔지만 고정사업장이 국내에 없어 법인세와 소득세 과세에 한계가 있었다. 이들 빅테크기업들은 유한회사이다. 구글코리아도 ‘유한회사’이다. 일반 주주들이 회사의 경영상황을 알아야 하는 주식회사와는 다르게, 구글코리아 본사가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상황을 일반에게 공시할 의무나 이유가 전혀 없다. 사실 유한회사라 하더라도 구글코리아는 한국의 국세청에 매출과 수익을 신고해야 하지만, 국세청은 이러한 개별 기업의 세금 신고내용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것은 세법 위반이므로 공개할 수도 없다.
    • 디지털기업의 조세회피에 대한 상황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여서 영국·이탈리아·스페인 등 6개국은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 미국 IT거대 기업에 대해 연 매출액의 3%를 과세하는 내용의 GAFA세(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앞글자) 도입을 결정했다4. 이에 대해 미 무역대표부(USTR)는 디지털세를 도입한 10개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실시하고 영국, 인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등 6개국에서 수입된 2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25%의 관세 부과(미국에 징수될 디지털세 액수만큼 산정)를 승인했지만 G7 재무장관 회의 등 글로벌 최저법인세 협상을 앞두고 보복관세의 부과를 6개월 유예해둔 상황이다5.
    • 표1 주요 디지털서비스세 도입국 현황 >
      국가별(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터키, 영국, 인도, 폴란드, 스페인, 케냐) 디지털세 과세에 대한 표
      국가 세율(%) 주요 과세 대상 발효
      프랑스 3.0 디지털 서비스 / 광고, 데이터 유통 2019년 7월(유예)
      오스트리아 5.0 온라인 광고 2020년 1월
      이탈리아 3.0 디지털 서비스 / 광고, 데이터 유통 2020년 1월
      터키 7.5 광고, 콘텐츠 판매, 소셜미디어 2020년 3월
      영국 2.0 검색, 온라인 마켓, 소셜미디어 2020년 4월
      인도 2.0 온라인 광고, 전자상거래 2020년 4월
      폴란드 1.5 멀티미디어 서비스 2020년 6월
      스페인 3.0 디지털 서비스 / 광고, 데이터 유통 2021년 1월
      케냐 1.5 디지털 마켓, 콘텐츠 서비스 2021년 1월
      검토 / 보완 중 브라질, 벨기에, 캐나다, 체코, 라트비아,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등
      출처 : KPMG, 택스파운데이션, KISDI 등 취합
    • 디지털세를 놓고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에서 G7 정상회의 개최 전 6월 4일 런던(랭카스터하우스)에서 개최된 G7 재무장관회의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조세회피를 방지를 위한 글로벌 최저법인세율 15% 합의안 도출은 그야말로 극적인 타결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최저법인세율 논의 10년 만에 이뤄진 합의이다. 또한 초과이익에 대해서도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대해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원칙에 합의해서 추후 OECD와 G20에서도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가 더욱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 문제는 지금부터다. 2020년 1월 29일, 30일 OECD는 IF(Inclusive Framework)총회에서 두 가지를 결정했다. 첫째 일정 규모 이상의 다국적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되 디지털 서비스 사업과 소비자대상사업에 모두 적용하고, 둘째 글로벌 최저한세(최소 법인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 우선 첫 번째 결정에 대해서 보면, 디지털세 논의 초기에는 온라인 플랫폼, 클라우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디지털서비스에 대한 과세를 다루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자동차,휴대폰, 가전 등 이른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조업까지 포함시켜 놓은 것이다. 이러한 결정에는 당시 트럼프에서 바이든 행정부로 이어지는 리쇼어링과 미국 내 법인세 인상을 통한 재원 확보가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EU 국가들이 독자적인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미국의 디지털기업에 대한 과세권을 잃게 될 수있기 때문에 반대 급부를 요청하게되었으며, 미국으로의 생산기지를 리쇼어링할 수 있게하는 유인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소비자대상기업이다. 재정수입 확보는 EU도 마찬가지로 공감하는 부분이다. 소비자대상 제품의 제조는 사실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에 훨씬 더 많이 포진되어 있어 유럽도 이러한 요청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6. 둘째, 이번 G7재무장관회의에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15% 수준에 합의됐다. 이렇게 되면 빅테크 기업들이 조세피난처에 본사를 두고 세금을 회피하는 데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법인세율이 12.5%로 서유럽에서 가장 낮은 아일랜드는 가장 타격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일랜드는 낮은 법인세율을 통해 구글, 애플 등 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의 유럽본부를 유치했는데, G7의 합의대로 법인세율이 올라간다면 연간 법인세의 5분의 1, 약 20억 유로(약 2조 7,000억 원)를 잃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7.
    • 표2 OECD 디지털세(digital tax) 개요
      OECD 디지털세의 핵심개념, 적용대상, 적용세율, 주요일정에 대한 표
      구분 내용
      핵심개념 특정 국가내 고정사업장 유무와 관계없이 매출을 발생기키는 글로벌기업들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조세제도
      적용대상 1) 업종 기준
      - 디지털서비스 사업(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 소비자대상사업(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 B2B업종, 천연자원, 금융, 건설, 항공, 해운 등 제외
      2) 규모기준 :직전 회계연도 글로벌 매출 7.5억 유로 (약 1조원) 초과
      적용세율 ˙ 디지털서비스 사업과 소비자대상사업 적용 기준 구분, 차등과제
      ˙ 최저한세율에 미달하는 부분 추가 세액과세 (글로벌 최저세율)
      주요일정 ˙ 2015년 10월 : BEPS 최종 보고서
      ˙ 2016년 02월 : BEPS 이행을 위한 포괄적 체계(Inclusive Framework) 구축
      ˙ 2018년 03월 : 중간보고(Tax Challenges Arising from Digitalisation 2018)
      ˙ 2020년 01월 : 포괄적 이행체계 총회(소비자대상 사업 포함)
      ˙ 2020년 02월 : G20 재무장관 회의(합의사항 상정 및 추인)
      ˙ 2020년 07월 : 디지털세 핵심 사항 합의
      ˙ 2020년 12월 디지털세 부과 최종방안 마련
      ˙ 2021년 중반 최종방안 협의
      출처 : OECD
    • 국내외에서 논의되는 디지털세와 관련한 이슈들을 몇 가지 관전 포인트로 정리하여 본다면 다음과 같다.
    • 첫째, 법인세 정상화이다. 이번 합의안은 7월로 예정된 G20 재무장관회의와 OECD 회의를 거치면서 조율되고 최종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절차를 거치면서 어떻게 조율될지와 G7 최저 법인세율 합의가 우리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국내 법인세율은 지방세 포함 최고 27.5%, 최저 17% 수준으로, 이번 합의안이 제시하는 최저 수준(15%)으로 법인세를 끌어 올려야 하는 부담은 없는 상황이다.
    • Scope Normative 
References Definitions Scope Normative 
References Definitions
    • 둘째, 디지털세 부과의 범위이다. OECD는 2019년 디지털세 과세방안을 논의하면서, 미국의 요구가 반영되어 디지털·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제조업체까지 과세대상에 포함하는 ‘필라1’과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정하는 ‘필라2’라는 골격을 제시한 바 있다. G20이 이 방안을 이어받아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할 계획인데, 현재 우리 정부는 ‘필라(pillar)1’에 소비자대상기업 범위에 반도체가 포함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수익 비중이 높은 화장품, 식료품업 역시 최대한 제외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편 G7의 최저법인세율 합의안이 발표되자마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디지털세 과세대상 최소화 ▲글로벌 최저한세의 제한적 적용 ▲제도 시행 전 유예기간 부여 등을 골자로 하는 건의서를 6월 8일 마티어스 콜먼 OECD 사무총장과 찰스 릭 존스턴 BIAC(OECD 기업산업자문위원회) 회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8. 현재 글로벌 경제는 디지털세의 과세 범위를 두고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 중이다. 영국은 금융업을, 유럽은 제약업을 제외하려는 상황이다. G20 회원국 사이에서 ‘반도체’는 소비자 대상기업 경계선에 있다고 한다. 각국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실제 합의가 어떻게 도출될지는 중차대한 관전 포인트이자 외교적 전선이다.
    • 우리의 입장에서는 국익 차원의 셈법이 복잡해진다, 우선 당장 연간 연결 매출이 200조 원 내외인 삼성전자와, 30조 원 안팎인 SK하이닉스가 대상일 수 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에 낸 법인세 일부가 해외 매출발생국에 배분되고, 그 대신 구글, 애플 등 외국 IT기업이 국내에서 거둔 매출 일부에 대해 우리 정부가 세금을 걷을 수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유불리를 정교하게 산출하기 어려워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한편, 우리 기업 중에 법인세가 싼 국가를 활용하고 있다면 향후 조세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시급히 글로벌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 셋째, 보다 본질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세 논의가 조세회피 방지차원을 넘어 플랫폼 세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의 타격으로 글로벌 경제의 디지털 전환의 패러다임이 가속화하는 시점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성장은 어쩌면 예상된 결과일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상, 콘텐츠와 데이터는 플랫폼 기업이 생산했다기 보다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용자그룹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며, 이는 무상노동이며, 플랫폼기업들은 이들의 무상노동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와 데이터를 양면시장으로 적용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와 콘텐츠는 일종의 축적지로서 누적되면서 그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는데, 플랫폼 기업들이 이러한 수익에 대한 정당한 분배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9. 다수가 참여하기에 1:N의 게임이라 거대한 플랫폼기업에 조직적으로 요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 수익을 계산하기도 쉽지 않기에 아직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와 본격화되지는 않았으나, 조세회피 방지 차원의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는 언재든지 사용자의 무상노동으로 창출한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라는 플랫폼 세 논의를 불러일으킬 뇌관일 수있다. 2020년 11월에는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플랫폼공정화법)’을 입법예고했다10. 디지털세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것이라 결은 약간 다를수는 있나, 플랫폼 기업들의 불로소득과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요구라는 측면은 양자가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새롭게 펼쳐질 디지털세와 플랫폼 생태계간의 관계도 예의주시해야 할 관전의 포인트이다.
    • 1 https://www.yna.co.kr/view/AKR20210512002100003
    • 2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02/172975/
    • 3 텍스데일리(2019.08.23.), 구글세(Google tax)를 아시나요?
    • 4 2020년 6월 2일, 미 무역대표부(USTR10))는 브라질, 오스트리아, EU, 체코,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영국 등 10개국이 실시하거나 검토 중인 디지털세가 자국의 글로벌 디지털기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1974년 통상법(Trade Act)」제301조 조사를 개시하였다.
    • 5 조세일보(2021.06.03.), 美, 6개국에 디지털세 관련 보복관세 유예… 글로벌법인세 협상 염두
    • 6 OECD는 2019년 Pillar I(Unified Approach), Pillar II(Minimum Tax)를 제안했다. 특히, Pillar I은 디지털기업 외에 소비자 대상 기업을 포함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주로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 7 한겨레(2021.06.06.), G7 재무장관들 “15% 글로벌 최저 법인세” 합의
    • 8조선비즈(2021.06.09), 전경련, OECD에 “디지털세 과세대상 최소화 해달라”
    • 9 한겨레(2021.04.28.), 디지털세와 기본소득
    • 10 조선비즈(2020.12.07.) ,구글·네이버 겨낭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내년 상반기 국회 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