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디지털 대전환과 글로벌생산분업(GVC)의 변화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디지털대전환은 국제통상환경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1990년 초반에 서비스산업을 주력 성장산업으로 전환 완료한 선진국은, 이제는 앞다투어 디지털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서비스 상품뿐 아니라 기존 제조업의 생산, 유통, 품질관리, 유통, 판매 등 생산의 전단계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그간 글로벌 통상환경에서 효율성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국제생산분업 또는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이하 GVC)의 각 단계의 편익을 재구성하는 등, 미-중 통상전쟁 아래 진행 중이던 GVC의 지리적 재편을 안정성과 소비자 중심 형태로 변화시켜주고 있다.
-
- 미래의 GVC는 앞에서 논의된 디지털세(글로벌 최저 법인세)로 인한 비용증가, 미-중 분쟁과 보호무역주의,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안정성이 강조된 형태로 리쇼어링(국내생산), 니어쇼어링(인접국생산), 적정쇼어링 등의 고비용 생산설비가 예상된다. 그러므로 차세대 GVC의 생산단계(Production)의 부가가치는 처음에는 2세대 GVC (WTO출범 초기 동아시아 및 중국 등의 저임금형 GVC)와 1세대 GVC 사이 수준으로 초기 고비용이 반영되어 결정될 수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핵심인 AI-디지털화(빅데이터), 표준화-모듈화(3D기술), 플랫폼화된 기술이 GVC에 접목된다면, 생산과정과 생산 전후 과정이 ‘N’회 반복될수록 생산성과 수익구조가 바뀔 수 있다 [그림2]. 즉, 베타버전의 제품이 출시되고 신속한 업데이트 및 오차 수정에 대한 맞춤형 생산, 품질관리 DB 축적을 통해 GVC의운용 및 관리혁신(Organizational Innovation via Technical Innovation)이 내재화되는 생산성 증가효과에 따라 스마일커브의 밑단 영역의 부가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그간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글로벌 분업을 통해 비용감소를 추구하던 생산파트가 이익 증대의 구간이 될 수 있다. 1) 자동 및 지능화된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통합관제 시스템, 2) 모듈러 디자인 설계 방식의 부품과 솔루션으로 표준화된 생산방식의 적용은 신속하고 유연하게 시장의 다양성과 고급화에 대응 할수 있도록 하여, 이익창출의 개념으로 전환된다. 소위 베타버전 이후 맞춤형 R&D의 역할을 제품과 연결된 소프트웨어나 앱을 통해 소비자의 피드백으로 계속 진화할 수 있는 시장주도의 혁신형(소위 W형) 디지털 GVC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
- 이러한 새로운 생산구조에서는 시장학습과 소비자 고급화(안전성, 친환경, 디자인 등, 새로운 소비자의 니즈)에 대한 피드백이 혁신의 원동력과 부가가치로 치환되기 때문에, 그 생산기지의 AI 기술과 디지털생산의 운용 여부 및 시장(소비자)요소가 효율성만큼이나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생산 이후 단계의 부가가치를 결정하는 유통, 판매 및 서비스 부분의 부가가치는 생산제품이 얼마나 생산과 생산 이후에도 디지털화 또는 서비스화가 되었는가에 따라 더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가령, 제조품의 디지털화에 가장 큰 어려움은 고급 소비자를 확보하는 방안과 제조업의 서비스화(가령, 구독경제) 과정에서 장벽이 될 수 있는 규제이다.
- 서비스업의 구독경제와는 달리, 제조업 구독경제의 해외진출과 GVC 참여를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는 여러 도전과제가 존재할 수 있다. 예컨대, 상품과 서비스가 묶여서 판매되거나 결합된 형태인 경우, 이러한 상품에 대한 분류는 각국의 자의적 해석과 이에 따른 규제정책이 문제가 될 수 있다(Miroudot & Cadestin, 2017). 그러므로 과거보다 서비스와 결합된 상품의 첨단 ICT 제품(핸드폰, 컴퓨터 등 최신 가전제품과 소비자의 데이터를 통해 진단하는 헬스 및 의료기기 등), 각종 구독경제 상품은 법인세나 디지털세 등의 명시적인 국경세보다 다양한 비관세장벽(표준, 인증, 관련 정책 및 규범)과 그 형태의 변동성에 취약할 수 있어 관련 규범의 국제협정을 통한 제도화 및 표준화가 중요하다.
- 코로나로 가속화된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는 이 GVC의 지리적 재편에 있어서도 비용에 대한 혁신적 사고와 함께, 중장기적이고 시장혁신적인 이익을 같이 고려하는 혜안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GVC의 지리적 재편을 결정할 때, 미-중 통상분쟁이라는 외생적 요인과 함께 GVC 자체에 영향을 끼치는 생산의 디지털 및 자동화 정도와 그 관련 법제도와 소비시장 및 비즈니스 환경 등, GVC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내생적 요인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제 글로벌 기업의 GVC 재편에 중요 고려요인은 주요부품의 안정적인 공급, 소비자와 연결성,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한 디지털 전장비 운용의 용이성 여부이다. 그러므로 모듈화된 부품을 자체 업그레이드시키고, 그 재고를 관리하고 유통할 수 있는 스마트 물류창고, 까다롭고 니즈가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총괄(체험, 관리, 제품 및 콘텐츠 업데이트 등)할 수 있는 센터가 구축 가능한 곳이 차세대 GVC 재편에 용이한 곳(그것이 국내든 국외든)이 될 것이다.
- 데이터 현지화 금지,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세에 대한 규범은 이러한 차세대 GVC의 지리적 재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상호교호적인 요인이다. 소비자로부터 생성되는 데이터와 피드백을 이익 창출의 재료로 사용하는 이러한 GVC와 총괄센터의 위치선정에 있어 시장주도의 혁신적 니즈를 제공할 수 있는 고급화된 소비시장과 비즈니스 환경이 중시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런 스마트화된 생산과 판매/서비스 총괄센터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산업에 대한 자유화와 해당 GVC 투자국가와의 디지털 통상환경과 규범의 조화 내지 상호인정(mutual recognition)이 매우 중요해진다. 예컨대, FTA협정을 통한 해당 서비스 협정에 대한 양허 및 유보(미래유보)를 확인하고, 신규 비즈니스와 GVC 재편을 위한 양 국간 GVC 협력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절실하다. 지금 당장 전 분야로 확대할 수 없다면 시급하고 진출이 비교적 용이한 분야에 대해 필요한 규범과 양자협력 사항에 대한 검토작업을 통해 산업별 협력(가령, 한-미 6G 기술협력)을 추진하는 병행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