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과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 (다운로드 : 164회)

신원규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연구교수 일리아주립대학교 경영기술교육학부 초빙교수 wonkyu12@gmail.com

디지털 대전환: 글로벌 통상협력의 위기와 기회

상품과 서비스의 세계화를 주도하던 현 국제경제질서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다자주의 자유무역은 웬만한 개발도상국 국민 대다수조차도 핸드폰이나 컴퓨터 등 첨단 IT상품을 사용하도록 도와줬다. 그만큼 우리가 받은 전 세계 자유무역과 글로벌 공급망으로 받은 혜택이 크다. 하지만 이제는 각국이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교역을 통해 전 세계 파이를 키운다는 원칙을 글로벌 통상환경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새로운 도전과제가 많다. 특히, 미-중간 통상분쟁은 기술과 안보의 패권전쟁으로 확산되어, 이미 글로벌 통상환경에 상수화된 구조다. 통상문제가 이념, 안보, 환경, 사회, 노동, 인권 등 정당성과 공정성 문제로 연결되다 보니 참 어렵다. 이 위기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무역불균형과 국내외 불평등, 일자리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 해법이 쉽지 않은데, 2008년 선진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문제가 촉발되었다. 이 때부터 서서히 격화된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미국과 전 세계를 상대로 거대한 무역흑자를 이어나가던 중국을 원흉으로 지목하였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에서는 안보와 기술을 앞세운 무역전쟁으로, 바이든 정부에서는 여기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얹어 더욱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국제경제질서의 원칙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만의 성장방식을 통해 그 결실만을 따먹는다고 본다. 오바마 정부는 TPP(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와 같은 메가 지역주의를 통해 중국을 포석하려 했지만 중국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반면교사로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오바마의 글로벌 연대 방식과 트럼프 정부의 속도감 있는 일방주의를 벤치 마크하여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관련된 글로벌 공급망과 디지털 규범에 있어서, 소위 민주주의 가치동맹국(EU와 일본)과 함께 규범의 제도화를 통해 새로운 판을 구상하고 있다. 미-중 분쟁은 전통과 신 통상의제 다층 영역에서 갈등하는 구도로 상품보다는 서비스, 서비스보다는 첨단기술 및 디지털 등 신통상 분야에서 치열하다. 여기에 안보와 연계된 영역에서는 패권 전쟁으로 확전되어 동맹국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할 공산이 크다. 경제논리가 아닌 외교와 안보 등, 비경제적 논리를 따져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야 하는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국가의 수심은 깊어진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언택트) 온라인 비즈니스와 경제사회전 영역에서 디지털 대전환에 불을 붙이고 있다. 그간 지지부진하였던 WTO 전자상거래 협상과 디지털 무역에 대한 국제규범 논의가 다자, 복수, 양자의 다층적구조로 진행되다가 2021년 G7회의 이후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디지털 통상은 아직도 아날로그이다. 우리가 수세적으로 대응할지 공세적으로 대응할지, 아직 그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판단이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의 디지털 기술은 세계 일류이나, 현재 글로벌 무대에서 내놓으라 할 수 있는 디지털 빅테크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디지털 통상의 정책과 제도적 인프라가 이류이다. 하지만 한번정하면 빠르고 역동적으로 치고 나가는 우리 기업과 젊고 유능한 인재가 많다.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 K-POP의 성공이 이를 증명한다.

디지털통상 규범의 주요 이슈 및 전망

그간 글로벌 디지털규범에 3가지 주요쟁점은 1)데이터현지화 금지, 2)개인정보보호, 3)디지털세이다. 첫째, 데이터현지화 금지에 대한 부분은 미국과 같은 디지털 통상 선도자의 입장이다. 글로벌 디지털 기업의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데이터가 발생한 지역으로만 제한하지 말자는 것으로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을 강조한다. 둘째, 개인정보 보호의 경우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수집한 데이터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개인이 생성한 데이터의 주인인 ‘소비자의 데이터주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실제 데이터를 수집하여 기업의 디지털 재화의 판매전략과 이익으로 환원하는 주체가 기업인 이상 개별 소비자입장에서는 개인정보의 보안문제와 침해에 대한 보상 문제가 향후 중요하게 논의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세 부분인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디지털통상에서 가장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분야이다. 전 세계 인구가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디지털 기업의 수익이 급증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위한 세수는 날로 부족한데, 이들 다국적 기업에게 청구하기가 딱 좋다. 2021년 초에만 하더라도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다국적 디지털 기업을 대상으로 하던 디지털세가, 이제는 한국의 삼성과 LG 등 소비재를 파는 기업에게도 적용되는 글로벌 최저법인세논의로 확대되었다.

2021년 7월에 G7/G20과 OECD에서 디지털세에 대한 합의를 위한 양대 축(Pillar)이 제시되었다. G7에서 합의된 첫 번째 축(Pillar 1)의 핵심은 매출액과 이익률 상위의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매출액의 10%를 초과하는 이익의 20% 이상을 과세할 수 있는 권리를 소비시장 소재국가에 주는 것이다. 두 번째 축 (Pillar 2)의 핵심은 글로벌 최저세율을 최소 15% 이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최저세율은 명목법인세율이 아닌 실효세율로 각종 감면을 반영하여 실제 기업이 낸 법인세 금액을 기반으로 산출한다. G20에서는 이익률(세전이익/매출액)이 200억 유로(약 27조) 이상인 소비재를 파는 전 업종(채굴업과 금융업 제외)의 기업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했다. 또한 동 합의사항을 2022년까지 이행을 위한 다자협약으로 발전시키고 2023년까지는 발효가 되도록 합의했다. 이는 디지털 통상규범상 중요한 내용으로, 이번 규범을 통해 각국의 개별적 유사 제도(디지털 서비스세 등)를 대체토록 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따라서 다자주의 차원에서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지역 또는 양자 간 진행 중인 관련 국제규범에 대한 논의가 일단락 될 것으로 전망된다.하지만, 문제는 디지털세에 대한 논의는 아직 미국 내 초당적으로 합의된 의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 의회의 관련 법안에 대한 비준 등, 각국에서 동 법안에 대한 실질적인 수용과 법정비가 이뤄지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요컨대, G20에서 합의된 사항이 다자협정으로 발전되어 WTO협정와 같은 다자주의 협정체제로 포함되거나 별도의 글로벌 규범으로 수립되기까지는 현실적으로는 오랜시간이 걸리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다자협정을 출범시키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상이 필요 할 터인데, 미-중 패권구도와 기술경쟁 관계를 생각해 볼 때, 디지털관련 규범은 당분간 지역협정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실효적으로 관리 될 확률이 더 크다.

한편, 디지털세의 도입에 따른 빅테크 기업의 시장확대(market expansion) 전략과 이후 이들의 시장지배력(market power) 강화, 이로 인한 소비자와 시장으로의 조세비용의 전가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사실상 소비자의 플랫폼 사용에대한 경험과 네트워크의 축적에 대한 편의를 소비자의 효용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일정의 독점력을 갖는다(Lowry, 2019). 디지털 재화는 일종의 경험재로 우리가 한번 사용하게 된 디지털 플랫폼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디지털세는 기 선도적인 진출 기업이 공세적인 박리다매의 전략 등, 영업이익률을 낮추기 위해 매출을 늘리는 방식의 시장확대 전략을 선택하도록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시장확대는 다른 신생 기업의 시장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기존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시켜 시장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논리는 필경 디지털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은 제조업 기업에게도 적용된다. 또한, 제조업의 서비스화에 따라 구독서비스와 이를 제공하는 제조상품에 디지털 서비스를 탑재한 기업에게는 디지털세 이외에도 많은 국내외 조세와 복잡성의 행정비용 등으로 인해, 다양한 혁신적 시도와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입 의욕을 꺾을 수 있다(Hufbauer & Lu, 2018; Shin et al., 2016). WTO를 통해 기껏 상품과 서비스의 관세장벽을 제거 해왔는데, 국경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장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의 디지털 통상규범 수준과 시사점

한국의 디지털규범에 대한 입장은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를 회원국으로 2021년 1월에 발효된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Digital Economy Partnership Agreement) 협상에 참여해 보겠다는 수준이다. DEPA는 포괄적·점진적 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나 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USMCA)과 달리 디지털분야만 다룬 협정으로, CPTPP 수준의 데이터 자유화를 지향하고 회원국의 제도적 조화를 강조한다. 예전에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대상국을 칠레와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정부는 DEPA협상 참여를 통해 디지털 규범에 대한 학습과 입장정리를 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진행하려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정부의 디지털 규범에 대한 입장은 이제 시작하고 정리해야하는 단계라 볼 수 있다 [그림 1].

플랫폼 산업의 향방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글로벌 규범을 다루는 다자-지역-양자의 디지털 무역협상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한국은 디지털 기술 및 산업 경쟁력에 비해 규범을 주도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거나, 이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예컨대, 한국은 2019년 개정 기회가 있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2022년 초 발효를 목표로 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에서 전자 상거래 챕터 이상으로 실질적인 디지털 산업분야에 대한 산업적 수요를 반영한 규범을 논의하거나, 한국형 디지털 통상환경을 위한 새로운 어젠다를 제안하지 못 하였다. 또한, 미 의회가 발의한 ‘2021년 전략경쟁법(Strategic Com-petition Act of 2021)1’에서 디지털 무역 협상 우선 대상 국가로 일본, 대만, EU만을 지목한 사례는 한국의 IT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 디지털 역량, 디지털 콘텐츠의 국제경쟁력과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절대 적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요즘 어디서나 디지털, 디지털을 외치지만, 그간 우리 정부가 디지털 통상분야에 관심과 노력을 충분히 기울였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국은 디지털통상 규범 형성에 허브 역할이 가능한 산업 인프라와 기업을 보유하고도, 정부의 규범 및 제도적 지원에 있어서는 수세적이라는 것인데, 우리 정부와 관련 산업이 디지털 자유화와 개방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최근 CJ가 티빙으로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국내 진입에 대항하고자 하는 사례는 고무적이다. 우리의 K-콘텐츠(영화, TV 쇼, 음악, 교육, e-스포츠)의 국제경쟁력을 생각하면 가능성 있는 싸움이다. 단, 이들의 글로벌 도전과 성장을 지원해 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디지털 통상전략이 아쉽다.

K-POP의 세계적인 성공은 치열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음원의 생산과 홍보, 판매 등 전반을 일찌감치 디지털화하고,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콘텐츠개발과 혁신 R&D(안무와 콘서트, 뮤직비디오 제작)에 집중한 발 빠른 디지털 대전환 덕분이다. 또한 경쟁이 심하고 규모가 작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 진출을 애초에 고려한 글로벌 진출과 활용 전략이 빠른 성장의 비결이었다(Messerlin & Shin, 2017). 이런 면에서 디지털세 아니 글로벌 법인세는 국내시장 규모가 한정된 우리 기업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제도라 보기 어렵다. 점차 적용기업의 이익률 기준을 지속적으로 줄여 갈 방향이라고 하니, 우리 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크게 돈을 벌어보기도 전에 벌써 기운이 빠진다.

코로나19 시대 디지털 대전환과 글로벌생산분업(GVC)의 변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디지털대전환은 국제통상환경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1990년 초반에 서비스산업을 주력 성장산업으로 전환 완료한 선진국은, 이제는 앞다투어 디지털 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서비스 상품뿐 아니라 기존 제조업의 생산, 유통, 품질관리, 유통, 판매 등 생산의 전단계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그간 글로벌 통상환경에서 효율성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국제생산분업 또는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이하 GVC)의 각 단계의 편익을 재구성하는 등, 미-중 통상전쟁 아래 진행 중이던 GVC의 지리적 재편을 안정성과 소비자 중심 형태로 변화시켜주고 있다.

그림1_다층적 디지털규범의 형성과 한국의 디지털통상 자유화

미래의 GVC는 앞에서 논의된 디지털세(글로벌 최저 법인세)로 인한 비용증가, 미-중 분쟁과 보호무역주의,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안정성이 강조된 형태로 리쇼어링(국내생산), 니어쇼어링(인접국생산), 적정쇼어링 등의 고비용 생산설비가 예상된다. 그러므로 차세대 GVC의 생산단계(Production)의 부가가치는 처음에는 2세대 GVC (WTO출범 초기 동아시아 및 중국 등의 저임금형 GVC)와 1세대 GVC 사이 수준으로 초기 고비용이 반영되어 결정될 수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핵심인 AI-디지털화(빅데이터), 표준화-모듈화(3D기술), 플랫폼화된 기술이 GVC에 접목된다면, 생산과정과 생산 전후 과정이 ‘N’회 반복될수록 생산성과 수익구조가 바뀔 수 있다 [그림2]. 즉, 베타버전의 제품이 출시되고 신속한 업데이트 및 오차 수정에 대한 맞춤형 생산, 품질관리 DB 축적을 통해 GVC의운용 및 관리혁신(Organizational Innovation via Technical Innovation)이 내재화되는 생산성 증가효과에 따라 스마일커브의 밑단 영역의 부가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그간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글로벌 분업을 통해 비용감소를 추구하던 생산파트가 이익 증대의 구간이 될 수 있다. 1) 자동 및 지능화된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통합관제 시스템, 2) 모듈러 디자인 설계 방식의 부품과 솔루션으로 표준화된 생산방식의 적용은 신속하고 유연하게 시장의 다양성과 고급화에 대응 할수 있도록 하여, 이익창출의 개념으로 전환된다. 소위 베타버전 이후 맞춤형 R&D의 역할을 제품과 연결된 소프트웨어나 앱을 통해 소비자의 피드백으로 계속 진화할 수 있는 시장주도의 혁신형(소위 W형) 디지털 GVC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림2_코로나19 시대 3세대 시장주도형 혁신(W형) GVC 수익구조 변화 가능성

이러한 새로운 생산구조에서는 시장학습과 소비자 고급화(안전성, 친환경, 디자인 등, 새로운 소비자의 니즈)에 대한 피드백이 혁신의 원동력과 부가가치로 치환되기 때문에, 그 생산기지의 AI 기술과 디지털생산의 운용 여부 및 시장(소비자)요소가 효율성만큼이나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생산 이후 단계의 부가가치를 결정하는 유통, 판매 및 서비스 부분의 부가가치는 생산제품이 얼마나 생산과 생산 이후에도 디지털화 또는 서비스화가 되었는가에 따라 더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가령, 제조품의 디지털화에 가장 큰 어려움은 고급 소비자를 확보하는 방안과 제조업의 서비스화(가령, 구독경제) 과정에서 장벽이 될 수 있는 규제이다.

서비스업의 구독경제와는 달리, 제조업 구독경제의 해외진출과 GVC 참여를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는 여러 도전과제가 존재할 수 있다. 예컨대, 상품과 서비스가 묶여서 판매되거나 결합된 형태인 경우, 이러한 상품에 대한 분류는 각국의 자의적 해석과 이에 따른 규제정책이 문제가 될 수 있다(Miroudot & Cadestin, 2017). 그러므로 과거보다 서비스와 결합된 상품의 첨단 ICT 제품(핸드폰, 컴퓨터 등 최신 가전제품과 소비자의 데이터를 통해 진단하는 헬스 및 의료기기 등), 각종 구독경제 상품은 법인세나 디지털세 등의 명시적인 국경세보다 다양한 비관세장벽(표준, 인증, 관련 정책 및 규범)과 그 형태의 변동성에 취약할 수 있어 관련 규범의 국제협정을 통한 제도화 및 표준화가 중요하다.

코로나로 가속화된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는 이 GVC의 지리적 재편에 있어서도 비용에 대한 혁신적 사고와 함께, 중장기적이고 시장혁신적인 이익을 같이 고려하는 혜안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GVC의 지리적 재편을 결정할 때, 미-중 통상분쟁이라는 외생적 요인과 함께 GVC 자체에 영향을 끼치는 생산의 디지털 및 자동화 정도와 그 관련 법제도와 소비시장 및 비즈니스 환경 등, GVC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내생적 요인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제 글로벌 기업의 GVC 재편에 중요 고려요인은 주요부품의 안정적인 공급, 소비자와 연결성,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한 디지털 전장비 운용의 용이성 여부이다. 그러므로 모듈화된 부품을 자체 업그레이드시키고, 그 재고를 관리하고 유통할 수 있는 스마트 물류창고, 까다롭고 니즈가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총괄(체험, 관리, 제품 및 콘텐츠 업데이트 등)할 수 있는 센터가 구축 가능한 곳이 차세대 GVC 재편에 용이한 곳(그것이 국내든 국외든)이 될 것이다.

데이터 현지화 금지,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세에 대한 규범은 이러한 차세대 GVC의 지리적 재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상호교호적인 요인이다. 소비자로부터 생성되는 데이터와 피드백을 이익 창출의 재료로 사용하는 이러한 GVC와 총괄센터의 위치선정에 있어 시장주도의 혁신적 니즈를 제공할 수 있는 고급화된 소비시장과 비즈니스 환경이 중시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런 스마트화된 생산과 판매/서비스 총괄센터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산업에 대한 자유화와 해당 GVC 투자국가와의 디지털 통상환경과 규범의 조화 내지 상호인정(mutual recognition)이 매우 중요해진다. 예컨대, FTA협정을 통한 해당 서비스 협정에 대한 양허 및 유보(미래유보)를 확인하고, 신규 비즈니스와 GVC 재편을 위한 양 국간 GVC 협력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절실하다. 지금 당장 전 분야로 확대할 수 없다면 시급하고 진출이 비교적 용이한 분야에 대해 필요한 규범과 양자협력 사항에 대한 검토작업을 통해 산업별 협력(가령, 한-미 6G 기술협력)을 추진하는 병행 전략이 필요하다.

글을 마치며: 자국우선의 보호주의와 디지털 통상의 디바이드

미국과 EU 등 선진국은 디지털세, 데이터현지화 금지, 개인정보보호 관련 디지털 통상규범을 자국의 형편에 따라 규범 간 상충되지 않는 방향으로 개별적이라도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디지털관련 규범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얻을 수 있는 측면과 받을 수 있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서 대응책을 준비하되, 디지털 통상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규범과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우리는 글로벌 법인세가 디지털세를 포괄하는 글로벌 규범으로 확정되어 대체하는 시간을 넋 놓고 기다리기 보다는, 디지털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아직 우리 통상산업 구조가 제조업 중심임을 고려할 때, 디지털 서비스가 주된 수익원인 디지털 기업과 디지털을 활용하는 기업(디지털 콘텐츠와 디지털 전장을 활용하는 기업)을 구분하여 차등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적절해 보인다. 제조업-서비스업이 결합된 기업의 경우(예로 구독경제), 디지털 서비스를 탑재한 제조상품 판매와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이익률이 개별 적용될 수 있도록 원칙을 제시하여 기술적으로 정교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 이러한 세금 산정에 대한 기술적 부담을 우리 기업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세금산정 등의 실무도 디지털화하여 사용자 입장에서 이중과세 등에 대한 보상(원천징수 및 지원공제 또는 환급)이 손쉽게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향후 디지털 관련 세금에 대한 제화가격의 상승에 대응하고, 국경세에 대한 기업의 행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편, 글로벌 규범 협상에 대한 접근으로, 위와 같은 국내 제도와 디지털 기업에 대한 구분 및 표준(인증)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므로 규범을 적극적으로 선도할 필요가 있다. 별도의 서비스 및 디지털 개별 협정으로 대응하는 것이 부담이라면, 기존 양자 기술(디지털) 협력이나 FTA와 같은 통상협정 틀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 준비된 우선순위 분야를 정하여 국가-분야별로 쪼개고 모듈화하여 개별협상을 진행하고, 향후 관련 협정을 확장(FTA 신규 체결이나 FTA 개정협상)할 때 부속서로 첨부시키는 방법이다. 이를 바탕으로 같은 수준의 협정과 분야를 묶어서 복수 국가 및 다자협상으로 총괄 정리하여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급변하는 디지털 관련 규범을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

디지털세냐 글로벌 최저 법인세냐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제품이 아닌 기업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착상이다. 이 배경에는 조세회피에 대한 공정성 차원에서 정당성과 함께 자국우선주의적 사고 방식이 자리잡고 있어, 국경을 초월하여 활동하던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과 해외투자를 통한 무한자유주의에는 재갈이 물렸다. 이면에는 코로나19 불황과 저성장 시대에 세수 확보를 위한 정부의 재정확보와 신산업정책이 있고, 근본적으로는 정치적으로 가장 큰 과제인 불평등과 일자리 창출이 있다. 국내 소비자로부터 이윤을 얻는 소비재 기업이든 디지털 서비스 기업이든 국내에서 활동하지 않는다면 이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세가 되고 있다.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의 유턴과 해외기업과 국내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환경을 장려한다는 취지는 좋은데, 정말 정부가 세수 확보와 국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수는 늘릴 수 있을지언정, 결국 두 종류의 세금은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글로벌 기업의 하위 협력기업 또는 소비자에게로 그 조세 부담이 돌아갈 공산이 크다. 또한 국내로 돌아올 수 있는 기업은 생산의 자동화와 국경세로 인한 비용과 인건비에 대한 셈을 마친 경우일 것이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삶이 각박해진 서민의 지갑만 더 얇아질 뿐이고, 불평등 문제가 심화될 여지가 크다. 선진국의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고래 등에 새우 등 터지는 개도국 정부와 기업이 안쓰럽다. 자국우선주의와 보호주의 하에서는 힘 있는 국가는 유리하다. 그나마 힘이 부족하더라도 시장의 규모 또는 기술력이 있는 국가와 기업은 살아갈 수 있는 일말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나마도 글로벌 공급망의 허드렛일을 담당하던 개도국의 일자리와 자체 기술도 없는 대부분의 개도국 기업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2.이러한 논리는 시장 왜곡을 감수하고도 추진한 최저임금 정책으로 가장 손해를 본 그룹이 누구였는지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벤처기업이 국내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버둥거리다가 이제 갓 해외에서 실적을 내려고 하니, 법인세, 디지털세, 환경세와 같은 통행세가 기다리고있어 해외사업이 부담스럽다. 자국우선과 보호주의적 관점에서 정부가 직접적으로 시장을 손보겠다는 발상으로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코칭스태프이지 시장을 주도하는 선수가 아니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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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U.S. Senate. (2021). “Subtitle C—Digital Technology And Connectivity” in S.1169 - Strategic Competition Act of 2021: www.congress.gov/bill/117th-congress/senate-bill/1169/text (2021년 8월 접속).
  • 2 그러므로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포용적 디지털 통상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디지털 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국내 협력정책과 한국의 대 개도국 디지털통상 관련 경제·개발 협력은 우리의 디지털 통상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적이고 다각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정부가 디지털 통상과 규범 협상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확보하고, 한국의 디지털 강국 실현을 앞당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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