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현실 세계가 융합하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 XR에 대한 투자와 정부 지원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XR 정책 지원 활동과 메타버스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국내 XR 산업과 메타버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배경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융합하는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게임 등 유희적 활용을 넘어서 제조, 교육, 유통, 의료, 공공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적용 범위가 확대하고 있으며, 창작자(Creator)들에게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새로운 콘텐츠 창작 기회와 시장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인터넷의 미래로 전망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페이스북(Facebook)은 향후 5년 내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회사에서 메타버스 회사로 전환할 것을 목표하며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는 자사 클라 우드와 협업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기업용 메타버스 솔루션을 공개하였다. 중국 텐센트(Tencent)와 알리바바(Alibaba)는 다수의 메타버스 상표 신청을 시작했으며, 바이트댄스(ByteDance)는 중국 VR 헤드셋 출하량 1위 기업인 피코(PICO)를 인수하였다.
메타버스는 그동안 독립적으로 발전되어 왔던 XR(eXtended Reality), 인공지능(AI),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디지털트윈(Digital Twin)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서로 복합 연계되면서 구현된다고 볼 수 있다1. 시각적인 체험에만 머무르던 XR은 이러한 융복합 기술 발전을 통해 실시 간으로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한 지능적/맞춤형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며 더욱 몰입감이 높고 현실같은 가상융합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안경처럼 늘 착용가능한 형태의 XR 기기가 나온다면 현실-가상 융합 경험은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고에서는 메타버스 구현 핵심 기술인 XR을 중심으로, XR 선진국인 미국, 유럽, 영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주요국의 XR 정책과 메타버스 관련 동향을 살펴본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메타버스 시장 활성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주요국 XR 정책
① 미국 : 공공 분야 XR 기술 개발·활용 지원 및 미래 핵심 기술로 인식
미국은 범부처 ICT R&D 프로그램인 NITRD(Networking and Information Technology Research and Development)2의 CHuman(Computing-Enabled Human Interaction, Communication and Augmentation) 개발의 일환으로 XR 연구를 지원해왔다. XR-AI 융합 교육, 가상 재난 체험, 가상 전장 환경 구축 등 교육, 공공안전, 국방 분야 등의 XR 개발·활용 연구가 진행되었다.
민관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중소기업 R&D 지원정책인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프로그램은 교육부, 교통부 등 부처 필요를 반영한 중소기업의 XR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대기업과의 협력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 육군은 금년 4월에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약 12만 대의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기기3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4.
과학경쟁력을 선도하기 위한 XR 연구 지원도 추진 중이다. 국립표준기술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는 스마트 제조, 화재 대응, 공공안전을 위한 XR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도 XR 공간에서의 소비자 행동을 비롯한 다수의 XR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소프트, 오큘러스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XRA(XR Assoication)는 XR와 AI의 기술 발전 시너지, XR을 통한 메타버스 구현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XR이 향후 미래 경제와 사회 발전의 핵심적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에 XRA는 미국의 주요 경쟁국인 중국이 XR에 적극 투자하는 상황에서 미국도 XR 투자를 늘릴 필요성을 주장하며, 미국 혁신경쟁법안(USICA: 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of 2021)의 핵심기술분야(Key Technology focus areas)에 ‘몰입형 기술(Immersive Technologies)’을 명시할 것을 제안하였다5.
실제 금년 6월에 미국 상원에서 가결된 혁신경쟁법안은 미국이 과학기술 리더십을 유지해야 하는 10대 핵심기술분야(Technology focus areas)에 ‘몰입형 기술’을 포함하였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내 기술혁신국(Directorate for Technology and Innovation)이 신설되고, 10대 첨단기술 분야의 과학 진흥 업무를 위해 5년간 290억(약 34조 원) 달 러가 투자될 계획이다.
② 유럽 :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XR 기술 개발 및 융합 확대
유럽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된 EU R&D 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을 통해 의료, 제조,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XR 프로젝트를 지원해왔다. 또한, 2018년 EU 지원으로 설립된 ‘XR4ALL’은 1,000여 명 전문가로 구성된 XR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 XR 솔루션 개발 지원, XR 연구 우선순 위 식별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호라이즌 2020 후속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2021-2027)’은 사회문제 해결을 통한 신기술 개발/공유, 사회전반에 혁신 솔루션 도입, 혁신솔루션의 시장도입/창출 강화, ERA6 내 Horizon Europe 영향력 증가를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운영되는 5개 클러스터의 워크 프로그램(Work Program)은 건강, 안전, 산업, 식량, 기후 등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XR, AI, 디지털 트윈 등 디지털 신기술 개발 및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표 1 참조].
중장기적 XR 연구 지원과 함께 유럽 XR 생태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특히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 XR 기업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7. 2021년 10월,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분야의 경쟁력 확보 를 위해 향후 5년간 유럽(EU)에서 1만 개의 고급 기술 일자리(High-skilled job)를 창출할 계획을 밝혔다8.
③ 영국 : XR과 산업 융합을 통한 산업, 사회, 문화적 가치 창출 지원
영국 정부는 ‘디지털전략 2017(UK Digital Strategy 2017)’, ‘산업전략백서(UK’s Industrial Strategy)’, ‘창의산업 분야의 합의(Creative Industries Sector Deal)’전략에 미래 중요 기술로 XR을 포함하였다. 2018년 이노베이트 UK(Innovate UK)는 “영국의 실감경제(The Immersive Economy in the UK)”보고서를 통해 여러 산업에 XR기술을 접목하여 산업, 사회, 문화적 가치를 창출할 필요성 을 강조하였다.
2018년 시작된 창의산업 클러스터 프로그램(The Creative Industries Clusters Programme)은 5년간 1억 2천만 파운드(약 1,900억원)을 투자하여 타 산업 분야와 XR 등 디지털 기술 융합 지원을 위한 9개 클러스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XR 산업 분야 주요 기금과 지원처에 대한 주요 내용은 [표 2]와 같다.
④ 일본 : XR 융합 확대 지원 및 가상공간 비즈니스 확대 방안 조사
일본은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 Society 5.0, 과학기술혁신종합전략(내각부), 미래투자전략(미래투자전략회의), 2030년 미래를 맞는 기술전략(총무성), 산업기술비전2020(경제산업성) 등 일련의 국가전략에서 미래 사회 준비를 위한 XR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련 산업 지원 방안을 제시해왔다.
2021년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가상공간과 일상 생활의 융합을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로 인식하고 가상공간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과제와 정부 역할 조사를 위한「가상공간의 앞으로의 가능성과 과제에 관한 조사 분석 사업 보고서(이하, 가상공간 보고서)」를 발표하였다9.
본 보고서는 조사 범위를 ‘많은 인원이 참가 가능하고, 참가자가 그 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인터넷상에 구축된 가상의 3차원 공간’에서 일어나는 비즈니스 활용으로 한정하였다. 가상공간 내 서비스나 플랫폼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주로 조사하되, ‘메타버스’도 조사 범위에 포함하였다[그 림 1 참조].
전문가 공청회를 통해 파악한 가상공간 비즈니스 확대 저해 요인은 가상공간 비즈니스에 대한 법·가이드라인의 미비, VR HMD(Head Mounted Display) 가격 및 서비스 유료화 문제, XR 기술자·콘텐츠 부족, VR 기기의 성능 부족과 피로감 등 사용성 문제, 가상공간 등의 표준화 이슈 등이 조사되었다.
가상공간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서는 일반 소비자 확보가 중요하며,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의 VR 기기 및 콘텐츠 보급, 고급 XR 인재 육성 등이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관련 사업자들은 정부 역할로 ‘시장 확대 지원’, ‘사업자 직접 지원’, ‘규칙 제정’을 요구하였으며, 가상공간 비즈니스 시장이 초기 단계 임을 고려하여 ‘시장 확대 지원’의 우선 검토를 요망하였다[표 3 참조].
⑤ 중국 : XR 산업 선도를 목표로 다양한 분야의 XR 활용과 생태계 구축 지원
중국은 2016년 ‘제13차 5개년’ 정보화 계획을 시작으로 정부부처 및 지방 정부에서 VR·AR 등 XR 산업 발전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 부처는 지도 정책을 통해 XR 산업 발전 지원을 위한 중점 과제를 제시하였으며, 지방 정부는 산업단지 및 연구소 구축 등 XR 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표 4 참조].
현재 중국 정부는 게임 규제 강화, 메타버스 투자 경고 등 메타버스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XR 산업 정책 지원, XR 기기를 포함한 다양한 소비자 기기 생산 역량, 텐센트, 알리바바 등 소셜/상업 플랫폼 입지, 5G와 AI 분야 서비스 경쟁력이 빠르게 결합되면 향후 메타버스 시장에서 중국이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10.
시사점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핵심기술로서 XR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XR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매개기술(Interface)로서, 현실과 가상세계가 공존하며 몰입감 높은 가상융합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메타버스 구현을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과 경제 활동 공간을 확장하고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기회들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주요국들은 미래 중요기술로서 XR을 선정하고 미래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중장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디지털 전환, 사회 문제 해결, 가상공간비즈니스 활성화 측면에서도 XR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한국도 2016년 “9대 국가전략”을 시작으로 2020년 “VR·AR 분야 선제적 규제 혁신 로드맵”, “가상융합경제 발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XR 기술 개발과 산업 활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을 확대해왔다. 이제 메타버스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선제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메타버스 시대 구현을 위한 “XR+” 융합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XR은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통해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지능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메타버스 구현이 가능해진다. 기술 간 심층 융합을 지원하고 상용화 잠재력을 갖춘 응용 기술의 연 구·개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유럽은 건강, 안전, 산업, 식량, 기후 등 중요 이슈 해결을 위한 XR, AI, 디지털 트윈 등 여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XR과 AI 등 다른 기술 분야 간 협업, 융합 기술 교육 등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보여주기”식의 소규모, 일회성 체험 전시를 지양하고 “쓸모”의 기준으로 메타버스의 가치와 장점을 극대화해 잠재적 상업화 및 수익 창출 능력을 갖춘 혁신적 활용 사례를 탐색·발굴해야 한다. 가상현실 등 XR 기술은 주로 게임, 공연, 전시 등 활용을 통해 시각적 효과의 이점을 강조해왔 다. 최근 제조, 교육, 의료,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XR, 메타버스 활용이 늘어가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2D를 3D로 구현하는 시각적 전환에 머무른다면 이용자의 지속 사용 및 파급효과가 제한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군이 XR을 활용하는 가상 군사 훈련 체계를 도입하면서 최우선에 둔 것은 현장 군인 들의 피드백(feedback)을 철저히 반영하는 이용자 수요 중심의 접근법이었다. 산업 현장의 업무 절차 및 이용자 수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도입·활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메타버스 발전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이슈, 장애요인의 적시 탐지 및 대응이 필요하다. 일본은 가상공간에서의 비즈니스 활동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관련 장애요인과 활성화 방안을 조사한 바 있다. 한국도 메타버스 경제·사회·문화 포럼과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운영을 통해 메 타버스 발전에 따른 정책 이슈, 산업발전의 장애요인 파악과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 세계가 긴밀히 연결되어 갈수록 새로운 서비스와 함께 예측치 못했던 이슈들이 등장할 수 있다. 적시 파악 및 합리적 대응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신뢰하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 환경이 마련 되어야 한다.
2 NITRD 프로그램은 미국 연방정부의 각 부처·기관이 담당하는 ICT 연구개발 활동을 조정
3 머리에 착용하는 고글형태로, 열 화상을 통한 적군 식별, 지도/나침반 등 지리정보 제공 등을 통해 전투병의 생존 가능성 및 전투 효율 향상 기대
4 향후 10년 동안 12만대를 공급하는 계약으로, 계약금액은 최대 218.9억 달러(약 25조원) 규모
5 XR Association, “The integrated technology landscape of the future and the synergistic effect of immersive technologies”; XR Assoication, “XRA Letter of Support”, 2021.4.22. - 본 문서에서 XRA는 몰입형 기술을 총칭하는 용어로 XR 사용(immersive technologies (collectively known as “X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