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 펜데믹 발생으로 비대면 경제가 확산되면서 디지털 전환이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2000년 이전에는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전환하는 전산화(Digitization)가 중심이 되었고, 2010년까지는 디지털 데이터를 토대로 비용 절감과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성 개선을 추구하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중심이 되었다면, 최근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디지털 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 총체적인 비즈니스 혁신을 추구한다.1) 즉, 과거의 전산실처럼 지원부서 역할에 머물던 디지털 기술이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컨설팅 기업 및 국제기구들이 디지털 전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대체로 디지털 전환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조직, 전략, 소통 체계 등이 탈바꿈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이러한 디지털 전환의 발전 수준 또는 성숙도가 얼마나 진전되었는지를 진단 및 측정하는 지표 연구도 활발히 수행되기 시작하였다. 디지털 전환을 진단하는 지표 프레임워크 도출 연구들은 크게 거시적·하향식(Top-down) 관점과 미시 적·상향식(Bottom-up) 관점의 연구들로 구분된다. 이 글에서는 국가 단위인 거시적 관점의 디지털 전환 지표 연구 사례들을 먼저 살펴보고, 다음으로 기업 단위인 미시적 관점의 지표 연구들을 리뷰해 보도록 하겠다.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의 양적 지표들은 상호보완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만, 디지털 전환의 질적 변화를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음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2. 거시적 관점(국가 단위)의 지표 연구 사례
1) 개요
거시적·하향식(Top-down) 관점의 연구들은 디지털 경제에 해당하는 산업들을 정의하고 이들 산업의 매출액, 고용, 연구개발 투자 등을 조사하거나, 또는 국가 전반의 디지털 접근성, 기술 및 인적자원 역량, 제도・규제・사회적 신뢰 등과 같은 광범위한 지표들을 수집해 평가한다. IMD, WEF, OECD 등 국제기구 및 연구기관들이 거시적 관점의 조사를 주도하여 정기적으로 결과를 공표한다.
2) IMD의 World Digital Competitiveness Ranking(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
《세계경쟁력순위(World Competitiveness Ranking)》 보고서 발간으로 유명한 IMD 경영대학원은 2016년부터 디지털 전환에 특화한 경쟁력 지수를 추가로 신설해 매년 발간하고 있다. 동 지수는 지식(Knowledge), 기술(Technology), 미래준비도(Future Readiness) 등 3개 요인으로 구성되며 각 요인은 다시 관련된 9개 세부요인들(지식–인재, 교육훈련, 과학집중도; 기술–규제, 자본투자, 기술프레임워크; 미래준비도-적응적 태도, 비즈니스 민첩성, IT통합)로 구성된다. 전체적으로 32개의 정량적 데이터와 20개의 정성적 데이터를 수집 및 종합하여 3대 요인별 순위 및 종합 순위를 도출한다.
미국, 홍콩, 스웨덴, 덴마크, 싱가포르, 스위스, 네덜란드, 대만 등이 최상위에 속하며, 한국은 순위가 꾸준히 상승하다가 2021년 소폭 하락해 12위를 차지하였다. 한국은 미래준비도 요인이 5위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인터넷쇼핑, 온라인 참여도, 로봇 밀집도, 전자정부, 연구개발 투자, 특허 등록 수 등이 세계 최상권에 해당한다. 한국은 IMD의 종합적인 세계경쟁력순위 보고서에서 23위를 달성한 것과 비교해 보면 디지털 경제의 경쟁력이 더 우위를 보임을 알 수 있다.
3) 포튤란연구소의 Network Readiness Index(네트워크 준비도 지수)
IMD와 함께 국제경쟁력 평가로 유명한 세계경제포럼(WEF)은 2002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의 디지털 역량을 평가해 《네트워크 준비도 지수(Network Readiness Index: NRI)》 보고서를 발간해 왔는데, 2016년에 발간을 중단했다. 이에 NRI를 발간하던 저자들이 독립하여 포튤란연구소(Portulans Institute)를 미국 워싱턴에 설립하고 2019년부터 다시 NRI의 발간을 재개하였다.
NRI는 기술, 인재, 거버넌스, 영향력 등 4대 요인에 대해 각각 3개씩의 세부요인으로 지표 프레임워크를 [그림 1]과 같이 구성하고, 이를 총 60개의 구체적인 지표들로 구현한다. 60개 지표를 종합한 2021년 점수에서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미국, 핀란드, 스위스, 싱가포르 등이 최상위를 차지하였고, 한국은 12위를 차지해 IMD의 평가와 동일한 순위를 달성하였다. 한국은 인재 부문이 1위에 해당하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기술, 거버넌스, 영향력 부문은 17~20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4) OECD의 디지털 전환 측정(Measuring the Digital Transformation)
OECD는 통합적인 디지털정책 프레임워크(Digital Integrated Policy Framework)를 제시했는데, 네트워크 접근성 강화, 디지털 기술의 효율적 사용, 혁신 촉진, 양질의 일자리 보장, 사회번영 촉진, 신뢰 강화, 시장 개방성 촉진 등 7개의 상호 연관된 영역을 포함한다. OECD의 Going Digital Tookit 사이트(https://goingdigital.oecd.org)에서는 7개 영역에 걸친 33개 주요지표를 시각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OECD는 GDP를 측정하는 국민계정에 디지털경제 위성 계정의 개념적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디지털 방식으로 거래되는 물리적 제품・서비스 등을 포괄한다.
3. 미시적 관점(기업 단위)의 지표 사례
1) 개요
미시적·상향식(Bottom-up) 관점은 기업 단위로 디지털 전환을 측정하고 이를 합산해 나가면서 산업별·국가별 디지털 전환 수준을 집계하는 방식이다. IT산업과 전통산업을 포괄하는 모든 산업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이 적용되는 공통 활동들을 대상으로 평가를 수행하기도 하고, 또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별 특성이 상이하므로 산업별로 특화된 디지털 전환 평가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기도 한다.
기업 단위의 정보화 수준 조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국의 10인 이상 기업체를 대상으로 정보화 현황을 조사하는 정보화 통계조사가 대표적인데, OECD는 회원국들의 기업정보화 조사 결과를 취합해 디지털경제 전망보고서(Digital Economy Outlook)를 정기적으로 출간한다. 그런데, 이러한 공식 통계는 각 기업들이 광대역 네트워크, 홈페이지 구축, ERP, CRM,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 각종 디지털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지 또는 아닌지(Yes or No)의 여부만을 단순 집계할 뿐이다.
이처럼 단순히 각종 디지털 기술의 채택 여부만을 조사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기술을 통해 기업의 다양한 측면의 비즈니스 역량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개선되었는지를 평가하려는 시도가 컨설팅 기업 및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도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BCG는 고객 여정, 디지털 공급망, 마케팅 개인화 등 36개 범주에 걸쳐 디지털 전환 준비도를 측정하는 ‘디지털가속지수(Digital Acceleration Index: DAI)’를 개발하고, 8천 개 이상의 기업의 디지털 성숙도를 평가하였다(https://dai.bcg.com/). 또한 IT 기업인 Dell은 ‘Digital Transformation Index’를 개발하고, 18개 국가의 13개 산업에 걸쳐 4,300여 기업의 디지털전환 수준을 평가한 결과를 2016년, 2018년, 2020년 등 격년 단위로 발간하고 있다. 아쉽게도 BCG, Dell 등 글로벌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조사에 한국 기업들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유일하게 시스코가 수행한 조사에서만 우리 기업들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었다. 국내에서는 삼성SDS, SK C&C 등의 시스템통합 기업들이 기업 단의의 디지털 전환 평가지표를 개발했지만 조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고 산업연구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등 공공기관들이 조사연구 결과를 공표하고 있다. 이에 공개된 연구들을 여기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2) 시스코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소기업의 디지털 성숙도 조사
시스코는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에 의뢰해 아태지역 중소기업의 디지털 성숙도 현황을 2019년과 2020년에 조사하였다. 2019년에는 아태지역 14개 국가(호주, 뉴질랜드, 일본, 한국, 중국, 홍콩,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에 위치한 1,340개의 중소기업을 조사했고, 2020년에는 1,424개 기업을 조사하였다. 중소기업이라고 명명했지만, 실제는 50명 이상의 직원을 둔 중기업만을 평가 대상으로 삼아 온라인 설문조사를 수행하였다.
해당 지표는 전략 및 조직, 기술, 프로세스 및 관리방식, 인재 및 역량 등 4대 요인으로 구성된 프레임워크 기반의 디지털 성숙도를 진단하였는데, 이를 4단계 척도로 평가하였다. 조사 결과, 아시아-태평양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선도국가들조차도 2단계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림 4]는 아시아 14개 국가의 순위를 보여주는데, 싱가포르, 일본, 뉴질랜드, 호주는 순위 변동 없이 디지털 관찰자 단계에서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2019년 5위에서 2020년에는 중국에 추월을 허용하며 6위로 밀려났다.
3) 산업연구원의 ‘Smart Industry Readiness Index’
싱가포르 정부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준비도지수’와 ‘인더스트리 4.0 성숙도 지수’를 참조해 스마트 제조로 이행하는 디지털전환 과정을 공정(process), 기술(technology), 조직(organization)의 3대 측면에서 평가하는 ‘스마트 산업준비도지수(Smart Industry Readiness Index, SIRI)’를 개발하였다. SIRI 지수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3개 대부문의 16개 세부 항목에 대한 6점 척도의 평가를 통해 디지털 성숙도 수준을 진단한다.
산업연구원은 이 스마트 산업준비도지수 지표를 채택해 국내 제조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을 진단하였다. 2019년 7~8월 기간 소재기업 93개, 부품기업 123개, 뿌리기업 184개 등 국내 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역시 16개 항목에 걸쳐 6점 척도로 평가를 수행하였다.
조사 결과, [그림 6]에서 보듯이 국내 제조기업의 전반적인 디지털 전환 준비도 수준은 0~5단계 중 1단계를 약간 상회(평균 1.21 단계)하는 초보적인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공정부문의 준비도가 1.49점으로 가장 높고, 기술부문(1.11점)이 가장 낮았다. 공정부문은 운영과 공급사슬에서 응답 기업의 44% 정도가 1단계(개념정립) 수준에 머물렀고, 기술부문은 생산현장 위주의 자동화와 연결성 추진이 주를 이루었으며, 조직부문은 경영자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식은 제고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전략 수립, 장기적 비전과 로드맵의 구축 차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업종별로는 소재업체의 준비도(1.40점)가 가장 높고, 부품업체의 준비도(1.35점)가 그 뒤를 잇고, 뿌리업체의 준비도(1.03점)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4)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디지털전환 현황’ 평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제조업 11개, 서비스업 7개 등 18개 산업을 선정하고 SW융합 활동을 수행한 기업을 대상으로 일반현황, SW인력현황, 기술현황과 더불어 디지털전환 현황과 데이터 분석역량 등을 2019년과 2020년에 조사·분석하였다.
디지털전환 현황 평가는 설문조사에 응한 기업 중에 디지털전환을 추진 중(13.4%) 또는 계획 중(2.7%)이라고 응답한 16.1%의 기업만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기업들이 디지털전환을 추진 및 계획하는 목적은 [그림 7]에서 보듯이 업무 효율화가 58.6%로 가장 높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20.5%), 고객 경험/서비스 개선(9.9%), 서비스 포트폴리오 개선(6.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제품/서비스 혁신, 공정혁신, 비즈니스 모델 혁신, 데이터 혁신, 조직문화 등 5개 분야에 대해 5단계 척도로 평가하였다([그림 8] 참조).
4. 시사점 및 한계
1. 애플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 ATT)” 정책
이상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3개의 거시적 지표와 3개의 미시적 지표 연구 사례를 살펴보았다. [표 1]은 6개의 지표의 특징과 차이점을 간략히 정리하였다.
국가 단위의 거시적 지표는 세계 순위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고, 국가의 기술역량, 인적자원, 제도·규제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자원과 비즈니스 환경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기존의 경제지표 및 국가경쟁력 지수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두루 포함시켜 지수를 작성하다 보니 디지털 전환을 너무 광범위하게 정의하게 된다. 실제로 [그림 9]의 사례에서 보듯이 거시적 지표는 해당 국가의 1인당 GDP와 상관관계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전반적인 산업정책에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지표가 포괄하는 영역이 너무 넓어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디지털 전환 정책을 도출하기에는 유용성이 떨어진다.
기업 단위의 디지털전환 지표는 단순히 디지털 기술 수용 여부에 대한 측정을 넘어 이를 활용해 기업의 비즈니스 수행방식이 얼마나 혁신되고 고도화되었는지를 대개 5단계의 질적(qualitative) 척도를 이용해 평가한다. 한국에서는 SW융합실태조사의 디지털전환 지표와 산업연구원의 스마트산업지수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시스코의 조사가 한국 기업들의 디지털 성숙도 수준을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평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 단위 지표의 또 하나의 유용성은 개별 기업들이 조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가 있고, 이를 통해 유용한 피드백을 받아 자사의 디지털 혁신전략 수립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BCG나 Dell사의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상시적으로 온라인 설문문항이 제공되고 있어 문항에 응답하면 자사의 디지털전환 수준의 상대적 위치를 부문별로 진단할 수 있게 해 준다.
다만 기업 단위의 디지털 전환 진단 연구가 아직 초기단계이다 보니 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에 따라 지표를 구성하는 요소가 천차만별이고, 아직은 이들 요소들이 기술적 측면이나 공정혁신에 편중되거나, 산업적으로는 제조업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 기술혁신과 공정혁신에 치우친 지표를 넘어 제품혁신, 마케팅혁신, 조직혁신 등 기업 혁신의 다양한 요소들을 포괄할 수 있는 통합적인 지표의 개발이 향후 기대된다고 하겠다.
참고문헌
Dell Technologies(2020). Digital Transformation Index 2020.
Dutta, S. and B. Lanvin(2021). The Network Readiness Index 2021. Portulans Institute.
IDC(2020), IDC-Cisco 2020 Asia Pacific SMB Digital Maturity Study. Cisco.
IMD(2021). IMD World Digital Competitiveness Ranking 2021.
OECD(2019), Measuring the Digital Transformation: A Roadmap for the Future, OECD Publishing, Paris.
OECD(2020). A Roadmap toward a Common Framework on Measuring the Digital Economy.
OECD Going Digital Toolkit, .
OECD(2020), OECD Digital Economy Outlook 2020.
Singapore Economic Development Board(2020). The Smart Industry Readiness Index.
과학기술정보통신부(2021). 2020 ICT실태조사.
박성순·조광섭(2021.6.16), Digital Transformation의 성공적 시작, 인사이트 리포트, 삼성SDS, https://www.samsungsds.com/kr/insights/dta.html(2020.9.30. 접속)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2021). 2020년 SW융합 실태조사.
이상현ㆍ고대영ㆍ이동희ㆍ이순학(2020).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국내 제조혁신역량 분석과 정책과제. 연구보고서 2019-912. 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