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어떤 주체가 추진하는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애로와 성과를 담보하는지,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디지털 전환의 수준을 측정하고 성공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에, 주요국과 기관들은 앞 다투어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지수들을 제시하고 국가 단위의 수준 측정을 진행한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기관별로, 국가별로 제시하고 있는 측정의 기준이라는 것은 모두 상이하다. R&D, 특허 등 기술역량이 중시되는 지수, 연결성, 모바일 브로드밴드 등 인프라가 중시되는 지수, 인적자원 등 디지털 전환 역량이 중시되는 지수 등 백 개의 지수가 있다면 백 개의 다른 결과가 존재한다.
이에, 디지털 전환 지수를 논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우리 경제사회가 가지고 있는 지향점이 무엇인지, 어떤 단계를 밟아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합의를 이루어나가는 과정이 먼저 필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전환이 무엇이며, 우리가 디지털 전환을 어떤 과정으로 달성하고, 이를 통해 취하고자하는 결과를 먼저 상정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광범위하게 회자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개념은 주로 세 단계의 구조로 설명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단계로 넘어가는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 Digitalization, Digital Transformation 세 단계이다. 최종적으로는 기술의 발전과 도입, 융합과 혁신을 통한 산업구조의 변화을 통해 어떤 수단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가가 중요해진다.
김승현 외(2021)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혁신시스템의 변화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는데, 디지털 기술 생태계 중심의 변화가 산업 간 융합과 신산업 출현, 기존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성장방식과 가치 창출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나타낸다.
합치된 상(像)은 없지만, 디지털 전환의 최종적인 단계에는 가치를 창출하고 제공하는 방식, 그리고 효용을 느끼는 가치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점이 존재한다. 이 가치가 무엇인지 가치창출과 제공 방식은 또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정의 또한 부재하며, 찾아볼 수 있는 단서는 생태계 차원에서 이 과정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2.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변화
상기했듯이,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수단 도입을 통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변화를 야기한다. 디지털 인프라는 클라우드와 SaaS, 범용기술의 발전으로 물리적으로 또는 화학적으로 기술과 서비스의 작동과 혁신을 원활하게 돕는 역할에서, 기술과 서비스의 도입 수단 자체로 변화한다. 데이터 플랫폼은 단순 축적과 개방을 넘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AI, 데이터 분석 등 기술이 범용화되고 모듈화됨에 따라 원천기술 경쟁력에서 빠르고 효과적인 기술 도입을 통한 혁신의 속도와 아이디어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기술과 비즈니스 생태계의 모습도 바뀌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역동성과 속도, 융합 추세를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 프레임도 변화하고 있으며, 기기·인프라 등 디지털 수단에 대한 접근성뿐 아니라, 활용 역량 제고와 이를 통한 삶의 질 개선 등으로 포용의 개념도 옮겨간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기술 중심의 혁신에서 이를 활용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주체들이 직접 참여하고 디자인하는 형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수 기술기업을 제외한 기업과 개인 대다수가 실질적인 포용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해 디지털 전환의 모습을 같이 그려나가고 체화해 나가는 과정은 중요하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모두가 얽혀있는 거대한 변화로 인해 정부의 역할 또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기존 전자정부 서비스 등 공공 부문에서의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에서 디지털 정부, 플랫폼으로서의 정부(Government as a Platform)가 재차 강조된다. 플랫폼으로서의 정부는 디지털화를 공공영역에 도입하여 정부가 열린 플랫폼으로서 이해관계자들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혁신기술을 도입하여 공공부문의 디지털 서비스를 창출하고, 민간의 디지털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공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디지털을 위한 설계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핵심적으로는, 공공부문의 범위(scope)와 복잡성(complexity)를 감안하여 서비스별 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혁신생태계의 다양한 행위자들의 상호작용과 협력적 거버넌스를 촉진하는 정부 내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는 것이다. (KAIST, 2020.12)
OECD가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전환 정책목표 조사에서 디지털 정부 강화가 중요한 이슈로 여겨지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반면, KISDI에서 수행한 디지털화 관련 전문가 조사한 디지털 정책목표의 순위는 OECD 순위와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는데, 디지털 기술 혁신 촉진과 활용 촉진, 디지털 전환을 위한 스킬 개발 등 기업과 개인 측면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목표지향성이 강하다. 이는 아마도, 우리는 이미 통신 인프라나 디지털 정부 측면에서는 경쟁우위가 있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 수요가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와 기업, 개인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더 정확한 현황진단과 디지털 전환의 연착륙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해서 디지털 지수는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지에 대해 논의 해보겠다.
3. 디지털 전환 관련 지수 검토
현재 각자의 공신력을 쌓아가고 있는 디지털화 관련 지수들을 살펴보면, 생태계 중심성에 지향점을 두고 있는 프레임은 미흡해 보인다. 이는 아마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어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대다수의 국가들이 인프라 구축과 기술혁신, 도입의 초기단계에 처해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생태계 중심성이라는 것을 측정할 수 있는 합의된 상이나 도달 기준 등도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다수의 디지털화 관련 지수는 기업의 디지털 수단 도입과 혁신 수준, 경쟁력을 국가 단위로 측정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요 기관의 지수를 살펴보자면, IMD의 세계 디지털 경쟁력 지수(World Digital Competitiveness Index)는 기술 변화에 대한 국가의 적응력, 대응력 및 기술개발 능력 평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포튤란스(PortulansInstitute)의 네트워크 준비도 지수(NRI, Network Readiness Index)는 기술(Technology), 인재(People), 거버넌스(Governance), 영향력(Impact)을 측정하는데, 기술사용이 개인,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경제 발전(Economy), 국가의 긍정적인 삶의 질(Quality of life),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기여(SDG contribution)를 기준으로 세분화된다.
WIPO의 글로벌 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는 134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혁신을 자극하여 경제에 기여하는 혁신 투입 및 혁신 활동의 결과물인 혁신 산출로 구성되어 있다. 산출에는 지식 및 기술 산출(지식 창조, 지식 영향, 지식 융합)과 혁신산출(무형자산, 창조적 재화와 서비스 등)이 세부지수로 존재한다.
EU 디지털 경제사회지수(Digital Economy and Society Index, DESI)는 EU가 2015년 디지털 단일시장전략을 발표하면서 EU 회원국과 18개 역외국가를 대상으로 디지털 경제 추세를 식별하고 정책개발에 활용 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또한, 단일시장을 추진하는 가운데에 낙오되는 국가가 없도록 국가 간 경쟁력 격차를 확인하고, 경쟁열위 국가의 열위 분야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과 연동하는 역할도 한다. 인재와 연결성, 디지털 기술 융합, 디지털 공공서비스 네 가지 분야로 프레임이 구성되어 있어, EU가 디지털 전환에서 중시하는 수단과 분야가 무엇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역외국가들과의 비교를 위해 EU는 DESI에서 비유럽권 국가들과 동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부지표들을 선별하여 I-DESI(International DESI)를 별도로 작성, 발표한다.
규제와 관련하여, ITU는 ICT 규제 수준을 측정하는 ICT Regulatory Outlook의 2021년 규제 프레임워크를 융합규제를 중시하는 G5 벤치마크로 개선하고,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려하여 결과를 산출한다.
정부가 디지털 경제 정책 의제를 개발할 필요성에 따라 ITU는 정책 입안자들이 ICT 기반 시설에 대한 자본 지출, 인재 풀의 심화, 혁신 강화, 지역 디지털 산업 진흥, 보다 광범위하게 경제 전반에 걸친 기업의 디지털 혁신 촉진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이에 따라, G5 벤치마크는 물류, 산업화, 농촌 개발 등과 같은 다른 부문의 기관 및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ICT 범위를 뛰어넘는 적극적인 정책 의제를 세팅하는가에 주목한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규제가 더욱 융합적이며 혁신친화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측정 프레임이다.
OURdata지수는 OECD 회원국의 데이터 개방정책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개발되었고, 개방적이고(Open), 활용적이며(Useful), 재사용이 가능한(Re-usable) 데이터 생태계의 수준을 측정하는 지수이다. 이 지수는 기본적으로 공공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공개를 시작으로, 공공데이터셋의 사용, 재사용 및 무료배포를 정부가 장려 하여 비즈니스 창출과 혁신적인 서비스를 촉진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정부 데이터의 가용성, 접근성 및 재사용을 측정한다. 또한 그 성과로서 데이터 흐름을 증가시키고 데이터 독점을 방지하며 AI 등 신기술 기반의 자동화된 의사결정 모델에 정보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한국은 데이터 접근성, 가용성, 공유 및 재사용에 있어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공공 주도로 양호한 데이터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합하자면, 기존 디지털 지수들은 국가 단위의 디지털 경쟁력 진단을 내용으로 변화해가는 디지털 전환의 목표를 반영하여 프레임을 구성하고 있다. 단순한 경쟁력 측정과 비교가능한 데이터의 제시뿐 아니라 디지털화의 경제사회적 영향, 생태계가 참여하는 융합적 프레임으로의 이행 촉진, 국가 간 비교를 통한 디지털 격차 감소, 데이터의 공유와 재사용 등 디지털 전화이 촉발하는 변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임을 유도한다는 면에서 의미있다. 물론 세부적으로 보자면 네트워크 준비도 지수와 글로벌 혁신지수의 경우 지식과 기술의 투입이 실제 성과로 나타나기까지의 시차가 상당히 존재하고, 투입과 산출 간의 연관성을 충분히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 등 한계가 있지만, 어떤 것이 성과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단초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들여다볼 만하다.
4. 우리 디지털 전환 현황 진단 및 시사점
그렇다면, 우리 디지털 전환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위에서 검토한 기존 지수의 모든 결과와 세부지표들을 열거하고 한국의 현황을 도출하는 것은 본고에서는 한계가 있으므로, 간다하게나마 디지털 전환 지수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세부지표들을 선별하여 현재 한국의 현황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위에서도 계속 언급했지만, 생태계 주체들의 참여와 공통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상은 디지털 전환 지수 수립에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문제이므로, 본고에서 이를 담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에, 앞서 본 디지털 전환의 정책목표들과, OECD(2019)가 제시한 혁신의 조건, 즉, 스타트업 업 규제 감소 등 기업가 정신 촉진, R&D, 무형자산, 정부개방 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 지원, 개방적 시장환경과 다양한 자금 선택지 제공 등을 고려하여, 디지털 지수의 프레임을 다음과 같에 제시한다. 더불어, 기존 국가 간 비교에 활용된 다양한 세부지표들을 선별하여 G20 국가 중 선진국 9개국(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미국, 호주)과 중국 총 10개국의 국가 간 비교를 통해 한국의 강약점을 도출하였다.
상기한 것처럼 디지털 인프라가 기술혁신과 기업의 도입과 연관성이 높아지고,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으로 활용되는 한편, 인프라 위에서 어떤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활용도가 얼마나 높아지는가도 인프라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즉, 인프라와 기술, 서비스가 전례없이 융합되고 상호작용하는 현상이 나타나며, 어떤 서비스가 어떻게 제공되고 활용되는가, 즉 전달과 활용체계의 접근성, 용이성, 그리고 제공가치는 경제사회적 효용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의 협업과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데이터와 클라우드, 모바일 인프라, 융합규제와 정부 데이터 플랫폼, 디지털 스킬을 디지털 인프라로, R&D와 특허, 기업투자 등을 기술투자와 혁신으로, 로봇, 빅데이터, 클라우드 도입과 활용 비중을 기술도입/활용으로, 혁신적 디지털 서비스의 창출을 촉진하는 환경으로 협업으로서 산학협력과 창업요인으로서 신규기업의 시장진입 장벽과 VC 가용성, 제도요인으로 디지털 친화적 제도에 대한 기존 지표를 활용하여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한국의 인프라 사이버보안, 정부 데이터 플랫폼 등과 기술투입 요소들은 모두 수위권에 있으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디지털 스킬을 갖춘 인재는 중위수준으로 조금 더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에서 검토한 디지털 전환 관련 지수 중 GII나 GTCI 등에서 평가한 전반적인 인적자원은 매우 우수한 편이어서, 이 인적자원을 디지털 전환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R&D와 특허, 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투자 촉진, 벤처캐피털 등 혁신투입 여건이 우수하며, 디지털 융합 추세에 부합하는 융합규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다. 단, 혁신기업들의 시장진입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제도적 친화성이 제고되어, 실제로 시장에서 혁신이 활발하게 성과화되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한국은 그간 우수한 인프라에 비해 기술활용이나 혁신 분야에서의 경쟁력이 다소 저조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으나, 로봇활용도는 비교대상국 중 1위, 클라우드 활용 및 분석 역량은 4위로 나타났다. 이 지표는 2020년 IMD의 세계 디지털 경쟁력 지수의 ‘기업의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빅데이터와 분석역량’을 묻는 서베이데이터를 활용한 것으로, 위에서 본 OECD의 2018년 통계처럼, 한국의 빅데이터 도입 비중이 기타 OECD 국가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나 기업의 역량은 우수하며, 코로나19 이후 국내의 빅데이터 활용도도 대거 제고되어, 현재 시점에서 또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와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어떻게 도입과 활용, 그리고 경제사회 내에서의 혁신창출로 새로운 가치를 제고할 것인가가 디지털 전환 경쟁력 확보의 관건일 것이며, 이 새로운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범 생태계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아마도, OECD에서 디지털 정부 강화를 최우선 순위의 정책목표가 된 이유는 이러할 것이며, 생태계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디지털 전환의 목표 설계와 각 주체의 리소스 공유를 통한 가치혁신, 가치창출의 플랫폼으로서 정부 역할이 정립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