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경험(Total eXperience)의 최근 트렌드

날짜2022.05.27
조회수12788
글자크기
    • 2022년 초, 삼성·LG전자 두 기업이 공통으로 꺼낸 화두는 ‘경험’이었다. LG전자 조주완 사장은 신년 메시지에서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자고 말했으며,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 역시 CES 2022에서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맞춤형 경험의 비전을 제시하였다.1) 지난 수년간 ICT 업계에서 꾸준히 언급되어 오던 경험이라는 키워드가 다시금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 한편, 글로벌 리서치 업체 Gartner에서는 2021년에 이어 2022년 기술 트렌드로 총체적 경험(Total eXperience, TX)을 언급하였다.2) TX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 CX), 다중 경험(Multi-eXperience, MX),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 EX)을 결합한 비즈니스 전략으로, 고객은 물론 직원의 신뢰, 만족, 충성도를 이끌어 비즈니스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기존의 사용자 경험이 소비자가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겪는 감정, 태도, 행동 등 모든 인지 반응을 포괄하는 용어3)로써 웹사이트나 SW, 모바일 등 개별 제품 사용자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최근에는 여러 기기 간의 다양한 접점으로 인한 상호작용으로 하나의 제품 경험을 넘어 다중 경험이 고려되기 시작하였다. 사용자 경험이 특정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겪는 경험으로 한정되었다면, 최근에는 제품 구매 전후의 브랜드와 고객의 상호작용을 포괄하는 개념으로써 기업이 고객 개인에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고객 경험이 대두되었다. 최근 고객 경험 강화에 필요한 고객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술이 보편화되며, 고객 경험은 비즈니스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근무 환경과 개인 생활 패턴의 변화로 임직원 경험 역시 총체적 경험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 그림 1 Total Experience의 개념4)
    • 이에, 본 고에서는 최근 ICT 산업에서의 총체적 경험(TX)의 트렌드를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의 언론 기사와 통계를 토대로, 사용자 경험과 다중 경험 관점에서는 2개 이상의 기기 사용자 증가로 ‘장벽 없는 자연스러운 연결 경험’이 강조되는 트렌드를, 고객 경험 관점에서 효율적인 고객 경험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을 위한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고객 빅데이터 확보’ 트렌드를, 마지막으로 직원 경험 관점에서 ‘임직원 경험 증대가 곧 고객 만족에 영향’을 주는 트렌드를 선정하여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 장벽 없는 자연스러운 연결 경험
    • 요즘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지’에 대한 대답으로 하나의 교통수단만을 정확히 언급하기가 쉽지 않다. 지역별 대중교통 환승 체계가 잘 갖춰지면서 버스와 지하철 간 환승은 물론, 공공 자전거와 지하철 간 환승도 쉬워졌으며, 심지어 거점 지하철역 주변의 환승 주차장을 활용하여 자차를 이용하다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환승하는 방법도 있다. 교통 정보나 기상 상황, 개인의 컨디션 등의 상황에 맞게 알맞은 교통수단을 이용자가 쉽게 선택하는 것이다.
    • ICT 제품을 이용하는 사용자 역시 마찬가지다. 가령 취향에 맞는 음식점이나 영화 등을 추천받기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던 중이라도 위치 정보 파악이나 소셜 공유를 위해 손쉽게 지도나 메신저 등 다른 애플리케이션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동 중에 모바일 기기로 넷플릭스의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다가도 집에 도착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TV의 큰 화면에서 이어보기를 할 수 있다. 현실에서 아티스트의 팬덤 활동을 하다가도 메타버스 환경에서 아티스트의 공연을 먼 거리에 존재하는 팬들과 함께 즐길 수도 있다. 사용자가 의식하지는 않지만, 끊김이 없는 연결을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것이다.
    • 실제로 2021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스마트폰과 스마트TV는 물론 태블릿 PC, 스마트워치 등 ICT 기기 보유율이 증가하고 있으며,5) 이에 업계에서도 사용자 행태를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지난 3월 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Unbox & Discover 2022' 행사를 통해 자사의 모바일 및 가전 기기를 연계한 스마트홈 생태계 확장을 발표하며 ‘캄 테크(Calm Technology)’ 구축을 자사의 지향점으로 발표하였다.6) 캄 테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평소에는 조용한 상태로 있다가 사용자가 필요로 할 때 각종 편리한 서비스를 사용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러 기기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를 자연스럽게 충족시키고, 실질적으로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이러한 경험에는 언제 어디서나 끊김이 없이 빠른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5G 네트워크 기술, 그리고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도 쉽게 연동할 수 있는 데이터 상호운용성 등이 뒷받침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일상에서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고도 다수의 ICT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사용자 의도를 정확히 예측하여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앰비언트 인텔리전스(Ambient Intelligence)가 실현될 것이다.7)
  • 디지털 전환을 통한 고객 빅데이터 확보
    • 앰비언트 인텔리전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수많은 행동이 데이터로 변환되어야 하며, 이는 고객 행동을 수집하기 위한 각 비즈니스 행위의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미국 TEK Systems의 조사에서 ‘기업의 디지털 전환 목적’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72%가 ‘고객 경험과 참여 강화’라고 응답했다.8) 축적된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한 인사이트를 발굴할 수 있고,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고객 니즈를 선제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 올해 5월 개장한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에서는 LG유플러스와 제휴하여 차별화된 ICT 기반의 고객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모바일 앱을 실행하여 레고랜드 곳곳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면 다양한 AR 콘텐츠가 제공돼 고객들의 테마파크 시설 이용 시 대기시간의 지루함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방문객에게 제공될 예정인 손목밴드를 통해 모든 시설을 태깅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같은 방식으로 영유아 동반 고객의 유모차 대여도 제공될 예정이다.9) 이렇게 수집되는 고객 정보를 축적하여 향후에는 방문객에게 맞춤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 그림 2_영국 Legoland Windsor Resort의 모바일 앱에서 제공하는 AR 콘텐츠(좌)10)</br>그림 3_이동시간과 대기 현황, 예약 기능을 제공하는 레고랜드 코리아 앱 (우)11)
  • 임직원 경험 증대가 곧 고객 만족에 영향
    • 미국 UCLA의 마크 밀스타인 박사는 행복한 일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실제로 직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일터와 공간을 꾸밀 수 있거나 자신의 의견이 회사에서 수용되면 직원의 행복과 함께 업무 성과도 향상된다고 한다.12) 즉, 직원의 일과 행복은 선순환적인 관계이며, 결국 직원의 행복은 회사 비즈니스의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 이 당연해 보이는 문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며 더욱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재택근무가 시행되었지만, 직원 개개인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획일적인 근무환경이 아닌 스스로에게 적합한 근무환경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팬데믹 이후 기업들은 재택근무의 축소와 대면 근무 확대를 통한 일상 회복을 희망하면서, 재택근무를 유지하고자 하는 직원과 원만한 타협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의 한 조사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 중 66.9%가 일상 회복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종료됐다고 응답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62%는 향후 입사 또는 이직을 준비할 때 재택근무 시행 여부가 입사 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13) 기업은 대면 근무로의 완전한 복귀를 일상 회복으로 여기나, 직원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일부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나 본사 사무실을 대신하는 거점오피스를 신설하는 등의 새로운 근무 형태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스피어(Sphere)’로 명명한 거점오피스를 수도권 지역에 도입하여, VR 기기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원격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바 있다.14)
    • 한편, 최근 국내외 ICT 기업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여 임직원 대상의 복지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애플은 엔지니어 등 인재를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수년에 걸쳐 지급하기로 했고, 구글은 출퇴근 시 전기 스쿠터를 무상으로 제공하며 사내 복지시설 운영을 재개하여 임직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15) 국내 IT 기업들 역시 재택근무 비율을 유지하거나, 자사주 지급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신사옥을 연 네이버는 임직원 대상으로 사내 식당과 운동 시설을 무료로 제공하고, 재택근무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원격 업무용 기기도 제공하기로 했다.16) 이는 근무 형태를 유연화하고 각종 복지 제도를 제공하여 우수 ICT 인재 유출을 막음으로써, 근무 만족도를 높여 직원 경험을 증대시키는 것이 결국 고객 만족에 영향을 끼치며 기업의 비즈니스 성공과도 연관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 TX 트렌드의 시사점
    • 이상으로 총체적 경험(TX)의 최근 트렌드인 다양한 ICT 제품 간의 자연스러운 연결 경험, 고객 빅데이터 확보에 필요한 디지털 전환, 그리고 제품을 개발하는 임직원의 경험에 대해 살펴보았다. 소비자가 ICT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수단과 방법이 다양해지고, 코로나19로 인한 임직원 만족의 영향이 커지면서, 비즈니스의 성과 창출을 위해 총체적 경험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향후 ICT 산업에서 임직원, 고객, 사용자를 고려한 총체적 경험을 뒷받침할 방안이 필요하다. 먼저, 산재된 고객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수집, 분석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데이터 상호운용성 체계를 정립하여 다양한 기기 간에 데이터 범용성을 확보하여 소비자의 다중 경험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17) 또한, 자체적인 인력과 프로세스를 갖추지 못한 중소규모 기업 대상으로 고객 경험 및 직원 경험을 장려하기 위한 법률적·제도적 자문을 지원할 필요도 있다.18) 이를 통해 사용자와 임직원 등 SW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여 비즈니스 환경에서 SW 경쟁력 강화가 이뤄질 것이다.
    • 1) 헤럴드경제 (2021.12.25.), “삼성 한종희-LG 조주완 강조한 ‘경험’ 대체 뭐길래… [비즈360]”
    • 2) https://www.gartner.com/en/newsroom/press-releases/2021-10-18-gartner-identifies-the-top-strategic-technology-trends-for-2022
    • 3) 전상인, 채승병, 강찬구 (2013), “고객 중심 경영의 요체, 사용자경험 (UX),” SERI CEO Information, vol. 911
    • 4) https://www.avaya.com/blogs/2022/02/total_experience_total_happiness/
    • 5) KISDI STAT REPORT (2022.03.15.), 22-05호: 코로나 장기화와 미디어 이용
    • 6) ZDNet Korea (2022.04.04.), “'캄 테크'가 뭐길래...삼성전자 DX 부문 통합 이유 있었네”
    • 7) 김정민, 2022년 SW산업 10대 이슈 전망, 월간 SW중심사회 2022년 1월호
    • 8) 아주경제 (2021.09.09.), “LG유플러스, 레고랜드와 독점 제휴…ICT부터 AR까지”
    • 9) 아주경제 (2021.09.09.), “LG유플러스, 레고랜드와 독점 제휴…ICT부터 AR까지”
    • 10) US Campaign (2021.06.01.), “Legoland launches AR experience at Windsor Resort”
    • 11)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kr.legoland.www
    • 12) 매일경제 (2018.09.28.), “[Biz Focus] "직원이 행복해야 생산성 올라…행복한 일터를 디자인 하라"
    • 13) 뉴시스 (2022.04.13.), “임직원 62% "이직시 재택근무 여부 고려"…기업들, 곧 일상회복 '어쩌나”
    • 14) 조선일보 (2022.04.17.), “[르포] “부장님 없는 그곳으로” 출근 장소 자율 보장한 SKT”
    • 15) 비즈니스포스트 (2022.04.12.), “애플 구글도 '재택근무 끝' 골머리, 스톡옵션과 복지로 임직원 달래”
    • 16) 머니투데이 (2022.03.18.), “네이버, 임직원 식사 무료 제공...3년 근속시 최장 6개월 무급 휴직”
    • 17) Krafft, M. et al. (2021), “Insight is power: Understanding the terms of the consumer-firm data exchange”, Journal of Retailing, 97(1), 133-149
    • 18) 전자신문 (2022.02.02.), “[ET시론]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