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생태계 혁신에서 주목해야 할 두 가지 방향
- 수확체증의 법칙에 기반을 둔 승자독식과 시장과 데이터의 독점, 시장지배력 남용과 불공정 거래관행의 심화, 플랫폼에 의한 노동착취, 자사 서비스나 제품 우대 등이 경제적 측면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측면의 문제로 대두되면서 국경을 초월한 국제경제의 규제 대상으로 부상한지 이미 오래다. 유럽연합(EU)이 이러한 추세 대응에 적극적인데, 최근에도 글로벌 플랫폼을 게이트키퍼로 규정하고 불공정행위를 금지하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과 불법·유해 콘텐츠를 제어하는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을 지난 7월 5일에 유럽의회에서 통과시킨 바가 있다. 비록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사회도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다만, 토종 디지털 플랫폼의 육성이나 진흥이라기보다 불공정거래행위, 소비자 이익 침해 문제에 대해 일종의 사전 규제의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었으며, 결과적으로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토종 플랫폼기업의 규모와 국내 기업에만 적용해서 발생하는 규제의 역차별 이슈, 성급한 규제로 인한 플랫폼의 성장과 혁신 저해 등이 고려되어 입법과정에서 폐기되었다.
- 이 글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을 우리 사회가 규제해야 할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디지털 패러다임에 맞춰 융합형 상생의 생태계로서 육성해야 할 대상이라는 입장에서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첫째, 플랫폼의 혁신 유발성(affordance)의 순기능과 역할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기존 유사 기술에 비해, 참여하는 제3의 혁신 주체가 질적으로 더 쉽게 또는 가능하게 혁신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역량과 전략이 바로 혁신의 유발성이다. 전통적 산업에서는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 주체이자 지식과 정보의 소유자였으나 디지털 플랫폼의 혁신 생태계에서는 다양한 보완자, 즉 제3자에 의한 혁신 유발과 혁신의 생성이 중요하다. 2010년 4,700명에서 2015년 1,700만 명으로 이용자 규모를 353배로 성장시킨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데, 이용자 증가에 대응하는 비용, 즉 한계비용이 제로이며, 숙박시설도 추가로 건설해야 할 필요가 없다. 다만, 데이터 등 디지털 자산에 대해 플랫폼 소유자가 독점하지 않도록 하고, 플랫폼에 참가하는 보완자와 사용자 간에 가치교환이 활발하게 발생하도록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된다. 우버가 제공하는 운전자의 위치, 최종 목적지, 운전자 혹은 승객의 평점 등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기존의 산업 생태계가 기업이라는 혁신 주체를 중심으로 선형적인 가치 사슬을 상정하고 있다면, 디지털플랫폼에서는 가치사슬이 가치네트워크로 전환되며, 보완자와 사용자들이 플랫폼 생태계로부터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창출 방식, 혁신에 대한 탐색의 노하우 등을 제공받으면서 창업과 상업화의 성공 경로를 다방면으로 효율화시키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그간 논의가많았던 플랫폼의 사전 진입규제의 방향을 사례와 행위별 사후규제 혹은 자율규제로 전환하거나 참여자 그룹과 달성한 동반 혁신이나 소비자 후생 증진에 대해 평가하여 오히려 장려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 둘째, 플랫폼이 사회적 인프라로서 기능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국민건강, 주거, 의료, 안전, 교통, 노동, 교육 등 플랫폼 인프라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미 공룡 플랫폼이 된 카카오, 네이버, 쿠팡뿐만 아니라 플랫폼은 온라인 쇼핑, 배달, 마트, 교통, 부동산, 모바일, 소셜미디어, 앱스토어, 검색엔진, OTT서비스까지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생겨나고 있고, 이제 플랫폼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게 됐다. 이렇게 플랫폼이 공공 혹은 공익서비스로서 사회적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사회적 인프라로서 플랫폼의 혁신 생태계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카카오와 네이버의 ID가 디지털신분증 혹은 백신접종 확인증 등으로 기능했음을 경험했고 쿠팡과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배달 플랫폼은 비대면 상황에서 필수 불가결한 공익 서비스로서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최근 온라인 배송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산업의 활성화로 기존의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이 주로 진출해 있던 오프라인 매장들의 몰락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이라는 사업으로 5년 만에 국내 소상공인들과 160만 창작자 커뮤니티 및 45만 개의 스마트스토어를 확보하면서 국내 소상공인들의 새로운 온라인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상품으로 구성해 독립 스토어를 운영할 수 있도록 ‘스마트스토어’를 지원받는다. 게다가 네이버의 플랫폼은 사업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는 데이터 분석 툴인 ‘비즈어드바이저’ 결제와 회원 가입부터 배송 추적, 포인트 적립까지 총체적인 주문 관리를 지원하는 ‘페이 시스템’, AI 기반의 고객만족 대응 도구인 ‘챗봇’, 코로나19의 한계를 극복해 낸 ‘라이브커머스’ 등을 제공하면서 이들 참여자의 혁신 유발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는 네이버가 소상공인인의 창업과 성장의 인프라로서 기능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사회적 상생 인프라로서 기능하는 부분은 법인세 감면, R&D지원 등 정책 인센티브로 장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 한편, 플랫폼이 독점화될수록 플랫폼-소비자, 플랫폼-플랫폼, 플랫폼-전통산업 사이에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미 덩치를 키운 플랫폼은 소비자와 플랫폼 이용자를 종속시켜 이용료, 수수료를 인상해도 손을 쓸 수 없게 된다는 것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일례로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의 12~15%를 넘는 수수료, 데이터 독점, 배달 라이더에 대한 처우, 소비자 비용부담 등이 사회문제로 두드러지면서 2020년 3월 군산시의 ‘배달의명수’라는 공공배달앱을 시작으로 20여 개의 공공배달앱이 전국 지자체에서 우후죽순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은 자칫 민간 vs 공공의 대결구도가 설정된다는 측면에서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민-관이 경쟁하기보다 보완적 관계를 형성한 사례가 소액송금 플랫폼인 토스의 주민센터 서비스이다. 정부의 API 공개로 자사의 플랫폼에서 주민등록등본 등 총 61종의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고, 통신비와 아파트 관리비 등 생활요금도 결제가 가능하다. 정부24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공공서비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직관적 UX, UI구현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도 만족도가 높아 디지털 격차해소에 긍정적이라는 평이 있다. 이 글의 전체 내용을 한마디로 하자면, 최근의 디지털 패러다임은 플랫폼으로 통합된 생태계를 기반으로 산업의 영역을 넘나들며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과 시장의 요소주의적 혁신론을 넘고, 플랫폼 독점과 규제라는 기존 시각을 넘어서 생태계의 참여자 간 동반 혁신을 장려하고 공공 인프라로서의 사회적 기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