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 사회와 국가는 몰락하고 말 것이다. 다가오는 소프트웨어(SW) 중심사회에선 읽고, 쓰고, 셈하는 것과 같이 컴퓨터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수소양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이 필요하다. 영어권에선 이를 코딩이라고 부른다.
컴퓨터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컴퓨터언어의 구사 능력과 컴퓨터적 사고(思考) 능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영국에서는 5세부터 정규 교과과정으로 수학과 유사한 강도로 컴퓨터과학 교육을 실시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의 교육은 외국어 교육과 같아서 일찍 시작하면 쉽게 배우고 평생 잘한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견해다. 우리 정부도 초·중등학교에서 SW 교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 SW 중심사회 진입전략의 일환으로 SW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달 뒤 교육부는 2018년에 시행될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편안에 SW 교육의 필수 시수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안을 잠깐 보면 초등학교에선 17시간 이상을 실과 과목에서, 중학교에선 정보 과목을 필수로 독립시켜 34시간을, 고등학교에선 현재의 심화선택 정보과목을 일반선택으로 바꿔 기술·가정 대신 수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 교육 시수 조정 방안은 오는 9월 확정 고시된다. 시수 조정 과정에서 과목 간 갈등이 예상되지만 SW 교육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것은 확실하다. 이젠 SW 교육에 대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를 고민할 때다.
SW 교육은 어떤 교육철학을 갖고 진행해야 하는지부터 각계 의견이 분분하다. 수능시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충분한 토의가 필요하다. 3년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준비기간이 결코 넉넉한 건 아니다. 김대중 정부가 “세계에서 컴퓨터를 제일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었고, 이명박 정부는 스마트교육 투자를 약속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현재 정보과목을 수강하는 고등학생은 5%에 지나지 않는다니 참담할 뿐이다. 82%의 초등학교와 60%의 중학교에는 정보 전공교사가 없다. 초등학교에 학생이 쓸 수 있는 PC는 방과 후 수업으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 들어온 민간업자의 자산이 대부분이다. 학교당 40대의 PC를 확보하려면 최소 36만대의 PC가 필요하다. 노후 장비를 교체하는 데는 2,6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더해 네트워크 설치 및 운영, 교사 및 보조교사 확보 등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각론이 확정되는 10월에 미래부와 교육부, 교육청의 분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돈쓸 일이 많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예산 확보에 나설지 의문이다. 준비 없는 SW 교육이 제대로 시행될지조차 걱정이다. 미국은 여야를 망라해 112명의 의원이 컴퓨터과학교육법의 발의에 나섰다. 이들은 20세기에 과학과 공학이 중요했던 것처럼 21세기엔 컴퓨터과학이 중요한 학문이라는 것을 천명하고 초·중·고에서 컴퓨터과학을 핵심 과목으로 배우는 데 연방정부 예산을 사용하도록 법제화에 나섰다. 우리도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우리도 관련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교육 당국이 나서고 적정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시카고시장은 역내에서 졸업하는 모두 학생들이 코딩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고 강제한 것처럼 우리나라 교육감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서기 바란다. 우리 학생들의 미래 일자리가 무엇에서 나오는지를 생각해보자. 비록 늦게 시작하는 SW 교육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잘 준비해 제대로 되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전자신문 2월 10일(화) [미래포럼]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