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첨단소재의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사업인 ‘머트리얼 게놈 이니셔티브’의 전략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소재를 연구하는 사업에 왜 게놈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을까요? 게놈은 생명체에만 있지 철, 알루미늄, 세라믹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소재에는 없는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놈이란 단어를 붙인 것은 바이오와 IT의 융합을 통해 바이오 분야 연구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성과를 재료분야로 확산시키자는 취지에서 입니다.
그렇다면 인간게놈프로젝트는 R&D프로세스에 어떤 혁신을 가져왔을까요? 여러분은 바이오 관련 연구실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상상되세요? 아마 텔레비전에서 많이 봤던 흰색 가운을 입고 실험하는 모습이 떠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 한 생명과학 관련 연구실의 경우 70%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나머지 30% 정도만 실험을 할 정도로 실험실 모습이 많이 변해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 과거 사람이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처리하는 보조적인 도구로 사용됐던 소프트웨어가 인간게놈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자동화된 실험장비와 결합되어 사람을 대신하게 됐습니다.
이후 1.5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인간게놈 데이터를 활용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로 미리 실험결과를 예상해보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실험을 통해 검증해보는 방향으로 R&D 패러다임이 변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R&D 패러다임의 변화는 10년 이상의 장기간의 시간과 막대한 실험비용이 소요되는 바이오나 소재와 같은 분야의 R&D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효과를 가져 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은 기업들과 함께 항공기 엔진에 들어가는 로터디스크 개발에 있어 시뮬레이션 기술을 사용하여 무게를 21% 경감하고 강도를 19% 증가시켰으며, 개발기간을 50%이상 단축했습니다.
또한 1개 신약을 개발하는데 10년 이상의 기간과 1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최근 글로벌 제약업체들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임상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후보물질의 성공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여 진행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중심의 R&D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 소프트웨어 기업에게도 기회의 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내 켐에쎈이라는 기업은 자체적으로 화학물질의 물성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현재 250만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켐에쎈에서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면 물질당 수천만원과 수개월의 비용이 드는 실험을 대신하여 물질당 평균 2,000원미만, 10시간 이내에 물질의 특성분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2013년 우리나라의 GDP대비 R&D투자율은 4.15%로 세계 1위입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차세대 성장동력이 나오지 않는 등 투입한 만큼 성과가 나오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요. 우리도 하루빨리 미국 등 선진국에서 주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R&D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여 R&D 생산성을 높이고 성과를 제고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