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영광스러운 졸업식에 축사를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KAIST 에서 30년을 교수로 봉직했지만 정작 KAIST 졸업식에서는 축사를 해 볼 기회를 한번도 얻지 못 했습니다. 저도 제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이 있었는데 외부인사들에게만 축사의 기회가 주어지더라고요. 아무튼 저를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이야기를 조금하겠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저의 진로가 어떻게 결정되었는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별로 자랑할 것도 없는 평범한 삶이지만 여러분이 진로를 결정하는데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1971년에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건축공학이 저의 전공이었습니다. 당시 뜨거운 민주화의 열망으로 대부분의 대학 생활을 3선개헌 반대 데모와 이에 따른 휴교 조치로 보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제가 그 전공을 정말 좋아하는지, 재능이 있는지 확인도 못하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졸업은 했지만 전공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어떤 일자리를 가질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던 중 군대 생활을 마치고 우연히 접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이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밤을 세워서 코딩을 했습니다. 잘한다고 칭찬을 받으니 더욱 열심히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우연히, 정말 우연히 대한민국의 1세대 프로그래머가 되었습니다. KIST, 즉 과학기술연구소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라는 기법을 국방에 적용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주위에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동료들과 같이 토론하며 배워서 일을 해냈습니다. 첫 직장에서 3년이 지날 때 감히 미국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그것도 학부 전공과 거리가 먼 컴퓨터과학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아내와 같이 단돈 600불 들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돌려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잘 한 결정이 유학을 결심한 것입니다. 물론 아내에게는 좋은 아내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유학 중에 ‘시뮬레이션’이란 단어에 집착하여 ‘시뮬레이션’이란 모든 과목을 수강하고 이를 전공한 지도교수를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인간 행동의 시뮬레이션”이라는 제목의 연구과제에서 연구보조원을 선발한다는 공고를 보고 찾아 간 곳이 바로 Judea Pearl 교수의 연구실이었습니다. Judea Pearl는 후에 확률적 인공지능 방법론으로 컴퓨터 과학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Turing 상을 받으신 분입니다. 이렇게 우연히 당시 미국에서도 생소했던 인공지능을 전공으로 택했습니다. 인공지능은 그 후 저에게 많은 행운을 안겨 주었습니다. 80년대 중반에 인공지능은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여러 기업에서 인공지능 전문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저는 학위도 마치기 전에 휴즈연구소에 취직이 되었고 몇 년 후에는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 박사라는 타이틀과 함께 KAIST로 부임할 수가 있었습니다. KAIST에서 당대 최고의 영재들과 같이 연구할 수 있었고, 많은 제자를 배출했습니다. 이제 그 제자들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과 인공지능 학계에서 커다란 산맥을 이루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지 3년만에 알게 된 컴퓨터 프로그래밍, 그리고 또 하나의 우연으로 만난 인공지능. 저는 그 후 평생을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매우 행복했습니다. 저는 저의 남의 여생을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의 확산을 위하여 살겠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란 소프트웨어 능력이 개인이나 기업, 나아가서는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사회를 말합니다. 소프트웨어로 이룬 성공 스토리가 널리 알려져서 이제는 소프트웨어혁명이라던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는 표현도 진부해졌습니다. 오히려 “모든 산업이 소프트웨어 산업이다”라는 말이 실감됩니다. 소프트웨어 능력으로 무장한 애플은 지난 분기 세계 핸드폰 이익의 93%를 차지했습니다. 검색회사였던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실용 수준으로 만들었습니다. F35 전투기 기능의 90%이상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합니다. 2400만 라인의 소스코드가 F35 전투기에 들어 있습니다. Fintech, 3D 프린터, 무인 항공기, 유전자 분석을 통한 맞춤형 치료, 신문기사 작성의 자동화 등등 놀라운 성과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의 시대입니다. 기계가 세상의 모든 언어를 번역해 줍니다. 인간의 언어로 기계와의 대화가 이제 당신의 헨드폰에서 가능합니다.
서양장기에서 인간을 물리친 것이 18년전이었고. 2011년 Watson 컴퓨터는 한 방송의 큐즈대회에서 주 장원들을 모두 물리쳤습니다. 동경대학 입시에 응시한 인공지능은 합격선에 근접했습니다. 컴퓨터에게 유튜브를 계속 보여주었더니 가르쳐주지 않아도 고양이가 어떤 모습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러한 놀라운 결과들은 컴퓨터 하드웨어와 데이터 통신기술의 발전에 힘입었습니다. 값싸고 빠른 다수의 CPU가 병렬로 방대한 계산에 참여합니다. 초고속 데이타 통신은 아무리 많은 정보가 아무리 멀리 있어도 순식간에 가져옵니다. 여기에 컴퓨터 언어, 소프트웨어 공학, 정보보호, 인공지능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합하여 인류 문명사적 최고의 범용기술을 만들었습니다. 범용기술이란 그 자체로도 큰 산업이지만 다른 산업 발전에 널리 쓰이는 기술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IT기술의 발달로 세계는 하나의 시장이 되어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기술 국가와 경쟁해야 하고, 또 중국,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 저임금 국가들과도 경쟁해야 합니다. 더 큰 어려움은 자동화로 기계에게 많은 일자리를 빼앗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단순 노동의 일자리는 물론이고,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기자, 교수, 금융인, 증권 분석가, 실험데이터 분석가, 치과 기공사 등의 일자리도 자동화됩니다. 한 연구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일자리의 47%가 20년내에 없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이는 글로벌 현상입니다.우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의 청년 고용률이 40%가 안됩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는 학생이 별로 없습니다. 청년 실업은 개인과 가정에게는 불행이지만 국가 사회적으로는 큰 재앙입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다 청년 일자리 문제에서 연류됩니다. 그러나 없어지는 일자리가 있는 반면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납니다. 직업의 종류는 우리나라는 만개를 조금 상회하지만 미국에는 6만개를 육박합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많은 일자리가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전문가의 요구를 교육이 다 공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미국에서만 140만명이 필요한데 40만명만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에서도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약 반수를 해외에 두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하여는 새로운 교육 훈련이 필요합니다. 헌데 우리의 교육체계가 이 시대적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정부의 4대 구조개혁 과제에 여러분이 받았던 교육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초중고 교육! 바뀌어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탈바꿈 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2018년부터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이 포함됩니다. 늦었지만 이를 잘 준비해서 우리도 전세계적인 코딩교육 열풍에 동참하여야 할 것입니다. 대학 교육의 혁신도 시급합니다. 교육 선진국에서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이용한 MOOC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미리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수업에 와선 질의응답과 토론을 하는 Flipped Education을 통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 강의를 개방함으로써 교육의 기회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전세계 최고의 강의를 수강할 수가 있습니다. 숙제도 주고, 시험도 보고, 수료증도 발급해줍니다. 유수한 글로벌 기업에서 그 수료증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오늘 졸업하는 여러분도 MOOC를 이용하여 부단히 새로운 학문과 기술을 익히시기 바랍니다.
극도로 자동화가 진행되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까요? 기업들은 고용보다는 자동화에 투자하여 효율을 높이고자 할 것입니다. 법인의 소득은 증대하지만 일하는 사림이 줄어 들 것입니다. 따라서 양극화가 심화될 것입니다. 이 양극화는 50대 50의 양극화가 아니라 고소득을 누리는 <극히 일부>와 평범한 <대다수>의 양극화가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본주의의 재해석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질서를 세워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극히 일부> 혹은 <대다수>의 어느 쪽에 속하던지 모두 다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동참하여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참 행운아입니다. 이렇게 널리 쓰이는 범용기술인 IT를 전공해서 학위를 마치고 이제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고소득을 누리는 <극히 일부>가 될 가능성이 어느 전공자보다 많습니다. 전통적인 IT산업은 물론이고, 자동차 산업, 반도체 산업, 금융산업, 유통사업, 언론방송산업 등등에서 능력있는 IT 전문가를 찾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가서 여러분이 좋아하는 새로운 일을 찾으세요. 그리고 열정으로 그것에 매달리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그 일을 사랑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새로운 일은 새로운 기술을 요구할 것이지만 여러분은 새로운 기술은 습득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가급적 고소득을 누리는 <극히 일부>의 편에 속하도록 노력하세요. <극히 일부>의 편에 있으려면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야하고 기업가 정신으로 도전해야 합니다. 그러나 고소득을 누리는 <극히 일부>가 되어서도 평범한 <대다수>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만약 여러분이 평범한 <대다수>에 속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요? 여러분 중에 대부분이 확률적으로 이 <대다수>에 속하게 될 것입니다. <대다수>에 속하게 되더라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질이 풍요롭지 못하더라고 마음이 행복해 지는 방법을 깨우치셔야 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옛 선비들의 청빈낙도 정신입니다. 청빈낙도의 사전적 의미는 청렴결백하고 가난하게 사는 것을 옳은 것으로 여기고 즐긴다고 되어 있습니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하늘과 세상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 졸업하시는 여러분, 축하합니다. 항상 행복하십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