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에 반가운 초대장 한 장이 날아왔다. 오는 9월 20일과 21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메이커페어(Maker Faire) 서울 행사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메이커페어는 20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서 만들기를 좋아하는 메이커들의 축제로 시작되어, 2013년 전 세계 98개 도시에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국제적인 행사로 성장하였다.
지난 6월 18일에는 미국 백악관에서 주최한 백악관 메이커페어가 열려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도구나 기술을 사용해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미국 제조업의 풀뿌리 르네상스를 선도할 학생, 기업가, 일반시민이 많이 나타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1달러로 종이현미경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메이커, 5만 명 이상의 유아를 위한 매우 저렴한 200달러 보육기를 만든 학생신분의 메이커, 바이오디젤 자동차를 만든 고등
학생 등을 직접 만났으며, 미래를 위해 메이커들을 바꾸는 신규 비즈니스 및 신규 고용창출과 관련한 정책, 미국 교육부와 여러 기관, 수많은 대학과 도서관, 그리고 여러 기업이 함께하는 메이커 기반의 교육혁신과 관련한 정책 등도 발표했다.
이런 새로운 메이커 문화를 가능하게 만든 일등공신으로는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아두이노라는 작고 저렴한 컴퓨터 보드를 빼놓을 수 없다. 아두이노는 하드웨어와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도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판의 회로도가 공개돼 있어 누구든지 부품을 구매해 조립을 하거나 완성된 기판을 저렴한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아두이노는 특히 각종 센서의 조작이 쉬워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사물을 만드는 데 유용하다. 이 때문에 많은 개발자·엔지니어·디자이너는 물론 예술가와 학생까지 아두이노에 큰 관심을 갖고 로봇·가전·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아두이노를 이용할 수 있었고, 이것이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메이커 문화의 붐을 일으킨 힘이 되었다.
이런 변화의 바람을 보면서 최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정규교육으로 편입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앞으로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는 수학, 과학, 그리고 영어와 같이 미래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이자 꼭 알아야 하는 필수지식의 대상이 될 것이다. 우리 주변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이 인간의 사회생활에 필수적이듯이, 기계와의 소통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교육정책을 현실화시키는데 있어 단지 과목 하나를 추가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소프트웨어를 공부했던 기억을 되살려봐도, 학교에서 가르쳐줬기 때문에 실력이 늘었다기보다 소프트웨어로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즐거움이 실력을 길러주었다.
유엔미래포럼에서는 필요한 제품은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앞으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연결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결국 소프트웨어는 메이커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교육을 일종의 짐이 되는 공부가 아닌, 메이커 문화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는 재미있는 체험의 장으로 변화시킨다면, 그 재미에 푹빠져서 세상을 바꾸는 친구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개방된 환경을 토대로 한 사회 구성원들의 활발한 창의력 발산이 새로운 시대를 가져오는 중요한 문화적 기반이다.
강압적인 공부방식보다 만들고 즐기는 문화와 함께 자리 잡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